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7

지난 7일 오전 무렵, 동자동 쪽방에 반가운 손님 세 분이 찾아오셨다.

인사동에서 열었던 ‘어머니의 땅’과 '노숙인, 길에서 살다' 전시 보러 오셨다가

‘유목민’ 골목에서 술 한잔 나눈 인연에 불과한데, 급기야 가까워졌다.

 

김문경씨는 하남에 있는 ‘큰 나무 갤러리’ 대표였고

운현선씨는 '실버넷 뉴스'에 투고하는 프리랜서고

강은영씨는 간호사였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쪽방을 찾아온 계기는

술 마시다 동자동 집에 한번 놀러 오라 했는데, 진짜 오신 것이다.

 

더구나 김문경씨는 하남에 계시는데, 오전에 도착하려면 일찍 서둘렀을 것이다.

뒤늦게 알았지만, 그날이 그분 생신이라 송구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렇다고 쪽방에 접대할 음식은 물론 앉을 자리도 없지 않은가.

세분이 방안에 들어오니 방이 꽉 찼다.

아무것도 없는 방안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포스터나 사진 보느라 시간 보냈다.

 

서둘러 나와서는 골목 입구에 자리잡은 대우식당에 들어가 허기부터 메웠다.

전날 신학철선생 전시 뒤풀이에서 퍼마신 술로 속이 쓰려 죽을 지경인데,

시원한 국물이 들어가니 훨씬 편안해졌다.

옆에 있는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런데, 밥값은 물론 찻값까지 손님들이 내 버렸다.

아무리 얻어먹는 거지라지만, 몰염치도 이런 몰염치는 없을 거다.

생일선물로 사진이라도 한 장 드리고 싶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을지 모르겠다.

 

우연히 알게 된 인연이지만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지 않던가?

다들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좋은 인연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행복하고 건강한 나날 되십시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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