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엔 정영신을 만나러 녹번동으로 찾아갔다.
모처럼 데이트를 신청한 것이다.

그동안의 이야기를 술잔에 푸는 즐거운 자리를 마련했는데.
요즘은 지인들의 전화가 너무 성가셔 헨드폰을 꺼둔다고 했다.
심지어 자기가 이용당하고 있다며, 정신 차리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별의 별 전화질이 많다며, 눈물이 맺혔다.

하기야! 대개 이혼이라면 비극으로 끝나는 줄만 안다.
다들, 판박이로 만들어 논 법적 절차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방세와 생활비를 마련할 고육지책이었으나,
다들 이해하지 못한다. 작업은 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들이 나처럼 벼랑에 섰다면 어떻게 할지, 한 번 바꾸어 생각해보라.
돈 한 푼 없이, 가난한 아내의 등골만 파먹고 살아야 하나?
더 이상 남의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지마라.

아내에게 시간나면 동자동 기록도 함께 하기로, 동료로서의 결의를 다지며,

주말부부처럼 일요일만 만나기로 했다.

아내는 누가 물어 보라 했다며, 솔직하게 답하라고 했다.
사진과 정영신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는 것이다.
둘 다 소중하지만, 내 일은 차마 버릴 수 없다는 말을 뱉고 말았다.
결국, 아내의 가슴에 못을 박게되어, 마음이 아프다.

그런 이분법적 질문을 시킨 사람이 원망스러웠다.
두 사람만의 신의로서는 견뎌낼 수 없는 세상이었다.
그러나 후회는 하지 않는다.
더 열심히,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줄 수밖에....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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