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pyNomic 히피노믹

2014 건국대학교 회화과 제23회 졸업작품展

2014_1022 ▶ 2014_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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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나리_곽세림_권소선_김민지_김보림_김소현김은지_김지혜_김혜선_김희연_류지원_문장훈

박지수_배수용_선지혜_신예은_윤사랑_이건희이보미_이보옥_이상호_이수연_이슬_이윤정_이혜진

임슬아_정유빈_조원희_최지인_최학현_최현지

 

관람시간 / 10:00am~06:30pm

공아트스페이스GONG 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8-21번지 1,2층

Tel. +82.2.730.1144/735.9938

www.gongartspace.com

 

히피노믹-우리는 단지 위로 받고 싶을 뿐이다 ● 예술이라는 것은 잠시도 멈추어 있지 않는 가장 진보적인 학문 중 하나이다. 예술은 과거의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와 방식을 발견해 내고 그것을 나 자신의 삶과 작품에 투영시킬 때 비로서 가치를 발한다. 미술의 역사를 놓고 볼 때 크고 작은 다양한 변화와 갈등이 반복 되어 왔으나 유독 예술가에게 시대정신을 기대하는 방식만은 19세기 사실주의 이후로 변함 없이 지속되어 온 고정된 가치이다. 이러한 관례는 포스트 모더니즘을 거쳐 '탈식민주의'와 '스펙터클의 사회' 이념과 접목되어 오면서, 언젠가부터 오만한 제도권에 가하는 사회 참여의 통로로 활용 되었다. 예술은 이제 더 이상 감상을 위한 용도로서,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매개로서가 아닌 동시대의 사회와 현상을 반영하고 지금의 삶을 되돌아 보게 하며 나아가 앞으로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가장 가치 있는 미래지향적 학문이 되었다.

 

 

강나리 / 곽세림 / 권소선 / 김민지 / 김보림 / 김소현
 

금번 건국대학교 회화학과 졸업 전시 타이틀은 '히피노믹'이라고 지어졌다. 학생들이 모여 오랜 시일 동안 고민하여 결정한 결과인데 그 의미를 알면 꽤나 당돌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히피노믹'은 '히피+아노미'의 합성어이다. '히피 (hippie)'는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대표적인 반체제 집단을 일컫는다. 이들은 기성의 사회 통념과 제도, 그리고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 자연으로의 회귀 등을 강조하여 반자본주의적 행동을 하며 탈 물질문명을 외치며 연합했다. '아노미 (anomie)'는 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규범이 사라지고 가치관이 붕괴되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의미한다. 아노미 상태, 다시 말해 공황적 표류상태에 이르게 되면 삶의 가치와 목적의식을 잃고 심한 무력감과 자포자기에 빠지게 된다는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이 언급한 내용을 빌어온 것이다. 이 무게감 있는 단어들의 조합을 통해 학생들이 깨달은 시대정신은 무엇이며 관람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김은지 / 김지혜 / 김혜선 / 김희연 / 류지원 / 문장훈
 

학생들은 졸업전시를 준비하는 최근 수 개월간 자신들에게 닥친 몇 가지 상황들에 대해 불안해 했고, 두려워했으며 분노했다. 특히 연이어 발생한 대형 사건 사고들을 목격하며 거대한 시스템이 붕괴되는 아찔한 현기증을 경험했다. 이들은 결코 건물과 여객선과 군대의 부실을 불안해 한 것이 아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간극을 불편해 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학생들은 부실의 결과를 방치한 채 손 놓고 지켜보고만 있던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두려워했던 것이다. 또한 이들은 부실한 구조 속에서 방치된 예술가들을 보며 두려워했다. 편협한 통계수치를 잣대 삼아 유수의 대학에서 예술과 인문학이 사라지는 비극을 지켜보며 분노했다. 현대미술이라는 미명하에 아이디어와 찰나적 재치만으로 무장한 표피적 예술에 열광하는 미술계를 목격하며 좌절했다. 작품 가격이 비싸야 훌륭한 예술가라며 시장이 예술을기만하는행태를지켜보며고개숙였다. 결국 학생들의 두려움은 대한민국 사회가 갖고 있는 병폐와 시스템의 폐단, 그리고 그 구성원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 것이다. 예년과는 달리 이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결정한 전시 타이틀은 올 한해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위험과 위협에 노출되어 지내왔는지를 설명하는 반증이 된다.

 

박지수 / 배수용 / 선지혜 / 신예은 / 윤사랑 / 이건희
 

이런 안팎의 대혼란 속에서도 이들은 각자의 가치관을 잃지 않고 자유로운 생각과 신념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 게다가 섬세한 감성과 비판적 시각으로 사회 시스템의 허점을 주도 면밀하게 분석한 조형언어들은 얼마나 대견스럽고 존경스러운 대목인가. 그런 맥락에서 선생이자 사회의 어른이자 미술계의 선배인 우리들은 졸업생들에게 한없이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저들이 희망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마땅한 해결책이나 대안을 찾아 명확하게 제시하기도 전에 이렇게 빨리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회로 내몰게 되어서 어찌나 미안한지 모르겠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이들에게 한없는 위로와 더불어 건투를 빌어주는 것뿐이리라.

 

이보미 / 이보옥 / 이상호 / 이수연 / 이슬 / 이윤정
 

슬라보예 지젝에 의하면 지금 이 시대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공적인 영역'들이다. 과거에는 우리가 공적인 영역이라 여겼던 부분들이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로 인해 이제는 사적인 공간으로 공공연히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의 가치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개인이 존중 받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공적인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납득할 만한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집단과 조직의 부정적 행위와 기만을 인지하고 지적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지금 이 시대가 예술에게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이 바로 이 용기이다. 겁먹고 차마 나서지 못했던 어른들을 대신해 이들이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명확한 자기 주장을 펼치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앞으로 이들이 선보일 사회 참여로서의 예술, 신념의 실천으로서의 예술, 그리고 소외된 집단을 위한 애도로서의 예술을 미리 축복한다.

 

이혜진 / 임슬아 / 정유빈 / 조원희 / 최지인 / 최학현

 

 

최현지
 

우리 학생들은 시대와 사회와 어른들에게 아주 작은 위로를 기대하며 금번 전시회를 준비했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당당하고 용감한 이들 앞에서 측은지심으로 위로 받아야 할 대상은 오히려 우리 어른들일지도 모를 일이다. ■ 윤상훈

 

 

Vol.20141022c | HippyNomic 히피노믹-2014 건국대학교 회화과 제23회 졸업작품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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