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혼자 살 수 없다고 얘기하듯 서로 살피고 살았으면”


“분석이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들에 대한 깊은 생각이 ‘물’이라는 피사체에 빠져들게 하지 않았나 싶어요.”

방송인 박찬숙씨(69·사진)가 오는 22~2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물결 숨결’을 주제로 사진전을 연다. 2011년에 이은 두 번째 전시회로 총 5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회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16일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물 곁에 있으면 편안해진다”면서 ‘물’이 가진 풍요와 치유, 상생의 속성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사체’에 대한 그의 관심은 물을 더욱더 낮고 깊고 가까이 살피게 했다.

“물을 가까이서 보니 바람과 시간, 햇볕의 강도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갖고 있었어요.” 그는 그것을 물의 결, ‘물결’이라고 했다. 그리고 물이 자신의 색깔인 ‘물결’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생명’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물의 결’을 포착하기 위해 몇날 며칠, 수천 수만번 셔터를 눌렀다. 그러기를 3년여. 그가 내놓은 57점의 사진 속 물은 우리가 아는 심심하고 흔한 ‘물의 모습’이 아니다. 춤추듯 역동적이고, 무지개처럼 화려하고 격정적이고 추상적이다.

그가 사진작가라는 뜻밖의 길로 들어선 것은 2011년 무렵이었다. “40년 넘게 방송카메라에 찍혔으니 반대로 세상을 한번 찍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지인의 얘기에 덜컥 카메라를 사면서부터다. 온종일 방송인으로 숨가쁜 하루를 보내면서도 그는 매일 동틀 무렵이면 집 앞에 나가 셔터를 눌렀다.

이번 전시는 카메라를 잡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물’을 피사체로 찍은 작품 중에서 고르고 골랐다.

“물을 대하고 있으면, 이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 같아요. 한 방울의 물이 모여 강이 되고 바다가 되듯이 서로 어울려 살피고, 함께 살고, 흘러가자고 하는 것 같아요.”

그는 “그동안 열길 물속을 모르고 있었는데, 열길 물속의 마음은 곧 ‘생명’과 ‘어울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심한 듯 흘러가는 물을 보면서 햇빛이 있어야만 꽃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물을 보면서 ‘나이듦’의 아름다움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968년 KBS 공채 1기 아나운서로 입사해 국내 최초 여성 앵커로 를 비롯해 등을 진행했고, 제17대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했다. 지금도 왕성하게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글 정유미·사진 김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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