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백주년기념 민족예술큰잔치에 초대된 '영산줄다리기'





2019년 03월 03일 (일) 16:03:27

정영신 장터사진가 


매년 삼일절을 맞아 경상남도 영산에서 열렸던 줄다리기가 삼일절 백주년을 맞아 ‘민족평화신명천지축전’ 부대행사로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지난26일 청계광장에서 줄 비나리를 시작으로 새끼줄을 꼬고 엮어 말아 거대한 두 갈래의 몸줄을 만들었다.



▲ 비녀목으로 암줄과 수줄이 한몸이 되었다. Ⓒ정영신


중요무형문화재(26호) ‘영산줄다리기’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우리민족의 대동놀이다. ‘영산줄다리기’는 마을의 화합을 위하여 500여 년 동안 그 명맥을 유지해온 문화유산으로 우리민족의 혼을 당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지난달 26일 줄비나리 축원을 하고 있는 변우균씨 Ⓒ정영신


또한 용신앙에 바탕을 둔 마을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대동 굿으로 1969년 무형문화재 26호로 지정되어, 대한민국 문화유산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산줄다리기는 용을 상징하는 250센티미터의 폭에 40메타의 긴 줄로 암줄과 수줄을 고정시키는 비녀목을 꽂아 연결한 후, 수많은 젓줄에 매달려 승부를 겨룬다.


▲ 영산줄다리기 보존회사람들이 새끼줄에 물을 묻히고 있다. Ⓒ정영신


줄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을부터 짚을 준비해 두었다가 정월대보름을 맞아 새끼줄을 꼬고, 여기에 풍물패가 어울려 신명을 일으키며 줄을 만드는데 200명이상이 모여 준비한다. 여기에 줄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소금과 물을 뿌리고, 줄이 터지지 않도록 밟아주는 과정을 거친다.



▲ 줄을 단단하게 하기위해 소금을 뿌리고 있는 모습 Ⓒ정영신


이번 한겨레 큰 줄 당기기 집행위원장이자 ‘영산줄다리기 보존회’를 이끌어가는 신수식씨는 “우리고향사람들은 줄다리기를 하지 않으면 한해농사를 시작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만큼 줄에 대한 열정이 크다.


▲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줄을 단단하게 여미고 있다.Ⓒ정영신


영산은 독립만세를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외친 성지로서 우리조상들의 정신이 이 줄 속에 담겨있다. 오죽했으면 일본인들이 우리의 협동심과 단결력을 와해시키기 위해 줄다리기 인원을 제한했겠느냐, 영산줄다리기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그저 모든 마을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줄다리기를 준비하면서 한해 농사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암줄과 수줄이 만나기 위한 과정 Ⓒ정영신


이번 영산 큰 줄다리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줄을 만드는데 쓰이는 볏짚을 구하지 못해 전라도에서 공수해온 점과, 사람 손으로 해야 할 일을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기계가 동원되어 안타까웠다. 전통 줄다리기는 온 몸으로 줄을 당기기 때문에 상대를 앞질러 가지 않고, 뒷걸음을 많이 쳐서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줄다리기다. 3.8선에서 줄다리기를 해 우리가 뒷걸음으로 북한을 껴안으면 그게 바로 평화통일이 아니겠느냐? 우리 영산에서는 암줄과 수줄의 성패로 한해 농사를 점친다”고 말했다.



▲ ‘영산줄다리기 보존회’를 이끌어가는 신수식 Ⓒ정영신


특히 이번 3.1 백주년기념 ‘영산 큰 줄다리기’는 “서울시민들과 자원봉사자의 노력으로 잘 마무리되었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인사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 말뚝이와 함께 세종대로로 진입하는 모습 Ⓒ정영신


동부줄과 서부줄로 나눠 청계광장에서 출발한 두 줄이 풍물을 지피며 세종대로에 진입하자 서낭대 싸움과, 말뚝이춤으로 기 싸움을 벌였다. 암줄과 수줄을 연결하는 비녀목에 꽃은 후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 말뚝이와 시민들이 줄을 진행시키고 있다. Ⓒ정영신


많은 시민들의 함성아래 치러 진 줄다리기는 신명난 풍물소리와 출렁이는 깃발이 힘겨루기의 박진감을 더해 주었다. 동부 줄과 서부 줄은 남성과 여성을 상징해 서부 줄이 이기면 그해 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고 한다.



▲ 동부줄과 서부줄이 풍물과 함께 기 싸움을 하고 있다 Ⓒ정영신


영산줄다리기는 우리나라 줄다리기의 시초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를 지나면서 잠시 단절되었지만, 1963년 3.1문화제에 재현된 후, 3.1민속문화제 때마다 매년 열리고 있다. 이번 ‘영산 큰 줄다리기’로 우리농촌이 삶의 근본이 되고, 암줄과 수줄은 ‘민족통일 줄’과 ‘생명평화 줄’이 되어 시민들 마음에 우리민족의 공동체를 인식시켰다.



▲ 말뚝이 춤을 구경하는 시민들 Ⓒ정영신


특히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 줄다리기가 끝나자 집으로 가져가기 위해 새끼줄과 꽁지줄을 잘라갔다. 영산에서도 줄다리기가 끝나면 이긴 편의 짚을 한웅큼씩 잘라 자기 집 지붕위에 올려놓으면 한해 집안이 평안하고,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고, 소에게 먹이면 소가 튼튼하게 잘 크고, 이 짚을 거름으로 쓰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고 한다.


▲ 승리한 쪽의 줄을 집으로 가져가기 위해 자르는 모습 Ⓒ정영신


또한 시민들의 참여로 펼쳐진 영산 큰 줄다리기는 두 동강이 난, 우리의 역사를 이어주는 거대한 판 놀이였다. 100년 동안 우리 땅에서 벌어진 틈을 거대한 비녀목으로 연결해 암줄과 수줄의 교합처럼 남과 북이 하나 되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 '3.1 백주년기념 민족예술큰잔치' 예술감독 최희완 민족미학연구소 소장 Ⓒ정영신



      

배일동 명창, 판소리 강의도 고수


2018년 12월 03일 (월) 17:17:47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ss@sctofay.co.kr


우리 것이 밀려나는 요즘 인사동에 '통인 판소리 한마당'이 불씨 같은 역할을 해 준다. 인사동 ‘통인가게’에서 정기적으로 마련하는 판소리 감상회는 봄 가을 두 차례 열린다.


지난 30일 오후5시부터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열렸는데, 자리가 비좁아 누구나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 이 날도 120여명이 가득 메워, 우리 소리의 진 맛에 흠뻑 빠지는 시간을 가졌다.



▲배일동 명창


지난 봄에 이어 세 번째 소리판을 연 배일동 명창은 이 시대가 낳은 걸출한 소리꾼이다. 그의 판소리는 들을수록 심금을 울리는데, 소리꾼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득음의 경지야 말할 것도 없고, 청중의 감정을 끌어내는 흡인력에 혀를 두를 지경이다. 이 메마른 세상에 어디서 이처럼 울고 웃을 수 있겠는가?

단가 “이산 저산”을 비롯하여 춘향가 중의 ‘사랑가’, 쑥대머리, ‘어사와 춘향모친 상봉대목’, ’심청가 중의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차례대로 불렀는데, 춘향의 ‘사랑가’는 애간장을 다 녹였다.

“사랑사랑 내 사랑아 어허둥둥 내 사랑아~



▲배일동 명창이 절절한 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저리가거라 가는 태를 보자. 이만큼 오느라 오는 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얼마나 좋았으면 저리 간 들어지게 놀았겠는가? 사또 수청 들기를 거부하고 옥중에서 신세 한탄하는 ‘쑥대머리’에서는 눈물이 절로 났다.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낭군 보고지고‘ 애끓는 절절함에 가슴이 아렸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여태껏 판소리를 듣고 웃은 적은 많지만, 눈물 흘린 적은 처음이었다. 그게 바로 소리 속으로 끌어당겨 일심동체가 되도록 만드는 배일동 명창의 매력이다. 입으로 부르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부르는 소리라 이심전심이 되는 것이다.



▲통인 판소리 한마당


어사와 춘향모친 상봉대목’에서는 춘향 모친의 해학이 절정이다.

거지행색을 보고 모른다고 푸대접하던 장모가 사위 다그침에 급변하여 ‘하늘에서 뚝 떨어졌나 땅에서 불끈 솟았나. 하운이 다기봉터니 구름 속에 쌓여왔나, 풍설이 쇄란터니 바람결에 날려왔나. 이 사람아 뉘 집이라고 아니 들어오고 문밖에서 주저 하는가"


또 한 가지 귀가 번쩍 뜨이는 대목은 ‘심봉사 눈뜨는 대목’이다. 바로 기쁨의 눈물을 맛보게 한 것이다.

“죽고 없는 내 딸 심청이가 어디라고 살아오다니, 이게 웬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보자. 어디 내 딸 좀 보자. 아이고 답답하여라 이놈의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지, 심봉사 감은 눈을 끔적끔적 하더니 두 눈을 번쩍 떴구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장님이 딸을 한번도 보지 못했으니, 딸을 알아볼까 걱정되었다.


“이렇듯 천지조화로 심봉사가 눈을 뜨고 나니, 만좌 맹인이 모다 개평으로 눈을 뜨는디”

심봉사의 절절한 회한에 눈물 흘리게 하더니, 두 눈을 번쩍 뜨는 대목에서 기쁨으로 몰아치다 마지막 대목에서 그만 웃음이 터지게 만든 것이다.

바로 이것이 판소리 맛이다.


구절구절마다 온갖 내용이 다 들어있지만, 소리꾼이 그 감정에 흠뻑 빠지지 못한다면 어찌 청중에게 전해지겠는가?



▲고수 김동원씨


이 날 고수로는 배일동 명창의 삼십년 친구인 김동원 교수가 북채를 잡았는데, 너무 조가 잘 맞았다, 옛날부터 ‘1고수, 2명창, 3청중’이란 말이 있듯이, 고수가 소리꾼의 온갖 감정을 다 끌어내는 지휘자고 바람잡이가 아니던가?

그리고 배일동 명창이 들려 준 판소리의 이해에 다들 귀가 솔깃했다.

한 박자나 두박자로 되는 일본이나 중국과는 달리 삼박자로 진행되는 우리소리의 독창성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소리로 이해도를 높였다. 뭐든지 알아야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인다. 우리가 배일동 명창의 소리에 빠져 웃고 울었던 비결로, 소리뿐 아니라 교수법도 탁월했다.



▲배일동명창과 고수 김동원씨.


여태껏 선호도에서 국악이 서양음악에 밀리는 것은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판소리의 독창성이나 음악성을 높이 사지만, 아직 대중성은 한 참 멀었다. 그래서 대중을 상대로 판소리의 제 맛을 깨우치게 해 주는 배일동씨 같은 분이 필요한 것이다. 악보가 필요 없는 판소리가 외국의 오페라 보다 한 수 위지만, 교육이 따르지 못해 밀린 것이다.


나 역시 어릴 때, 잔칫날 소리꾼 불러 벌이는 소리판에 별 흥미 없었다.

판소리 가사야 조금 알았지만, 시조는 뭐가 뭔지도 몰랐다. '영감들 무슨 귀신 싸나락 까먹는 소리 할까?' 생각했다. 가사를 모른다면 잘 모르는 외국노래 듣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배일동씨가 판소리 이해를 돕고 있다.


그러다 뒤늦게 음악을 좋아하며 LP판을 사 모아 음악실을 차린 것이 판소리 가치를 알아 본 계기다. 락이던 재즈든 가리지 않을 때였으나, 점차 우리 음악의 매력에 빠져든 것이다. 결국 부산 남포동에 ‘한마당’이란 국악전문 주막까지 차렸는데, 생각 외로 손님이 밀려들었다. 동아대 학생들이 손님이었지만, 자글거리는 레코드에서 나오는 임방울선생 ‘쑥대머리’ 맛을 제대로 아는 손님이 얼마나 되었겠는가. 단지 우리 소리고 우리의 정서라는 매력이 손님에 손님을 끌어 들인 것일 게다.

그런데, 뽕짝 가수를 모시는 밤무대는 지천에 늘렸는데, 명창들 모시는 밤무대는 왜 없을까? 다 우리 것을 우습 게 보고 외국 문명에 놀아난 결과다.



▲통인가게 김완규선생이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통인 판소리 한마당이 끝난 후, 통인 관우 김완규 선생이 계신 ‘상광루’에서 막걸리 파티가 열렸다. 그 많은 술이 바닥나 낙원동 아구찜 식당에서 포장마차로 전전했는데, 그 날 관우선생께서 술이 취해 ‘이산 저산’을 쉼 없이 불렀다. 그 단가에 나오는 내용이 마음에 박혔을까?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가 있느냐?“

 


  





12월 2일까지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


2018년 11월 24일 (토) 09:48:50조문호 기자/사진가 press@sctoday.co.kr


임춘희_눈물, oil on canvas, 45.5x45.5cm, 2018



임춘희작가의 ‘나무그림자’전이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그는 성신여자대학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 조형 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전업 작가로

96년부터 열다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임춘희_고집과 외면, gouache on paper, 23.7x34.6cm, 2014,2018



임춘희의 작품에서 앙상한 겨울나무가 연상되고, 아련한 향수가 밀려오는 것은 비단 나만의 감상일가?

그는 스스로의 감상을 화판에 옮겨내는 능력이 탁월한 작가로 주로 자신의 내면 상을 그림으로 표출하고 있다,

두서없이 흐르는 감정을 마치 자서전처럼 화폭에 옮겨놓았는데,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황량한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2003 ‘심리적 자화상들’, 2009 ‘풍경 속으로’, 2013 ‘흐르는 생각’, 2014 ‘고백’,전 등

일련의 전시 제목만 보아도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가 어떠한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아득한 추억으로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도 있다.

꾸밈없던 어린 시절을 회억하며 그리움을 일구어내는 그만의 화법에서 작가의 순박한 감성도 엿볼 수 있다.

슬프거나, 포근하거나 황량한 감정을 유발시키는 그런 것들은 타고 난 자질이 아니라 절실한 진정성이 만들어내는 것 같다.



임춘희_산책, gouache on paper, 38x52.5cm, 2014,2018


작가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불투명한 순간을 옮기는 일 일뿐'이라고 말한다.


“길을 잃어 엉클어진 마음처럼 혼돈 속으로 빠져들며 무엇이 옳은 건지도 모를 만큼의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마음속에 차오를 때, 마치 캄캄한 동굴 속에서 희미한 불빛을 잃지 않으려는 것처럼 안간힘을 쓴다”고 했다.

그냥 어둠 속 희미한 빛을 따라 가며 끊임없이 갈구한다는데, 풍경이나 숲은 어김없이 자기감정과 동일시되었다.

바로 그림 속에서 자신을 찾았다. 확신할 수 없는 미혹의 세계에 흔들리며, 때로는 고독하다고도 고백했다.

작품이 작가의 자화상이라지만, 어쩌면 분열적이고 파편적인 현대인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임춘희_위로,oil on korean paper, 65.1x53cm, 2018


“유독 자기반성적인 경향이 강한 작가들이 있다. 그런 작가들이 자화상을 주로 그린다.

세계에 자기를 이입하고 사물대상에 자기를 투사하는 능력이 특출한 작가들이다.

이때 반드시 자화상일 필요는 없는데, 뭘 그려도 자화상이 된다. 어떻게 그런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그에게 세계는 온통 징후가 되고 증상이 된다.

징후와 증상으로서의 세계가 되고, 스펀지처럼 나를 빨아들이고 내가 흡수되는 세계가 된다.

그래서 뭘 그려도 자기가 된다. 세계가 온통 그리고 이미 자기이므로. 작가에게 숲은, 밤은, 어둠은, 물은 경계와도 같다.

숲을 지나면 평지가 나오고, 밤이 지나면 낮이 오고, 어둠이 걷히면 밝음이 오고,

물을 지나면 육지가 나타나리라는 생각은 다만 세상에 떠도는 풍문, 의심스런 소문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경계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경계는 움직이는 경계고 미증유의 경계며 양가적인 경계다. 경계를 지우는 경계다.

그 경계 앞에서 파스칼은 두려움을 느꼈다.”고 미술평론가 고충환씨가 서문에 썼다.


임춘희_무관하지 않은, gouache on paper, 29.7x20.8cm, 2018


이 전시는 ‘통인옥션갤러리’(02-733-4867)에서 12월2일까지 열린다.















 


연(蓮)의 사계에서 인생을 바라본 ‘연연전’, 오는 25일까지 ‘류가헌’에서 열려..

2018년 11월 16일 (금) 16:18:31 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자연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자 생명의 근원이다. 긴 세월동안 자연은 예술가들의 작품 모티브가 되어 왔다. 꽃은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강한 생명력으로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며 피고 또 진다. 특히 꽃은 인생을 가르치는 무언의 언어와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꽃을 볼 때 겉으로만 보지 않고, 그 꽃이 갖는 격조와 고귀함을 느끼면서 본다.




▲ ‘연연(蓮緣)’전의 박영환 사진가 Ⓒ정영신



풀꽃사진가로 불리는 박영환씨는 삶이 힘겹던 어느 날, 우연히 연못에 핀 연꽃을 보며 맑고 아름다운 자태에 마음이 끌려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고 한다. 길가의 풀꽃처럼 눈길 받지 못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작은 오브제들을 통해 자연 섭리에 따른 이치로 인생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했단다.

그동안의 풀꽃 작업과도 맥락이 이어지는 연꽃에서, 연이 태어나 살아가고 꽃피우고 떠나가는 삶과 죽음의 과정을 5년 동안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 동안의 작업을 묶어 ‘연연蓮緣’사진집을 출판하며 지난 13일부터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연(蓮)으로 연(緣)을 생각하다’는 전시회를 열었다.




▲ Lotus No.301,2018 삶과 죽음 (사진제공:박영환작가)



그는 연꽃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았기에, 전시제목도 ‘연연 蓮緣’이라 이름 붙였다. 연꽃은 진흙 속에 태어나 비바람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다시 씨앗을 뿌리고, 끝내 뿌리째 다 내어주고 세상을 떠나간다. 진흙 속에 피어나지만, 결코 진흙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연꽃의 의미는 작가의 청순한 정신과 너무 닮아 보인다.




▲ 박영환사진가‘연연(蓮緣)’책 표지



풀꽃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사진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려, 그는 스스로 ‘풀꽃사진가’라 이름 붙였다. 그렇다면 풀꽃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바로 풀꽃처럼 살아가는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이른바 ‘민중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굳이 풀꽃만 찍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아무런 제약 없이 오로지 가치 있는 사진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 Lotus (사진제공:박영환작가)



그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것은, 어느 날 문득 뒤 돌아보니 오로지 자기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을 돌아보며 살아보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면서도 세상을 바꾸는 정의로운 일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병신무란 하야제‘, ’조국의 산하전‘, ’광장, 환대의 문지방‘, ‘박근혜 하야전’, ‘촛불 역사전’등 시국전에도 적극 참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추구하는 ‘사진으로 세상을 아름답게’를 온몸으로 실천한 것이다.




▲ Lotus (사진제공 : 박영환작가)



그는 길가의 풀꽃처럼 눈길 받지 못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을 오브제로 자아의 심연을 두드리는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관심이 많다. 사진으로 흐르는 세월을 멈출 수는 없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사진으로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비전을 정립해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빛처럼 늘 젊은 생각으로 세상 한 가운데 존재하기를 희망 한다” 고 했다.




▲ Lotus (사진제공:박영환작가)



정세훈시인은 사진집 서문 제목에 ‘연, 지극히 인본 적이고, 민중적인 삶을 발굴하다’고 붙였다. “연연(蓮緣)”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거의 고아한 자태를 앞세우지 않고 있다. 대신 고아함에 가려있는 처절할 정도로 치열한 삶을 발굴해 내었다.

연의 생을 삶 그대로만 본다면, 제 아무리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지만 결코 더러운 흙탕물이 묻지 않는 연꽃이라 해도, 꽃과 연잎을 받쳐주고 있는 뿌리는 진흙 속에 그 근본을 내리고 있으며 연잎 또한 흙탕물에 제 몸을 부려 흙탕물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뿐인가. 때가 되면 연꽃도 반드시 시들고 마르고 낙화한다”고 했다.




▲ Lotus (사진제공 : 박영환작가)



풀꽃 사진가 박영환의 ‘연연蓮緣전’은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문의 02-720-2010 (월요일. 휴관)


오는 20일까지, '스페이스22'에서 사진책 450여권 선보여

2018년 11월 11일 (일) 23:32:30정영신기자 press@sctoday.co.kr

우리시대의 꾸밈없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어두운 사회 현실을 다루는 사진들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 사장되기도 빛을 보기도 한다. 고통 받는 현실을 기록하며, 한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순간에도 그 누군가는 사진으로 시대를 증명하고 있다.


30년 동안 오롯이 한국의 근현대사 기록사진을 출판해온 ‘눈빛’이 지난 7일 대안공간 ‘스페이스22’(지하철 강남역 1번출구)에서 창립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와 북페어, 강연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에선 눈빛출판사가 출간한 사진책전종과 사진가들의 원판사진, 눈빛아카이브가 수집한 사진, 구와바라 시세이, 정태원, 권주훈, 엄상빈, 전민조, 장숙, 변순철씨등 20명의 ‘눈빛’사진집 표지로 쓰인 사진과 미 군정기 외국인이 찍은 코닥크롬 컬러사진 10점도 전시 되었다.




▲ 눈빛출판사대표 이규상, 편집장 안미숙 Ⓒ정영신


그리고 혼신의 힘으로 한길을 걸어온 눈빛출판사 대표 이규상씨가 한국사진의 개요를 정리한

‘지금까지의 사진 – 한국사진의 작은 역사 1945~2018)’도 출간했다.

이 책은 현대사진의 경향과 흐름, 역사적 맥락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으로 80여명의 사진가 작품과 작가소개 등의 리뷰를 정리했다.


▲ '눈빛,한국사진의작은역사 1988-2018'이규상엮음 책표지 (사진제공:눈빛)


1988년 사진전문출판사로 시작한 ‘눈빛’은 지금까지 700여종의 책을 출판했다.

눈빛출판사는 미술평론가 정진국선생의 제의로 이규상씨가 편집장,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가 사장 겸 편집인,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유명한 여균동 감독이 주간을 맡아 1988년 설립했다고 한다.

처음으로 발간한 책은 프랑스 사진가 크리스 마커가 1958년 북한사회를 기록한 <북녘 사람들> 사진집이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이규상 대표와 부인인 안미숙 편집장, 그의 딸 이솔과 성윤미씨가 직원의 전부다.



▲ 눈빛출판사 자료모음중에서 Ⓒ정영신   


▲ 눈빛출판사 자료모음 Ⓒ정영신


수지타산을 따지지 않고 새로운 사진과 숨은 사진가를 쉬지 않고 발굴해 온 ‘눈빛출판사’는 가난한 사진가들의 든든한 언덕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이미 검증된 사진가의 책을 내기보다는 이름 없이 묻혀 작업하는 사진가들의 사진을 찾아내 책을 만들어왔다.

이름 없는 사람들의 역사를 바탕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초심으로, 한권 팔아 다음 책을 준비하는 어려운 여건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출판사 안미숙 편집장은 “사진집은 사진가의 의도를 집약해 보여줄 수 있는 사진출판의 꽃이다”고 말하며 “이미지로 읽은 책이 사진집인데, 우리나라는 활자위주의 교육에 치우쳐, 이미지를 해석하거나 읽어내는 훈련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이 지금까지 만들어 온 700권의 책은 80%이상이 사진 관련이고, 나머지는 미술이나 문화 관련 책들이다.

안미숙 편집장이 추천한 책은 8.15해방부터 여수. 순천사건, 6.25전쟁까지 역사적인 순간을 담은 사진집으로,

외세와 남북한 냉전으로 이어진 해방직후의 역사적 민족사를 기록한 이경모선생의 <격동기의 현장>이다.

그리고 골목에서 만난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겼던 김기찬선생의 <골목안 풍경>과

한 평생 서민들의 모습을 담아 온 최민식선생의 <휴먼 선집>도 꼽았다.

지금은 세 분 다 고인이 되셨는데, 작가와의 인간적인 교류 속에 책을 만들어 행복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출판사’ 대표 이규상씨는 사진기술서가 전부였던 사진출판 분야에 현대사진의 이론을 소개하고,

30년 동안 역량 있는 새로운 작가를 배출하여 다큐멘터리 사진의 부흥을 일으킨 장 본인이다.

작가주의로 치닫는 사진가의 권위나 형식주의 사진에 선을 그으며, 기록으로서의 사진을 선별해왔다.

열악한 환경에서 평균 한 달에 두 권의 사진 책을 펴내며, 지속적으로 숨은 사진을 찾아낸 것이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특히 눈빛출판사가 시리즈로 선보인 ‘눈빛사진가選’은 잃어버린 풍경을 기록한 사진을 중점적으로 출간하고 있다.

지금까지 59권을 펴낸 ‘눈빛사진가선選’은 한국사진의 대표시리즈로 발돋움시킬 야심찬 계획이다.

시대적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한다는 책임감이 큰데, 언젠가 좋은 책은 독자가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 ‘눈빛사진가선善’사진책전시 Ⓒ정영신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사진으로 보는 대한민국 100년사 1919-2019’ 자료수집에 몰두하고 있는 이규상대표는

“사진 책으로 멋진 사옥을 짓는 꿈은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며,

‘눈빛출판사’가 걸어온 지난 30년을 디딤돌 삼아 앞으로 30년, 300년이 번창할 수 있기를 소망 한다”고 말했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출판사 창립30주년 기념전은 강남역 1번 출구 미진프라자빌딩 22층 대안공간 스페이스22에서 오는 20일까지 열린다.

한국현대사를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사진집을 모두 만날 수 있는데, 전시 기간에는 최고50%에서 20%까지 활인 판매 한다고 한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그리고 아래는 전시기간 중 대안미술 공간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강연 일정이다.


11월 10일(토)

오후 2시- 3시 30분 / '대항매체로서의 다큐멘터리 사진' / 김성민 경주대 교수

오후 4시- 5시 30분 / 내가 바라본 격동한국 반세기 / 일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11월 13일(화)

오후 4시- 4시 50분 / 나와 아바이 마을 30년 / 사진가 엄상빈

오후 5시- 5시 50분 / 세계 속의 한국 사진 / 사진평론가 최연하

11월 15일(목)

오후 4시- 4시 20분 / 전AP통신 사진기자 김천길선생 추모행사

오후 4시 30분- 5시 20분 / 역사의 현장에 선 사진가 / 사진가 정태원

오후 5시 30분- 6시 20분 / 오늘의 기념사진 / 사진가 전민조

11월 17일(토)

오후 2시- 3시 30분 / 눈빛과 한국현대사진 30년 / 사진평론가 진동선

오후 4시- 5시 30분 / 인문학으로서의 한국사진의 지평 / 사진평론가 이광수


전시문의 : 대안공간 스페이스22 (02-3469-0822)


▲ 사진과 책이 전시된 모습 (사진제공:곽명우)






프로젝트 3탄, 청담동 갤러리 세인에서 오는 26일까지
2018년 10월 21일 (일) 18:40:51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그림이라는 것은 살아서 움직여야 하고. 춤도 추고, 고함도 지르고, 말도 하고, 사랑도 하고, 증오도 하고, 술도 마시고, 미워도 하고, 사람이 살아가듯 살아있어야 그림이라는 정복수의 ‘몸의 극장’이 갤러리 세인 기획전에 초대되어 지난 12일 개최되었다.

갤러리 세인에서 기획한 <FACE to WORKS>프로젝트는 작가와 관람객의 쌍방향의 소통을 중시하는 프로젝트로 전시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인체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껍데기를 중시하는 보통 현대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을 직시하고 내면의 인간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조우하길 바라며 기획됐다. 박종호, 성병희작가에 이어 3탄으로 기획된 정복수의 ‘몸의 극장’전은 인간의 외면에 초점을 맞춘 근대의 인물화가 아닌 인간의 ‘몸’을 통해 본질과 내면을 표현한 작품이 선보였다.



▲ '몸의 극장'의 정복수화가 Ⓒ정영신


그림은 잘 포장된 도로를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길을 맨몸으로 다시 만드는 것이 그림이라는 정복수화가, 예술과 삶이 하나이듯 그의 이번전시는 지난 40년간 인체에 몰두해온 작가의 미발표작과 골판지에 작업한 신작판화와 아울러 그의 예술세계의 중심점이 되는 근원적이고 실존적인 인간의 ‘몸’이 주제다. 말하는 몸으로 세상을 보는 그의 몸은 세계를 해석하는 통로이자 화두로서 인체인 물질과 인간의 정신을 모두 표현했다.



▲ 마음의일기판넬에유채/110.5x121cm 2003 (이미지제공 :갤러리세인)


그의 작품 외로운 십자가는 도적성이 고갈된 현대사회를 향해 던지는 화두처럼 보인다. 몸을 밖으로 끄집어내 그림이 더 이상 허구에 찬 가상이 아니라, 마치 우리 신체처럼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내동댕이칠 수도 있는 사물덩어리로 바꿔놓아 보는 이로 하여금 낯설게 만들어 놓았다. 의식화되고 있는 현대의 서구적 문명에 반발하듯 가장 원초적인 몸으로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정조차 증발해버린 동물적 욕망이 꿈틀거리는 그의 작품은 역설적이게도 아름다움이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가는 과정을 발견하게 한다. 가장 원초적인 몸으로 대항하고, 원초적인 몸으로 세상을 훑어보며 발가벗은 몸뚱이를 내맡기고, 인간본연의 순결하고 순정한 삶의 세계를 꿈꾸기 위한 우리현실에 대한 절망의 몸부림을 신체로 표현했다. 또한 껍데기에 불과한 아름다움은 물질적, 정신적 본질을 날카롭게 해부해 욕망 속에 허덕이고 있는 오늘의 한국사회를 보여준다.




▲ 외로운십자가_판화_72.7x91cm_2018 (이미지제공:갤러리세인)


바닥화는 미술사에서도 유래가 없는 정복수만의 고유한 회화방식으로 삶의 처절한 분노와 아픔이 담긴 현실세계를 그리기 때문에 살아있는 인간의 욕망이 생생하다. 서양미술의 아류가 되느니 작가가 그릴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자 사람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70년대 후반부터 줄곧 사람 몸만을 그려왔다고 한다.

그는 “설명하기 힘들고,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고,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심리적, 종교적, 사회적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분명 어떤 한계가 있는 것은 인간의 몸이다. 사람이 어떤 모습인지 진정한 인간의 초상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 얼굴_하드보드지에 색연필,연필_22x21.2cm_2000 (이미지제공:갤러리세인)


그는 쓴소리도 한마디 언급했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감성이 있는데 아직도 서양미술을 흉내만 낸다. 고민하고 성찰하면서 자기세계관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자기가 표현하는 세계가 어떤 것인지 작업을 통해 고민해야 한다. 그림은 내게 생명이고 수행이다. 화가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목수나 수행하는 중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몸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몸이 곧 자연이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김성호는 ‘아포리즘으로서의 몸의 회화’에서 “정복수의 회화 속 몸은 정신과 나눠 생각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몸은 정신이자, 마음이다. 이성, 정신, 영혼, 몸을 모두 ‘한 덩어리로서 안은 몸’이자 주체와 타자가 상호작용하는 몸이다. 그가 그리는 몸은 이성, 정신, 영혼뿐 아니라 욕망을 가득 안은 몸이다. 욕망은 욕구와 요구처럼 결코 충족될 수 없기에, 욕망의 대상은 계속 연기되고 욕망은 지속적으로 재생산된다” 고 평했다.



▲ 하드보드지에 색연필, 연필-20.2 x 24 2003 (이미지제공:갤러리세인)


화가 정복수가 지향하는 몸 자연주의는 우리 몸이 지닌 성스러움이다. 또한 우리정신이 자연에서 자란다고 믿는 그만의 몸에 대한 종교학이다. 그는 인간의 껍데기는 그리고 싶지 않다고 향변 한다. 치장하지 않을 것이며 의식화되고 단위화 되는 서구 문명에 반발함으로써 몸으로 그림을 그리고 세상을 관찰한다고 했다.

그림은 더러운 삶의 현실에 대한 구토와 절망의 조형적 몸부림으로 인간 내면에 내재된 폭력적 진실만을 드러낼 뿐이란다. 그림은 생존을 위한 번뇌와 육체의 허망함에 대한 기록으로 고독한 인간의 심리지도라는 그는, 몸이 밥이고, 사랑이고, 종교이고, 전쟁터고, 희망이자 세상이고 우주라고 쓰면서 몸에 대한 숭고성을 내비췄다.




▲ 인생을찾는사람2 (이미지제공:갤러리세인)


갤러리세인 기획전 ‘FACE to WORKS 프로젝트 제 3탄 정복수의 몸의 극장’은 작가와 미술애호가들이

직접 작품을 두고 소통할 수 있는 신개념의 릴레이전시로 11월에 4탄 유현경, 12월에 5탄 이유미작가로 끝을 맺는다.


이 전시는 청담동 세인갤러리(청담역 10번출구)에서 오는 26일까지 이어진다





30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
2018년 10월 22일 (월) 11:25:41조문호 기자/사진가 press@sctoday.co.kr

김진열씨의 목판화전 ‘이웃’과 ‘모심’이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된 작품들은 몇 년 전 그 장소에서 보았던 작품들과, 대상과 소재만 달랐지 작가가 말하는 메시지는 일맥상통했다. 철판을 주워 모아 시뻘겋게 녹 슨 금속의 질감으로 담아내었던 그 때의 작품이나, 한 스린 민초들의 삶을 통해 우리민족의 아픔을 나타내는 시대정신은 똑 같았다. 거친 노동의 투박한 질감이 주는 동질감이 가장 한국적인 작품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내새끼, 86x55cm. 한지에 목판화 릴리프 A.P 1 Ed7, 2018, ▲눈맞춤, 86x55cm. 한지에 목판화 릴리프 A.P 1 Ed7, 2018.(좌,우)


전시된 김진열씨의 목판화에서 한 평생 인간에 초점을 맞추다 세상을 떠난 휴머니스트 사진가 최민식선생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바로 그의 작품이 소외된 서민을 통해 인간애를 담아내고 동시대의 아픔을 그려내려 했던 최민식선생의 작업과 너무 닮았다, 아래로부터 자신의 미학을 구현하며, 묵묵히 견뎌내는 서민들의 초상으로 우리 시대의 아픔과 존재의 진정성을 담아내고 있었다.



▲멈춤, 86x55cm. 한지에 목판화 릴리프 A.P 1 Ed7, 2018


작년에 박수근 미술상을 수상하였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꼭 받아야 할 작가라고 여겼다. 박수근 화백의 작품과 정신세계에 가장 적합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앉아서 그림만 그려내는 화가가 아니다. 그 생각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작가다. 오랫동안 원주에서 환경 운동을 하며 후학들을 지도해 왔는데, 지금은 대학 총장 직책까지 맡아 그 임무를 다 하고 있다. 학교를 개선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을 접하며, 진짜 그 학교는 복 받은 학교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썩어 빠진 교육 권력이 난무하는 현실에 한 가닥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외출, 86x55cm. 한지에 목판화 릴리프 A.P 1 Ed7, 2018, ▲본의 아니게, 86x55cm. 한지에 목판화 릴리프 A.P 1 Ed7, 2018.(좌, 우)


▲지난 봄, 86x55cm. 한지에 목판화 릴리프 A.P 1 Ed7, 2018


민중미술 경향의 칙칙하고 거친 질감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강한 소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사람중심의 작품에서 생명존중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작품의 대상을 머리나 책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공간인 원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찾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스쳐 가는 사람 모습을 스케치하며 사실적인 현장감을 작품 속에 불어넣어 온 것이다. 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이동하는 서성이거나 기다리는 모습에서, 서민적인 인간애를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말하며 그 배후에 존재하는 권력과 착취의 이데올로기를 인식케 하는 것이다.



▲사진과 드로잉의 연작.


전시 제목에 붙은 이웃과 모심(母心)은 그 모심을 통해 생명존중과 평화공존을 말하는 것이다.

이번에 내 놓은 목판화도 처음 보았지만, 드로잉과 사진들을 나란히 배치한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왼쪽에 배치한 흑백사진의 버려진 황량함과, 오가다 만난 사람을 드로잉한 그림을 나란히 배치하였는데, 자세와 표정이 다양했다. 많은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준 그 작품으로 작가가 이야기하려 한 것이 무엇일까? 인간의 소외감에서 한걸음 나아가 인간성 상실을 질책하는 것은 아닐까 유추해 본다.



▲바캉스, 86x55cm. 한지에 목판화 릴리프 A.P 1 Ed7, 2018, ▲안좌도 노인, 86x55cm. 한지에 목판화 릴리프 A.P 1 Ed7, 2018


미술평론가들은 "김진열은 삶의 체험적 질료를 중시하는 작가"라고 규정한다. "그의 작품 속에는 우리 시대의 인간적 꿈, 우리 자신이 간과하고 상실해온 꿈이 끈적끈적하게 깃들어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들의 벌거벗겨진 자화상이라는 것이다.


전시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사진=나무아트)



▲전시장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김진열작가. ⓒ조문호




 





[서울문화투데이] 2018년 10월 15일 (월) 16:59:07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ss@sctoday.co.kr  

▲미아리2011_7
 

이정환씨 ‘미아리 이야기’사진전이 충무로 '비움 갤러리'에서 19일 까지 열린다.

‘미아리 이야기’ 전시를 보며 오래된 추억들이 떠올랐다.

유행가에 나오는 눈물의 미아리 고개가 아니라, 슬프기도, 우습기도 한 “희비쌍곡선”이다.




▲미아리2015_7


고등학생 시절 영화에 미쳐, 미아리에 있었던 ‘서라벌예대’에 들어가려 안달한 적 있었다.

집에서는 “줄만 서면 들어가는 딴따라대학에 들어가 딴따라 될끼가?”라며 어림 반푼어치도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서울로 도망쳐 와 할부 책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어눌한 주변머리에 책 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팔았다 하면 망하는 회사에 풀어, 돌려받느라 혼 줄 난적도 여러 차례다.



▲미아리2011-1


친구 자취방에서 잠은 끼어 잤지만, 굶기를 밥 먹듯이 하여 배가 얼마나 고팠는지 모른다.

그래도 틈만 나면 미아리 학교 주변을 기웃거렸다,

고갯길의 중국집에서 공갈빵 하나 사서 간신히 허기를 메웠는데,

그 공갈빵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지금도 공갈빵만 보면 그때 생각이 난다.

사서 고생 하다 결국 집으로 잡혀 갔지만, 몇 달 동안 미아리 주변을 맴돌았던 추억이 새록새록 했다.



▲미아리2013_4


다른 추억 하나는 20여년 후, 사진에 미쳐 두 번째 야반도주했던 때 이야기다.

인사동 친구들 여러 명이 어울려 마시다, 술김에 단체로 미아리 택사스에 몰려 간 것이다.

박모 시인 덕에 누린 호사였는데, 정말 죽이더라. 그때 난생 처음 계곡 주를 맛 보았다.

열 명이 넘는 남녀가 발가벗고 술 마신다고 한 번 생각해보라.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난다.



▲미아리2013-1


이정환씨의 ‘미아리 이야기’가 그만 필자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미아리 이야기’사진전이 열리는 전시장은 마치 미아리 택사스 촌처럼 어두컴컴했다.

푸르스름한 조명이 좀 야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전시된 사진들은 야하지 않았다.



▲미아리2014-1


이정환씨는 미아리에서 태어나 55년의 세월을 미아리에서 살아 누구보다 미아리를 잘 알고, 추억과 애정 또한 남다르다.

그는 사진가이기 전에 한 때 영화 전문가였다.

30대부터 컴퓨터 그래픽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각종 CF의 CG작업을 했다.

‘신 씨네’ 와의 인연으로 국내 최초의 CG영화 ‘구미호’의 CG디렉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미아리2018_34


그가 늦게 사진을 시작해 옛날 기록은 남기지 못했지만, 일찍부터 사진을 했다면,

완전한 미아리의 역사를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사진 사진마다 미아리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옥상 난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는 개를 찍어 추억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점집 앞에 제수로 엎어 놓은 돼지 한마리가 비정한 오늘의 현실을 대변했다.

아파트가 미아리를 잠식해가는 사진에서는 작가의 안타까움이 절절했다.

비닐 막을 통해 보이는 꽂집 풍경과 택사스촌 입구를 지키고 앉은 여인, 음습한 유흥가를 지나는 발길들,

가로등이 조는 밤늦은 뒷골목 등 하나같이, 오랜 기억을 불러들이는 쓸쓸한 풍경이었다.



▲미아리2017_32


그는 골목에 대한 애착도 대단하다.

그동안 '국제 골목사진전'과 '골목은 살아있다'에서 보여주었듯이 '골목'에 대한 그의 철학도 남다르다.

그의 지난 사진들은 보지 못했지만, ‘북촌’, ‘사라지는 교남동’을 발표한 것으로 보아 장소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지난 해 보여 준, '우연한 의도'전과 '미아리 이야기' 모두 장소에 대한 기억의 연장선상이다.

사진 속 공간 공간에는 사람 살아가는 끈적한 인간애가 배어있고, 변해 가는 고향에 대한 연민의 정이 묻어 있었지만,

작가의 시선은 냉소적이었다. 사랑과 미움의 갈등 같은 것이 묻어났다.



▲미아리2018_02


어릴 때부터 살아 온 미아리 전경의 사진에서는 그나마 아련한 향수가 밀려왔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바뀌긴 하지만, 아직은 골목골목의 정취가 남아있었다.

언젠가는 아파트 무리에 밀려나겠지만, 마지막 파수꾼처럼 묵묵히 지키며 기록하는 것이다.

예술 한다며 겉멋 부리지 않고, 그냥 담담하게 바라 본 것이다.

사진에서 만나는 장면은 지나치다 우연히 발견했지만, 늘 찾는 대상이었다.

그 미아리의 아픔을...



▲봄소풍의 추억


아래는 이정환씨 ‘미아리 이야기’ 전시 서문 일부다.

“추석 즈음, 모 교수의 칼럼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그걸 따라 하자면 나에게 "미아리는 무엇인가?"

나에게 미아리는 태어난 장소, 곧 자궁이요, 고향이다.

나에게 미아리는 놀이터요, 나에게 미아리는 삶의 터전이요,

나에게 미아리는 사회성을 키워준 공간이요,

그러고 보니 미아리는 내 삶 그 자체인 거다.

나는 미아리에서 태어나서 55년을 살았다.“



▲전시장에서 강아지를 안고 있는 작가 이정환 (사진작가제공)



이 전시는 충무로 ‘비움갤러리’에서 19일까지 열린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