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젤 등 작업실 풍경도,  11월 7일까지 선화랑에서..

 

 


한 편의 달콤한 동화처럼 즐거운 상상력을 전해주는 문형태 작가가 ‘Miss K’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연다. 11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평면회화 30여점과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평범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일상을 그린다. 어렵고 힘든 가운데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자신의 삶이 투영된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진지하면서도 장난꾸러기 같고, 기쁨과 슬픔, 가벼움과 무거움 등 갖가지 표정을 짓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인물들이다. 작가의 작품은 일기나 편지쓰기와 같이 솔직하고 감성적인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하루하루의 경험과 생각, 느낌을 캔버스에 담는다. 처음부터 무엇을 그릴지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그리운 무언가를 찾아 나서듯 아무렇게나 그리기 시작한다. 연필로 끄적거리다가 의도하지 않았던 형태를 구체화시키고 색과 터치를 더해 그려내는 그만의 감각적인 방식이다. 습관처럼 그려지는 그의 그림일기가 모여 이야기가 되었고, 수많은 이야기가 모여 어린왕자의 작은 행성처럼 그만의 왕국이 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 ‘Miss K’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작가는 그동안 대부분의 전시에서 ‘그리운 K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써왔다. 작가가 말하는 K는 영감을 주는 뮤즈를 의미한다. 막연하게 그리워하는 것, 존재하지 않는 대상으로 누군가에게는 장소나 사물이 될 수 있고, 사람이나 추억이 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전시에서는 Miss의 다양한 의미로 잃어버린 무엇, 그리운 대상, 본능적으로 찾고 있는 것에 대한 작가의 이상을 그린 작품 30여점이 출품된다. 작품과 함께 작가의 방이 설치된다. 방에는 10년 이상 사용했던 이젤과 팔레트, 작업노트와 드로잉 등 다양한 오브제가 놓인다. 작가의 작업실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은 전시구성은 관람자에게 더욱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전시 때마다 ‘그리운 K에게’라는 편지를 써 왔습니다. 막연하게 그리워하는 K는 토이스토리의 장난감 우디와 같은 존재입니다. 어른이 되면서 작별하는 어린 시절의 나와도 닮았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는 다릅니다. 작가는 끊임없이 스스로 나를 흔들고 부정해보는 과정을 산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 실수하고(miss) 잃어버리고(miss) 그리워하고(miss) 끝끝내 삶에서 미혼처럼 혼자여야 하는(miss) 자신을 말이에요.”

그는 전시 타이틀에 대해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그 무엇들이라고 설명했다. 관에 누워 있는 미래의 주검을 그린 후 ‘나는 함께 죽는다’라고 제목을 붙인 작품도 있다. 자신을 이루는 것은 자신에게 영감을 주고 경험을 주는 수많은 타인들에 의한 것이라는 얘기다. “‘Miss K’는 결국 나를 만든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그는 말했다.

채색과 구도가 조금씩 밝아지고 행복한 이미지를 드러내는 그의 작품을 보면 누구나 자신의 마음속에 감추고 있는 비밀의 동산을 찾아내기를 권유하는 것 같다. 그는 “모든 삶은 다 살아보았을 때 그 목적이 보이는 것”이라며 “내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작업이 늘어나고 시간이 지나옴에 따라 조금씩 나 스스로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겪는 것”이라며 웃었다(02-734-0458).

국민일보 /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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