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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 결
SPACE KYEOL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19-30
Tel. +82.(0)2.720.2838
www.spacekyeol.com
@spacekyeol
라인 메타포 ● 박영라의 작업은 어떤 암시적 힘의 발산이다. 그의 캔버스와 종이 위에는 얼핏 많은 것이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나, 거기에는 거대한 우주가 숨겨져 있다. 몇몇의 선들은 자신들의 길을 찾아나서고, 섬세하게 떨리는 획의 무리는 산재되어 이미지 저 깊은 곳으로부터 도출된다. 배경은 대개 여백으로 남고, 더러는 작은 면들이 파스텔톤으로 정의되곤 한다. 이 추상의 레퍼토리는 절제와 유보를 특징으로 한다. 개개의 선들은 각각 자기만의 고유한 특질을 드러낸다. 어떤 선들은 힘차게 움직이는 듯하고, 어떤 선들은 내내 변함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듯하며, 또 어떤 선들은 계속 나아가기를 머뭇거리는 듯한 어떤 식의 주저가 들어 있기도 한다. 때로 그들은 갑자기 끝나버리거나, 희미해지거나, 순순히 길을 잃기도 한다. 때로 그것은 섬세한 선구조물들을 가로지르며 맞서거나, 혹은 조밀조밀 꿈틀거리는 선들로 이뤄진 어두운 그물구조로 직조되기도 한다. ● 선들의 이러한 고유한 특질들은 연필, 숯, 먹, 볼펜을 통해 그래픽 기호로 옮겨진다. 배경과 선들은 완벽한 균형을 이루면서 역동적으로 구성되어 진다. 그림을 가득 메운 여백은 정교하게 주조된 선들이 충분히 움직이도록 하는 강력한 조건이 된다.
박영라_오딧세이아_캔버스에 연필, 아크릴채색_61×71cm_2022
그의 오브제들은 종종 어떤 식물적인 형태를 연상시킨다. 그들은 언뜻 흐드러진 나뭇가지나 잎사귀들을 떠올리게 하거나, 시야를 가리는 어떤 풀덤불, 혹은 허공에 매달려 있는 넝쿨등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또한 구름, 물, 안개나 빛의 반사들이 묘사된 듯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눈이 그의 모티브로부터 어떤 구체적인 사물을 포착하려는 순간, 그 연상된 사물은 어느새 달아나 그림 속 심연으로 물러나 버린다. 이러한 연상들은 종종 그림에서 만나는 모티브를 구체적인 사물과 연관시켜 이해해 보려는 관객의 태도와 욕구에서 기인한 것일 뿐, 화가 자신은 그림 속 사건을 구체화하려고 의도하지 않는다. 그는 이제껏 존재해 왔던 일체의 현상들을 '묘사'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보다는 어떤 커다란 관계에 집중한다.
작가는 모티브들이 그에게 '전달'된다고 설명한다. 이 때 그는 그것들의 특질이 선명하게 감지될 때까지 마음을 집중하고 차분히 기다린다. 이 과정에 작가 자신의 의지는 배제되고, 다만 부유하는 정보들이 화면 위로 옮겨 앉도록 도울 뿐이다. 작가는 그리하여 자신을 '매체'로서 이해한다. ● 이러한 작업태도로 인해 작가는 2차 대전 이후 많은 중요한 선구자들로부터 오랫동안 이어져 온 추상미술의 전통 속에 자리하게 된다. 그러나 박영라의 작품들은 그들의 비구상 작업들과는 근본적으로 구분된다. 그 보다는 오히려 전후 유럽 화가들의 작업들과 보다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예술의 사회정치적 역할보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보다 중요시하며 이를 작품속에 구현하고자 했다. 이는 나치시대와 세계대전의 경험이 그들로 하여금 현실을 떠나 자신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는데 집중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트 슐쩨의 무수히 뻗어 나가는 선작업들 역시 자아표현을 위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영라의 작품에서는 축약된 문자 드로잉을 회화의 영역으로 들여온 싸이 톰블리의 작품구성의 원리 또한 읽혀진다. 그러나 싸이 톰블리의 암호화된 묘사들이 구체적인 역사적 내용과 연결되는데 반해 박영라의 작품은 그 시작점과 지향점을 사뭇 다른 곳에 두고 있다. 그는 선들에게 우주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가시적인 일체의 현상들 속에 선은 이미 내재되어 있어, 산이든, 식물이든, 생물이든 또는 사람이 만들어낸 어떤 사물이든 모두 선을 통해 그 구성요소와 존재형태를 기술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의 신념에 따르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저마다의 특정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드러낸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작업들 또한 "특정한 사물들"이라 부른다. 그는 선을 통해 이 '특정함'을 탐구한다. 작업이 완료되고 완벽한 선을 얻게 되면 대상의 특정함은 자연스레 그 속에 들어 앉게 된다. 이는 대상이 아니라 내용을 다루는 것이며 그 내용은 논리적으로 추상으로 귀결된다. 선은 비유가 되어, 높이 솟은 것, 구부러진 것, 곧추 서있는 것, 정지한 것, 망설이는 것, 충동적인 것, 동적인 것 등의 서로 다른 실존적 경험을 드러낸다. 동시에 그들은 동적인 흔적들을 전달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진동을 내보내기 때문이다. 이는 물질적 대상을 포함해서 모든 종류의 생물, 혹은 파동을 기반으로 한 어떤 정보에도 해당된다. 심지어 하나의 행동이나 행위는 신경생리학의 영역에 흔적을 남기기도 하며, 우리의 삶은 우리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생애속에 기록을 남기기도 한다. 이러한 에너지의 상호교환은 박영라가 표현한 진동하는 선들에서 보여주듯이 서로 다른 특질들을 지니고 있다.
박영라의 작업방식은 또한 은유적인 색과 형태의 공감각적 효과에 집중했던 바실리 칸딘스키를 떠올리게 한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음악과 시각예술 사이의 유사성을 파악하고 "영적인 예술"을 만들어 내고자 했다 (1911). 칸딘스키는 각 색상에 고유한 특성을 부여하고, 그 것을 특정한 형태와 결합시킴으로써 어떤 정서적 상태를 드러나게 한다. 이를 통해 그는 묘사하거나 서술하지 않고도 자신의 오브제들을 본질적이고도 실재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박영라도 매우 유사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는 칸딘스키와는 다르게 오브제들의 시각적 균형을 위해 조형적 장치들을 활용한다.
두 화가는 또한 외적으로 인식되는 현상 너머의 어떤 실체를 탐구한다는 면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박영라의 그림에 있어 화면을 가득 채운 여백은 도가적 이상의 반영이다. 그곳에서는 깊은 침잠과 무위의 상태에서만 현상 뒤의 세계가 그 진정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캔버스 위의 여백은 바로 내면의 여백과 조응한다. 이 여백은 모든 세속의 번잡함과 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한 여정을 시작하는 사람만이 물질적인 것에서 찾을 수 없는 충만함을 보상으로 얻는다. 그것은 분명 고갈되지 않을 충만함이다. 최근 그의 캔버스 위에 파스텔조의 부분들이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단순한 조형요소의 변화 그 이상을 의미한다. 흰 여백의 배경은 그리하여 특정되지 않은 어떤 심연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우리의 세계관이란 이러한 조건들을 해석하는 데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유클리드 공간은 명백하게 버려졌기 때문이다. 유클리드의 공간 말고, 선의 유희 뒤에 숨은 심연의 차원이 있다. 바로 그것이 박영라의 작업을 이해하는 데에 결정적인 것이다. 박영라는, 여기 우리에게, 현상들의 참모습을 찾으려던 보다 넓은 인식의 세계에 대해, 어떤 하나의 시선이 열렸음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번역_박영라, 2023년 5월) ■ 지그리트 호퍼
[출처] 박영라展 'The Others'|작성자 인사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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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김병주_김형기_김화순_김흥우_박건재_배인석
선무_여승열_여태명_전영일_조풍류_한상진
주최 / 평화예술교류협회
후원 / 공간어쩌다보니_AGI SOCIETY
관람시간 / 10:00am~06:00pm
다다프로젝트
dada project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17-13 2층
blog.naver.com/soom_soop
@dada.project_
물레는 한방향으로 돌리며 감게 되니 ● 화통전畵通傳은 모음 그림전이다. 모아 본 물건의 공통점이 그림이니 화畵를 쓸만하다. 화畵자는 본디 그림과 그리워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후에 분할하다, 계획하다라는 뜻으로 파생되기도 한다. 여기서 핵심은 선이다. 붓으로 선을 그어 분별하니 분별의 의도에 이르는 것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선을 긋는 데는 나름 그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이번 전시는 나름 나름의 이유를 모아 본 것이다. 서화동원론書畵同原論은 글씨와 그림은 원류가 같다는 뜻인데 필법이야 같은 도구에서 오는 것이고 때문에 표현의 원리가 비슷하니 그 결과물 간에 통通함이 있음 직하다. 여기까지 동양식 글씨와 그림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하지만 서양식 그림이라 할지라도 이 또한 분명 인공적인 작업임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예술은 인공적인 의도 이상을 벗어나기는 힘들고 예술 작품을 통하여 창작의 의도를 묻고 찾기 마련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여느 분야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지만 이 분야는 좀 난해하다. 특별히 어렵고 특별히 접근 가능한 사람들만이 종사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결과물이 가지는 특별한 필요성에 있다. 이 특별함은 창작하는 이와 필요한 이들 간의 욕망이 딱 들어맞기도 하지만 그 간극을 보이며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변화를 겪기도 한다. 전傳에는 물레(叀물레 전)가 등장한다. 물레는 한방향으로 돌리며 감게 되니 한 방향으로 모아 연결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본 전시 화통전畵通傳은 평화와 예술 그리고 교류를 지향하는 평화예술교류협회 작가들과 약간의 외부 작가로 모아져 있다. ■ 배인석
글의 키워드 #그리다 #분할 #계획 #원론 #통하다 #인공 #한방향 #연결 #전하다
전시에서 찾아보는 키워드 #자연 #평화 #무경계 #미래 #공간 #새로움 #봉선화 #인왕산 #3팔6
Vol.20230602i | 화통전 畵通傳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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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모 '선 Meditation' 초대전이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지난 31일 개막되었다.
전시된 히말라야 설산은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로운 생명의 숨결로 가득하다.
설산에서 영적 에너지가 솟는 것은 작가의 간절한 기도에 의한 것이다.
작가는 20여 년 전, 히말라야 설산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어 작품 세계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예전에는 인사동 풍류객으로 살았으나, 그 이후부터 그의 기행은 전설이 되어버렸다.
스님처럼 술과 고기도 멀리하며 간절한 기도를 화폭에 옮긴다.
명상과 기도에 의한 설산은 차가운 한기가 아니라 따뜻한 온기가 번져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사랑의 빛에 휩싸이게 만든다.
이 전시는 6월12일까지 열린다.
또 다른 작품도 선보였다.
좀 늦게 간 개막식에서 강찬모화백을 비롯하여 장경호, 이두엽, 조준영, 최유진,
방기식, 정영신, 노광래, 덕원스님, 황경애씨 등의 반가운 분을 만났다.
'인사아트프라자' 5층 레스트랑에 마련한 만찬장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그 날 2차는 언론인 이두엽씨가 '흐린세상 건너기'에서 샀다.
조준영, 장경호, 정영신, 최유진씨가 함께 한 자리에서 인사동 추억몰이가 시작됐다.
"술 귀신 강찬모 오기 전에 도망가자"는 전설에서 부터,
인사동을 들락거리며 이야기거리를 만들었던 풍류객의 만행을 낱낱히 폭로했다.
이두엽씨가 인사동에 관한 추억몰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니, 다들 기대하시라~
하영준전 '형상의 바깥' (0) | 2023.0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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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과 강북지역 갤러리, 2023년 6월 전시일정 (0) | 2023.06.02 |
한글이 예술로 승화한 금보성의 ‘한글문자’전 (0) | 2023.06.01 |
김명숙_HT20_종이에 혼합재료_170×130cm_201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30pm / 월요일 휴관
인디프레스_서울
INDIPRESS_SEOUL
서울 종로구 효자로 31(통의동 7-25번지)
Tel. 070.7686.1125
2007년 무렵부터 2018년경까지 이어진 이 심장연작은 가슴의 상흔들에 관한 공부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작업들은 나의 심우도였을지도 모를 미노타오르스 연작과 Works for Workers 연작, 그리고 자신의 심연에로의 하강에 관한 Katabasis 연작들과 동시에 진행되어 아마도 그 연작들에 내재되어 있을 상흔들이 Heart라는 도상을 빌어 재현된 것이리라. 연작들 중에는 극심한 신경증에 시달리던 환자가 고통에 못 이겨 자기도 모르게 쥐어뜯어 삼킨 머리카락들이 어지러이 뭉쳐있는 흉부 X레이 사진을 보았던 기억을 되살려, 머리카락들과 담뱃재를 자리공이라는 식물의 즙에 섞어 그린 심장이 있다. 민간에서 자리공은 살충제나 지혈제로 쓰인 약재이며 신선들에게는 불로장생의 음식이었다고 한다. 심장을 인체화한 삼면화는 정신의 구심력과 원심력,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형상화한 작업이었다. 이 삼면화에서도 상처에서 흐르는 피와 그 피를 지혈해주는 제의적 의미로 자리공의 즙이 사용되었는데, 몇 년이 지나니 탈색이 되어 마른 피 자국처럼 되어버렸다.
김명숙_HT16_종이에 혼합재료_170×130cm_2016
작업을 하면서 읽었던 '심장의 역사'에 의하면 고대 이집트에서는 심장이 뇌로 간주되었으며 그들은 심장으로 생각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한편 수피즘에서 심장은 내부의 황제로서 감정과 욕망을 다스리고, 신성으로 통하는 문으로 인식되었으며, 인도인들에게 심장은 브라만이 거처하는 마음의 지성소였다. 니체의 심연의 아이들은 '빛나는 어둠'의 세계인 가장 깊은 정신의 심연으로 내려가 마침내 심장의 박동 소리에 맞춰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대지의 아이들로 다시 태어난다.
김명숙_영정07_종이에 먹물_95×75cm_2013
심장 연작이 마무리될 무렵, 작업실의 심장 그림들은 더이상 물감으로 재현(represent)되기를 거부하며 오브제로 제시(present)되기를 요구하였다. 폐차에서 떼어낸 찌그러지고 녹슬고 삭은 부품들로, 숯으로, 재로, 얼음으로, 깨진 거울들로, 누더기로, 피 묻은 거즈로, 오래된 문짝으로, 진주를 품은 조개로, 연꽃으로… 하지만 제한된 작업실 공간에서 거대한 심장 오브제들을 작업하기는 아무래도 여의치 않아 마음 속 무한의 공간에 하나씩 만들어 두기로 하였다. 비록 그날 심장들의 요구에 응하지는 못했지만, 작업실에 오래도록 놓여있던 의학 사전과 응급처치법에 관한 소책자로 Heart of Master를 재현해 보았다. 낡은 의학 사전은 도교에서 말하는 일곱 개의 구멍이 난 깨달은 자의 심장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자신이 살면서 앓는 모든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하면서 마침내 깨달은 자가 된 자의 심장에 나있다는 일곱 개의 구멍의 의미는 몇 년 뒤 우연히 어린 손녀에 의해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그 무렵 처음으로 엄마 없이 두 주일을 보내게 된 손녀가 내게 이런 문자들을 보내왔다. "가슴에 구멍이 세 개쯤 뚫린 것 같아요." "오늘은 가슴에 구멍이 열 개도 더 뚫린 것 같아요." 살면서 가슴에 수없이 많은 구멍이 뚫릴 만큼의 고통을 겪어낸 자만이 비로소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이리라… First Aid라고 적혀있는 낡은 소책자에는 내 자신에게 응급처치가 되어 줄 만한 문장들을 발췌하여 군데군데 적어놓았다. 돌 심장 오브제들은 아파트 화단에서 우연히 하트모양의 돌을 주운 것을 시작으로, 몇 년에 걸쳐 오가며 눈에 띄어 하나씩 모아진 것으로 심장연작의 완결작으로 미루어 왔던 Bulletproof Heart, 즉 마침내 어떠한 고통도 견뎌낼 수 있게 된 방탄심장을 대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작은 돌 심장은 손녀가 작업실 구석의 방탄심장들을 보고는 며칠 뒤 길에서 손톱만한 돌맹이를 주워 "이건 상처가 다 아물고 새 살이 돋아나는 심장이야."라며 내 손바닥에 올려 준 것이다.
김명숙_새_종이에 혼합재료_220×320cm_2004
1990년대 초반에 그려진 화산 연작은 휴화산 상태의 나의 심장이 표현되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아직 그려내지 못한 채 오래도록 마음에만 품고 있는 심장들이 있다. 전사의 심장, 제단에 바쳐진 심장, 인간의 영혼에 깃든 신성이 육화된 심장, 그리고 벙어리 냉가슴… ■ 김명숙
김명숙_Harassed land_종이에 혼합재료_245×245cm_1990
이 심장들에는 관객을 향해 마주한 인물이 내재되어 있다. 분해되어 타들어가는 마음/정신을 환유하는 심장/뇌에는 고뇌하는 인물이 내재되어 있다. 베로니카의 손수건처럼 바탕에 상처로부터 흘러나온 체액이 베어든듯한 장기는 추락/비상이라는 작가의 주제와 연결하면 날개처럼도 보인다, 그것들은 날 수 없는 묵직한 날개, 다치고 피흘려서 비상할 수 없는 날개들이다. ■ 이선영
Vol.20230525d | 김명숙展 / KIMMYUNGSOOK / 金明淑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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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 볼만한 전시-
영원한 여정: 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 2022.5.26.-2023.10.9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관
한국실험미술 1960-1970/ 2022.5.26.-2023.7,16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에드워드 호퍼전/ 2023.4.20-2023.8.20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권하윤전 / 2023.5.16-2023.9.10 / 리움미술관
William Klein 사진전 / 2023.5.24.-2023.9.17 / 뮤지엄 한미삼청
조선백자 다기의 미와 현대미술의 만남 / 2023,6,7-7.16 / 현대화랑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전 / 2023,4.14-6.25 / 일민미술관
박영하전 / 2023.5,17.-2023.6.17 / 학고재
김명숙전 ’Works for the Heart’ / 2023.5.25.-6.27 / 인디프레스
이강욱전 / 2023,6.14-6.27 / 갤러리담
조영기사진전 ‘천년고찰의 사계’/ 2023,6.1-6.10 / 갤러리브레송
김완수사진전‘Cadenza-사물, 유희하는 시선’/ 2023,5.19-6.10 / KP갤러리
-인사동-
강찬모전 ‘선 Meditation’ / 2023,5.31-6.12 / 인사아트프라자1층
비공스님전 '내 안의 정원' / 2023.5.31.-6.12 / 갤러리인덱스
권옥연전 / 2023,5.17-6.12 / 갤러리바이올렛
염창이전 / 2023,5.24-6.6 / 갤러리쌈지안
김성호전 / 2023,5.24-6.18 / 통인화랑5층
전통의 재해석전 / 2023,5.31-6.27 / 갤러리그림손
이선원전 ‘WATERSHADOW’/ 2023.6.1-2023.6.15 / 백송갤러리
윤 경 전 / 2023,6.7-6.17 / 장은선갤러리
하영준전 ‘형상의 바깥’/ 2023,6.7-6.13 / 갤러리라메르
은가비전 / 2023,6.7-6.27 / 갤러리인사1010
김연식전 ‘교향곡: 인드라망’/ 2023,6.20-6.29 / 갤러리모나리자산촌
정정엽전 ’모욕을 당한 자이며 위대한‘ / 2023,6.21-8.18 / 갤러리밈
김재학전 / 2023,6.21-7.22 / 선화랑
복진오 조각전 / 2023,6.28-7.15 / 장은선갤러리
[스크랩 : 서울아트가이드 2023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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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과 강북지역 갤러리, 2023년 5월 전시일정 (0) | 2023.06.01 |
한글의 조형미를 그림으로 형상화해 온 금보성 작가의 ‘한글문자’전이
지난 17일부터 인사 마루아트센터 5관에서 열리고 있다.
금보성은 문자와 회화의 결합으로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화가로,
30여 년 동안 74번의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글은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한글은 한국인의 생각이며 정신이다.
그는 글자 하나하나를 풀어 또 다른 세상을 일구는 것을 화업으로 삼은 작가다.
이번 전시에 30년 전 처음 시도한 한글 작업의 초상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희노애락이 한글 초상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금보성의 한글 문자 작업이 기하학적 추상처럼 보이지만, 그와 의미가 다르다.
한글 문자화는 수학적인 환원이 아니라 역동적인 우주철학의 구현이다.
그리고 수학적인 차가운 기하학이 아니라, 신명난 놀이의 뜨거운 기하학이다.
그동안 필자가 본 작업만도 때로는 윷놀이가 된 것도 있고, 춤이 된 한글도 있었다.
의자 형태로 가족의 사랑을 나타내는가 하면, 테이프를 붙여 형상화하는 등 수를 헤아릴 수없다.
이번 전시는 어린아이들의 놀이였던 종이 찢기 방법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문자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며 놀이 속에 감춰진 한글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그리고 한글 문자에 ’신 훈민정음 해독‘이라는 부재가 붙어있었다.
어린이처럼 한글 문법을 새로 배운다는, 또 다른 접근인 셈이다.
어린이들의 색종이 찢기를 캔버스에 그대로 옮겼는데. 실제 찢은 것처럼 입체감을 극대화했다.
우리 민족은 윷놀이나 탈춤, 강강술래 등 여러 형태의 ’놀이’를 즐겼다.
놀이는 ’신명‘을 바탕으로 고유의 해학을 창조한다.
김홍도의 풍자와 해학이 서양미술에서 찾아볼 수 없듯이, 결이 다른 미학 정신을 창출해 낸다.
금보성씨는 “한글은 내성적 자아에서 외향적 자아로 변환이 가능한 문자이기에 단어와 문장으로서 표현될 때
서양적 구조로 바뀐다. 상생의 소리 파장은 물질의 변화까지 에너지로 변환한다”고 말했다.
”한글의 내면에는 동양적 내적 기운과 서양적 외적 기운이 모여있으며, 이것이 바로 몸과 정신이다. 소리와 문자로 드러내는 한글은 감정이 전달되는 전류나 에너지로 바뀐다”며 그 뜻은 ㄱ 공의 공평/ ㄴ 나눔/ ㄷ 돕다/ ㅁ 마음/ ㅂ 빛.비움/ ㅅ 소유와 순종/ ㅇ 하늘.우주/ ㅈ 자유/ ㅊ 처음/ ㅋ 크다/ ㅌ 탄생/ ㅍ 평화/ ㅎ 하나. 크다 로 해석하였으며, 모음으로는 ㅡ : 땅(의ㅡ)대지.평등/ ㅣ : 인간(이ㅣ)서다 라고 해석했다.
한글에 대해 “자음과 모음이 하나가 되어 문자가 되어질 땐 새로운 기운과 파장이 형성된다.
최진석 평론가는 이번 작업에 대해 “금보성 작업은 두 개의 프로젝트에 호응한다. 첫번째는 한글의 중심에 존재하는 힘과 에너지를 드러내는 것이고, 두번째는 바로 어떻게 이 힘과 에너지가 한국인의 영혼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구성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라며 “작가의 어떤 그림들은 강렬한 색의 기하학적인 선들로 구성되어 있다. 풍부한 색채의 작은 사각형들로 이루어진 다른 회화작품들은 엄격히 기하학적인 모습이다. 추상적이면서도 동시에 견고한 형태를 표현해내기 위해 선과 글자는 서로서로 섞여든다. 여기서 우리는 금보성의 한글 문자 작업을 통해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현대 미술의 원형을 지켜보는 예술적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말한다.
전시가 29일까지라. 서둘러 관람할 것을 권한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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