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인사동 터줏대감들이 총 출동하셨다.
‘엉겅퀴 꽃’의 민영시인과 ‘한국의 아이들‘을 쓴 황명걸시인,
인사동을 노래하는 강민 시인, 문학평론가에서 서화가로 발 넓힌 구중서선생,
조선의 3대 구라 중 한 분으로 꼽히는 방배추(방동규)선생 등
인사동을 주름잡던 터줏대감들이 여럿 나오신 것이다.






암으로 투병중인 신경림시인께서 나오지 못했지만,
원로 다섯 분을 한자리에서 만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들 양평이나 용인 등 멀리 계시기도 하지만, 이제 연세가 많아 예전 같지 않으시다. 
열 몇살이나 작은 나도 빌빌거리는데, 다들 지팡이에 의지하며 힘들게 사신다.
이젠 작정하여 모시지 않으면, 한자리 모시기 힘들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밖에 없다는데, 친구들 끼리 한데 뭉쳐 살수는 없을까?
별로 나눌 말씀이야 없겠지만, 얼굴만 보고 있어도 추억이 줄줄 하니 행복하지 않겠는가?
이제, 인사동 터줏대감을 모시는 경로잔치라도 자주 열었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창예헌“이란 모임에서 모셨으나, 그마저 풍비박살 나 자주 뵐 수 없게 되었다.






이번 모임은 지난달, 영주의 신동여화백 왔을 때 갑작스레 결정된 일이다.
그 날 ‘유목민’ 술자리에서 우연히 구중서 선생을 만난 것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김명성, 조준영시인이 한 번 모시자고 제안한 것이다.
29일로 정한 것은 조준영교수의 수업 없는 날로 택한 것이다.






그것도 양평 계시는 황명걸선생을 모셔오기 위해
조준영시인이 차로 모셔 와서는 끝난 후 다시 모셔 드리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조준영시인은 차 때문에 반가운 자리에서 술 한 잔 못 마시는 징역을 살아야 하지 않는가?
저만한 제자 둔 황명걸 선생은 진짜 복 많은 분이시다. 요즘 그런 제자 없다.






29일 정오 무렵 ‘유목민’에서 오찬회를 갖기로 했으나, 갑자기 ‘툇마루’로 자리가 바뀌어 버렸다.
전활철씨는 시장까지 보아두었는데, 친구 힘들까 바 김명성씨가 바꾼 것 같았다.
그래서 ‘유목민’에서 만나 '툇마루'로 옮겨 간 것이다.
된장비빔밥과 북어찜으로 막걸리를 마셨는데, 전활철씨는 꼬불쳐 둔 중국술 한 병을 내놓았다.






그 날 마주앉은 방동규선생께서 여러 가지 충고 말씀도 주셨다.
“네가 쪽방에 들어가므로 결국 쪽방 하나가 더 늘어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노숙자 탓도 하셨다.
방선생께서는 돈을 벌기 위해 박킹 끼우는 일을 받아 하신다고 했다.

한 개 끼우는데 3원씩이니 만개를 끼워야 삼 만원 벌지만, 손톱이 달도록 일하신다는 것이다.





맞는 말씀이지만, 노숙자들도 여러 계층이 있다.
질병이나 신체장애로 일 못하는 노숙자도 있지만, 대개가 알콜 중독자들이다.

그러니 늘 술에 취해 있는데, 스스로의 통제력을 잃은 상태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나도 서서히 노숙자에 동화되어 간가는 점이다.
그들을 알기 위해 어울리다보니, 이제 주객이 전도된 듯하다.
그래서 지금은 노숙자들과의 술자리를 가능한 줄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뜻밖의 중국술에 이게 왠 떡이냐며 두 잔 받아 마셨는데, 슬슬 오르기 시작했다.
오후3시부터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김경린시인 학술심포지움 사진 찍어야 하는데, 걱정스러웠다.

술 취해 찍는 취사야 몸에 베였지만, 점잖은 분들 계시는데, 쫄랑대면 남사스럽지 않겠는가?






다들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냉커피 한 잔 얻어 마시고 일어서야 했다.
뒤늦게 페북에 올라 온 사진을 보니, 김상현씨와 전활철씨가 노래를 불러가며
흥겨운 판을 만들었는데, 나만 놀지 못해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이 날 모신 다섯 선생님 외에도 많은 후배들이 나왔다.
처음 말 꺼낸 김명성, 조준영, 김상현. 전활철씨 외에도
박인식씨를 비롯하여 정영신, 장경호, 고중록, 이상훈, 김영국씨가 어떻게 알았는지 줄줄이 찾아왔다.
우짜든, 김명성씨가 잘 풀려야 이런 자리라도 자주 만들어질텐데...


부디, 선생님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십시요.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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