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이수예 사찰문화재연구소장

20년동안 미황사·범어사 등
80여 사찰 불화·단청 작업
“불교미술 대중화에 매진하고파”

 

 

▲ 사찰문화재연구소 이수예 소장은 다양한 불화 작업으로 불교미술의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곡사 괘불탱 작업에 매진 중이다.

 

“사찰은 불국토를 형상화시킨 공간이죠. 법당 안팎의 그림들을 한 점 한 점 독립시켜 보면 그것이 곧 작품이 돼요. 이번에 모사한 미황사 부처님과 천불도 단청 등은 사찰에서만 볼 수 있던 불화들을 법당 밖 갤러리로 옮긴 셈이죠. 이번 전시로 일반인들이 불교미술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찰문화재연구소 이수예 소장(42)은 ‘땅끝 미황사 큰부처님 서울에 나투시다’전을 기획한 장본인이다. 불화가인 그는 이번 전시에서 사찰문화재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높이 약 1170㎝, 폭 486㎝에 달하는 초대형 걸개그림인 ‘해남 미황사 괘불(보물 1342호)’을 완성해 대중에 공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황사의 천불도 25점, 포벽나한도 13점, 단청문양도 114점 등 총 153여 점을 모사해 11월 4일까지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서 전시를 열었다.

 

이 소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금선사, 도국사, 흥국사 등 80여 사찰의 단청 및 불화 작업에도 참여했다. 특히, 지난 2007년에는 그간의 노하우를 응집해 사찰문화재연구소를 개소하고 사찰 미술 복원에 매진했다.

 

“기존 사찰 단청은 문화재수리 기술자나 보존과학을 전공하는 분들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 분야를 예술적으로 잘 복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불화 전공자들이잖아요. 그래서 사찰문화재연구소를 개원해 사찰 단청을 복원하는 작업을 맡게 되었죠. 최선을 다한다면 모두가 인정해줄 거라 생각했어요. 그 첫 번째 작업이 미황사 단청과 벽화 복원이었고 미황사 괘불 모사까지 이르게 되었죠.”

 

이 소장을 비롯한 불교미술 전공 연구원 9명은 3년여에 걸쳐 안료분석과 적외선 촬영, 디지털 현미경 촬영 등 과학적 조사방법을 토대로 원본의 재료, 형태, 도상 뿐 아니라 오염 박락 손상부분 등을 복원해냈다. 해풍에 깎여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대웅전 안팎의 단청들까지 원형을 완벽하게 찾아내 조선 후기 단청과 벽화들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사 작업이 예술이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많죠. 하지만 명나라 도자기를 복원한 청나라 도자기가 현대에 와서 문화재로 인정받듯 모사 작품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또 문화재 보호와 불화의 대중화 측면에서도 모사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에요. 1대 1 모사를 통해 대중들에게 모사본을 공개하고 진품은 보관한다면 문화재 보호에 기여할 수 있겠죠.”

▲ 미황사 쾌불탱 모사도

 

 

고등학교 시절, 입시미술을 준비하며 책자를 뒤적이다 불화를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해 불교미술로 진로를 결정했다고 하는 이수예 소장. 불모는 자신의 천직이라 여기며 불화 단청 등 수많은 작업에 참여해왔다. 5번의 개인전과 17번의 단체전을 가질 만큼 작품 창작에도 최선을 다해 왔던 그는 앞으로 법당 안의 작품을 밖으로 끌어내는 작업에 진력할 계획이다.

“불교미술이 종교미술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단청 하나, 벽화 하나를 떼내면 그대로 훌륭한 미술품이죠. 절 안에 있으니 종교미술이라 하지만 절 밖으로 나오면 대중들의 눈길을 끌만한 작품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불화가들이 앞으로 다양한 작업을 통해 불화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이 소장은 오는 12월 24일 범어사 단청을 새로운 모습으로 재구성해 대중들을 찾아간다. “단청을 설치미술로 보여줄 생각이에요. 사찰 천정을 벽으로 내려 현대적 시각으로 재구성했다고 해야할까요? 많은 대중들이 이 전시를 통해 사찰 미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고 가셨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작업을 통해 우리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알려나가고자 합니다.”

 

 

▲ 이수예 소장은 불교미술이 사찰 밖으로 나와 대중과 친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 현대불교 >

 

 

 


 

 

 

신선한 표현기법과 빛을 머금은 듯한 컬러를 대범하게 표현해 주목을 받은 손진형 화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 10월 29일(수)부터 11월 3일(월)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인사아트센터 3관에서 열린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업 활동을 벌이고 있는 손진형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말(horse)의 역동적 에너지를 모티브로 인간의 내적 치유를 특별한 시각으로 표현했다.

전시된 그림마다 등장하는 말은 ‘뉴럴노이즈 연작들’과 마찬가지로 삶의 기준을 제시하거나 강요하진 않지만, 대립적 모순을 긍정에너지로 변화하는 법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다. 화가 개인에게 느껴지는 말의 이미지는 내면의 긍정적 의식경험이 삶의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형상의 매개체로써 다양한 모습을 투영한 대상인 것이다.

실제 화가는 2년 동안 말을 관찰하고 함께하는 시간 동안 자신의 의식경험과 아레테(Arete)를 실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 전시회의 키워드 역시 아레테(Arete)로 설정했다. 심신 두 측면이 모두 훌륭한 상태를 나타내는 아레테는 사물이 가지고 있는 탁월성, 유능성, 기량, 뛰어남 등을 의미한다.

손진형 화가는 “균형과 불균형의 사이에서 에너지를 뿜어내는 말(Horse)이 갖는 기질은 색채의 모순된 섬세함을 닮았다”며 “일상에서 경험해 보기 힘든 가시적 빛의 모습을 통해 특별한 색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전했다.

한편, 색채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표현하는 손진형은 △2014 성남아트센터 신진작가 공모전 수상 △2014 성남아트센터 신진작가공모전수상전 큐브미술관 △2014 제24회 한국여성미술서양화부분공모전 특별상수상, △2014 SPACE WOMB 갤러리 그룹전‘ABSTRACT FLOW’ 뉴욕, △2014 SPACE WOMB 갤러리 그룹전‘dreamcatcher’ 뉴욕 전시 등의 경력이 있는 떠오르는 신진작가다.

화려한 수상 경력의 화가 손진형의 개인전 <Arete Horse power dialectic>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아트허브(arthub.co.kr)와 가나인사아트센터(www.insaartcenter.com)에서 알아볼 수 있다.

[SBS CNBC]

울며 웃고 사랑하고 힘내고...

문선영展 / MOONSUNYOUNG / 文仙英 / painting

2014_1022 ▶ 2014_1028

 

문선영_거울아 거울아 나는 누구니?_혼합재료(채색한 인쇄물, 거울)_107×77cm_2014

 

 

초대일시 / 2014_102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 ART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관훈동 119번지) 2층

Tel. +82.2.734.1333

www.ganaartspace.com

 

 

문 선영 작가와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친구였다. 내가 아는 그녀는 꼼수가 없다. 묵직하고 진지하며...성실하다. 그리고 깊히 배려하고 섬세히 보듬는 선한 마음을 가졌다. 그래서 그녀의 작업은 그녀와 많이 닮았다. ' 울고 웃고 사랑하고 힘내고...' 오랜 기다림 끝에 하는 그녀의 첫 개인전 타이틀 에서 느껴지듯 두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또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그리고 치열하게 작업하는 작가로, 그녀의 삶의 희 노 애 락을 고스란히 자신만의 언어와 기법으로 화면에 밀도 있게 담아내고 있다.

 

 

문선영_삶의 정글속에 잠든 나_혼합재료(채색한 인쇄물, 오브제)_180×107cm_2011

 

문선영_어디로 가고 있니?_혼합재료(채색한 인쇄물)_182×92cm_2014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의 분주함...감내해야 하는 많은 삶의 무게들을 인생의 부산물처럼 끊임없이 생성되는 신 문,아이들의 문제 집,약 봉투..영수증과 같은 것을 자르고 물들이는 행위를 통해 작가는 표현 하고 있으며 ... 이러한 삶의 조각들을 불확실한 미로와 같은 인생을 의미하는 화면에 나눠 촘촘히 붙이는 작업을 한 뒤 작가는 작가 자신에게, 인생이라는 굴곡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이웃들에게, 묻는다. 잘 가고 있는지...나는 어디에 있는지...무엇을 위해 달려가는지... 이러한 물음들을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잘 어우러진 형상들을 만들고 결국에는 이러한 수차례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그녀만의 정답 없는 해답을 찾아간다. 삶의 소소한 풍경들에 따뜻함과 화사함으로 덧 입혀서... 마치 그녀의 녹녹치 않는 삶 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주어진 삶을 그녀만의 따뜻한 시선과 방법으로 살아 내 가고 있듯이...

 

 

문선영_꽃이 피다_혼합재료(채색한 인쇄물)_60×45cm_2014

 

문선영_집으로 가는 길_혼합재료(채색한 인쇄물)_162×130cm_2014

 

문선영_달콤한 휴식-내게도 가끔은 휴식이 필요해_아크릴채색, 기타 오브제_92×182cm_2014
 

 

누구보다도 그녀와 그녀의 그림을 사랑하고 기다렸던 사람으로서 내 친구 문 선영 작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가 얼마나 그림을 그리기위해 애썼는지...얼마나 목말라했는지... 얼마나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아왔는지 지켜봤던 친구로서...같은 길을 걸어가는 작가로서 자랑스럽고 고마운 내 친구 이 전시를 시작으로 마음껏 꿈꾸고 마음껏 그리고 마음껏 나아가기를... ■ 김현영

 

 

Vol.20141022b | 문선영展 / MOONSUNYOUNG / 文仙英 / painting

 

 


뼈 속 풍경

정복수展 / JUNGBOCSU / 丁卜洙 / painting

2014_1015 ▶ 2014_1104

 

 

정복수_전시컨셉개념도_201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11102l | 정복수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4_1022_수요일_05:00pm

기획 / 김진하

관람시간 / 11:00am~07:00pm

 

 

나무화랑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5번지 4층

Tel. +82.2.722.7760

 

 

작품 활동 40년이 되어가는 중견작가 정복수의 작품세계에 대한 서사성과 회화형식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작가가 지향하려는 회화의 개념, 표현방식, 열린 서사와 형식에 의한 즉발적 교감과 공감에 대한 복합적 관계성 실험. ● 작가의 작업실에서 내밀하게 이루어지는 회화(완성된 작품)개념을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전시공간에서 관객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날 것의'현장회화'적 몸짓과 프로세스를 통해, 회화가 결과로서만이 아니라 표현과정(Process)으로서도 소통 가능한 매체인지에 대한 가능성 타진.

 

정복수_바닥화개념도_2014

 

회화에서의 완성이란 개념을 한 점 한 점의 캔버스마다의 단절을 넘어서서 지속적인 작가의 '세계'를 드러내고 소통하는 것으로 설정. 거기에서 긴 시간 작업들의 서사적 연관성 및 내용과 형식의 변주, 작업실과 현장공간 등을 종합적으로 함유하는 기록으로, 관객과 감성과 인식을 아우르는 콘텍스트로의 접근 시도. ● 회화가 벽면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기능하는 한계를 벗어나서, 미술<생활<공간<환경으로 확장될 때의 시각문법에 도전. '뼈 속 풍경'이란 이번 전시 주제엔 그동안 지속적으로 발언해 온 인간에 대한 내용적 축의 내적 깊이에 반비례하는 외적 형식의 확장이 은유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 그 동안 평면회화나 입체로 작업을 해왔으나, 이미 1979, 1983년의 바닥화, 2012년도 사비나미술관에서의 전시장 벽면의 현장 드로잉 등을 통해 작가 특유의 회화적 이미지와, 회화적 공간 확장의 경험을 좀 더 본격적인 계획하에 시도함으로 더 활물(活物)적인 회화에의 접근. ■ 김진하

 

 

정복수_바닥화_2014

 

정복수_벽그림_2014

 

정복수_벽그림_2014

 

정복수_벽그림_2014

 

정복수_벽그림_2014

 

정복수_벽그림_2014

 

 

전시 타이틀인 『뼈 속 풍경』은 인간의 무의식, 욕망, 본능이 응결된 지점의 드러냄을 의미. ● "관객과 작품의 위계실행 / 관객이 작품을 밟고 지나가면서 작가의 영혼(작품)과 관객(몸)의 이분법이 사라진다. 여기서 밟는다는 행위는 응시의 또 다른 형태이며,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위계 또한 와해되고 있다. 까닭에 정복수의 신체는 오늘날의 인간 – 털 없는 원숭이가 직면하고 있는 존재론적 상황을 넘어 생명과 유전공학과 사회문화 지형도에 따른 정체성에 대해 던지는 물음이자, 동시에 관객에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기반성적 감성을 그림에 투사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감상자의 망막은 난폭한 도살자의 행위를 추적하면서 은연중 추적당하게 된다. 그림과 감상자는 추적하면서 추적 당하는 상호관계 속에서 신체가 가죽이 벗겨지고 사지가 잘리고 훼손되는 것을 응시하게 된다."(유근오/비평) ● 인간 신체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물적인 감각과 표현을 통해 인간내면에 잠재된 본능을 공격적으로 펼쳐온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좀 더 넓게 적극적으로 그 내부(뼈 속까지)를 실제 공간에서 연상/연관적으로 펼쳐 보이려는 의도. ■ 정복수

 

Vol.20141015c | 정복수展 / JUNGBOCSU / 丁卜洙 / painting

 

 


 

지화전시회 여는 석용 스님
오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지화전시회를 여는 석용(47) 스님이 22일 인사동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14.10.22 <<문화부 기사 참조>> kong@yna.co.kr

1982년 출가후 30여년 지화 제작…"외국에서 더 관심이 많아요"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꽃과 제 얼굴을 번갈아보면서 '정말 스님이 만든 게 맞냐'고 물어봅니다. 너무 정밀하다며 기계로 만든 거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듣습니다."

평택 송덕사와 용인 백인사 주지 석용(47) 스님은 '꽃을 만드는 남자'다. 1982년 어린 나이에 출가한 직후부터 종이꽃 '지화'를 만들어왔다.

종단(천태종)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 인사지만 날카로운 눈매 때문에 처음 보는 이들은 그에게서 꽃을 떠올리지 못한다. 꽃보다도 '북(법고) 잘 치는 스님'으로 더 유명한 것도 그 때문일 게다.

오는 30일부터 11월 5일까지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지화전시회를 여는 석용 스님을 22일 인사동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전통문화인 지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08년부터 매년 개인전을 열고 있다. 올해 전시회에는 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예전에는 장례 상여를 꾸미거나 잔치를 열 때 지화를 많이 많들었지만 요즘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사시사철 생화가 쏟아져 나오고 조화가 대량 생산되는데 비싼 한지로 번거롭게 지화를 만들 필요가 없어진 거죠."

그나마 지화를 만드는, 얼마 안 되는 사람들도 전통 기법을 고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석용 스님은 범패 인간문화재인 권수근 스님에게서 시작된 천태종의 지화 기법을 물려받았다.

권수근 스님은 1970년대 단양 구인사에 머물면서 영산재, 삼회향놀이 등 불교의식을 전수했는데 여기에 지화 제작법도 들어 있었다. 권수근 스님은 현 천태종 총무원장인 춘광 스님에게 지화를 전수했고, 춘광 스님은 다시 석용 스님에게 물려줬다.

석용 스님이 만드는 지화는 손으로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세밀하다. 꽃의 섬세한 모양을 표현하기 위해 쇠칼로 미세한 '꽃살'을 접는 작업을 한다. 그가 빚어내는 꽃살은 마치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일정 간격을 유지한다.

크기와 복잡성에 따라 다르지만 꽃 한 송이를 만드는 데는 생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무리 간단한 꽃도 하루 만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업 준비가 모두 끝난 상태에서도 적어도 며칠이 걸린다. 재료 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최소 4개월에서 길게는 1년가량 걸리는 때도 있다.

석용 스님은 지화를 만들기 전 해에 염료로 쓸 천연재료를 직접 채취해 둔다. 꽃과 줄기 색깔이 서로 다르면 천연재료의 종류도 달라진다. 계절마다 피는 식물도 다르기 때문에 이듬해에 쓸 재료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잎이나 줄기 염색에는 녹색 계열의 식물을, 꽃은 다양한 색깔의 열매와 뿌리를 쓴다.

노란색은 치자, 양파껍질, 강황을 염료로 사용한다. 빨간색은 소목과 홍화, 꽃분홍색은 장녹(자리공), 청색은 쪽, 보라색은 머루, 포도를 염료로 쓴다.

석용 스님은 "염료가 안 되는 식물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만드는 꽃은 17가지 정도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건 '화중지왕'(花中之王), '꽃 중의 꽃'이라는 모란이다. 부귀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란은 불교에서는 작약과 함께 불심을 나타낸다.

불교와 꽃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꽃은 불교행사에서 맨 처음 하는 의식인 육법공양에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유명한 '염화시중'(拈華示衆)이란 말도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던 석가모니가 대중을 둘러보다 아무 말 없이 꽃 한 송이를 들어보이자 가섭존자만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석용 스님은 2000년대 중반 덴마크의 천태종 사찰 고광사 주지 시절 포교와 함께 현지에 한국의 지화를 알리는 데 힘썼다. 올해는 미국 워싱턴에서 지화전시회를 열고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제작 시연회도 했다.

그는 "처음에 종이접기 시연인 줄 알고 왔던 외국인들이 실제 지화를 보더니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흐뭇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보다도 외국에서 더 관심이 많은 걸 보니 한편으론 씁쓸했다"고 말했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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