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장경호씨와 함께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에서 열리는 이봉기씨의 “또 다른 세계에 대하여 2016”전에 들렸다.

이순을 맞이해 열린 그의 개인전에는 친구이며 홍익대 동문인 박진화씨를 비롯하여 김유준, 김주환씨의 모습도 보였다.

전시 개막식이 끝난 후, 낙원동 ‘장군족발’에서 뒤풀이도 가졌다.

자연의 부분들이 서로 대치되어 있는 이봉기씨의 그림들은 작가의 기억과 현실을 나누고 있었다.

처음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작가의 의도가 헷갈렸으나, 꼼꼼히 살펴보니 기억 속의 자연과 현실 속의 자연이 만나

새로운 영원의 세계로 향하는 메타포였다. 과거와 현실이 서로 낯선 긴장상태를 이루고 있었지만, 전혀 거스럼이 없었다.

서문을 쓴 화가 박진화씨는 화가 이봉기의 세계에는 생과 사, 과거와 현실, 저쪽과 이쪽이 항상 병존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몸(붓) 안에는 하늘과 땅, 생성과 소멸, 빛과 그림자, 기억과 예감 같은, 서로 대립하며 성장하는 생명성의 전모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고 적고 있다.

황토분을 배경으로 산과 물고기가 그려졌고, 낙엽의 바탕이 되는 나뭇잎 그림자는 평면적인 색조로 처리되었다.

그리고 나뭇가지 부분은 입체적인 공간감과 생생함을 느끼도록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대상을 대비시키거나 색과 구성을 변주했지만, 결과적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영원의 세상으로 꿈꾸는 작가의 신앙심도 엿 보였다.

작가 이봉기는 “알 속의 생명체가 또 다른 세계를 보기 위해 자신이 머물렀던 곳에서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하듯,

자기만의 또 다른 자연 세계를 만나기 위해서는 내 자신의 존재 방식에 대한 사유의 테두리를 넘어 현실의 자연 세계를 깨고 나가야만 한다.

그 동안 세상을 살면서 쌓았던 벽을 허물면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한다.

눈에 보이는 이 세상 밖의 또 다른 세상, 한 차원 높은 영원한 세계, 그 곳에서 새 생명의 세계를 보고 싶다.”고 작업노트에 적고 있다.

이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열리니, 인사동 가시는 걸음에 꼭 한 번 관람하시길...





































아름다운 구속 Beautiful Curb
유용상展 / YOOYONGSANG / 劉龍相 / painting
​2016_0706 ▶ 2016_0718



유용상_아름다운 구속-4계 Beautiful Curb-four seasons_캔버스에 유채_112×194cm_2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60416g | 유용상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6_0706_수요일_06:00pm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2(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

www.grimson.co.kr


모순적인 인간의 현실에 대한 역설적 질문들 ● 유용상 작가의 이번 전시는 그가 올해 작업해 온 신작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다소 낭만적으로 보이는 제목을 전시 주제로 사용하고 있다. 와인잔을 소재로 하여 작업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가 이전에 해 온 작업과 연관성이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이와 함께 인간의 대리물이자 상징인 꽃을 등장시켜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일정한 변화가 엿보인다. 작가는 지금까지 와인잔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작업을 보여주는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와인잔의 외형을 재현하여 보여주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각 현상에만 목적을 두지 않았다. 이는 이번 전시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나고 있는데 최근의 작업에서의 변화는 작가가 자신의 작업에 있어서 모티브를 와인잔에서 찾아내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이로부터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다양한 이야기로 변환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태도는 최근 몇 년간의 작업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와인잔 안에 꽃을 넣어 그 관계가 설정되도록 만듦으로써 이야기를 상징적 구조의 형태로 유도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유용상_아름다운 구속 Beautiful Curb_캔버스에 유채_97×194cm


작가의 이러한 작업 방식은 마치 영화나 연극의 연출자가 스토리 라인에 따른 극적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작품 속 인물과 소품 그리고 배경 등을 배치 하는 방식과 유사해 보인다. 대립적 인물의 배치 혹은 인물이 위치한 배경이나 환경의 극적인 효과를 위한 연출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법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장면을 보는 관객에게 있어서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유용상_성인식 True Quinceanera_캔버스에 유채_145×227cm_2016

 


그리고 이때 와인잔 안에 꽃이 등장한 의미를 읽어가는 것은 작가가 화면을 연출해낸 작업 의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전시 주제이자 작품 명제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그가 현대 사회의 현실을 와인잔 속에 갇혀 있는 듯한 꽃들에 투사해 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즉 현대 사회는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고 다양성이 자유롭게 발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와인잔과 같은 폐쇄회로 안에 갇혀 있는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과학기술과 문명이 발달된 현대사회가 투명성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모든 이들의 정보가 낱낱이 노출될 수도 있고 감시사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음을 작가는 작업을 통해 암시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아마도 작가는 이러한 다양한 현대 사회의 현실을 대체된 사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상징성을 통해 더 강력한 인상을 남게 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겉은 화려해 보이지만 깨지기 쉬운 신기루와 같은 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유용상_선택받은 사람 The Chosen person_캔버스에 유채_70×180cm_2016

 

그러한 의미에서 작가가 제시한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명제는 그 자체에 내포된 의미처럼 역설적인 현실의 아이러니를 드러내 보이기 위한 메타포이자 작가 고유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도록 초대하는 말머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결국 이러한 이야기 구조를 통해 그가 바라보는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그의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이와 같은 시각을 갖게 된 것은 현대 사회 속에서의 현대의 문명이 화려해 보이고 일시적인 쾌락을 제공해 주고 있는 듯 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위치는 불안정하고 고독할 수 밖에 없음을 작가는 그의 삶 속에서 경험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유용상_Good evening_캔버스에 유채_116.7×80.3cm_2013


 

이러한 시각은 그의 초기 작업부터 나타났었는데 채움과 비움, 인스턴트 러브, 버블, 무소유 등의 명제들이 자주 그의 작업 명제로 사용되었던 것을 보게되면 색즉시공과 같은 지극히 동양적 사상을 환기시키는 개념들이 떠오른다. 작가는 아마도 본질적으로 동양적 사유를 할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체험을 통해 스스로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 위에서 현대사회의 물질화되고 서구화된 현상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의 인간은 현대의 물질 문명의 화려함에 탐닉하게 되고 동시에 그 공허함을 각성하게 되는 이중적인 태도가 공존하고 있음을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작가는 이처럼 인간의 모순적 상황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 이야기를 작업을 통해 질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용상_Instant Love-비워가다 Go empty_캔버스에 유채_112×145.5cm_2008

 

 

이때 작가는 어떠한 확정된 결론을 내리는 방식 보다는 작가가 연출해낸 사물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 관계를 통해서 그리고 여러 가지 상황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작가가 이처럼 어떠한 결과보다는 그의 시각을 작업에 투영하여 역설적 어휘로 질문을 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이 판단하도록 한 것은 그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 만큼 난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사유하고 깨닫는 존재이자 동시에 감각하고 욕망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사실은 그가 모순과 역설의 어법을 그의 작업에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맥락에서 회화를 통한 이야기 구조와 시각적 연출의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업은 회화이기에 마치 영화나 연극의 한 장면처럼 멈춰져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사유와 감각이 그리고 깨달음과 욕망이 배치된 사물들 사이의 긴장감 속에서 충돌하며 마치 움직이는듯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작가의 인간에 대한 모순과 역설의 질문은 바로 이곳에서 힘을 얻게되고 더욱 강한 질문이되어 작품을 보는이들에게 다가오는것 같다. ■ 이승훈



유용상_Love_캔버스에 유채_91×116.7cm_2016








 

 

이태량 작가의 평면작품. 이미지제공=갤러리 그림손

이태량 작가의 초대전 'EXISTENCE and THOUGHT 2014'가 9월 10일부터 23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에서 열린다.

회화에서 출발해 영상과 설치 미술, 공공 미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실험을 시도해온 이태량 작가는 언어와 사유에서 비롯된 인식론의 빈틈과 회화의 무궁한 확장을 대비시켜왔다. 그는 시각 매체인 미술이 일상 언어가 갖는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솔한 앎을 각성하는 한 방법임을 그간의 작업을 통해 주장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추구해온 작업의 연장선에서 최근 새롭게 시도하는 영상과 설치물 연작을 선보인다. 이 설치물들은 크게 스스로 작동하는 기계 버전과 인물 영상물 버전으로 구성됐다. 기계 버전이 바닥에서 예기치 않은 것을 퍼 올리고 인물 영상 버전에 등장하는 소녀는 마비된 감각으로 말하고 음식을 먹는다. 예기치 않는 것의 노출과 의미을 잃은 말, 그리고 미각을 버린 식사와 같은 행동은 현대인의 욕망이 구현되는 특성을 잘 표현해준다. 결국 이들 설치영상은 현대인의 욕망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현대 문명의 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언어가 유용한 소통의 수단이라는 통상적 믿음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이들 영상물들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현실에서 그의 작품을 통해 소통을 넘어선 시각적 각성의 새로운 사고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 조선 /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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