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덕에 지난 18일은 코가 비틀어지게 마셨다.

 

광화문 가자미집에서 시작된 술자리는 종로 빈대떡집, 인사동 사동집’, ‘포도나무집’, ‘유목민’, ‘양귀비

옮겨가며 정오부터 늦은 밤까지 다섯 차례나 옮겨 다니며 마셨다.

그 뒤탈로 어제는 하루 종일 동자동 쪽방에 들어 누워 낑낑거려야 했다.

 

첫 술자리는 강민시인을 비롯하여 이인휘, 박몽구, 이수경, 홍명진, 김창규, 안상학, 송경동, 김이하씨

문인들이 모인 가자미집에서 시작되었고, 화가들이 모인 빈대떡집에서는 이인철, 장경호, 류연복, 성효숙,

성기준씨 등 많은 분들이 함께했다. 잠시 인사동 커피집에 계신다는 강민 선생을 뵈러 갔더니,

그곳에는 화가 강녹사선생을 비롯한 원로문인들이 모여 계셨다.


세 번째 '포도나무집'에서 열린 문학과 행동출판기념회에선 특별한 분을 만났다.

목포에 사시는 소설가 천승세선생으로 천상병선생 장례식에서 뵌 후 처음인데, 흐르는 세월은 잡을 수 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 강란숙, 윤정모, 이공희, 이철경, 박재용, 정소성, 최찬규, 유순예, 한복희, 정명숙, 전비담, 김자흔,

노광래, 임경일, 서정춘, 이승철, 김명지씨 등 많은 분들을 만났다.

사동집에는 장순향, 이수환, 현 린씨가 있었고, 유목민에서는 이인섭, 고광록, 최병용씨를

양귀비에는 배성일씨도 있었다.


그런데, 그 많은 술값을 누가 냈는지 모르겠다. 낼 돈은 없지만, 알고나 마셔야지...

 

사진, / 조문호














































































작년, '장에 가자'전에서 마지막으로 찍었던, 고 김동수선생



지난 6월1일, 예정에 없던 인사동 오찬모임에 나갔다.
오래 전부터 시인 강민선생과의 약속을 못 지켜, 늘 마음에 걸려 왔던 터다.
마침 오후6시에 박진호씨의 사진전 오프닝도 있어, 겸사겸사 전화를 드렸더니,

오후1시쯤 인사동 ‘포도나무집’에서 만나잔다.

전 날 밤 애(愛)편내 우울증 풀어 주려 대작하다, 너무 과하게 마셨다.
술김에 광기넘친 사랑 놀음까지 했으나 잠이 안 왔다.
페북에 들어가 씰데 없는 댓글 질로 날 밤을 깠으니, 몸 조시는 보나마나다.

정오 무렵, 마즙 한 잔 마시고 ‘포도나무집’으로 나갔더니,
강민선생 뿐 아니라, 소설가 김승환, 화가 강녹사, 시인 장봉숙선생도 함께 계셨다.
아마 장봉숙선생께서 오찬자리를 마련하신 모양인데, 완전 불청객이었다.
모처럼 친구 분끼리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는데, 꾸어다 놓은 보리쌀 자루처럼 지키고 있었으니,
솔직히 밥맛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속은 쓰리지만, 된장국에 밥 말아먹고, ‘예당’에서 커피까지 얻어 마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강민 선생께서 죽어가는 친구들이 많다는 한탄이 나왔다.
처음엔 얼마 전에 돌아가신 신봉승선생 말씀인 줄 알았는데, 
뒤늦게 김동수선생께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 것도 제법 지났단다.
정말 믿기기 않는 소식이었다. 어찌 그 걸 몰랐는지...

김동수선생은 오래전 ‘민속박물관장’까지 지낸 로맨티스트다.
내가 인사동에 사무실 두고 있을 땐, 선생께선 낙원동에 사무실을 두고 계셨다.
인사동에서 만나기만 하면, 같이 술 한 잔하자는 말씀을 하셨으나, 미룬 적이 더 많았다.
친구들과는 매일같이 퍼 마시며, 자주 못한 게, 영 마음에 걸렸다.

김동수선생을 마지막 본 것은 작년 ‘아라아트’에서 가진 '장에 가자'전 에서다.
오프닝 때도 오시고, 그 다음 날도 오셨는데, 그게 마지막사진이 될 줄이야...
집에 돌아가시며, 예전에 전시한 ‘인사동 사람들’ 사진 값을 못 주어 미안하니,
술 한 잔 거나하게 사겠다는 말씀까지 하셨는데, 이제 저승 가서 마시게 되었구나.
가는 길 순서가 없으니, 강 민 선생보다 내가 먼저 갈 지 어떻게 알겠나?
평소 생각대로 재미있게 살려는 다짐을 하고 또 했다.

강민선생께서 몸이 불편하셨지만, ‘푸른별 이야기’에 들려 막걸리 한 잔 더했다.
아무 얘기 없이 술만 홀짝거리며, 김동수선생을 추억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근간에 선생님 묘소 찾아뵙고, 꼭 술 한 잔 올리겠습니다.
부디, 극락왕생하십시오."

사진, 글 / 조문호



2007년 2월 인사동 '공화랑'에서 전시한 '인사동 사람들'의 김동수선생


오랜만에 만난 인사동 사람들, 좌로부터 강녹사, 김승환, 장봉숙, 강 민선생


















어려움에 처한 김명씨를 돕기 위해 인사동 예술가들이 발 벗고 나섰습니다.
가난하기 그지없는 예술가들이지만 김명성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분들이

하나같이 주머니를 털어 모금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액수보다는 평소에 가까웠던 지인들의 마음을 모우려 했으나

몇 일만에 모금액이 무려 천만 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인사동예술가들의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났겠지만,

평소에 김명성씨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며 거두었는가를 알 수 있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사실 인사동에 김명성씨가 마지막 희망입니다.
오랜 동안 인사동이 전통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예술가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톡톡히 해왔습니다.

그러나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전통문화보다는 돈이 앞서는 상업지구로 급변했습니다.

그렇지만 김명성씨는 사재를 털고 남의 돈까지 빌려가며 인사동에 지하4층, 지상5층의 대형 전시문화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인사예술제(가칭)를 비롯하여 인사문화상(가칭) 창설을 준비하는 등, 인사동이 문화예술로 거듭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며 인사동을 드나드는 많은 문화예술인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아 왔습니다.

주위에서 돈 되는 호텔이나 백화점을 만들지 가망 없는 전시공간이 무어냐고 나무랐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런 저런 일로 주변에 그를 시기하고 모략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던 모양입니다.
작은 물방울이 강을 이루듯, 그가 다시 현장에서 일 할 수 있도록 인사동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지난 6일 제일 먼저 소설가 박인식씨가 성금을 기탁함으로서, 심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정영신, 전인경, 전활철씨 등 가까운 분들의 동참아래 카페 '인사동 연가' 와 카톡으로 소식을 전했지만,

많은 예술가들이 아날로그 세대라 소식을 접하지 못한 분들도 많았습니다.

대부분 어렵게 사는 분들이라 돈 내라는 전화를 못드려 망설이는데, 원로시인 강민선생으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원로선생님들 중에 유일하게 강 민선생만 카페도 보고 카톡도 이용하는 분이셨습니다.

인사동 '포도나무집'으로 나갔더니 기꺼이 동참하겠다며 준비해 온 성금봉투를 주셨습니다.

정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강민 선생의 참여에 힘 입어, 술 한 잔 마신 김에 여기 저기 전화했지요. 

황명걸, 민 영, 채현국, 임재경, 송상욱선생을 비롯하여 서정춘, 이청운씨 등 많은 분들이 동참하겠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포도나무집'에 강 민선생을 만나러, 친구 분들이 갑자기 들어 닥쳤습니다.
소설 쓰시는 김승환씨, 한국화가 홍용선씨, 서양화가 강녹사씨, 진부령미술관장으로 계시는 전석진선생께서 오셔서

함께 술 한 잔 나누었습니다.
꽃피는 4월이 되면 '진부령미술관'에서 홍용선선생께서 전시한다는 말씀에, 노래'봄날은 간다'를 질질 짤며 불렀으니

술만 마시면 정말 눈치코치도 없습니다. 안절부절하는 마누라 표정이 눈에 선합니다.

'포도나무집'을 나오는 길목에서 심우성선생을 만났고, '허리우드' 찻집에서는 채현국, 임재경선생을 만나 성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인사동 거리에서는 중앙일보에서 일하다 제주도로 삶의 터전을 옮긴 사진가 최재영씨도 우연히 만났습니다.

 

모두들 반가웠고, 힘을 실어 준 하루였습니다.

 

 

 

 

 

 

 

 

 

 

 

 

 

 

 

 

 

 

 

 

 

 



강녹사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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