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단마을 김포시 월곶면 ‘민예사랑’에서 다음달 2일까지 열려...

[서울문화투데이]2018년 05월 22일 (화) 13:34:56 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문영태추모위원회’에서 기획한 문영태 유작전이 지난 19일 오후4시, 북한을 눈앞에 둔 최북단마을 김포 월곶면에 자리한 갤러리 ‘민예사랑’에서 개막되었다. 이 유작전은 인사동에서 ‘민예사랑’을 운영하는 미망인 장재순씨가 미술관을 새롭게 개관하며 마련하였다.

민중문화운동가이기도 했던 문영태화백의 유작전에는 80년대 작업한 연필화 ‘심상석’(心象石) 연작에서 부터 사진작업 ‘분단 풍경’까지 고인의 대표작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준다.



▲ 심상석-상황, 종이에 연필, 53X53cmX4


3주기에 맞춰 마련한 문영태 유작전 개막식에는 많은 선후배 화가와 학교동문, 문화예술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가 박진하씨의 사회로 진행했다. 축사에 나선 민중미술가 신학철선생은 “선비 같은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본 문영태의 작품하나하나에 그의 인격이 들어 있다.

다른 사람은 그의 그림을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분단의 문제로 보인다. 그의 ‘심상석’(心象石) 연작은 어떤 표현도 가능하기에 아직까지 유효하다고 본다. 모더니스트임에도 불구하고 통일과 민주화에 열정을 쏟은 그의 모습이 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 자화상,종이에 연필, 31X49cm, 2002


이재권 동문은 ”대학 다닐 때의 문영태는 함석헌선생의 장자관을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심취해있었다. 그의 그림 속에도 도를 보는 관점, 칼라를 보는 관점이 장자처럼 ‘천하를 너그럽게 놓아두기’에 있다고도 했다.


린다노클린은 "예술의 목표는 그 시대의 모습을 분석하고 묘사하는 것이며, 예술은 구체적인 모습을 갖는 그 시대의 세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상이나 상징보다는 사회적 제 조건과 보다 간접적이고 실질적인 관계가 있다"고 밝힌바 있다.


▲ 장재순'민예사랑'대표 Ⓒ정영신


민중문화운동가였던 문영태는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1980년대 ‘서울미술공동체’를 시작으로 ‘시대정신’, ‘삶의 미술전’, ‘해방40년 역사전’을 추진하였고, 민족미술협회를 창립하고 ‘그림마당 민’을 운영하면서 출판과 전시기획,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며 동시대의 삶을 성찰해왔다.


▲ 천지인 115X77X20cm 상석에 조각 1995


화가 박건씨는 1980년 문영태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의기투합해 <시대정신>창간호를 발간하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미술운동가들이 함께 만든 최초의 민중문화운동 담론지로서 나중에 ‘민미협’과 ‘민예총’으로 가는 다리역할을 했다고도 한다. 또한 문영태는 “공공성과 민중문화에 대한 존중감이 높은 선배였다”고 기억했다.



▲ 나무화랑 대표이자 평론가 김진하씨 Ⓒ정영신


‘나무화랑’을 운영하는 미술평론가 김진하씨는 "‘문영태의 심상석 연작은 1977녀부터 1983년까지 종이에 연필로 그린 작품으로 ‘심상석’은 마음의 형상이 새겨진 돌, 혹은 돌에 새겨진 마음이다. 어떤 것이든 무형의 마음이 구체적사물인 돌로 치환하는 마음과 돌이 인과 혹은 등가의 의미를 띄는 단어이다.


▲ 심상석-결합, 종이판화, 44


타제 마제석기를 연상시키는 ‘심상석’작품은 대체적으로 무겁고 심각하다며, 마음이나 정서에 상처 입은 사람들의 한, 혹은 물리적인 폭력에 의해 몸과 두개골 등에 상흔이 새겨진 사람들, 일상적인 삶의 무게와 민중적 생명력에 관한 작가의 시선이 복합적으로 얽혀져 있다.

단단한 돌에 풍화작용처럼 마음의 흔적이 심상(心象)으로 새겨진다는 것은 뭇 생명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생존에의 의지가 긴 세월 인고의 세월을 부침하며 견딘 결과라며, 문영태의 심상석에서 기층 민중들의 질긴 생명력과 한(恨)의 정서가 동시에 묻어난다고 작가론에 적었다.



▲ 심상석 78-3, 종이에 연필, 168X122cm, 1978


특히 문영태는 1990년 경의선모임이란 공동작업체를 만들어 사진 작업도 했다. 문영태가 주축이 되어 사진가 이지누, 화가 박불똥, 유연복, 최민화, 김기호, 김태희, 남궁산, 백창흠, 박 건, 송진헌, 유은종, 이정희, 조경숙, 공예가 김원갑, 이송열, 미술평론가 라원식씨 등 열일곱명이 참여하였는데, 그 결과물로 ‘눈빛출판사’에서 ‘분단풍경’사진집을 펴냈다.

▲ 국도 7번 도로변- '분단풍경'사진집에서


‘분단풍경’ 사진작업 이후로는 김포 월곶리 자택에 칩거하며 평소 관심가진 전통적인 민중성과 민속적인 글쓰기를 통해 기층 민중들의 생활사에 기반 한 민속민예문화를 연구하면서 상처받은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을 위무할 수 있는 문화를 꿈꾸었고, 그런 민초들의 생명력에서 서로를 보듬는 미술의 민중성을 지향해 왔다.


▲ 시대정신 창간호,1983-1987


새롭게 자리잡은 ‘민예사랑’개관과 문영태 3주기 유작전을 축하하는 자리에는 ‘민예총’이사장 박불똥씨, 화가 신학철, 장경호, 이인철씨, 사진가 조문호, 판화가 홍선웅, 미술평론가 김진하, 동영상을 제작한 양정애씨등 ‘문영태추모위원회’를 비롯한 친지와 많은 지인들이 찾아 와 고인을 추모하며 유작전을 관람했다.



▲ 김포 월곶리 '민예사랑' 전시된 작품 Ⓒ정영신


이날 추모전시에서는 ‘나무아트’대표 김진하씨가 만든 자료집 <심상석·문영태>와 문집 <누가 몰가부를 내놓겠는가―한국의 문화, 한국인의 성>(몰가부-자루 빠진 도끼)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책에는 1990년대 ‘분단풍경 : 열일곱 사람의 경의선 사진작업’ 그룹을 결성하고 분단된 국토의 현장을 직접 답사하며 찍어둔 필름들, 시인 김정환과 공동으로 펴낸 <이 시대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두 사람>, 1996~98 월간 <사회평론 길>에 연재한 ‘문영태의 한국의 문화, 한국인의 성(性)’, 2001년 사진가 이지누와 공동으로 발간한 계간 <디새집>에 연재한 ‘궁시렁 궁시렁 문영태의 집 이야기’ 등 문영태선생의 후반기 글쓰기 작업까지 한데 모아서 엮었다.



▲ 좌)'심상석-문영태'도록표지, 우)'누가 몰가부를 내놓겠는가' 책표지


문영태선생의 유작전은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 ‘민예사랑’에서 다음달 2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문의 (010-5357-5256 민예사랑)




 

‘금보성아트센터’초대전‘아리랑 환타지’29일까지 열려 
2018년 04월 23일 (월) 17:46:25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ss@sctoday.co.kr


사진가 양재문의 초대전 ‘아리랑 판타지’가 오는 29일까지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양재문의 사진은 전시 제목에서 의미하듯 한국적 환상이다. 민중의 삶이 꿈틀대는 움직임과 새벽의 고요함이 어우러진 양재문의 사진은 가장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다. 색의 흘림과 감춤으로 만들어진 그 이미지가 이국적이지 않고 한국적인 것이, 어디 전통 춤꾼이 펼치는 춤사위라는 데만 있었겠는가? 그 이미지에는 우리민족의 한과 기가 서려있기 때문이다.

▲양재문, Arirang Fantasy_01

우리 춤은 고요한 가운데 서서히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하고, 움직임 속에서 고요함이 드러나는‘정(靜)중(中)동(動)의 미학이다. 은은한 감춤의 미가 그토록 매혹적인 사실을 어디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 느린 셔터로 잡아 낸 흔들리는 동작의 이미지가 마치 꿈결처럼 환상적으로 펼쳐져, 얼핏 한지에 살며시 번지는 물감처럼 애잔하다.

▲양재문, Arirang Fantasy_02

춤꾼이 춤사위에 자신의 기를 풀어 놓기 시작하면, 작가 양재문은 그 춤꾼의 기를 받아 자신의 색으로 다시 풀어낸다. 그 색은 요염한 여인네의 교태미가 되기도 하고 정숙한 여인네의 숭고미가 되기도 하며 한국적 색으로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그 춤꾼의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가 작가에게 전이되어 작품으로 승화한 것이다.


▲양재문, Arirang Fantasy_13

추상화를 그리는 화가가 그림을 그리기 전에 표현할 이미지를 예견하듯이 사진가 역시 셔터를 누르기 전에 전체적인 밑그림을 예견한다. 뿜어내는 기가 합일점을 찾아 작품으로 탄생하기 까지는 수없이 반복하는 인내가 뒤 따를 수밖에 없다. 예술에 끝이 없듯, 양재문 작업 역시 끝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양재문, Heavenly Dream_32

양재문은 오래전부터 우리 춤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 낸 배태랑 작가다. 20여 년 전에 보여 준 ‘풀빛여행’의 그 몽환적 춤 여행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리고 몇 년 전 보여 준 ‘비천몽’은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어, 한 폭의 수묵채색화처럼 아름다웠다.

▲양재문, Heavenly Dream_36

긴 세월동안 한국 전통춤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 온 작가가 이번에 보여 준 ‘아리랑판타지’는 역동성이 개입된 것이 또 다른 변화라면 변화다. 1미터에서 4미터에 이르는 대형 작품 군무(群舞)를 통해 여지 것 볼 수 없었던 강한 역동성을 나타 낸 것이다. 집단적 신명성을 끌어내기도 한 그 사진은 마치 우리민족의 함성이 들리는 것 같은 환청도 일으켰다. 그 함성에는 동학의 울림도 있고 광주항쟁의 원한도 뒤섞여, 보는 이를 선동하는 것 같다.



▲양재문, Heavenly Dream_41

서문을 쓴 사진평론가 이경률씨는 이렇게도 말했다.

“작가가 보여주는 전통무용의 율동과 그 환상은 자신의 무의식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말하자면 환상의 향연으로 나타난 흐린 춤사위는 지나온 삶의 회한과 더 이상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존재가 이미지로 전이된 것들임과 동시에 응시자 각자의 심연에 내재된 기억을 자극하는 일종의 자극-신호(stimuli-signal)가 된다. 예술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양재문, Heavenly Dream_44

작가가 경험한 희미한 기억의 실타래는 익명의 무용수가 추는 춤의 환상으로 다시 나타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율동이 지시하는 삶의 침전들 즉 삶의 뒤안길에서 발견한 무의식의 시선과 반향이다.”

▲사진가 양재문씨. ⓒ조문호

이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금보성아트센터’(02-396-8744)에서 열린다.
 
  

김정헌 전 예술위원장, 46년 간 보관한 손기환 작품, 전시장에서 돌려 줘

2018년 04월 23일 (월) 17:16:08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ss@sctoday.co.kr

손기환의 ‘정치적 팝, 팝의 정치학’ 2부작이 오는 5월1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사회적 현상을 형상화한 작품들은 기민한 만화적 순발력을 회화에 끌어들여,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타! 타타타타타” 이 얼마나 간단명료한 메시지인가?


▲손기환, 타! 타타타타타, 130.3x192cm Oil on Canvas 1985.



무장헬기의 굉음을 소리로 나타낸 이 글은, 시각적 재미와 함께 문학적 요소도 가미되었다.

위로는 군화발이 부각되고, 아래로 몇 명의 군인들이 매달려 지나가는 낯설지 않은 풍경은,

전쟁분위기를 조성하는 군사문화의 폐해를 한 마디로 정리한 걸작이다.

기울어져 있는 잠실 롯데타워 옆에 새떼와 전투기가 함께 나는 풍경도 있다.

녹색의 지평선과 주홍색의 하늘이 어긋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이 장면은

성남비행장 활주로의 방향을 틀어 가며 빌딩을 세우게 한 정경유착을 꾸짖는 비판적 시선에 있다.



▲손기환, 죽음의 백조, 584x91cm Acrylic on canvas 2017. 미술평론가 김진하씨가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희뿌연 ‘DMZ 풍경’은 마치 안개 낀 정국을 보는 것 같다.

풍경 위로 GP(초소)와 OP(관측소) 그리고 GOP에 관련된 일렬번호와 지뢰표시만 표기하므로 추상적 현실을 구체적 현실로 바꾸어 놓았다.

남북대치정국의 실감나지 않는 비현실적 현실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그 그림은 비현실적 공간이 돼버린 DMZ의 오늘에 대한 고발이며 응전이었다.




손기환, DMZ-풍경 240x100cm Acrylic on canvas 2012



‘DMZ-마주보기’시리즈에는 권력자들이 망원경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김정은과 이명박도 있고, 박근혜도 있다.

이들이 보고 싶은 것이 도대체 뭘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빅 카드라도 찾고 싶었나? 아니면 유치한 야동이라도 보고 싶었는가?

한 마디로 보여 주기 위한 국민을 기만하는 쇼에 불과하다. 웃기는 현실을 시로 뱉은 노동자시인 김신용씨 처럼 “조, 빠, 하~”다.



▲손기환, DMZ-마주보기 750X78cm(일렬설치) 2012-1995


손기환의 이미지 저장고는 수많은 시각적 기억들로 넘쳐난다.

오래된 사진 이미지에서부터 어린 시절의 딱지, 만화, 카툰, 민화, 책표지 등

이미 기호화된 대중적 이미지를 끌어들여 다양한 형식으로 말하고 있다.

적절한 이미지로 동시대의 정치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며, 만화와 회화와 판화가 지닌 표현기법과 양식적 특성 사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풍경을 연출해 낸 것이다.


▲손기환, 홍길동 100X100cm Acrylic on Canvas 2000


작가가 분단과 DMZ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실향민 2세라는 성장 배경과 DMZ 최전방에서 근무했던 군대 생활도 연관 있다고 한다.

전쟁 직후 태어 난 세대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반공을 세뇌시키는 획일화된 교육환경과 유신독재정권의 무자비한 폭력,

그리고 광주학살의 만행으로 이어지는 암울한 시대를 체험하며 자라난 저항의식의 발로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다보니 전시 작품이 압수되고 구속되는 수난을 겪으며 이마에 별을 달기도 했다.

그런 몸소 겪었던 체험들이 자연스럽게 작업에 녹아 난 것이다.



▲손기환, DMZ-산수 98cm Acrylic on Canvas2016



손기환은 파인아트에서 터부시하는 시각물을 가감하게 끌어들여 대중적 보폭을 넓히고 있으나, 고급문화의 속성을 거부하는 측면도 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색도 노란색이나 보라색 등 약간 병적인 색깔을 의도적으로 선택한다.

그런 팝적 요소를 구축하여 성공적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손기환, 불청객 803X 100cm Acrylic on Canvas 1985


손기환이 누구인가? 주재환, 신학철, 김정헌, 민정기, 박불똥 등 우리나라 민중미술을 이끌어 온 몇 안 되는 용병 중 한 사람이다.

다채로운 형식으로 정치적 모순을 비판하며 권력에 저항해 온 역전의 용사다.

지금은 국제 만화에니메이션 페스티벌 SICAF의 집행위원장과 잡지 ‘만화정신’의 발행인으로 화단보다 만화계에서 많이 활동하는데,

상명대학교 만화에니메이션과 교수이기도 하다.



▲손기환, 끌 수 없는 불-2 100x80


그런데, 2부 전시가 시작된 18일 오후5시 무렵, 화가 김정헌씨가 포장된 액자 하나를 들고 전시장에 나타났다.

사연 인즉 김정헌씨가 46년 전, 손기환씨와 화실을 같이 사용한 적이 있다고 했다.

김정헌씨는 대학원생 시절이고, 손기환씨는 균명중학교 3학년이었다는 것이다.



▲김정헌씨가 제자 손기환씨의 46년전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조문호


그 당시 손기환씨가 김정헌씨에게 사례로 드린 그림을 여지 것 보관하고 있었다는 자체가 예사롭지 않았다,

일찍부터 손기환씨의 작가적 기질을 알아보았던 모양이다.

전시를 축하하러 오며 아득한 추억 하나 챙겨 왔는데, 손기환씨는 46년 전의 감상에 젖는 또 다른 감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림으로 맺은 기나긴 세월의 정이 너무 아름다웠다.




▲화가 손기환씨가 'DMZ 마주보기 작품 앞에 서있다. ⓒ조문호


작품집 서문을 쓴 미술평론가 김진하씨는 “고착된 기존의 제도적, 조형적 미학적 틀로부터 벗어나려는 손기환의 작업은 작업내용 뿐만 아니라 생태적인 면도 정치와 유사해 보인다. 또 기존에 제도화된 작가 중심의 미적 기득권의 고착된 위계를 해체하기 위해, 미적 근거를 대중적 ‘팝’의 영역에 두고, ‘팝’적 언어를 차용해서, ‘팝’적으로 관객과의 감각과 인식의 평등한 대면과 연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랑시에르적 ‘감각의 분배’도 일정정도 떠 올리게 한다. 자신을 포함에서 이미 사회적으로 제도화, 권력화된 미적 이데올로기나 위계에 대한 파열을 시도하며, 관객들 개별적인 감각으로의 수평적인 소통전략을 취하는 미적 태도다.“고 적었다.


전시는 인사동 ‘나무화랑’(02-722-7760)에서 5월1일까지 열린다.




오는 17일까지 '광화랑'에서 열려 
2018년 04월 15일 (일) 20:09:04 조문호 기자/사진가 sctoday@hanmail.net

세상에서 밀려 난 초라한 사람들만 그려 온 화가 박은태의 ‘늙은 기계 두 개의 시선’전이 지하철 광화문역의 ‘광화랑’에서 오는 17일까지 열린다



▲박은태, 김포에서 2016 잉크젯 출력 , 아빠의 그림자 2018 장지에 아크릴 117x91cm.


작품에 등장하는 노숙자는 작가 박은태가 세상을 바라보는 출발점이기도 하지만,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지난 번 전시한 새마을운동을 소재로 한 ‘가라뫼 사람들’도 인상 깊었다. 새마을 운동의 깃발에 가려진 어두운 면을 읽어낸 작품으로, 농촌근대화란 이름아래 진행된 농촌의 파괴와 농어민의 도시유출로 인한 도시빈민화를 꼬집는 작가의 비판적 시선이 날카로웠다. 특히 수몰민의 기념사진을 그린 ‘수물-깃발’에 등장하는 농민들의 표정은 압권이었다. 하나같이 입은 웃고 있었으나 눈은 우는 것 같은 이질적 표정 묘사가 긴 여운을 남긴다.



▲박은태, 대곡들에서 2016 잉크젯 출력 102x154cm/ 시민청에서 2016 장지에 아크릴 138,5x102cm.


작가는 고향인 강진군 성전면에서 중학교까지 다녔다.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성남 어느 공장의 프레스 판금 노동자로 일하며 7년의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그림에 대한 관심으로 틈틈이 그림공부에 매달리다 결국은 홍익대학교 미대에 입학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미대를 들어 간 시기도 민주화의 열기가 뜨거웠던 87년도였다고 한다.



▲박은태, 원흥리에서, 2016, 잉크젯출력/과천 대공원에서, 2015, 장지에 아크릴 91x 117cm.


우리 근현대사의 주역이면서도 소외되어 온 인간상에 초점을 맞추어 온 그의 작업은 어쩌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일 것이다. 노동자적 의식이 깔린 무게로 도시 변두리 빈민들의 삶을 바라 본 그의 작업은 사회적 변혁을 위한 운동으로서의 의미도 컸다. 고향을 떠나 집안의 생계를 잇기 위한 노동자로 생활하며 체득한 사회의 문제의식이 비판과 저항으로 발전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박은태, 홍성시장에서, 2017, 장지에 아크릴, 138,5x 102cm.


전시된 작품들은 근대화로 치닫는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어두운 회억의 표정과 모든 걸 체념한 듯 웅크린 노숙자의 모습이 주를 이루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밀려난 초라한 사람들의 삶의 흔적에서 애잔한 비애가 느껴졌다. 다소 생뚱맞은 전개이기는 하지만, 쇠잔해진 노인이나 노숙자 옆에 고물이 되어버린 기계 사진이 버티고 있었다.


▲박은태, 아빠 2016 장지에 아크릴, 사진.


그러나 늙은 기계와 대비된 소외된 사람들은 더욱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기계처럼 살아 온 인간의 퇴화된 모습과 동격으로 본다는 것만은 결코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과 사물 사이의 의미나 시간의 유대를 찾아 연결하는 은유가 깔린 것으로, 그만의 또 한 가지 표현 방법이다.


▲박은태, 상사천 다리 위에서 2016, 장지에 아크릴 138


그리고 그림 배경이 사라지거나 억제된 채, 주인공인 사람만 떠 있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삶의 터전이나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은, 즉 배경을 빼앗긴 사람이란 말이다.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사진과 회화가 한 화면에서 어우러지는 ‘아빠’라는 작품도 있었고, 노인의 모습과 함께 도형화된 그림자를 그려 넣은 ‘아빠의 그림자’도 눈길을 끌었다. 그 그림자가 기계와 사람, 사진과 회화의 벽을 허무는 단초가 되고 있었다.


▲박은태, 광화문에서 2017 장지에 아크릴 138.5x10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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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기계처럼 방치된 노인을 그린 그림과 기계를 찍은 사진은 상호 충돌하면서도 결합하였다. 그는 화가이지만 늘 카메라를 작업도구로 활용한다. 암담한 현실을 리얼하게 드러내야 하는 작가의 입장에서는 회화가 사진의 리얼리티를 따를 수 없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순간적인 출현이나 우연한 배치를 결코 놓치지 않는 사진가로서의 안목도 만만치 않다.


▲박은태, 홍성시장에서 2017 장지에 아크릴 138.


사람의 모습도 유추하여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난 대상을 찍어 그림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늙은 기계 두 개의 시선”전은 회화와 사진을 대비시킨 다소 낯선 접근이기는 하지만, 헐벗은 존재와 방치된 사물을 만나게 함으로서 생겨나는 또 다른 울림도 있다.


작품집 서문에 쓴 미술평론가 성완경씨의 글이 작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박은태가 오늘의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는 이 시대를 위기와 불안의 시대로 파악하는 시각이 일관되게 관철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한 마디로 부조리한 풍경, 불안한 풍경, 재앙과 위기, 희망 없음의 풍경이다. 생각하기 나름으로는 지옥도가 따로 없을 그런 풍경이다.


▲'미적분' 작품 앞에 앉은 작가 박은태씨 ⓒ조문호 사진가


박은태의 작업은, 단지 설자리를 잃은 사람들, 용도 폐기된 사람들, 초라한 사람들을 그렸다는 소재적 차원보다도 훨씬 더 깊은 의미에서 한국사회의 먼지가루 같은 불안과 위기의 징후들을 겉보기보다 훨씬 더 깊이 드러내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오는 14일까지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려 
2018년 04월 09일 (월) 18:24:41 조문호 기자/사진가 sctoday@hanmail.net  
 

김동진의 ‘또 다른 도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김동진의 사진은 현대인들의 편견을 말하고 있다.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면면을 찾아 기록한 사진 자체도 일반적인 시각에서 볼 때는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험상 굳게 생긴 사람이나 삐뚤어진 화면, 목이 잘린 여인 등 하나같이 낮 선 풍경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정상과 비정상으로 규정된 고정관념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김동진 作, 2016 부산, 구포동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갑자기 보호자에게 떠밀려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치자.

보호자는 그의 정신상태가 ‘비정상’이기 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끌려 온 환자는 스스로가 정상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의사라도 서로가 주장하는 바가 다를 때 ‘비정상’과 ‘정상’을 명확하게 구분 짖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동진 作, 2017 서울, 금곡동


규정해놓은 정치나 법이나 사회의 모든 이해관계도 마찬가지다.

거리에 나와 태극기를 휘날리며 시위를 벌이는 극렬 보수단체를 대개가 비정상으로 보지만,

그들은 지극히 정상으로 생각한다.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는 자체가 다수의 판단으로 규정지어놓은 것으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구속하는 하나의 장치일 뿐이다.



▲김동진 作, 2016 서울, 광화문 광장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 모든 가치기준을 뛰어넘는 가장 중요하고도 추상적인 개념은 '유토피아'다.

한 사람이 갖고 있는 다양한 정신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통합되어 최적의 기능을 발휘하는 상태가 정상이라는 것이다.

즉 '나 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정상적인 인간일 것이다.



▲김동진 作, 2016 서울, 영등포동


정상이 비정상을 지배하는 구조로 인한 소외, 외면, 박탈, 욕망, 갈등 등 사회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비추려 한

김동진의 사진들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현대인의 불안과 광기와 욕망을 그만의 어법으로 담아내고 있다.

급박한 현대화로 인간성이 상실되고 급기야는 개인주의로 치닫는 오늘의 슬픈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것이 다큐멘터리사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니겠는가.



▲김동진 作, 2016 부산, 남포동


부산 경성대에서 사진학 석사학위를 받아 ‘버스 희망공간’ 등 몇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바 있는 사진가 김동진씨의 전시 변을 들어보자.

“나는 버스와 지하철, 열차 등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며, 도시와 시장, 해변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앞모습에 가려진 피에로처럼 포장되어 살아가는 사회의 감추어진 얼굴을 드러내고 싶었다.

가려지고 소외되고 상처 입은 세상을 비추는 작업으로 사회에 전염병처럼 만연해 있는

비정상의 모습에 관심을 두면서 정상이라고 말하는 세상의 이면을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전시작 앞에 선 사진가 김동진 ⓒ조문호


전시는 14일까지 ‘갤러리 브레송’(02-2269-2613)에서 열린다.

  


열길 벼랑에 처량하게 핀 동강할미꽃이 슬프다.

2018년 04월 06일 (금) 01:33:23 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정선의 동강할미꽃이 피어나야 강원도의 봄은 시작된다.

정선읍 귤암리의 ‘동강할미꽃 보존연구회’가 마련한 제 12회 ‘동강할미꽃축제’가

지난 3월30일부터 4월1일까지 3일간의 일정으로 ‘동강생태체험전시관’일원에서 열려, 봄나들이 한 상춘객들을 맞이했다.



▲ 귤암리 벼랑에 피어있는 동강할미꽃 Ⓒ정영신


‘동강할미꽃’은 아우라지를 사이에 둔 애틋한 연인의 연모가 조양강 뼝대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이야기도 있고.

동강할멈과 할아범에 대한 그리움이 동강할미꽃으로 피어난다는 소문도 있으나 아무런 근거는 없다.

꽃이 알려진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전설이란 이름을 달고 등장해, 자칫 역사를 왜곡시킬 수 있기에 경계해야 한다.



▲ ‘동강할미꽃보존회’최완순 회장 Ⓒ정영신


동강물줄기를 굽어보는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동강할미꽃은 머리카락 같은 미세한 뿌리가 바위틈에 들어가 자생하는 꽃으로,

마치 강원도 산골 사람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 애착이 간다.

산소에 피어나는 고개 숙인 할미꽃과는 다르게 하늘을 향해 꽃을 피우는 동강할미꽃에서 신비로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 내빈축사하는 신주호 정선부군수 Ⓒ정영신


동강할미꽃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988년 야생화 사진가 이석필씨가 최초로 촬영할 당시에는 강을 건널 땐 다리가 없어 헤엄을 쳐서 건너갔다고 했다.

이석필씨는 그 당시 들꽃이 살아가는 환경 차원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 후에 사진가 조문호씨가 이끌어온 '환경사진가회' 일원으로 활동하며

최초에 찍은 할미꽃 사진을 환경사진집에 발표한 것이다.

그 이후 1997년 김정명씨가 동강할미꽃을 찍은 꽃 달력 사진을 본 한국식물연구원 이영노박사가

2000년 ‘동강할미꽃’이란 이름을 달아 세계 유일종으로 발표하며,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 1988년 4월 야생화사진가 이석필씨가 최초로 찍은 동강할미꽃

(1999년 발행된 '동강' 환경사진집에서 스크랩)



한국특산종인 보랏빛 나는 ‘동강할미꽃’은 정선, 영월, 삼척, 태백 등, 석회암지대에서만 서식하는데,

그 중 굽이굽이 절벽으로 이어진 정선 귤암리의 아름다운 경관 속에 피어나는 꽃이 가장 아름답다.

그 이후 귤암리 주민들이 협력하여 ‘동강할미꽃 보존연구회’가 만들어지며, 2008년 정선군 군화로 지정된 것이다.

또한 동강할미꽃은 2,000년 동강댐 건설 백지화 결정에도 크게 기여한 식물이다. 당시 고 김대중 대통령은

세계 최초의 신종으로 추정되는 7종의 동식물과 20여종의 멸종위기동식물 보호 및 생태계 보전을 위해 동강 댐 설치를 막은 것이다.





▲ ‘아리랑예술단’의 아리랑공연 Ⓒ정영신


구구한 세월동안 석회암 절벽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 온 이름 없는 야생화가 세상에 알려지며,

사진인들이 몰려드는 등 오히려 수난을 당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또한 꽃이 피는 4월이 되면 야생화를 사진에 담으려고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하는 사진인 들이 많이 생겨난다.


자연환경을 다치지 않도록 있는 그대로의 꽃의 습성이나 주변여건까지 함께 담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꽃만 부각시키기 위해 꽃을 보호하는 주변의 마른 풀을 다 뜯어내고,

심지어 꽃잎에 물을 뿌리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제12회 동강할미꽃 축제'에 참석한 내빈들모습 Ⓒ정영신


이를 막기 위해 주민들의 모임인 ‘동강할미꽃보존회’에서 생태계를 보호하려 공을 들이고 있다.

야생화가 있는 모습 그대로 자랄 수 있도록 둬야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축제로 인해 자연생태환경이 몸살을 앓아 온 것도 사실이다.

야생에서 자라는 식물은 인간의 숨소리와 입김마저도 치명적인 독이 된다는 것을 진정 모르고 있는 것일까.



▲ 귤암리부녀회에서 음식을 장만하는 모습 Ⓒ정영신


강원도 문화관광해설사인 서덕웅씨는 “사진을 예쁘게 찍으려고 잎을 뜯어내는 과정에서 손을 타기 때문에 수정되지 않는다.

분별한 사람들의 행동이 자연을 죽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서덕웅씨는 지역자산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동강할미꽃 보존을 위해 애쓰고 있다.



▲ 동강할미꽃지킴이 서덕웅님 Ⓒ정영신


이날 열린 ‘제 12회 동강할미꽃축제‘ 개막식은 정선 군립 ‘아리랑예술단’의 아리랑공연으로 시작되었다.

‘동강할미꽃보존회’ 최완순 회장의 개막선언과 신주호 정선부군수 등 내빈의 축사가 이어진 후,

다양한 공연과 전통놀이 마당, 동강할미꽃 심기 등의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과 함께 즐기는 축제의 마당이 되었다.



▲ 동강할미꽃 심기 Ⓒ정영신


축제가 펼쳐진 생태공원에는 수필가 우애자씨가 준비한 한복체험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교복과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어느 지역을 가보아도 똑같은 행사를 진행해 지역적인 특색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줄 모르고, 타지의 가수를 초청해 흥을 즐기는데,

차라리 정선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노래한 정선아리랑을 관광객과 함께 배우는 시간이 마련되면 좋지 않을까 싶다.



▲ 떡매치기 하는 관광객 Ⓒ정영신


이번 축제엔 필자의 ‘장터 사람들’과 조문호씨의 ‘산골 사람들’ 사진전이 열려 멀리서 지인들이 찾아왔는데 다들 불편하고 불쾌감을 호소했다.

축제장으로 올 수 있는 교통편의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손님을 맞을 기본이 되어있지 않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정선터미널에서 축제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해야하고, 물을 마실 수 있는 식수대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 '산골사람들'사진전시에서 만난 사진의주인공 이선녀씨와 사진가조문호 Ⓒ정영신



요즘은 지자체에서 마련하는 축제의 전성기다.

그러나 지역적인 특색은 사라지고 천편일률적인 행사로 관광객들을 식상하게 한다.

지역축제는 그 지역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는 소중한 체험을 통해 지역문화를 함께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탐욕이 폭력으로 질주하는 비윤리성에 주목, 13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

2018년 03월 02일 (금) 13:32:22 조문호 사진가 press@sctoday.co.kr

화가 김재홍의 <살-(생.사.육)> 전시가 지난달 21일부터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살 연작'(108점)과‘Undressed’(5점), ‘동행’(6점) 등을 선보이는 14년 만의 유화작업이라 화단의 관심도 컸고 푸줏간을 연상시키는 전시이미지들을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한터라 나도 오래전부터 기다린 전시였다.




▲ 작품을 설명하는 김재홍 작가

내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동강의 ‘두메산골사람’을 기록할 때다. 동강이란 동일한 대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김재홍씨 그림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졌는데, 그가 동강에서 그린 작품 중 '모자상'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뼝대가 수면에 반영되어 대칭을 이룬 작품으로 그 속에 모자의 얼굴을 형상화했다.


그는 그동안 그림책이나 동화책의 일러스트에 빠져 회화작업은 손을 놓고 있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많은 작품을 2년 만에 완성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구상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1년이 걸렸다니, 실제 작업에 몰입한 시기는 1년 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그의 치열한 작가정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인데, 얼마나 치밀했으면 처음 구상한 내용이 작업 도중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그림을 잘 그린다. 잘 그린 그림이 반드시 좋은 그림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이 좋은 그림이 아니던가?

그의 그림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좋은 그림이다. 동강의 일련의 작품들이 그랬듯이, 이번에 선보인 <살-(생.사.육)>은 마음을 움직이기에 앞서 하나의 충격이었다.



▲ 동행, 91x182cmx3, Oil on canva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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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행, 122x244cm, Oil on canvas 2017

사실적인 김재홍씨의 그림들은 사진적이기도 하다. 마치 붉은 조명이 켜진 정육점 풍경 같기도 하고, 몸 파는 홍등가가 연상되기도 했다. 인간도 욕망의 고기로 팔린다는 점에 동질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잔인성과 비도덕성을 각인시킨 이번 전시는 이광수 교수 말처럼 ‘인간은 악이다’란 말이 먼저 떠올랐다. 가축의 털을 벗겨 드러난 살을 보는 순간, 온갖 위선의 거죽에 가려져 있는, 인간의 본질을 만날 수 있었다. 

 



▲ Undressed, 91x182cmx3, Oil on canvas, 2017


그동안 맛있게 먹어 온 닭고기에 토할 것 같은 역겨움이 일어났고, 더 이상 육식은 않겠다는 결심에 이르게 된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먹어 온 육식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성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데, 아마 이보다 더 가치 있고 흡인력 있는 작업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살-연작' 108개로 이루어진 가축의 도살 형상들은 때로는 인체가 연상되는 그림도 있었다. 여러 개의 인체를 가축과 뒤섞어 배치했는데, 가축을 지배하는 인간과 지배 당하는 가축을 같이 본다는 의미다. 


미술평론가 임정희씨는 전시 서문에서 김재홍의 그림에서 이미지와 메시지의 단순 연결을 우려하기도 했으나, 이렇게도 말했다. “이미지 자체를 사회적 실천의 산물로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의미를 담는 기호로 확장시키면서, 이 이미지를 통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역사적으로 논쟁적인 사안들이 다루어지는 문화적 공론장의 중심을 세워가려는 참여적 실천행위였다”. 

자본주의의 탐욕과 인간의 폭력적 본능을 이처럼 실감한 적이 없었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작품의 배치도 일조했을 것이다. 다닥다닥 붙은 이미지의 중첩성이 더 강한 메시지를 던진 것 같다. 

 



▲ 살 28x58cm 108개,유화)부분 2017


개막식 날 전시장에 들어서니 발 디딜 틈 없었다. 여지 것 내가 본 나무화랑에 이처럼 많은 작가들이 몰린 적은 일찍 보지 못했다. 다들 그의 작업에 주목하고 있었다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108점을 연결한 작품 '살'을 한 눈에 볼 수 없어, 사람들 사이로 한 작품 한 작품 뜯어봐야 했다.

가축의 생애는 비참했다. 온통 내장이 드러나고 털이 벗겨진 채 매달린 소름끼치는 장면이었다, 비좁은 공장식 사육장에서 사료로 키워지고 오로지 인간의 배를 채울 고기로만 살찌워져서 도살로 생을 마감한다.


인간은 더 많이 먹고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동물의 살육을 합리화한다. 인간의 탐욕이 폭력성으로 질주하는 비윤리성에 우리 모두 주목해야 한다.


이 전시는 오는 13일까지 열린다.


산과 나무의 단상‘展 오는 13일까지 ‘나무화랑’에서 열려... 
2018년 02월 05일 (월) 14:54:18 조문호 사진가 press@sctoday.co.kr  


인사동에서 도예가 김용문의 도판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산과 나무의 단상‘이란 제목이 붙여진 도판화전은
오랜만에 보는 그의 귀국 전시로, 새로운 수묵드로잉까지 보여주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김용문 하면 막사발이 먼저 떠오르고, 막사발 하면 머리말아 올린 김용문의 상투가 연상된다.




▲ 도예가 김용문씨, (사진=조문호)


가히 전설적인 장인이다. 젊은 시절부터 옹기에 매료되어 다양한 옹기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의 예술세계는 막사발을 만드는 도예에 한정되지 않았고 퍼포먼스에서 글과 그림까지 전방위 작가다.

그러한 다양한 작업들도 결국은 막사발을 위한 부대작업에 불과할 것이다. 오죽하면 ‘나는 막사발이다’라는 책까지 펴냈겠는가?


토우와 도자기로 삶의 애환을 담은 퍼포먼스도 여럿 있었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도 단양 충주댐에서 가진 ‘수장제’였다.

84년 단양 하방리를 지켜 온 좌청룡과 우백호, 전주작, 후현무의 네 풍수 동물을 토우로 빗거나 조각해

많은 이주민들이 울부짖는 통곡에 장단 맞춰 댐 속으로 잠기게 하는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최고의 퍼포먼스라 메스컴에서도 일제히 나발 불었다. 그리고 87년 대학로에서 가진 ‘옹관장전’도 파격적이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화가 강용대씨가 상여에 실려 가는 모습,

큰 칼로 옹기 작품을 내려치는 무속인 무세중씨의 모습은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하다.


인사동에서 한 전시도 여럿 기억난다. 인사동 거리에 좌판 깔아놓고, 푼돈 받고 토우 파는 전시에서부터,

인사동에서 제일 넓은 ‘아라아트’ 전시장 바닥에 수천 개의 막사발을 펼쳐 전시를 하는 등 특이한 전시가 많았다.



33x33cm 도판2 2017


그는 홍대미대 공예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토속적인 막사발에 승부를 걸고 활동 해 온 작가로,

지금은 터키 국립 하제테페대학교 도예과 초빙교수로 떠난 지가 8년째라 자주 볼 수 없는 작가다.


경기도 오산, 충청도 괴산, 전라도 삼례 등지로 막사발 박물관을 옮겨가며 ‘세계막사발축제’를 36년째 이끌어 왔다.

또한 세계막사발심포지엄 19회, 국내외에서 가진 개인전도 43회나 개최했다.


투박한 토속적 미감의 막사발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도예가 김용문의 도판(陶板) 그림전은

산과 나무를 대상으로 한 추상화인데,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예술혼을 담아냈다.



67x67cm 화선지3 2017


우리 문화의 속내가 들어다 보이는 대개의 작품들은 지두문(指頭紋) 기법으로 이루어졌다.

지두문(指頭紋)이란 유약이 마르기 전 빠른 손가락 놀림으로 풀, 나무 등의 문양을 그려 넣는 기법인데,

손가락이 스쳐간 자국들은 우리 선조들의 멋이고 아름다움이다.


대개의 지두화(指頭畵)가 둥근 접시나 정사각형 도판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보통 지름 25cm정도의 작은 작품서부터 지름 70cm가 넘는 대형 작품 등 다양한 크기로 제작된다.


이번에 처음 선보인 수묵드로잉전은 김용문씨의 또 다른 미적영역 확장이었다.

다들 자기 영역 밖의 작업을 하다보면 다소 어설퍼 보일 때가 더러 있으나, 거침없이 그려낸 그의 솜씨는 달랐다.

이는 막사발에 길들여진 원숙한 솜씨와 오랜 세월 몸에 베인 지두문 화법이 그대로 화폭에 옮겨 진 것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88x58,5cm 화선지7 2017

67x67cm 화선지1  2017


주로 먹과 안료, 붓과 지두문으로 표현한 드로잉은 때로는 힘이 솟는 박진감이 넘치고

때로는 막사발 질감처럼 투박하거나 거칠도록 자유롭게 넘실댄다. 여지 것 보아 온 수묵화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은 폭발력을 가진 작품이 있는가 하면,

전형적인 우리 민족의 미감을 드러낸 인물상에서는 마치 자애로운 불상을 닮은 듯 편안하다.



88x58,5cm 화선지4 2017


어떤 작품은 난을 치듯 나무나 잡초를 그리기도 했는데,

흥선대원군의 난이 여인네의 여림이라면, 김용문의 난은 남정네의 투박함으로 말할 수 있겠다.


지난 31일 가진 개막식에서 보여 준 강만홍교수의 퍼포먼스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도공들의 원혼을 불러 모우는 것 같은 동작으로 작품에 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이 전시는 2월 13일까지 ‘나무화랑’(02-722-7760)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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