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담 스님 제 10회 개인전… 10월 29일~11월 4일 인사동 KCDF갤러리서

35년 한지 연구, 작품으로 승화
‘법장’ 등 불법의 세계 담아내
12명 작가 참여 3회 국제한지전도

 

▲ 무한한 자비의 의미를 담아낸 ‘자비무량불’

 

 

“외발 뜨기 한 번 물질해 발에 얹혀지는 종이바닥은 한 세계요, 한 올의 닥섬유는 사바의 두두물물이다. 얼키고설킨 닥섬유가 수십번의 물질로 겹겹이 쌓여 한 장의 종이가 완성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 연기법계를 보여준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외연들과 내면의 신명이 조화를 이루어 서로 품으며, 자연물감과 어우러져 또 한 세계를 연출하는 자연 앞에 나는 지휘자로 때론 방관자로 물성과 혼연일체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뿐이다.”

 

영담 스님에게 있어 한지는 무한한 우주이고 한없이 평화로운 자연이 된다. 영담한지박물관장 영담 스님이 제 10회 개인전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을 연다. 10월 29일~11월 4일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스님은 법장, 자비무량불 등 한지에 자연물감으로 그려낸 18작품을 선보인다.

 

스님은 35년을 한지 연구에 몰두 전통 기법에 근거한 스님만의 독특한 한지를 만들어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법장’은 종이를 귀하게 여겨 일컫는 말이다. “법장에는 부처님 말씀인 팔만대장경이 다 들어가죠. 진리의 말씀을 펼쳐지는 곳이 바로 법장입니다. 그러니 이 종이가 얼마나 귀한 것이겠어요? 천수경에 ‘개법장진언’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법장을 여는 진언이라는 말이지요. 옛 어른들은 종이를 뜰 때 천년만년 보존하기 위해 상사화의 즙을 떠서 만들었어요. 꽃물이 독하지만 그래도 오래가는 종이를 만들기 위해 온 정성을 쏟았죠.”

 

그래서 스님은 현대인들이 공장에서 만들어낸 종이를 무작정 사서 사경을 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조상님들은 일부러 닥나무를 키워 종이를 만들었다고 해요. 그만큼 종이를 귀하게 여겼다는 말이죠. 그렇게 만든 종이 위에 사경을 하면 얼마나 신심이 돋겠어요? 빠른 것을 추구하는 요즘 세상에서 이렇게 하기는 어렵겠지만 종이를 귀하게 여기던 조상들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자비무량불’은 관세음보살이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스님은 어떤 뜻으로 해석을 해도 무방하다고 한다. 하지만 스님이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법신 보신 화신을 뜻하는 ‘삼신불’이다. “자비무량불은 말 그대로 자비가 무량하다는 뜻이죠. 이는 대단한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비라는 것은 온화한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힘이 장사라는 말이죠. 퍼줘도 퍼줘도 마르지 않는 엄청난 에너지가 자비에요. 법신 보신 화신 삼신불이 구족되어 원만함이 되어야 합니다. 법신 보신 화신 이 삼신불이 사람 사람마다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렇다면 스님이 한지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부처님 깨달음의 도리도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해 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생사윤회의 끝없는 흐름이 있지만 그 주체인 마음에 매이지 말고 자유자재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법의 이치죠. ‘저절로’라는 말이 줄어 절이 되었다는 말이 있잖아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작위적인 것이 없고 그냥 그렇게 되어져 자연으로 저절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저절로 마음의 평화가 오죠. 그 자연의 원리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한편, 스님은 개인전과 함께 제3회 국제한지전도 개최한다. 영담 한지로 작품을 만든 국내외 작가 12명이 참여, 작품 24점을 함께 선보인다. 영담 스님은 내년 필라델피아에서도 개인전과 국제한지전을 동시에 갖는다. 010-2535-3586

 

 

[현대불교 / 정혜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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