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노숙인, 길에서 살다’ 책 몇권을 배낭에 넣어 나갔다.

아직 못 챙겨 준 사람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갑자기 날씨가 싸늘해 그런지, 공원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어떤 전도사는 몸이 편치 않은 이에게 축도를 올렸고,

몇몇은 모여앉아 잡담을 나누었다.

 

공원에 책 줄 사람은 남기씨 뿐이었다.

일부는 쪽방으로 찾아가 전해주었고, 서울역에선 지은이밖에 주지 못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 같지 않았다.

농담도 하지 않고 뭔가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책 날개에 적힌 약력 때문일까?

작업하러 쪽방에 들어 왔다고 생각했는지 친밀감을 보이지 않았다.

그걸 염려해 여태껏 언론사 인터뷰 요청도 거절하지 않았던가.

 

사실 빈민들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려면 책만 낼 것이 아니라

널리 알리기 위해 언론 도움도 받아야 했다.

 

그나저나 앞으로 편한 관계로 지내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걱정되었다.

그뿐 아니라 쓸쓸한 가을 날씨마저 우울하게 만들었다.

계절을 타는지 만사가 귀찮고 돌아다니기도 싫었다.

 

혼술은 청승맞아 정동지에게 전화 걸어 술 한잔 사 달라 했다.

둘이서 술 마시며 이런저런 하소연으로 시름 달랬다.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 새겼던 말도 곱씹었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항상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현실을 인식시켜 세상을 바로잡는 데 기여해야 한다.”

 

얼마나 계도에 보탬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정말 힘들고 어렵다.

소주잔에 모든 시름과 가을까지 담아 마셔버렸다.

 

사진, 글 / 조문호

 

 

 

2021.10.5

보름 동안의 전쟁이 마무리되었다.

연이은 술 폭탄에도 살아남은 걸 보니 목숨이 질기긴 질기다.

전시를 축하해 주고 격려해 주신 많은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정영신씨 전시에 빌붙어 나팔 분 일이 힘은 들었지만 보람은 있었다.

언제 그분들을 다시 만나 회포를 풀 수 있겠는가?

반가운 분들과 지난날을 돌이켜 본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몸이 마음 같지 않았다.

술에 절어 뵙지 못한 분도 많았고, 매일 올리던 일기도 쓰지 못했다.

카메라에 남은 이미지를 살피며 며칠간의 기억을 더듬었는데,

어떤 분은 성함이 기억나지 않아 블로그를 뒤지기도 하고

어떤 분은 취중의 실수가 생각나 쩔쩔매기도 했다.

모든 실수를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지난 31일은 좀 늦게 나갔더니,

태국에서 온 고영준씨가 다녀가며 축의금을 맡겨 두었더라.

전화번호를 몰라 연락을 하지 못했는데, 무슨 급한 일이 있었을까?

그날은 노인자, 이대훈씨 내외를 비롯하여 추대희, 김지영, 송춘애, 손민광,

송주원, 이동환, 김미란, 이경지, 유근오씨 등 많은 분이 다녀갔지만,

술자리에 퍼져 앉아 사진을 못 남긴 분이 많았다.

 

그런데, 술자리에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노숙인에 대한 편견이었다.

일하기 싫어하는 불량한 사람으로 구제할 수 없다는 편견 말이다.

물론, 일하는 것보다 술 마시는 것을 더 좋아하고 더러 나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질고 착한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 지병이 있어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이다.

엄밀히 말해 알콜 중독자도 환자에 다름아니다.

병원에 강제수용하더라도 병부터 고쳐주고 일을 하게 하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은 기초생활수급 혜택도 주어야 한다.

 

그들은 돈이 좌우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패배자일 뿐이다.

부도덕한 몇몇 노숙인 때문에 선한 사람들까지 함께 몰 수는 없는 것이다.

악한 것으로 친다면 권력 가진 정치인이나 재벌에 비길 수 있겠나?

 

그다음 날인 10월 2일은 일찍부터 함평 출신의 사진가들이 모였다.

정영신, 이 민, 김기수, 박상문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좀 있으니 관악주민 사진반을 지도하는 양시영씨와 김진옥 반이정, 전영순씨가 오셨다.

몇 가지 사진에 관한 질문에 답 했는데, 흡족한 답을 하지 못한것 같다.

 

‘눈빛출판사’ 이규상씨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전시팀장 전영주씨와 오셨더라.

돈의문에서 정영신씨 ‘한국의 장터’ 전시를 제안해 와 다음 달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뒤이어 박흥순씨가 산에서 주웠다는 밤을 삶아 와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정복수, 나떠구, 박영선, 류국헌, 박종규, 최유진, 김혜련씨도 오셨다.

 

오후에는 20여 년 만에 반가운 분을 만났다.

‘삼성카메라클럽’이라는 조직에서 일할 때 함께 했던 신상덕씨였다.

최근 페친으로 연결되어 찾아왔는데, 처음엔 마스크를 쓰고 있어 몰라보았다.

지난 이야기에 모처럼 웃음꽃을 피웠다.

 

밤늦게는 정복수, 박건씨와 술을 마시다 우이동 박건씨 집으로 쳐들어갔다.

 

덕분에 혼자 살아가는 공산품 예술공장도 볼 수 있었고.

사랑한 어머니를 비롯한 살아 온 지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지난 개천절에는 인사동에서 성조기를 흔드는 정신 나간 놈도 있었다.

 

‘나무화랑’에는 정영신씨와 동향인 심재상, 김문수씨를 비롯하여

김준권, 이태호, 김곤선, 양정애, 오현주, 김순남,

김일하, 김밝은씨 등 많은 분이 찾아주셨다.

 

‘유목민’에는 지리산에 들어간 임헌갑씨가 찾아왔다.

 

전시 기획자인 김곤선씨가 첫 술자리를 만들어 주었으나, 카메라가 사라져버렸다.

한동안 사진을 찍지 못해 안절부절했으나, 차 안에 두고 찾은 것이다.

김곤선씨로 부터 정암사 전시프로젝트에 관한 근황을 들었다.

 

안해룡씨를 비롯하여 유병용, 박찬호, 임동은, 이휘경,

안지현, 김문기씨 등 반가운 손님이 줄줄이 찾아왔다.

 

페북에서만 보아 온 소녀 같은 임동은씨 부인의 실제 모습도 보았다.

보기드문 잉꼬부부였다.

 

어둠이 몰리기 시작하니 장경호, 노광래, 헨리윤, 배성일, 우문명,

최석태, 황경애, 현기영, 이미례, 신상철 씨 등 많은 분이 오셨으나,

너무 취해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처음으로 뒷자리에 누워 차에 실려 갔다.

 

전시를 철수하는 마지막 날은 술이 덜 깨 그런지 온종일 비실거렸다.

전시장은 조명숙, 김태인, 이만주씨가 다녀갔더라.

정영신씨 전시를 취재하러 오신 김문경, 운현선씨와

‘툇마루’에서 마신 해장술 몇 잔에 전날로 되 돌아간 것이다.

 

김문경씨와 마시던 술자리는 ‘유목민‘으로 이어졌는데,

지나가던 김발렌티노와도 잘 아는 사이였다.

 

초장부터 술이 취해 실수라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제정신이 아닌지라 그 뒤로는 찍은 사진조차 없었다.

아무리 취해도 카메라는 놓지 않는데, 맛이 가도 완전히 간 것 같았다.

 

아산에서 김선우, 양햇살, 김온 군이 찾아와 전시를 철수했으나,

전시장을 오르내리긴 했으나 사진 찍는 일조차 잊었다.

다들 끝내고 식사하러 갔지만, 차에 들어가 뻗어버렸다.

일이 끝나 긴장감이 풀리니 갑자기 녹초가 된 것 같았다.

 

아무튼 여러분의 격려와 도움으로 살아남았고, 전시도 잘 마쳤다.

찾아주신 모든 분에게 거듭 감사 인사 드린다.

항상 좋은 일 많으시고 편안하시길...

 

사진, 글 / 조문호

 

 

 

 

 

2021.9.29

보름 동안의 전시를 언제 끝낼지 걱정했으나, 어느덧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골목 담벼락에 내건 ‘노숙인, 길에서 살다’ 전시 현수막은

비와 ‘유목민’ 취객들이 흘린 막걸리로 노숙인 옷처럼 때가 묻고 얼룩져 버렸다.

 

'유목민' 골목 전시가 끝나면 당사자들도 볼 수 있는 서울역광장으로 옮겨 가야 할텐데,

세탁해도 탈색이 안 될지 모르겠다.

 

그대로 보관한다면 간접 고난의 잔재까지 남는 의미야 있겠지만,

그 현수막은 전시가 끝나면 당사자에게 돌려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찍힌 분들에게 사진을 뽑아 주긴 했으나 대개 구겨져 버렸거나 잊어버렸단다.

사진 한 장 보관할 곳 없는 그들의 처지를 감안하여 손수건처럼

주머니에 접어 넣을 수 있도록 현수막 사진을 잘라 주기로 한 것이다.

 

전시가 시작된 후 매일 같이 전시장 방문한 분들 모습을 기록했으나

술독에 빠져 사진을 정리해 올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페친 분들은 새로 만든 Naver의 ‘인사동 이야기‘ 블로그를 통해 그간의 소식을 알릴 수 있었으나,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가 Daum의 갑질로 정지된 걸 모르는 많은 분들은

오랫동안 글이 올라오지 않아 신상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안부를 물어오는 분까지 있었다.

 

어쨌든 그간의 소식을 올리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 쓰린 속을 부여안고

26일과 27일 이틀간의 사진이나마 정리해 올림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지난 26일은 ‘만종’을 기록하는 사진가 노은향, 이석준, 지은숙, 민성진씨를 비롯하여

이완교, 이정환, 성유나, 심보겸, 김헌수, 권해진, 최치권, 한선영씨등 많은 사진가들이 다녀갔으나

인사동을 돌아다니느라 뵙지 못한 분도 여럿 있었다.

 

연출가 기국서씨와 배우 정재진, 이명희씨 등 연극인들은 일찍부터 ‘유목민’ 골목을 장악했고,

발렌티노김, 한상진, 이태호, 최석태, 정비파, 박상희, 김도수, 변성진, 김기수, 박찬종, 편근희,

장의균씨등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 그리고 가족으로는 조창호, 정주영, 김소현이 다녀갔다.

 

27일 문 닫기 직전에는 김태진씨와 아들 햇님이가 찾아왔다.

‘메밀란’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는데,

그 날은 손녀 주려고 처음으로 인사동에서 풍선 피리와 반지 사탕도 샀다.

장난감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손녀 하랑이 재롱에 누적된 피로가 눈녹듯 녹아버리네.

 

자리를 만들어 준 '진인진출판사'대표 김태진씨에게 그 고마움을 전한다.

 

사진, 글 / 조문호

 

 

 

 

2021.9.27

사진 찍는 일보다 사진을 떠벌리는 일이 더 힘들다.

두 번 다시 전시는 안 하겠다고 맹세를 했건만,

어렵사리 책 만들어 준 출판사를 어찌 나 몰라라 하겠는가?

전시를 해야 책이라도 한 권 팔 것 아니겠는가?

 

며칠동안 정영신의 ‘어머니의 땅’이 열리는 인사동 ‘나무아트’와

‘노숙인, 길에서 살다’ 현수막 전을 하는 ‘유목민’ 담벼락을 오가느라 곤죽이 되었다.

허리 협착증이 도져 4층까지 오르내린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아직 전시가 열흘이나 남았는데 벌써 빌빌거려 걱정이 태산 같다.

 

술 마시기 딱 좋은 술집 앞에 전을 펼쳐 놓았으니

어찌, 참새가 방앗간을 못 본 척하겠는가?

전시가 시작된 첫날부터 고주망태가 되었으니 그다음 날은 보나 마나다.

속이 쓰려 죽을 지경이었지만 어쩌랴!

 

골목 전시장엔 퍼져 앉기만 하면 술을 안 마실 수가 없었다.

난, 알콜 중독자는 아니라고 큰소리치지만

남이 마시는 술을 못 본채하지 못하니 장담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당장은 좋아도 그다음 날은 더 죽어나지만 어짜겠는가?

 

지난 24일도 서둘러 나갔으나 손님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모처럼 인사동 나들이 하신 신신자씨는 ‘나무 아트’에서 기다리고,

이강산씨는 ‘유목민’ 골목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다들 멀리서 오신 분들인데,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 날은 이강산씨를 비롯하여 신신자, 권 홍, 김이하,

장우원, 이영숙, 박옥수, 한공주, 안현수, 정성진, 오진향,

음현정, 이현정, 정재원, 임춘희씨가 찾아 주셨다.

양쪽을 오가느라 길이 엇갈려 이민씨와 김창주씨는 보지도 못했다.

 

다들 마스크를 써 알아보기도 힘들지만,

페이스북 친구들은 내가 누구라고 밝히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어떤 분은 적어 놓은 방명록을 보고 뒤늦게 결례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둘째 날은 첫 날 마신 후유증으로 아예 골목 전시장엔 앉지를 않았다.

김이하씨 일행은 일찍부터 ‘유목민’에 자리 잡은 걸 알았지만 갈 수가 없었다.

앉기만 하면 술잔에 손이 갈 것이고, 한 잔만 마셔도 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둘째 날은 술 한잔 마시지 않고 잘 참아냈으나, 다음 날은 온종일 마셔야 했다.

토요일은 ‘노숙인, 길에서 살다’ 사인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이숲’출판사 김문영대표와 이나무씨가 책을 가져오셨다.

 

그날은 양산에서 올라 온 공윤희씨를 비롯하여 박찬원, 강경구, 김남진, 김영호,

양재문, 노광래, 김명성, 이 성, 오현경, 이한복, 나매례, 이재민, 유순영, 온새미,

정세학, 김상배, 이오연, 홍현구, 박상문, 홍유경씨 등 많은 분이 찾아 주셨고,

부산에서 상경한 정남준씨를 비롯하여 손은영, 최인기, 김수길, 이봉희씨는

유목민 골목에서 일찍부터 자리 잡았다.

 

전강호씨와 시작한 술자리는 사인회가 끝나는 시간까지 이어졌으니

어찌 취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찝쩍거려 실수라도 안 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낼 수가 없었다.

저녁 늦게는 김상현씨 초대 파티가 약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일곱 시 무렵 정영신, 김명성씨와 함께 이태원 ‘뮤아트’로 찾아갔다.

재즈가 차분하게 분위기를 가라앉힌 ‘뮤아트’에는 김상현, 임성익, 하양수씨가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광어회와 전어회를 준비해 두었더라.

너무 과분한 접대에 미안했으나 어쩌겠는가?

 

취기에 고마운 마음도 감추고 축하 음악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 날 초빙한 연주팀은 처음 본 젊은이었다.

보컬에 유혜린, 드럼에 김소희, 콘트라베이스에 김민욱, 피아노에 박종현씨로,

요즘 젊은이들이 너무 잘하더라.

 

잘 모르는 곡이지만, 유혜린씨의 음색에 깜짝 놀란 것이다.

앳된 소녀의 목에서 어쩌면 저렇게 농익은 소리가 나는지...

마치 수십 년 동안 알콜과 담배에 절은 베테랑 재즈 가수의 목소리 같았다.

아무튼, 축하의 자리를 만들어 준 김상현씨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내일의 전쟁 준비를 위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천지신명님이시여~

제발 전시가 끝나는 날까지라도 목숨을 보존하여 주십시오.”

 

사진, 글 / 조문호

 

 

 

2021.9,23

지난 23일 인사동 ‘나무아트’에서 정영신씨의 ‘어머니의 땅’사진전이 막을 올렸다.

‘노숙인, 길에서 살다’ 현수막도 ‘유목민’ 담벼락에 내 걸어, 옛말처럼 떡 본 김에 제사지낸 것이다.

현수막전은 서울역이나 동자동에서 해야하지만 책을 팔기 위한 이벤트였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전시였으나 허리 통증이 심해 병원부터 들렸는데,

환자들이 많은데다 물리치료까지 받느라 시간이 지체되어버렸다.

핸드폰을 두고 와 정영신씨와 연락을 할 수 없었는데, 끝나고 가니 떠나고 없었다.

 

부리나케 전시장으로 달려갔더니, 아산 공유공간 ‘마인’ 김선우씨와 양햇살, 김온 군이 와 있었다.

사진가 전제훈씨는 일찍부터 왔으나 문이 잠겨 한 참을 기다렸단다.

마침 사진집을 가져온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도 와 계셨다.

 

아산 팀의 도움을 받아 ‘유목민‘ 담벼락에 현수막부터 설치했다.

아침 식사를 못해 전제훈씨와 '툇마루'에 갔다 오니, 그때부터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정영신씨 전시 보러 오신 분들이 현수막 전에도 들려 ‘유목민’ 골목은 일찍부터 술판이 벌어졌다.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해야 할 즈음이라 송구스럽기 그지없었다.

방동규선생을 비롯하여 김신용, 조해인, 김이하, 김명성, 김상현, 함창호, 조준영, 노광래

김문호, 장경호, 김수길, 김발렌티노, 최인기, 김종준, 윤 관, 이택근, 강기식, 조경석, 이두엽, 한상진,

김 구, 나종희, 노영미, 이상근, 이광군, 임경일, 최명철, 김효성, 서인형, 김성은, 김재홍,

이인섭, 김진하, 이창수, 이한복, 김영진, 곽명우씨 등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다.

 

난처하게도 ‘뮤아트’ 김상현, 김병수씨 일행은 악기를 가져 와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정영신씨 전시를 축하 한다지만 옆에 노숙인 사진이 걸려 있는데...

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을 내세워 잔치 벌이는 꼴이 된 셈이다.

흥겨운 음악이 아니라 애잔한 슬픔이 깔린 음율이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신경이 곤두서 그런지 술을 마셔도 취하지도 않았다.

 

아무튼 반가운 분들 만나 즐거운시간을 보냈는데, 끝난 후 나온 술 값이 한 달 생활비가 넘었다.

허구한 날 얻어먹기만 했으니 이참에 술 한 잔 대접한 것이다.

그나저나 술집 앞에서 열리는 전시라 끝나는 날까지 살아 남을지 모르겠다.

 

멀리서 와 주신 전제훈, 함창호씨를 비롯해 온 종일 일을 도와 준 아산 '마인'팀,

그리고 전시를 축하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사진, 글 / 조문호

 

김선우촬영

 

 

 

2021,9,22

 

추석은 잘 지내셨습니까?

저희들 사는 모습이 책과 전시로 소개된다네요.

많이 봐주시고 우리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버려주십시오.

우리는 하늘에서 떨어진 외계인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입니다.

가족과 사회에 버림받아 거리를 떠돌며 목숨을 이어갈 뿐입니다.

부디 절망의 벼랑에서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십시오.

 

2021년 10월 22일

김지은 합장

 

https://blog.naver.com/josun7662/222504873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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