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전 이상범·소정 변관식·운보 김기창·월전 장우성
노화랑, 근대畵仙 4인전…우리 수묵화 재조명

 

 

 


깊어가는 가을 화단에 묵향(墨香)이 가득하다.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서화전 `추사정화`전이 성황리에 관람객을 맞고 있으며 인사동 골목 골목마다 그윽한 먹의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아라아트센터에서는 조선 남종화맥을 엿볼 수 있는 운림산방 4대전이 열리고 있고 여기에 40년 인사동 토박이 화랑인 노화랑에서도 `근대의 화선(畵仙) 4인`전을 연다.

청전 이상범(1897~1972)과 소정 변관식(1899~1976), 그 다음 세대인 운보 김기창(1913~2001)과 월전 장우성(1912~2005)이 화폭의 주인공들이다. 수묵화 20여 점이 걸린 전시장에 들어가면 또 다른 유려한 가을이 펼쳐진다.

청전의 대표작 `추경산수(사진)`는 각각 새참과 지게를 지고 가는 농촌 부부의 모습을 한가롭게 묘사하고 있다. 야트막한 야산과 졸졸 흘러가는 개울물이 평화로운 가을의 한때를 보여준다.

청전은 전통 수묵채색화를 근대적인 양식으로 재창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나이 30대에 이미 화단의 스타로 부상했으며 매우 절제된 준법과 필묵으로 명성을 쌓았다. 소정은 청전과 달리 강렬한 준법으로 독특한 수묵화 세계를 개척했다. 반골 기질이 강한 그는 일본에 유학을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지 않고 금강산을 비롯한 우리 산하를 특유의 필치로 담아냈다. 갈대가 우거진 강가에서 한가롭게 낚시하는 풍경을 담은 `낚시터`도 시선을 잡아끈다.

이당 김은호의 문하에서 수학한 월전 장우성은 화려한 채색화가로 화업을 시작했다.

 

서울대 미대에서 많은 제자를 양성한 그는 한국 회화의 현대화에 천착했다. 그런가 하면 청각장애를 예술혼으로 불태운 운보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업뿐만 아니라 다작(多作)을 한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구상과 추상을 자유롭게 넘나든 그는 `청록산수`와 `바보산수` 연작으로 화단에 큰 궤적을 그렸다. 31일까지. (02)732-3558

[매일경제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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