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의 길 아닌 길, 벽치기 길이 흐르는 세월따라 인사동 명물이 되어버렸다.

안국역 6번 출구에서 나오면 ‘관훈주차장’과 ‘경찰 방범대’ 건물 사이로 개구멍 같은

샛길이 나 있는데, 주차장 땅 주인과 가게 주인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길이다.

최소한 50cm만 양보해도 장애인 휠체어 정도는 통과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 샛길을 통과하려면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을 확인하고 진입해야 한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밤만 되면 취객들의 방뇨로 악취가 진동하는 지저분한 길이었다.

이젠 그 길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기다리고 선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다.

‘종로구청’에서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다.

어쩌면 길을 넓히는 일은 요원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벽치기란 이름은 십여 년 전 인사동 술꾼들에 의해 불려지기 시작했다.

벽치기 하면 언뜻 성행위를 떠 올리지만,

샛길을 지나치는 행인들이 벽을 쳐 담을 허물어버리자는 뜻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허물어지기는 커녕 유명세까지 더해졌다

 

인사동에 대형건물이 여럿 들어서고, 점포는 물론 거리 풍경까지 바뀌었지만,

유일하게 그 벽치기 골목만 변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개구멍 같은 그 샛길에 위안받는 지도 모른다.

아무튼, 흉물이 명물로 바뀐 것이다.

 

그 샛길은 인사동16길과 연결되는데, ‘유목민’을 비롯하여 ‘푸른별 이야기’,

‘누룩나무’, '홍어가 막걸리를 만났을때', ‘스토그’, '시골밥상', ‘산골물',

'우리선희', '사랑채', '다미’, '백화'등의 다양한 식당과 대폿집들이 있다.

찻집으로는 '유담'이 있고, 전시장은 ‘보고사’, 모텔은 ‘PEARL’이 자리 잡은 지름길이다.

 

왜 술꾼들을 외딴 골목의 꾀죄죄한 술집들을 좋아할까?

고향의 어머니 품 같은 포근함을 그곳에서 찾는 것은 아닐까?

 

인사동 주막에서 아련한 그리움을 술잔에 녹여보자.

 

사진,글 / 조문호

 




사람 잡는 더위는 인사동도 예외가 아니다.
피서 철이 되면 인사동을 찾는 사람이나 전시가 줄기는 하지만, 이러지는 않았다.





지난 31일 ‘서울아트가이드’ 8월호 구하러 인사동에 잠시 들렸는데,
한 낯의 인사동은 또 다른 낯 선 풍경이었다.
그 많던 사람은 다 어디 갔는지, 가보지도 못한 평양거리처럼 한산했다.
어쩔 수 없어 찿은 몇몇의 관광객이 손풍기나 부채를 휘 저어며 헉헉거릴 뿐이다.






대개의 전시장은 작품을 교체하고 있었으나, 빈 전시장이 더 많았다.
갈 때마다 시끌벅적한 벽치기 골목도 대부분 문이 걸려 있었다.
골목은 바람 한 점 없는데다, 지열까지 이글거리니 앉을 엄두도 못 낸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에어콘 없이 살 수가 없다.
에어콘 없는 동자동에선 매일같이 전쟁을 치룬다. 오늘도 무사히 보내기를 바라며...
어떤 사람은 할 일 없이 인천공항까지 갔다 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행색이 남루한 노숙자는 그마져 할 수 없어 술로 더위를 잊고 쓰러져 잔다.






더위야! 그만 끝내다오. 이러다 다 죽겠다.

사진, 글 / 조문호













80년대 인사동은 많은 예술가들을 품어 준 어머니의 자궁 같은 동네였다.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인사동이 있었기에 위안 받을 수 있었다.
골목골목 먹 냄새와 술 냄새가 함께 익었다.






구멍 뚫린 주머니지만, 대포 한 잔으로 천하를 얻은 듯 깔깔거렸다.
무엇보다도 인정이 살아 동네가 훈훈했다.
이제 그러한 풍류는 오간데 없고, 추억마저 희미해진다.
돈 맛에 사람도 동네도 다 맛이 가버렸다.






다들 고무신 거꾸로 신은 인사동이 보기싫어 잘 나오지도 않는다.
아는 분들의 전시와 모임에나 나와 벽치기 골목 주막에서 술판을 벌일 뿐이다.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보고 한 장이라도 더 찍고 싶어,
매주 셋째 수요일마다 만나자고 나발 불지만,
지인들 전시 없으면, 몇 사람 모이지도 않는다.






지난 5일은 조준영시인이 연락한 모임이 있어 인사동에 나갔다.
그런데, 안국역 6번 출구에서 벽치기 골목으로 들어가려니
관훈주차장 벽을 등지고 장사하는 노점상이 하나도 없었다.
노점상을 할 수 없다는 ‘덕성학원재단’의 공고만 드문드문 붙어있었다.





공사장처럼 판넬을 쳐 놓는 것보다, 사람들이 웅성이는 것이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
주차장 영업은 물론, 행인들의 통행에도 별 지장 주지 않는다.
마치, 여기는 내 땅이라고 유세하는 것 같았다.






이 뿐이 아니다. 인사동 낭만의 마지막 보루인 벽치기 골목도 마찬가지다.
뚱보는 들어 갈 수도 없는 개구멍 같은 골목인데,
주차장 부지를 50cm만 당겨주면 좋으련만, 손톱도 들어가지 않는다.
최소한 아픈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휠체어 정도는 통과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골목으로 진입하면 인사동 16길과 연결되는데,
푸른별 이야기, 유목민, ‘유담’커피숍, 유진식당, 갤러리 ‘보고사’, 사랑채,
‘PEARL HOTEL’ 등의 업소를 가는 지름길이기도 해 통행량도 제법 많다.






그 길을 통과 하려면 누가 들어오는지 망부터 보아야 한다.
오죽하면, 그 골목 이름을 벽치기 골목이라 불렀겠는가?
벽에서 떡치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벽을 쳐,

담이 무너졌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없는 사람 돈 좀 벌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다니는게, 그렇게 배가 아플까?
덕성의 교훈이 ‘사랑’으로 알고 있는데, 사랑은 무슨 시나락 까먹는 소리더냐?

사람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돈 만드는 교육이더냐?






제발 돈만 생각하지 말고 사람 좀 생각하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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