몸詩(몸시) Poem of Body

이쥬展 / LEEJOO / photography

2022_1001 ▶ 2022_1010

이쥬_몸시#어음2리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초대일시 / 2022_1001_토요일_06:00pm

주최,기획 / 갤러리 브레송_아르떼22

후원 / 제주문화예술재단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 브레송

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퇴계로 163

(충무로2가 52-6번지) 고려빌딩 B1

Tel. +82.(0)2.2269.2613

gallerybresson.com

고통을 넘어서는 치유와 희망의 미장센 ● 사진과 영상을 전공한 이쥬 작가는 서사(徐事)가 절정의 순간을 치닫는 미장센으로 독자적 사진 세계를 담아낸다. 장면의 앞뒤가 매우 치밀하고 구축적으로 느껴질 만큼 연극이나 영화의 미장센보다 더 극적이다. 그는 서사의 절정을 표현하는 사진 연출을 위해 연극, 연출, 영화를 배우고 극작가로도 활동한다. 그리고 작품은 항상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도시의 풍경을 담았던 「건축과 풍경」(2014)에서는 건축과 사람의 관계를, 몽골의 자연을 담은 「The Ground project」(2016)에서는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자신만의 미장센으로 해석하고 표현했다. 특히 강론 감독의 「이소룡을 찾아랏_Looking for Bruce Lee」(2001)에서 영화 속 미장아빔(mise en abyme)형식의 포토로망(사진만으로 만들어진 영화) 「착한 다리를 가진 여자_Object&Portrait」를 선보이며 사진 작업에서 연극적 완성도를 높이고, 은유적 표현으로 내용을 함축시키는 기법으로 시선을 끌었다. 이처럼 서사가 명확한 사진을 지향해온 이쥬 작가가 3년 만에 '몸詩'라는 타이틀로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은 독자성 강한 새로운 미장센을 감상할 기회이다.

 

이쥬_몸시#누운오름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몸詩'의 무대는 제주 4·3과 연관 있는 장소들이다. '어음리, 누운오름, 금오름, 월령선인장 포구, 곽지 앞바다' 등 외형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지만, 제주민들에게는 아픔과 슬픔이 묻혀있는 장소들이다. 작가는 제주의 비극적 장소에 배어있는 슬픔과 고통을 국적이 다른 여러 명의 퍼포머들을 등장시켜 자신이 해석한 4·3을 표현했다. 10대에서 6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퍼포머들의 몸짓과 표정은 역사적 아픔과 작가 개인의 슬픔이 오버랩된 미장센이다. 특히 세 명의 퍼포머들은 이번 작품의 배경과 더불어 핵심이다. 이들의 괴이하고 역동적인 몸짓과 표정은 '몸詩'라는 전시타이틀에 부합하는 시어(詩語)와 같다. 4·3의 서사는 퍼포머들의 몸과 얼굴을 통해 절정으로 치닫고 작가의 치밀한 미장센에 담겨 재구축되어 새로운 서사의 장을 열어젖힌다.

 

이쥬_몸시#누운오름_피그먼트 프린트_120×80cm_2021

이쥬 작가는 카메라 앵글 안에 잡히는 모든 장면을 총괄 기획한다. 장소와 인물은 물론 오브제나 날씨, 시간까지 관여한다. 한마디로 사진에 담기는 모든 시각적 요소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연출한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콜라보레이션보다는 미장센에 가깝다. 이러한 특징은 전시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전시는 '1부-진혼, 2부-저항, 3부-나비'의 이야기 중심 구성이다. 잔악한 사건으로 희생당한 수많은 넋을 달래는 진혼을 시작으로 부조리한 사건에 당당한 저항의 태도를 견지하고, 그 저항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나비'에 담았다. 곧 '진혼-저항-나비'라는 서사 구도를 바탕으로 '아픔과 상처-저항과 소망-치유와 희망'으로 펼쳐지는 서사시를 완성했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비장미가 흐른다. 콘트라스트가 강한 모노톤에 슬픔, 고통, 절망 등의 감정이 입혀진 장면들이 화면을 주도한다. ● 인간은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산다. 상처의 깊이와 고통의 길이가 다를 뿐이다. 누구에게는 일상의 풍경이 누군가에는 평생의 아픈 풍경으로 기억된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 4·3은 죽은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역사다. 제주 4·3이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예술 활동으로 재해석되고 재평가되어 역사적 진실이 소환되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쥬_몸시#금악리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이쥬 작가는 4·3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니다. 그래서 4·3을 직접 겪은 제주민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는 깊이와 폭이 다를 수밖에 없다. 자칫 주관적 해석에 따른 타인의 시선에 머물기 쉽고, 왜곡된 이해로 표현될 여지도 있다. 이런 경계의 시선은 결국 작품으로 평가받게 된다. 그는 4·3사건을 직접 겪지 않았지만, 그 아픔을 몸과 마음으로 이해하고 역동적 몸짓으로 표현 가능한 퍼포머를 통해 작품의 진정성과 완성도를 높였다. 이는 자신의 미장센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국적이 다른 퍼포머들과 대화를 통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역사의 진실을 공유하고, 퍼포머들 각자의 생각과 해석의 몸짓에 맡겨 제주 4·3의 쓰라린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마치 좋은 배우가 잘 짜인 연출에 의해 완성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는 것처럼.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연극 같은 구성을 지녔다. 이런 느낌은 몇몇 작품에서 확인된다.

 

이쥬_몸시#봉성리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몸시#누운오름」를 보면, 짙은 얼굴 화장의 퍼포머 세 명이 각자 표현한 고통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강렬한 표정이 각기 다른 고통의 순간을 이야기한다. 먼저, 세 사람 중 맨 위 한국의 퍼포머(Ramoo Hong)는 극한의 고통에 절규하는 표정이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외치는 단말마가 전해지는 느낌이다. 아래 일본의 퍼포머(Mushimaru Fujieda)는 두 눈을 뜬 채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 외마디조차 내지 못할 정도의 넋이 나간 표정에서 말로 형용하기 힘든 고통의 순간이 느껴진다.(여기에는 부토(舞踏) 마스터로 불리는 육체 시인 후지에다 무시마루의 노련함이 한몫하고 있다) 그리고 스페인 퍼포머(Lucia Sombras)는 고통의 끝을 보여준 표정 같다. 마치 고통 후 맞이하는 죽음과 같은 침묵의 표정이랄까. 오히려 평온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처럼 세 사람의 표정과 몸짓은 자신들이 직접 겪은 고통의 순간일 수도, 누군가의 고통을 지켜본 관람자의 감정을 대변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4·3사건을 듣고, 그 비극의 장소에서 느껴지는 역사적 슬픔과 아픔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표현한 고통의 몸짓이다. 세 사람의 퍼포머가 각자의 내면에서 내뿜는 미세한 감정선이 보는 이의 마음으로 전이된다. 고통의 표현은 동일 사건이라도 나라, 지역, 사람마다 다르다. 4·3 또한 지역과 사람, 장소와 세대에 따라 다르게 이해하고 기억한다. ● 작품 「몸시#봉성리」를 보면, 감정선이 달라진다. 이 작품에는 4·3사건의 비극적 역사에 의연한 자세로 저항하는 몸짓이 담겨있다. 3인의 퍼포머가 전방을 응시하며 결연한 표정과 자세로 저항의 태도를 보인다. 비극의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감정을 가늠하기 힘든 표정에서 더는 공포와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몸시#금오름」는 언급한 두 작품에 견주어 중의적이다. 메밀밭에서 해괴한 표정을 짓는 퍼포머의 표정은 슬픔을 애써 잊어야 하는 혹은 억지스러운 웃음으로 대처해야 하는 살아남은 자의 모습을 대변한다. 한편으로는 영원히 슬픔에만 잠겨있을 수 없는 현실의 냉혹함을 풍자하는 듯하다. 화장 밑 진실의 얼굴처럼 웃음 뒤에 감춰진 슬픔은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라는 슬픈 현실을 꼬집는다.

 

이쥬_몸시#군산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언급한 작품들은 역동적인 몸짓, 강렬한 화장, 격한 표정 등의 색다른 미장센으로 4·3을 표현하고 있지만, 이 사건을 주제로 한 여느 작품들처럼 배경이 비극의 장소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더는 편한 마음을 유지하기 어렵다.(아픔의 역사를 표현한 퍼포머들의 '몸詩'가 그만큼 울림을 지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가는 작품의 이야기를 연출하면서 누구보다 이 부분을 깊이 의식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몸시#금악리」와 같은 작품을 통해 힘들고 불편한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싶은 작가 의도를 드러낸다. 「몸시#금악리」는 수십 년간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산 사람들에게 아픔의 순간을 잊을 수 있는(혹은 이겨낼 수 있는) 휴식의 삶을 권유한다.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쉼' 같은 작품이다. 고통과 슬픔, 죽음과 이별의 기억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의 발로이다. 여기에는 3여 년 동안 아버지를 병간호하다 이별한 작가의 경험도 제작 동기로 작용했다. 결국 4·3의 아픈 가족사를 겪은 모든 사람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위로와 치유라는 것을 강조한다. 극한의 고통을 담은 작품들 옆에 '쉼'과 같은 숨 고르는 작품을 배치한 이유가 읽힌다.

 

이쥬_몸시#구두미포구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한편, 월령(선인장마을)의 무명할머니(4.3때 입은 턱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얼굴에 평생 무명천을 두르고 사셨다는 진아영 할머니_실존 인물)를 추도하는 작품 「몸시#월령포구」, 「몸시#구두미포구」는 자연과 인물, 연출과 모델이 조화를 이룬 시적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끈다. 역동적인 몸짓 없이도 고통과 아픔을 겪은 이들을 위한 추도의 마음이 깊이 전달되는 힘이 있다. 특히 「몸시#구두미포구」에서는 제주 여성의 강건함과 당당함을 드러내고자한 작가의지도 엿보인다.

 

이쥬_몸시#월령포구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사진이 소박한 대상으로 이해되든지 경험이 풍부한 숙련자의 작품으로 이해되든지 간에, 사진의 의미는 그 사진이 얼마나 공명을 불러일으키느냐에 달려있다.' * 라는 수전 손탁의 말처럼 공감을 일으키는 작품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힘을 지닌다. 「몸시#월령포구」, 「몸시#구두미포구」는 사진만으로도 공감 폭이 크다.

 

이쥬_몸시#곽지_피그먼트 프린트_80×120cm_2021

전시 작품 중 유일하게 퍼포머들 없이 바다가 품은 희망의 빛을 표현한 「몸시#곽지」는 작가가 전시를 준비하면서 남은 심상 풍경으로 보인다. 제주 4·3이라는 거대한 아픔은 바다가 삼키고,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이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빛처럼 어둠을 밝히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신비로운 빛은 아픔의 세월을 견뎌낸 사람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빛이다.

 

이쥬_몸시 메이킹_현장사진

이번 이쥬의 '몸詩'시리즈에서 느껴지는 사진적 효과, 즉 사진에서만 얻을 수 있는 디테일한 자연의 표정은 작가의 섬세함과 연극, 영화, 연출에서 축적된 경험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연출과 촬영은 물론 편집과 아날로그 프린팅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을 직접 제작한 실험적 작업을 통해 쌓은 경험들이 이번 '몸詩' 작품에서도 중요한 밑거름이자 창작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퍼포머와 자연과의 관계, 장소와 역사에 관한 자유로운 표현, 표현대상의 그림자까지 고려한 시간의 선택, 자연의 변화 속에서 원하는 빛을 얻기 위한 숱한 기다림, 그리고 깊은 사색의 순간까지. 한 컷의 결정적 장면을 위해 구성한 미장센에 '몸詩'의 의미를 충분히 담았다. 무엇보다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찾고, 동시에 스스로 삶을 냉정하게 바로 보기 위한 성찰적 무대를 시도한 것은 좋은 작가로 거듭나기 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쥬_몸시 메이킹_현장사진

결론적으로 이쥬 작가의 '몸詩'는 제주의 뼈아픈 역사의 고통을 넘어서는 치유와 희망의 미장센으로 내러티브를 구성한 전시다. 여기에 더하여 3여 년 동안 아버지를 병간호하면서 '작가로 당당하게 살아가겠다'고 했던 다짐을 실천하는 첫'약속'전의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간절함이 작품 속에 차곡차곡 내재된 함의로 표현된 것이 이쥬의 '몸詩'에서 찾은 성과와 의미이다. ■ 변종필

* 수전 손탁 저, 이재원 옮김 『타인의 고통』 이후, 2011, p.52.

 

Vol.20221002a | 이쥬展 / LEEJOO / photography

 

박찬원의 밤과 산, 사진전이 지난 823일부터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동물사진가 박찬원은 못 하는 게 없다.

사진가이자 수필가며 수채화가다. 모두 동물이 주제다.

동물을 찍어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찍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동물에 매달려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동물을 통해 생명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되새기고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것이다.

 

그는 40년 가까이 대기업 임원으로 일했다.

퇴임한 후 8년 전부터 사진을 했으나

오랫동안 마케팅 전문가로 일한 덕인지 사진 접근방식이 치밀하다.

하나의 관심 가는 주제가 정해지면 2년간 100번의 촬영을 진행하여

책과 전시를 만들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식이다.

 

그동안 말, 돼지, 소 등 가축을 주제로 열두 차례의 전시를 열었는데,

이번에 보여 준 소 사진은, 소의 초상과 일상을 보여 준 지난 전시와 달리

소의 형상을 통해 작가의 사유가 들어간 추상이다.

 

작업도 주로 야간에 진행했다는데,

어둠 속에서 드러난 역광의 선은 산이 되고 길이 되었다.

 소 등은 산 능선이 어우러진 산수도를 연상시킨다.

 

 젓소의 태반에 나타난 실핏줄은 마치 지구본 같았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지구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또 하나의 운명인 것이다.

지구본은 소우주(小宇宙)인 셈이다.

 

무엇보다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미지는 어둠 속에 비친 소의 눈동자다.

커다란 눈망울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슬퍼 보인다.

인간을 위해 죽도록 일만 하다 몸둥이 마저 인간의 먹이가 되어야 하는

소의 짓궂은 팔자가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박찬원의 밤과 산, 은 작가의 동물에 대한 깊은 사유의 결정체이자 소우주이다.

작가의 삶과 사진, 사유가 빛나는 전시다.”는 사진비평가 최연하의 말처럼

동물 사랑에 의한 교감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박찬원은 작가노트에 사진은 기다림이다라고 적고 있다.

빛을 기다린다’. ‘어둠을 기다린다’,

사건이 벌어지길 기다린다’. ‘생각이 솟아나길 기다린다’.

이런 일련의 기다림에서 만난 소는 행운이란다.

 

소를 만난 것이 행운이다. ()에서 길()을 찾는다.

()에서 사진을 찾는다. ()에서 나를 찾는다.

 

전시는 94일 까지다.


글 / 조문호

 

표면의 이면 Inverted Surfaces

한성필展/ HANSUNGPIL / 韓盛弼 / photography 

 

2022_0805 ▶ 2022_1023 / 월요일 휴관

 

한성필_Weight of Time 1_2014

 

초대일시 / 2022_0805_금요일_05:00pm

관람료 / 성인 5,000원 / 학생(중학생~대학원생) 4,000원우대 (만 65세 이상,어린이,장애인,국가유공자 포함) 3,0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 월요일 휴관

 

 

금호미술관

KUMHO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삼청로 18(사간동 78번지) 2,3층

Tel. +82.(0)2.720.5114

www.kumhomuseum.com

 

금호미술관은 2022년 8월 5일부터 10월 23일까지 사진작가 한성필의 초대전 『표면의 이면 Inverted Surfaces』을 개최한다. 한성필은 재현과 환영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 문명과 지구 환경에 이르는 폭넓은 주제를 작업에서 다룬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그동안 세계 각국을 다니며 촬영한 세 개의 연작과 영상 작업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건축물 복원 현장 앞에 설치된 이미지가 프린트 된 임시 가림막을 촬영하여 가상과 실제의 경계를 드러내면서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는 「Façade」 연작, 극지방인 북극해와 캐나다 로키 산맥 등의 모습을 촬영하여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자아내는 동시에 과잉 개발로 인해 빙하가 빠르게 녹아 내리는 기후 문제를 보여주는 「Polar Heir」 연작, 그리고 프랑스 소도시의 전원 풍경 한 가운데 원자력 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를 포착한 「Ground Cloud」 연작을 전시한다. 그의 작업은 눈 앞에 놓인 화면의 스펙터클과 장엄함의 이면에 존재하는 확장된 사유의 장으로 우리를 이끈다.

 

한성필_표면의 이면展_금호미술관 2층_2022
한성필_표면의 이면展_금호미술관 2층_2022

건물 외벽을 일컫는 '파사드(façade)'는 유럽에서 역사적 건축물이나 문화재 복원을 위한 공사현장의 차단막을 가리키기도 하며, 이는 공공미술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오래 전, 영국 런던에서 복원 공사 중이던 세인트 폴 대성당 앞에 성당의 기초 디자인이 그려진 대형 가림막이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본 작가는 그간 고민하던 이미지의 재현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하였다. 이를 계기로 세계 곳곳을 다니며 파사드와 건물의 벽화인 '트롱프뢰유(Trompe-l'oeil)'를 카메라에 담았다. ● 언뜻 사진 속 가림막의 이미지는 실제 건물의 모습처럼 보이며, 자연광과 가로등의 빛이 섞여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새벽의 하늘색은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작가를 대표하는 작업 중 하나인 「Façade」 연작은 낮과 밤, 현실과 판타지, 사진과 회화 등 상반되는 두 요소가 한 화면에 혼재해 나타나면서 개념과 개념 사이의 경계를 묘하게 흐리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한성필_표면의 이면展_금호미술관 3층_2022
한성필_표면의 이면展_금호미술관 3층_2022

「Ground Cloud」 연작은 작가가 2005년 프랑스 소도시의 고성 지대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할 당시 처음 촬영하였다. 사진들은 마치 구름이 피어 오르는 전원 마을을 담은 듯 하지만, 센 강과 루아르 강 인근 원자력 발전소에서 강물을 냉각하면서 발생한 수증기를 포착한 것이다. ● 목가적인 대지의 모습과 발전소에서 내뿜는 수증기가 만들어 낸 생경한 풍경은 대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환경 문제에 대한 고찰을 동시에 이끌어낸다. 작가는 에너지 개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나 찬반 논쟁을 벗어나 대립되는 것들의 낯선 공존을 차분히 드러내면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문명과 자연의 상태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활동 초기부터 작가가 관심 가져 온 지구 환경과 자원 개발에 대한 주제는 다른 작업들에서도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다.

 

한성필_표면의 이면展_금호미술관 3층_2022
한성필_표면의 이면展_금호미술관 3층_2022
한성필_표면의 이면展_금호미술관 3층_2022

작가가 최근까지 관심을 가지고 촬영한 극지방의 모습을 담은 「Polar Heir」 연작은 자연과 문명, 지구환경, 자원 개발과 같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수년 간의 리서치를 진행한 후 카메라 장비를 들고 극지방을 여행한 작가는 빠르게 녹아 내리는 빙하와 과거 산업 지역 등을 기록하였다.

 

전시 공간을 압도하는 대형 사진 작업들은 태고의 모습을 지닌 자연의 초월적인 모습인 동시에 수 세기 동안 이루어진 자원 개발의 역사와 자연 개척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작가는 대자연의 숭고함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환경 문제의 현실을 한 장면에 포착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을 느끼는 한편 인류가 지구환경에 미친 영향을 사유하도록 한다. ■ 금호미술관

 

Vol.20220805i | 한성필展/ HANSUNGPIL / 韓盛弼 / photography

탈 너머: 강릉관노가면극

구본창展 / KOOBOHNCHANG / 具本昌 / photography 

 

2022_0602 ▶ 2022_0904 / 월요일 휴관

 

구본창_탈 너머: 강릉관노가면극展_강릉시립미술관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강릉시립미술관 기획展

주최 / 강릉시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강릉시립미술관

GANGNEUNG MUSEUM OF ART

강원도 강릉시 화부산로40번길 46(교동 904-14번지) 제2전시실

Tel. +82.(0)33.640.4271

www.gn.go.kr/mu

 

 

강릉시립미술관 기획전시 『구본창 – 탈 너머: 강릉관노가면극』展은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도를 바꾼 사진작가 구본창의 「강릉관노가면극」 시리즈를 선보이는 전시다. 구본창은 독일 유학 후 1980년대 작업에서 사진 매체를 통해 조형성을 실험하며 예술의 표현방식을 확장하였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탈', '조선백자'와 같은 한국 고유의 소재를 특유의 회화적 기법으로 프레임 안에 담아내면서 세계적 작가로서 자리매김하였다.

 

구본창_강릉관노가면극 GNC 02 (양반광대, 소매각시)_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13×90cm_2002
구본창_강릉관노가면극 GN 13-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13×90cm_2002

구본창의 「탈」 시리즈는 강릉관노가면극을 비롯하여 가산오광대, 양주별산대놀이, 하회탈놀이, 봉산탈춤 등 조선 연희극의 가면을 중심 소재로 다룬 작업으로, 주로 2000년대 초반에 촬영한 사진이다. 구본창은 「강릉관노가면극」 작품으로 2003년 강원다큐멘터리 작가상을 수상하였으며, 해외에서도 크게 주목받았다. 이번 전시는 기존에 알려진 작품 외에도 미공개 작품 19점 가량을 최초로 선보이며 「강릉관노가면극」 작품을 대거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관노가면극은 강릉단오제의 연희극의 탈로서 한국 전통 가면극 중에서 유일하게 대사가 없는 무언극이다. 극의 등장인물인 양반광대와 소매각시, 시시딱딱이, 그리고 장자마리의 가면과 몸짓에는 많은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으며, 그만큼 이미지의 상징성이 강하다. 이러한 특징은 대상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구본창의 작업과 맞닿아 있다.

 

구본창_강릉관노가면극 GN 09 (장자마리)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13×90cm_2002
구본창_강릉관노가면극 GN 08 (시시딱딱이)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13×90cm_2003

구본창이 담아낸 강릉관노가면극의 장면은 본래의 극의 모습과는 다르다. 사진 속의 탈을 쓴 사람들은 그가 연출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 프레임은 관노가면극을 위해 작가가 깔아놓은 또 하나의 판인 셈이다. 탈의 이미지에 내재된 고뇌와 해학은 구본창 특유의 방식을 통해 드러난다. 그들은 어딘가 모르게 기괴하거나 어색하다. 특히 사진의 하단, 인물의 발 부분은 초점이 흐릿한데, 이 때문에 몸이 붕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그의 사진은 익숙한 소재를 낯설게 만들어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은 다른 조형예술과 달리 사람이 발 딛은 현실에서 출발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역으로 초현실적 감각을 담아내기에 가장 효과적이기도 하다. 그는 사진 매체의 역설적인 속성을 활용하여 탈이라는 소재 너머의 정신성에 주목한 것이다.

 

구본창_강릉관노가면극 GNC 13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9×58cm_2003
구본창_강릉관노가면극 GN 1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13×90cm_2003

또한 그의 「탈」 시리즈는 주로 흑백으로 인화된다. 이러한 형식은 소재를 기록하는 것이 아닌 내면세계를 투사하기 위함이다. 탈은 얼굴을 가리고 개인의 정체를 숨기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사회집단의 성향, 공동의 정신세계를 드러낸다. 따라서 탈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무의식과 욕망에 대한 상징이다. 구본창은 탈이라는 문화의 근원적인 형태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 것이다.

 

구본창_탈 너머: 강릉관노가면극展_강릉시립미술관_2022
구본창_탈 너머: 강릉관노가면극展_강릉시립미술관_2022
구본창_탈 너머: 강릉관노가면극展_강릉시립미술관_2022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탈에 가려진 얼굴이 공개된다. '강릉관노가면'뿐 아니라 다른 '탈' 연작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그들은 당시 강릉관노가면극 보존회(現 강릉단오제 보존회 산하)의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다. 구본창은 탈을 쓰는 사람을 일종의 박제품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존재로서 바라보았다. 감춰져 있었던 그들의 민낯은 탈의 본연의 기능을 강조하며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일깨운다. 또한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지켜온 수많은 사람들과 그로 인한 유구한 역사를 상기시킨다.

 

오래된 것, 사라지는 것, 또는 감춰진 것에 대한 애틋한 시선은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다. 대상의 어떤 불완전한 속성은 그의 사진을 통해 영속성을 부여받고 온전한 지위를 갖게 된다. 한국 전통문화 유산의 미적 가치를 새로이 담아내고, 강릉의 지역성 및 역사성을 재해석한 구본창의 작품 「강릉관노가면극」은 한국 사진사의 업적이자, 강릉의 또 하나의 기념비로 남을 것이다. ■ 임은우

 

 

Vol.20220605e | 구본창展 / KOOBOHNCHANG / 具本昌 / photography

 

굴뚝에 관한 보고서-산업유산 풍경

김인재展 / KIMINJAE / 金仁在 / photography 

 

2022_0712 ▶ 2022_0721

 

김인재_조선내화 벽돌공장_피그먼트 프린트_60×80cm_202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일,공휴일_11:00am~06:00pm

 

 

갤러리 브레송

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퇴계로 163(충무로2가 52-6번지) 고려빌딩 B1

Tel. +82.(0)2.2269.2613

gallerybresson.com

 

김인재, 〈굴뚝에 관한 보고서〉 ● 사진을 찍는다는 일은 보는 일이고, 보는 일은 바라봄과 해석함이 연속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를 사진가 김인재는 작가 노트를 통해 상상이 현실을 창조한다는 것이라 말한다. 그가 지난 2년간 바라보는 대상으로 삼은 건 '근대산업문화유산'이다. 그는 '굴뚝'으로 상징되는 근대의 유산을 바라보았고, 그것을 자신의 상상으로 해석하여, 어떤 현실을 창조하려 한다. 굴뚝으로 상징된 그 흘러간 시간의 오브제를 바라보는 일이란, 누구나 보는 어떤 분명한 객관성을 가지지 않는다. 관(官)이나 학문의 언어는 그것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일반화시키지만, 사진가는 그런 획일의 언어로 규정하려 하지 않는다. '산업유산(industrial heritage)'이라는 용어로 치환하여 사진으로 재현하는 것은 그 언어가 담는 품이 너무 좁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관이나 학문의 언어가 담지 못하는 어떤 상상의 세계를 사진가가 끄집어내고 독자가 그것을 자신 개인만의 기억과 이야기로 창조하였으면 하는 것이다.

 

김인재_조선내화 벽돌공장_피그먼트 프린트_60×80cm_2021

어떤 장소와 거기에 있는 오브제가 산업유산이라고 규정하고 전하고자 하는 일은 기록 차원의 일이다. 그 기록을 영상(image)로 남기려면 아무래도 동영상이 더 효율적이다. 그러면 당신은 왜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가? 굳이 맥락이 소거되고, 상황이 은닉되고, 어떤 부분을 배제하면서 네모난 박스 안에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규격화하는 사진 행위를 한다면, 당신은 이미 기록을 넘어 해석의 세계로 들어가 있다고 본다. 이 대목에서 사진가 김인재는 매우 적극적인 해석의 지평 안으로 들어간다. 대상을 과학과 객관으로 범주화하여 그 안에서 어떤 분류와 분석이라는 과학의 일에 머무르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분류를 넘어 섞임의 세계를, 보이는 외형을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분석을 넘어 해석을 향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굴뚝과 공장이 있지만, 그것들과 함께 낡고 손때 묻은 기계, 막힌 벽, 깨진 유리창 그리고 사용자와 노동자를 옭아맨 '태극기' 액자가 있다. 사람은 세월의 무게 바깥으로 다 사라져, 카메라로는 담아내지 못하였지만, 그가 담은 그 부재 안에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래서 김인재의 '굴뚝에 관한 보고서'는 기록을 넘어, 소재주의를 넘어, 기억으로 쓰는 사라져 버린 사람들의 역사를 재구성한 것이다.

 

김인재_장항제련소_피그먼트 프린트_40×50cm_2020
김인재_장항제련소_피그먼트 프린트_40×50cm_2020

카메라라는 기계로 대상을 재현하는 일이 기록을 넘어, 해석으로 가는 것은 그 대상이라는 것 자체가 입체적이고 맥락적인데, 그것을 한 평면의 이미지로 고착화해 버리는 무모함을 거부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대상이라는 것은 인간의 어떤 시공간에서 행위 하는 속에 존재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그것이 품는 매우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의미들이 켜켜이 쌓이는 것인데, 그래서 애매모호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막상 이미지로 드러나는 것은, '굴뚝'으로 대표한 지표뿐이다. 그래서 그 단순화한 지표는 그것을 둘러싸고 벌인 사람들의 여러 행위와 그 행위 속에서 드러나거나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사진가 김인재는 바로 이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그래서 그것을 상상 속으로 연결하고, 그것을 뭔가를 창조하는 일로 연결하고자 한다. 이는 사진가가 벗어날 수 없는 커뮤니케이션의 세계다. 메타(meta)로서의 커뮤니케이션 말이다. 뭔가 분화되지 않는, 규정할 수 없고, 정돈할 수 없는 원초적 세계다.

 

김인재_전남일신방직_피그먼트 프린트_80×60cm_2021
김인재_전남일신방직_피그먼트 프린트_40×50cm_2021

대상이란 그 본질이 무엇이든지, 대상을 대하는 사람 앞에 나타날 때는 그 대상이 눔에 의해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 대상이 자신의 과거를 공유하는 시간의 축적물이면, 기억의 서사와 흘러가 버린 시간의 슬픔을 자아낼 것이고, 자신이 믿는 어떤 신격체의 상(像)이라면 존귀와 숭례(崇禮)의 현현(顯現)으로 다가서게 할 것이고, 그래서 초월의 소통을 이루게 할 것이며, 그 대상이 자신과 별다른 관계를 갖지 못하는 존재라면, 그저 그렇게 그냥 무의미하게 지나쳐버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진가 김인재가 재현하는 저 '굴뚝'으로 표지되는 저 시공 속의 피사체는 무슨 의미로 나타내졌는가? 우선, 사진가에 의해 마치 어떤 행위자인 것처럼 위치하게 되고, 그것을 관찰하는 우리는 그 사진가에 의해 관중의 위치에 서게 된다. 그렇다면, 카메라라는 기계로 우리 각자의 흘러간 기억을 어떤 형태로 박제하여 각 개인 앞에 내놓는 사진가는 기억의 슬픔을 끄집어내는 영매(靈媒)가 된다. 사진가는 무의미하듯 가만히 존재하는 피사체에게 어떤 의미의 옷을 입혀 그 상(像)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새로운 차원의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가 되는 것이다.

 

김인재_오산 계성제지_피그먼트 프린트_40×50cm_2021
김인재_오산 계성제지_피그먼트 프린트_40×50cm_2021

당신은 사진가 김인재가 재현하여 제시하는 저 '굴뚝'들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무엇을 보는가? 이제 당신이 사진가의 '보고서'에 화답할 일이다. 당신의 화답은 그의 사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당신이 찾는 시간과 우주에 관한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이것이 사진가와 독자가 소통하는 일이다. 좋은 사진을 만드는 것은 사진가에게만 달린 게 아니고, 독자에게도 달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이 사진의 세계다. ■ 이광수

 

Vol.20220712d | 김인재展 / KIMINJAE / 金仁在 / photography

BLUR

 

엄효용展 / UMHYOYONG / 嚴孝鎔 / photography 

2022_0330 ▶ 2022_0419 / 월요일 휴관

 

엄효용_coin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20×90cm_201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아트비프로젝트

art B project

서울 종로구 삼청로 82 3층

Tel. +82.0507.1358.3076

www.artbproject.com

 

엄효용 작가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쏟아지는 비도 보슬비가 되고 존재감 없는 나무도 어느새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의 렌즈안에서는 어떠한 대상도 느리게 관찰된다. 작가가 관찰한 대상의 순간들은 우리로 하여금 시간을 느끼게 하고, 흐릿했던 대상들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간을 느리게 쓰는 작가의 세상은 우리에게 어떤 새로움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엄효용_grapefruit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80×60cm_2010
엄효용_inside and outside #1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00×75cm_2011
엄효용_inside and outside #4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00×75cm_2011

이번 전시는 시간을 천천히 쓰는 작가 엄효용이 보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관람객들은 엄효용의 눈을 통해 일상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고 일상에 묻혀서 안보이는 것들을 찾게 되거나 평범한 순간들이 다르게 보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진 전시이다.

 

엄효용_무심서로 벚나무 봄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48×36cm_2020
엄효용_문지리 535 아레카 야자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45×60cm_2022
엄효용_벽초지 수목원 스카이 로켓 향나무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45×60cm_2022
엄효용_봉강가술로 메타세쿼이어 가을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48×36cm_2020

나는 엄효용작가의 개인전 BLUR를 통해 작가의 관찰 방식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자 전시 제목부터 전시가이드를 제시하였다. 작가의 프레임 안에 일상은 반복적인 관찰을 통해 나온 중첩된 이미지이다. 그리하여 중첩은 시간을 표현하고 반복적인 이미지들은 시간을 포함한 하나의 대상이 되었다. 관람객들의 반복된 일상의 흐릿함을 엄효용 작가의 사진에서 또렷한 일상으로 찾을 수 있다.

 

엄효용_양재대로 은행나무 여름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20×90cm_2020
엄효용_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에메랄드 그린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45×60cm_2022
엄효용_잠원고수부지 느릅나무 여름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20×90cm_2018
엄효용_포레스트 아웃팅스 아레카 야자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45×60cm_2022

관람객은 작가의 중첩된 이미지를 통해 시간을 느끼고 흐릿한 이미지가 우리의 시선을 머물게 하여 더 자세히 보게 하는 작가의 의도를 통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천천히 감상해보자. 우리의 흐릿함을 작가의 또렷한 관찰로, 작가의 흐릿함을 우리의 또렷한 관찰로 작가와 소통하기를 바란다. ■ 강설아

 

 

Vol.20220330e | 엄효용展 / UMHYOYONG / 嚴孝鎔 / photography

I Saw You

 

조성현展 / JOESUNGHYUN / 趙星現 / photography 

2022_0310 ▶ 2022_0330 / 일,월,공휴일 휴관

 

조성현_I Saw You, Berlin#05_180×150cm_2019

초대일시 / 2022_0310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KP 갤러리

Korea Photographers Gallery

서울 용산구 소월로2나길 12(후암동 435-1번지) B1

Tel. +82.(0)2.706.6751

www.kpgallery.co.kr

 

Korea Photographers Gallery 에서 2022년 3월 10일부터 3월 30일까지 'I Saw You' 조성현사진전을 개최한다. 조성현은 패션사진가이자 자신만의 색깔과 세계를 바라보는 눈으로 주목받는 밀레니얼 사진작가이다. 그가 낯선 세계에 대한 경험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한다.

 

조성현_I Saw You, Iceland#01_180×150cm_2018

조성현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거침이 없다.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모든 것에 솔직하다. 사실 이런 그의 성향은 자신의 이야기를 오픈하는 것에 소극적인 기성세대에게는 부러움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낯선 세계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났다. 즉흥적이고 현실도피로 보일 수도 있는 일탈, 하지만 조성현은 스스로 혼자이기를 원했고 본인이 선택한 고립을 통해 자신의 깊은 곳을 바라보고 그에게 필요한 삶의 호흡을 다시 찾으려 하였다. 때문에 'I Saw You' 전시는 낯선 여행길에서 찾으려 했던 것에 대한 조성현의 독백이자 사진들은 독백을 통해 발견된 결과물이다. 그는 마치 자신의 고유한 이름을 확인하듯 여행을 통해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감각과 인식의 눈을 다시 오픈 하고 세계를 마주하며 경험한 것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하였다.

 

조성현_I Saw You, Iceland#17_180×150cm_2018

나를 발견한다는 것은 '존재하는 나' 와 '존재하기 위한 나' 사이에 있는 간극을 좁히는 일이다. 여행이 지친 마음과 몸을 추스르고 현실에서 잊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하듯이 KP 갤러리는 'I Saw You' 전시를 통해 어쩌면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 KP 갤러리

 

조성현_I Saw You, London#01_120×100cm_2018

2018년, 사랑하는 사람과 내게 소중한 것들을 뒤로한 채 런던으로 훌쩍 떠났다. 나는 '홀로 있음'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야만 온전히 나와 내 눈앞에 마주하는 순간들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실에서의 나의 삶은 가슴 한켠에 존재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공허함을 채우기에 부족하였다. '홀로 걷는 낯선 세계로의 여행',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이것이 ' I Saw You' 작업의 시작이었다.

 

조성현_I Saw You, Iceland#05_180×150cm_2018
조성현_I Saw You, Iceland#18_150×180cm_2018
조성현_I Saw You, London#09_120×100cm_2018
조성현_I Saw You, London#02_50×60cm_2018

여행은 온전히 혼자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고 현실의 삶에서 무뎌진 나의 감각을 깨우는 촉매제의 역할을 해 주었다. 나의 눈이 열리고 한숨 한숨의 호홉을 느끼고 세계에 존재하는 나를 느끼게 한다. 나는 주변 공기의 온도를 느끼며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내가 세상에서 마주한 작은 순간 순간들이 가슴 한켠에서 요동을 친다. 때로는 외로움으로 , 때로는 그리움으로 , 때로는 사랑으로. ● 사진 안의 피사체가, 공기가, 작은 빛 한 줌이 각각의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 조성현

 

Vol.20220310e | 조성현展 / JOESUNGHYUN / 趙星現 / photography

푸른 잎사귀 Bright Leaf 明葉

 

한문순展 / HANMOONSOON / 韓文順 / photography 

2022_0217 ▶ 2022_0226

 

한문순_Go round_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16/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공휴일_11:00am~06:00pm

 

 

갤러리 브레송

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퇴계로 163(충무로2가 52-6번지) 고려빌딩 B1

Tel. +82.(0)2.2269.2613

gallerybresson.com

 

 

체르노빌(Чернобыль)은 '검은 잎사귀'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현재 우리는 이 단어를 '검은 잎사귀'라는 뜻을 가진 외국어로 생각하지 않고, 핵재앙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한다.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지역의 핵발전소 폭발사고의 여파 때문이다.

 

 

한문순_Hallway_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16/2022

2차 세계대전 이후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Atoms for Peace) 덕분에 원자력 발전은 전기 에너지를 값싸게 무한정 공급해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우라늄 1kg이 석유 200만 리터 또는 석탄 3000톤의 에너지와 필적하는 원자력은 인류가 역사상 지금까지 보유한 에너지원 중에서 최고의 출력을 갖고 있어, 고질적 인류 문제의 하나인 에너지 부족 현상을 완전히 해결해줄 수 있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키예프 북쪽에 위치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제4호기 원자로가 폭발하면서, 인류는 최초로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최고 등급인 7단계 방사능 누출을 경험하게 됐다.

 

한문순_Window_피그먼트 프린트_91×61cm_2016/2022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건으로 인해 현재의 인간 기술력은 아직 원자력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질 못했음이 민낯으로 드러났고, 인류는 스스로 과학에 대한 맹목적 맹신에 빠졌음을 깨닫고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인간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체르노빌 지역을 도망치듯 쫓겨나왔고 발전소 일대 지역은 방사능 오염 구역으로 봉인되었다.

 

한문순_Classroom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16/2022
한문순_Court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16/2022

세슘 방사능 반감기인 30년이 지나고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 체르노빌 지역은 여전히 자기 이름만큼이나 검고 우울한 모습을 갖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였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달리 인간이 만든 각종 구조물만이 검고 우울한 모습을 띠고 있을 뿐, 체르노빌 지역은 이미 자생하는 식물에 의해 복원과 치유가 진행 중에 있었다. 더 이상 검은 잎사귀로 뒤덮인 지역이 아닌 오히려 밝고 선명한 생명의 색깔을 띠고 있었다.

 

한문순_Pool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16/2022

인간의 죄악을 씻어 내고, 더 이상 인간의 해악이 범접할 생각이 들지 못하게끔 당당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그곳은 벌써 소도(蘇塗)와 같은 성지이자 마룬(Maroon)과 같은 자유구임이 선언됐던 것이다. 이런 점은 이 지역 일대의 곰, 늑대, 사슴, 순록 등 많은 종류의 야생 동물의 수가 사고 이전보다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방사능이 야생동물에 좋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라, 인간이야 말로 야생 동물들 입장에서는 방사능 물질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바로 죽을 정도의 방사선 수치가 아니라면 차라리 체르노빌이 다른 곳보다 훨씬 안전한 장소임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문순_Ride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16/2022

인류에게 인식의 대상보다는 소유의 존재로 여겨졌던 식물. 그런 식물의 위대함이 파괴된 자연을 훌륭하게 치유함으로써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그리고 식물의 위대함이 아이러니하게도 인류 최악의 범죄 현장에서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흔적을 남긴다. ■ 한문순

 

한문순_Hotel_피그먼트 프린트_61×91cm_2016/2022

Chernobyl is a word that means "black leaf." Currently, we don't think of this word as a foreign language meaning "black leaf," but use it as a word meaning nuclear disaster. This is due to the aftermath of the nuclear power plant explosion in the Chernobyl region in 1986. ● Nuclear power was considered to be capable of completely solving the energy shortage, one of the chronic human problems, as it had the best output ever in history. However, on April 26, 1986, the Chernobyl Nuclear Power Plant No. 4 reactor, located in the north of Kiev, Ukraine, exploded, and mankind experienced the highest grade of the International Nuclear Event Scale (INES). The Chernobyl nuclear explosion revealed bare face that the current technology was not yet fully capable of controlling nuclear power, and it served as important to realize and reflect on mankind's blind faith in science. ● Eventually, humans were chased out of Chernobyl area contaminated with radioactivity, and the area around the power plant was sealed as a radioactive contamination area. When I visited the accident site 30 years after the half-life of cesium radioactivity, I expected that the Chernobyl area would still be as black and gloomy as its name. However, contrary to my expectations, only various human-made structures were black and gloomy, and the Chernobyl area was already undergoing restoration and healing by native plants. It was no longer an area covered with black leaves, but rather a sacred place with a bright and vivid color of life. ● It was confident enough to wash away human sins and no longer allow human harm to come across. It has already been declared a sacred place like Sodo and a free slave zone like Maroon. Plants were considered possessions rather than objects of recognition to mankind. However, the greatness of such trivial plants is revealed by healing of the destroyed nature. ● To remember the ironic situation in which the greatness of plants is revealed in the worst crime scene of mankind, I leave a trace with pictures. ■ Han moon soon

 

Vol.20220217b | 한문순展 / HANMOONSOON / 韓文順 /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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