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1월 30일 (화) 10:31:45 조문호 사진가 press@sctoday.co.kr  


 


일제로부터 해방된 3년간의 역사를 사진으로 조명한 '미군정 3년사'가 '눈빛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미군정’기라 불리는 3년을 직접 겪지는 못했으나,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때로 기억되는 안타까운 시기였다.

이번에 발간한 '미군정 3년사'를 펼쳐보며, 경악스러움과 함께 힘없는 민족의 아픔을 절감하였다. 그 사진 한 장 한 장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는지, 보고 또 보며 쉽게 눈을 땔 수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보석 같은 역사적 기록을 정부에서 찾아 낸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에 의해 찾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소설가이자 역사저술가인 박 도씨와 박유종씨가 ‘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찾아가 오래된 기록물에서 하나하나 찾아낸 사진들이다. 그 외에도 '눈빛출판사'가 소장하고 있는 1948년 서울에서 찍힌 컬러사진 20점과 이경모, 성낙인, 김한용, 임응식, 구왕삼 등 원로사진가들이 찍은 기록사진들을 모아 집대성한 것이다.

카메라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라 대개의 역사적인 장면은 미군들이 기록한 사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때로는 구술 자료로 시대상을 분석하며, 가능한 정치적 색깔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점도 돋보였다. 해방과 정부수립까지의 일들을 사진과 연표로 정리하고 분석하여, 일천한 한국근현대사 증언에 크게 기여한 책이다.

책에는 조선총독부 건물 앞에 걸린 깃발이 일장기에서 성조기로 바뀌는 장면에서 부터 미군이 인력거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보는 모습 등 진귀한 사진이 많다. 원폭이 투하된 나가사끼와 히로시마의 항공사진, 이승만과 김일성의 젊은 모습의 사진,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 활동, 남한의 정부 수립, 북한 인민위원회 선거 등 모두가 처음 보는 사진이다.



    
총독부 앞 국기계양대에서 일장기를 내리는 미군들 1949



그리고 미군들이 북한에서 노획한 문서 속에서 발견되었다는 '북조선 민주주의 건설 사진첩'에서도 많은 사진들이 나왔다. 얼마나 기록을 소중하게 여겼으면, 구질구질한 것조차 싹쓸이한 점령국의 약탈이 얄밉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존경스러웠다. 그 진귀한 사진들을 어렵사리 찾아내어 책으로 편찬한 것이다.

잃어버린 역사로 불리는 미군정기 3년은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처럼 절름발이 역사교육이었기에, 이 책이 갖는 의미가 더 소중할 수밖에 없다. 더 분통 터지는 일은 미군정에서 일본에 빌붙어 반역을 저지른 군인과 관리는 물론 말단직까지 그대로 기용해 부끄러운 역사가 청산되지 않고 반복되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정희가 아니던가.



    
▲ 처음 진주한 미7사단 17보병연대 장병들 1949,9 

    
▲ 무기를 넘겨주려 미군의 호위 속에 이동하는 일본군 1945, 9



새로이 발견된 사진 외에도 당시에 발생한 사건을 정치·행정, 사회·경제, 문화·생활, 북한 등으로 나눠 월별로 실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회오리바람처럼 급박하게 분단으로 치닫게 한 미군정의 과오를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었는데, 병 주고 약주며 그들의 실속만 차려가는 가증스러운 미국의 짓거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 식량난으로 굶주린 사람들이 쌀배급소를 약탈하려고 몰려들자 미 헌병들이 제지하고 있다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는 "미군정 3년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함축된 시기로, 정부 수립 70주년을 앞두고 이 시기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해방 후 미관말직에라도 오른 관리들은 여전히 백성위에 군림하며 수탈에 여념이 없었고, 미욱한 백성들은 정의감이 무뎌진 채 나라의 미래보다 내 땅이나 집값 오르는 데에 한눈을 팔고 살아 온 감이 없지 않다. 나는 이 책을 통하여 지난날도, 지금도, 앞으로도 나라의 백성들이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 삼일절 보고대회를 마친 철원 여중학생들의 축하행렬 1947, 3



백성들이 나라의 역량을 키워야 진정한 자주독립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라의 지도자들이 정의롭지 않고 경천애민(敬天愛民)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의 신뢰를 받을 수 없고, 외세의 지배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고 책을 엮은 박 도씨가 후기에서 말했다.



    
▲ 서울 거리에서 만난 새댁 1948 

    
▲ 서울 거리의 행인들 1948



미군정 3년사’출판과 함께 28일까지 ‘류가헌’에서 열린 ‘1948년 서울 겨울’ 사진전에는 책에 수록되어 있는 서울의 생활상을 담은 컬러사진 20점이 전시되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정겨운 사진이라,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2017년 12월 26일 (화) 17:19:06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es@sctoday.co.kr  


‘누가 패자인 홈리스에 돌을 던질 수 있겠나?’


지난 22일의 동지 날은 해마다 서울역에서 홈리스 추모문화제가 열리는 날이다. ‘홈리스 행동’을 비롯하여 ‘동자동 사랑방’등 40개 반빈곤인권사회단체가 연대한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에서 추진한 행사로, 무연고 홈리스 사망자들의 넋을 기리는 문화제다.

▲무연고 사망자를 애도하는 묵념을 올리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분향소가 마련되어 서울역광장을 오가는 시민들이 헌화하기도 했다. 인간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가난과 병에 시달리다 죽음에 이른 무연고 사망자들의 죽음을 알려 추모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야하는 홈리스의 복지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거리나 쪽방에서 죽은 무 연고자를 추모하는 자리지만, 무관심한 사람이 더 많았다. 국민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살펴야 한다고는 하나, 말뿐이다.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얼마 전 친구에게 지하도에서 연명하는 홈리스 이야기를 꺼냈더니, 핀잔을 주었다. 게으르고 술만 마시는 그들은 어쩔 수 없다며,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했다. 너무 열 받아 한 마디 했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지마라. 네가 그 사람들 사정이나 한 번 들어 봤나? 돈이 사람을 망치는 세상의, 한 희생자일 뿐이다. 어쩌면 돈에 길이든 네가 더 잘 못 산 것인지 모른다.“

▲사망한 홈리스의 이름 위에 국화가 놓여있다.

세상이 정해놓은 논리에 순응하지 못해 비참하게 죽었는데, 누가 그들의 죽음에 돌을 던질 수 있겠나? 추모제가 열린 날은 다른 날에 비해 덜 추웠지만, 홈리스의 삶은 일 년 내내 혹한의 겨울이다.

매년, 거리에서 죽어가는 노숙자나 쪽방 촌 빈민들이 300여명이나 된다, 그들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절실하지만, 편안히 눈감을 수 있도록 장례라도 제대로 치루어 주어야 한다.

▲홈리스 추모제가 열리는 서울역 야경

그 날 서울역광장에서 한 해 동안 세상을 떠난 빈민들을 추모하며, 살아남은 자들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했다. 그들에게 안정적인 주거와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죽어서나마 영혼이 구천을 떠돌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다.

▲추모제에 참여할 기력도 없는 홈리스가 주변에 웅크려 있다

그 많은 무연고 사망자 중에 영정사진이라고는 세 사람 밖에 없었고, 다들 이름만 적혀 있었다. 무슨 놈의 팔자가 그토록 기구하여, 죽어가면서도 자기 얼굴 한 장 남기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홈리스 서정철씨가 촛불로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추모제에서는 각종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법률상담, 홈리스 사진관 등 여러 가지 행사가 열렸다. 그리고 소리 없는 이들의 삶을 기록한 ‘홈리스 생애기록’이란 책도 출판하여 나누어 주었다. 홈리스들은 책 자체도 짐일 뿐인지라, 책보다는 ‘동자동 사랑방’에서 끓여 준 동지팥죽을 더 찾았다.

▲홈리스 김지은씨가 '동자동사랑방'에서 준비한 동지팥죽을 받고 있다

오후7시부터 시작된 추모제 본 행사에는 다들 촛불을 들고 무연고 사망자들을 넋을 기렸는데, '동자동 사랑방' 차재설씨가 나와 안타까운 추모사를 낭독했다. 노동가수 박준씨와 ‘노들장애인야학’의 박경석씨의 노래도 있었지만, 마음에 불을 지핀 건 김가영씨의 추모노래였다. ‘새로운 선택’이란 노래도 마음 아팠지만, ‘오! 자유여, 오! 기쁨이여, 오! 평등이여, 오 평화여’ 라고 열창한 노래에 피가 끓었다.

▲가수 김가영씨가 '새로운 선택'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추모공연이 끝난 후 죽은 홈리스의 은신처이기도 했던 서울역 구내를 비롯한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추모행진을 하며 구호를 외쳤다. “홈리스 차별을 철폐하라”, “홈리스 인권을 보장하라”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1세라지만, 홈리스의 평균수명은 48세라는 걸 잊지 말자.

▲'홈리스 차별을 철폐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빈민들

홈리스의 죽음은 스스로 택한 죽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방치한 죽음이다. 그들도 인간답게 죽을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 빈소도 빌리지 못한 채, 냉동 보관되다 화장터로 직행한다. 더 이상 홈리스의 죽음을 방치하지마라.






2017년 12월 19일 (화) 11:36:07조문호 기자/사진가 prees@sctoday.co.kr


▲ 황재형, '새벽에 홀로 깨어' 캔버스에 머리카락 1622x1303cm 2017



“정말 대단한 작가다.”

'가나아트‘에서 열린 황재형의 ‘십 만개의 머리카락’전을 돌아보며 뱉은 말이다.

그의 작가적 역량이야 이미 잘 알려져 있으나, 뻔적이는 창의력이나 끈질긴 도전력은 아무도 따를 자가 없다.

전시장을 메운 작품들은 멀리서 볼 땐 깔끔한 수묵화 같았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머리카락의 거친 입체감으로 인물이 살아 꿈틀거리는 듯했다. 거기에 고된 삶과 노동의 현장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표현재료를 확장시킨 그의 창의력에 앞서, 작가의 그침 없는 인간 애정에 더 감복한 것이다.




▲ '드러난 얼굴' 작품 앞에서 선 작가 황재형 (사진, 조문호)


황재형씨가 탄광촌에 들어가 광부들과 함께하며 그 가족의 고단한 삶의 여정을 담아 온지가 어언 30년이 되었다.

작가가 작업에 꽂혀 한 곳에 눌러 살수야 있지만, 그의 작업이 남달랐던 것은 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우선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세계는 언제나 현실과 하나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가 작업에 사용하는 재료 또한 물감에 그치지 않고 흙과 석탄을 비롯하여 머리카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채용되었는데,

자연적 재질보다 더 실제적이고 현실적일 수 있겠는가?



▲황재형 '원이엄마 편지' 캔버스에 머리카락, 짚신 1622x97cm 2016


5년 전부터 구상하였다는 이 기상천외한 머리카락 작업은 기존의 상식을 벗어나고 있었다.

격렬한 명암대비에서부터 고도의 감정 표현까지 섬세했다.

붓으로 그릴 땐 의도대로 선이 그어지지만 머리카락은 자체의 독자적인 곡선이 있다,

머리카락이 지닌 힘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담으려면 몇 배의 인내가 필요했다.

얼마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집중했으면 눈에 실핏줄이 터졌을까?



▲황재형, '둔덕고개' 캔버스에 머리카락, 128x259cm 2017


그 집념어린 투지에 의해 머리카락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웃의 숨결로 다시 태어 난 것이다.

붓과 물감을 이용한 작업보다 더 강한 표현력을 드러내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존재감을 제시한 것이다.

작가 황재형을 처음 보면 마치 그림에서나 본 듯한 임꺽정처럼 체구도 크고 얼굴은 수염으로 뒤 덥혀 있다.

얼핏 무시무시하게 느껴지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여리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인간적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작가일지라도 마음이 따뜻하지 않고 사람을 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황재형 '기다리는 사람들' 캔버스에 머리카락 97x1622cm 2016

그리고 작업에 임하는 열정 또한 아무도 따를 수 없다.

작년 오월, '민족 시원에서 강원까지'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함께 바이칼 호수를 다녀 온 적이 있었다.

현장에 다녀와서 두 달 후에 전시가 열렸는데, 그가 내놓은 작품의 규모나 작품 수에 깜짝 놀란 것이다.

바이칼을 소재로 한 작품이래야 다들 한두 점에 불과 했는데, 그는 상상을 초월했다.

당면한 작업에 온 힘을 쏟아 붇는 그의 열정을 재확인한 것이다.



▲황재형'하모니카 나고야' 캔버스에 머리카락, 100x240cm 2017



이번에 출품된 ‘진여’는 바이칼호수의 침묵을 나타낸 것인데, 물감으로 해결할 수 없어 흑연을 사용했다고 한다.

침잠한 새벽물결을 이보다 더 멋지게 묘사할 수 있겠는가?


작가 황재형은 갱도매몰사고로 죽은 광부의 작업복을 극사실 기법으로 그린 ‘황지330’이란 작품으로

‘중앙미술대전’에 입상하며 1981년 두각을 드러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야학교사, 공장 등을 전전하다 돌연 태백에 들어갔다.

태백 탄광촌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로 살았지만, 그는 화가였다. 삶의 현장에서 길어낸 작품들은 그를 '광부 화가'로 등극시켰다.



황재형▲'아직도 가야 할 땅이 남아 있는지' 캔버스에 머리카락 191.3x175.4cm 2016


시커먼 광부의 초상인 ‘한 숟가락의 의미’는 경외감을 전하며 새로운 '민중미술'의 길을 텄다.

초창기에는 ‘임술년(壬戌年)’ 창립동인으로 활동하며 모순된 사회현실에 저항한 ‘민중미술‘ 운동의 핵심작가였다.

초지일관 실천주의 예술가로 살아온 리얼리즘의 대표주자다



▲ 황재형 '변매화' 캔버스에 머리카락 60,6x50cm 2017



그가 탄광촌 사람을 대하는 작가의 인간적 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대목을 뒤늦게 고백하였다.

탄광에 들어간 그가 선탄부 아낙들의 목욕장면을 훔쳐보려다 크게 깨우친 적이 있다고 했다.

비눗물에 검은 석탄가루가 섞여 흐르는 아낙들의 몸을 증거하고 싶었지만,

’이런 장면까지 팔아서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 고민하다 울면서 포기하였다고 한다.

“타인의 불행으로 나의 행복을 구축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됐고 십 수년째 삭혀지지 않은 부끄러움이 남아있었다고 했다.

또한 그동안 작업을 해 오며 그들의 참된 삶을 온전히 담을 수 없어 미안한 감정도 있었다고 한다.

영혼이 담긴 머리카락 작업으로 미안한 감정도 덜었지만, 작가 자신에게도 큰 위안을 주었다고 한다.



▲ 황재형 眞如(진여) 캔버스에 흑연 162.1x227,3cm 2017


그는 머리카락에 깃든 '평등의 미학'을 말했다

“10만 개의 머리카락'이란 사람의 머리에 나는 모발의 평균 숫자입니다.

그 많은 머리칼이지만 한날한시에 태어나는 머리칼도 없고, 한꺼번에 다 빠지는 탈모도 없습니다.

그토록 평등을 이야기하면서도 불평등이 체화된 인간의 몸뚱이에서 어떻게 이처럼 평등한 머리카락이 태어났죠.

왜 인간은 자기가 소유한 머리카락처럼 살지 못하나요?

머리카락은 우리네 현실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주는 징표이자 귀히 여길 수밖에 없는 선물입니다.”


이 전시는 내년 1월 28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02-720-1020)에서 열린다.

■작품 사진제공= 황재형 작가



2017년 12월 04일 (월) 19:34:54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es@sctoday.co.kr  
 

두 발 없는 지체 장애인 윤용주(54세)씨의 한국화전이 지난 3일 후암동 천주교회에서 개최되었다.

이 전시는 절망의 늪에서 다시 일어 선 흔치 않은 전시라 주변에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 윤용주, '산하' 73x 53cm (국제장애인미술대전 특선작)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 온지가 13년 된 한국화가 윤용주씨의 인생은 눈물과 한숨으로 얼룩진 세월이었다.

전시장마다 좋은 전시가 한 둘이 아니지만, 어려운 역경을 딛고 일어선 결실이라 더 아름다웠다.



    

▲ '포도' 45x53cm



아름다운 진경산수를 먹물로 풀었는데, 대부분 화려한 꽃이 어우러진 채색화가 주를 이루었다.

그가 그려낸 붉은 꽃이 핏빛인양 처연하게 보이는 것은 그림 한 점 한 점에 다시 일어서려는 결기가 서렸기 때문일 것이다.



    

▲ '만추' 59x56cm



그는 IMF가 만들어 낸 희생양이다. 전주에서 건설회사 하청업체를 운영하다 부도가 나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술로 한탄의 세월을 보내다 가족에게 버림당했고, 서울의 고시촌과 쪽방 촌을 전전하며 죽지 못해 연명해 온 것이다.



    

▲ '단풍' 45X35cm



기나 긴 체념의 세월은 건강을 돌 볼 여유조차 없었다.

천식과 고혈압, 신장질환, 뇌전증, 폐기종, 당뇨 등 그의 종합병원 수준인데,

몇 년 전 합병증에 의해 혈관이 막혀 다리가 썩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해 볼 때만 해도 오른쪽 다리만 절단하였으나, 이젠 두 다리를 모두 잃은 1급 지체장애인이 되어 있었다.



    
▲ 전시작품 앞의 작가 윤용주씨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그에게도 한 가닥 희망이 생겨났다.

30대에 화가로 활동한 이력을 알게 된 사진가 김원씨가 그림을 그려보라며 사준 화구가 용기를 내게 했다.

20여년 중단되었던 한국화였지만, 그의 집념은 단숨에 세월을 되돌렸다.

한 사람 눕기도 불편한 그 비좁은 쪽방에서 틈만 있으면 붓을 잡았으니,

옛 솜씨가 다시 살아나며 한의 무게까지 실려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들



지난 8월, 제2회 국제장애인미술대전에 출품한 작품이 당당하게 특선으로 뽑히므로 자신감을 얻게 되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전시를 이틀 남긴 지난 1일 동자동 ‘새꿈공원’앞을 지나다 작가 윤용주씨를 만났다.

전시가 눈앞에 닥쳐 할 일도 많을 텐데, 자신의 발 역할을 해주는 전동휠체어가 고장 났다고 했다.

마침 봉사단체에 연락이 닿아 휠체어를 실어 보내고 있었는데,

표정도 밝지만 뚜벅 뚜벅 무릎으로 걷는 걸음에 힘이 실려 있었다.



    

▲ 전시를 앞 둔 윤용주씨가 바삐 걸어가고 있다



절망과 희망의 엄청난 차이를 실감하는 자리였다. 인간의 강한 의지 앞에는 몹쓸 병마도 무릎 꿇게 한 것이다.


지난 3일 후암동 천주교회에 마련된 전시에는 많은 쪽방 촌 이웃들이 찾아와 축하해 주고 있었는데,

작가 윤용주씨는 작품을 돈으로 환산하지 않고 필요한 이웃과 나누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삶을 사는 동자동 사람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전해주는 따뜻한 손길에는 정이 서려있었다.



▲ 축하하러 온 동자동 주민들과의 기념촬영



예술의 가치란 작품성만 논하며 구중궁궐에 갇히는 것 보다, 대중들이 같이 좋아하며 함께 나누는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윤용주씨의 재기전이 예사롭지 않았던 것은, 그의 작품에서 예술의 위대한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ss@sctoday.co.kr



2017년 11월 21일 (화) 18:43:13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es@sctoday.co.kr



동자동 쪽방촌 주민 등 300여 명 참가,신명과 봉사 한마당 펼쳐 
 


가난한 서민들을 위한 위안잔치인 ‘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 한마당’이 지난 8일 오후1시부터 4시까지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열렸다.

남영동과 ‘남영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마련한 이날 축제는 만추의 낙엽이 흩날리는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열려 한층 가을의 정취를 더 했다. 주민 300여명이 나와 함께 어울린 흥겨운 잔치였다.




 ▲구인선씨를 비롯한 7인의 난타그룹이 첫 무대를 장식했다



맨 먼저 구인선씨를 비롯한 7인조 난타그룹의 춤추는 난타가 공원을 들썩이며 축제의 포문을 열었다. 사회자 이상훈씨의 내빈소개로 단상에 오른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위로하며, 도덕과 예의가 땅에 떨어진 오늘의 현실을 걱정했다. 한편으론 버르장머리 없는 젊은이들의 망동을 꾸짖기도 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행사장에는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만이 아니라 남영동 주민들도 더러 참석했다. 이 날은 신명나는 공연만이 아니라 다양한 봉사도 이어졌다. ‘용산보건소’에서는 어르신들의 혈압, 당뇨체크 및 건강 상담을 하며 응급체험관을 운영했고, ‘쎄아떼미용전문학원’ 봉사단들은 주민들의 머리손질하기 바빴다.



    

▲씨아떼 미용전문학원 봉사단에서 주민들의 머리 손질을 하고 있다



한쪽에선 스리랑카 음식 체험도 하고, ‘남영동새마을부녀회’에서는 우동과 녹두전의 음식 나눔도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는 인형, 매듭, 향초, 차 등 공예품을, ‘소망을 찾는이 교회’는 한지공예품과 무공해농작물을 판매하는 등 프리마켓을 열어 온 공원이 시끌벅적했다.


    

▲동자동 정용성씨의 행복한 표정



무대에서는 은지노래와 백댄서 춤이 어우러지는 색스폰 연주로 어르신들을 흥겹게 만들었고, 김기환씨는 최백호의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를 트럼펫으로 구성지게 불어 쓸쓸한 가을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가수 한경아씨가 주민들에게 농담을 건낸다



최현선씨를 비롯한 4인조의 오카리나연주에 이어 가수 한경아, 김영남, 김시연씨가 나와 다들 좋아하는 트로트 곡으로 분위기를 잔뜩 띄웠는데, 언제나 빠지지 않는 인기곡이 ‘내 나이가 어때서’였다. 포크가수 주석렬씨의 정겨운 노래에 이어 마지막으로 등장한 노숙인밴드 ‘민들레’는 최헌의 ‘오동잎’으로 쓸쓸함을 달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노숙인밴드 '민들레'가 '오동잎'을 연주하고 있다



이 날 주민들에게 신바람을 일으켜 어께를 들썩이게 한 것은 단연 음악이지만, 한데 어우러지며 즐겁게 한 것은 가위바위보 등 다양한 게임을 벌여 주민들을 무대로 끌어들인 레크레이션이었다. 많은 경품을 준비한 효과도 있었지만, ‘신바람 나는 복지 공동체 만들기 사업’이라는 취지와 같이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정 나누고 협동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신발 차 넣는 레크레이션에 참여하고 있다



기자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정해진 공연 중간 중간에 주민들의 장기자랑을 넣어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잘 모르는 가수들의 틀에 박힌 노래를 들으며 구경하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것보다 다소 세련되지 못하더라도 친근한 주민들의 노래와 장기자랑도 함께 어우러진다면 금상첨화겠다.



▲주민들이 '가위 바위 보'레크레이션에 참여하고 있다



모처럼 ‘서울역쪽방상담소’와 ‘동자동사랑방’ 등 민관이 협력하여 만든 멋진 동네잔치였다. 쪽방에 갇혀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겠는가? 하루 종일 싱글벙글 웃는 동네 분들의 모습에서 진득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하루였다.





오는 21일까지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열려

2017년 11월 06일 (월) 23:12:00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ss@sctoday.co.kr


▲ 'THE PLANET' 강제욱 사진집



지구의 자연변화를 기록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가 강제욱의 “THE PLANET" 사진전 개막식이 지난 2일 오후 6시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열렸다.

강제욱은 10여 년 간 보르네오섬의 열대우림, 내몽골의 고비사막, 필리핀의 맹그로브숲을 비롯하여 인간과 자연의 치열한 대결이 이뤄진 쓰촨성 대지진, 아이티 대지진, 태국의 대홍수 등 세계 곳곳을 쫒아 다니며, 그 현장을 담담하게 기록해 온 배태랑 다큐 사진가다. 이 전시와 함께 그 장정의 기록을 집대성한 “THE PLANET" 강제욱 사진집도 ‘눈빛출판사’에서 펴냈다.

강제욱은 사진집에서 “재난의 참혹한 풍경 앞, 겨우 충격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려보면 오히려 넘치는 생명력과 문명의 때를 벗은 아름다운 자연으로의 회귀를 발견한다. 초원을 호령했던 제국들도 결국 한줌의 모래로 사라진다. 꽃은 활짝 피고 시간이 지나면 떨어진다. 언젠가 도로는 강이 되고 시멘트에도 식물은 뿌리를 내린다. 새들은 지저귀고 문지기 개들은 자유를 얻는다. 빛은 찬란하게도 이들을 비춘다.”고 말했다. 바로 자연과 문명의 순환을 말한 것이다.



▲Bako National Park, Borneo Island, Malaysia, 2008



일단은 전시장에 걸린 사진을 돌아보며 받은 느낌이란, 온몸에 힘이 빠지듯 나른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햇볕이 강한 날씨나 화려한 색을 피한 흐린 날씨에 의한 회색 톤이 주는 나른함 일수도 있겠고, 사람이라고는 코딱지도 보이지 않는 황량한 풍경이라 그랬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그 말하는 방식에 앞서 물질문명이 가져 올 미래 풍경을 예견하고 진단했다는 점이다. 아마,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날의 미래 풍경을 내다보는 것 같은 참담함이 그런 나른한 느낌을 주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Typhoon Haiyan (Anibong), Tacloban City, Philippines, 2014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메시지는 쉽게 전달될 수는 있는 대신 쉽게 잊혀 진다. 다소 애매모호하긴 하지만, 이러한 묵시적인 메시지가 보는 이의 마음을 붙들어, 그 여운이 오래간다는 것도 다시 일러주었다.

그가 말하는 것은 자연예찬도 환경 비판도 아니고, 무엇을 강제하거나 계몽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지역과 년도 외는 아무런 구체적 정보도 없이 마치 독백처럼 구시렁대는 나른함이 이 사진이 주는 매력인 것이다.



▲Mangrove Forest, Olango Island, Philippines, 2012



때로는 인적 없는 원시림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고, 유령도시 같은 건축물과 황량하기 그지없는 재난의 현장들도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폐자재들이 뒤엉킨 파괴현장 사이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자연은 또 무엇을 말하는가? 끝없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문명의 잔재들이 한 줌의 모래처럼 흩어진다는 것이다.

사진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자연과 문명에 대한 성찰로, 다 부질없는 것이란 말이다.



▲The Arch, Kowloon, Hongkong 2010



원시적 숲에서 비롯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며,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진 도시도 언젠가는 허물어져 밀려나고, 결국은 인간이 쌓아올린 문명이란 게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는 뜻이다. 모든 것은 흩어졌다 다시 생성되는 자연이치, 즉 윤회를 뜻하는 철학적 사유가 깔린 것이다.



▲Typhoon Haiyan (Anibong), Tacloban City, Philippines, 2014



사진집 서문에 적은 이광수교수의 글 한 단락을 들어보자. “The Planet”는 사건 중심의 기록이 아니라 무한 시간 안에서 존재하는 유한 인간에 대한 기록이다. 드러난 현장을 저널리즘 관점으로 기록한 것도 아니다. 한 장의 사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도 않고, 사진으로 재현된 어떤 사건의 인과관계를 파헤치려 하지도 않는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흔히들 하는 소재의 기이한 면이나 자극적인 현상을 부각시키려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모든 이미지가 평범하다. 사진가의 시선은 최대한 대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문명의 이기를 보여주고자 할 때는 대상에 좀 더 다가가 있다. 그가 다가가서 찍은 문명의 이기들은 주로 자동차, 오토바이, 배와 같은 이동 수단인데, 이주와 정착으로 인해 문명이 이루어졌음을 말하려는 방식이다.

(중략)

▲Gobi Desert (Shapotou), Inner Mongolia, China, 2010



“더 플래닛, The Planet”는 지구사를 전유(專有)로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모사에서 기록을 지나 이야기로 간 다큐멘터리 사진의 지평이 강제욱에 의해 이렇게나 넓혀졌다“고 평가했다.

강제욱 만의 언어로 우주 변화의 대서사를 기록한 대표작 21점 외에도 옆 라운지 갤러리에선 작가 데뷔 초기부터 The Planet 이전에 발표한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강제욱 사진가



전시는 강남역 1번 출구, ‘스페이스22’(02-3469-0822)에서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2017년 11월 01일 (수) 19:15:39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es@sctoday.co.kr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포항 송도에서 이색적인 사진 장터가 열렸다.
올 해 처음으로 열린 포항 ‘사진인의 밤’에서 보여 준 포트폴리오 특별전과 사진경매는 늦가을의 한가한 송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포항팝스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시작된 개막식장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송도코모도호텔’에서 열린 ‘2017 사진의 섬, 송도’에는 사진전문 갤러리와 출판사를 비롯한 40여명의 사진가들이 참여한 사진 페어였다. 2박3일 동안 서울과 지방의 여러 사진인 들을 골고루 만나며, 또 다른 사진에 빠져드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했다.

‘포항예술문화연구소’(안성용소장)’에서 기획 추진한 ‘사진의 섬, 송도’ 포트폴리오 전시는 서울의 사진가들과 지역사진가들을 연결해 주는 교두보였고, 유능한 신인 발굴을 위한 전국적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개막 와인파티에서 인사하는 안성용소장, 좌로부터 김남진, 곽명우, 양재문씨

27일 오후 6시부터 열린 ‘사진인의 밤’ 개막식에서 들려 준 ‘포항팝스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축제 분위기를 한층 더 높였다. 호텔 주변을 뒤덮은 소나무의 솔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가운데 진행된 개막식 와인파티도 인상적이었다. 포항 사진인을 비롯한 관람객 200여명이 음악과 와인에 젖는 낭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양재문씨의 '비천몽'사진이 전시된 객실

호텔 객실에서 열리는 아트페어가 한 때 유럽과 홍콩 등지에서 성행하였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사진 페어는 처음이었다. 송도 코모도호텔 객실 40개를 빌려 방마다 40여명의 사진가들이 독자적인 포트폴리오 전시를 열게 한 것이다, 숙박을 위한 호텔객실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함으로서 다양한 공간경험과 색다른 사진 관람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호텔 객실을 각양각색의 사진으로 장식한 이번 전시는 소나무 숲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호텔 객실에서 누리는 여유라 그 재미가 더 쏠쏠했다.




▲나호권씨의 '다시보다-꽃'이 전시된 객실

포트폴리오 특별전 참여 작가로는 김남진, 김문호, 김형섭, 문제남, 석재현, 안성용, 양재문, 유용예, 이수철, 이재갑, 이한구, 조문호, 조성기씨 등의 알려 진 작가 외에도 강레아, 권순종, 김덕수, 김동진, 크리스탈, 나호권, 노영이, 박종효, 서경애, 손진국, 신병문, 오상칠, 유소피아, 이두순, 이인식, 이우노, 최흥태, 하정은씨 등 40여명의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한 다양한 사진가들이 참여하였다. 그 외에도 ‘눈빛’출판사를 비롯하여 서울의 ‘갤러리 브레송’, ‘인덱스 갤러리’, ‘나우 갤러리’, 부산의 ‘리빈 갤러리’ 관계자도 참여했다.


▲박종효씨의 '소소한 풀잎 이야기'가 전시된 객실침대

참여 작가인 김문호씨의 ‘온더 로드’나 양재문씨의 ‘비천몽’ 등 발표된바 있는 포트폴리오는 더 이상 언급 할 필요가 없지만, 현대인들의 고독감을 다룬 문제남씨의 'Untitled', 자연 이미지를 압축시켜 보는 이의 심연을 건드리는 박종효씨의 '소소한 풀잎이야기‘ 시내버스 안의 일상적 단편을 날카롭게 잡아낸 김동진씨의 포트폴리오가 특히 눈에 띄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사진의 다양성은 좋았지만, 사회적 시대성이나 역사성이 내포된 다큐멘터리사진보다 아름다운 그림 같은 미를 추구하는 사진이 많아 아쉬운 감도 있었다.


▲사진경매에서 진행자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객실의 침대에도 사진이 진열되었고, 소나무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창틀을 비롯해 심지어는 화장실에도 사진이 걸렸다. 창문을 통해 보여주는 바깥 풍경과의 대비 또한 흥미로웠으나, 일부 객실은 조명이 너무 어두워 사진이 잘 보이지 않는 문제점도 남겼다. 사진을 살펴보다 그만 보조조명으로 설치한 스탠드를 걷어차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는데, 조도를 좀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사전에 강구했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29일 오후3시부터 호텔 1층 로비에서 열린 사진경매에는 출품작 30여점이 경매에 붙여졌다.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사고파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좀처럼 사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경매 진행자가 좋은 작품들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러 차례 외쳐댔지만, 사진 보는 안목이 부족한지, 나서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사진경매장으로 모여드는 사람들

10만원에서 50만원 사이의 비교적 싼 가격에 낙찰되긴 했지만, 그 중 12점이 판매되는 성과도 있었다.

‘제1회 사진의 섬 송도’ 포토폴리오전시는 다소 아쉬운 감을 남겼지만, 무엇보다 첫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가진 호텔 사진 페어라는 점을 잘 활용하여, 신인들을 기성작가들에게 연결시키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첫 회에 드러난 문제점의 대표적인 사례는 홍보가 부족하여 타지의 사진가들이 잘 몰랐다는 점이다. 둘째는 참여 작가들과 주최측간의 행사 진행에 대한 충분한 교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작가가 그 방에 알맞은 디스프레이를 할 수 있도록, 개인에게 배치될 방의 구조를 사전에 알려주었어야 했다.


▲작가들의 이야기 듣는 자리에서 참여 작가들이 축배를 들고있다.

그리고 많은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한 곳에 모아놓고 볼 수 있는 별도의 큰 방도 하나 쯤 마련했으면 한다. 일부 가난한 참여사진가들의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참관자들도 효율적으로 살펴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난한 사진인 들이 무리하게 많은 돈을 들여 개인전을 여는 것보다 포토폴리오전으로 데뷔할 수 있는 풍토 조성과 그 통로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둔다.

포항은 한 때 사진의 도시였던 대구가 인접한 곳이기도 하지만, 부산에서도 그리 먼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영남권은 물론, 전국으로 참여자를 확대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무튼, 포항에서 처음으로 열린 ‘사진의 섬, 송도’ 포트폴리오전시가 우리나라 포트폴리오 전시의 주축이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전국에 흩어진 신진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신인발굴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사진인은 물론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협력하여 주길 간절히 바란다.


25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초대전 열려...


[서울문화투데이] 2017년 09월 15일 (금) 04:34:45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es@sctoday.co.kr

빛이가득하니 사랑이 끝이없어라,,,- meditation 2016  324x130cm한지에 천연물감및안료 / 작가 강찬모



인사동에 신비로운 산의 정기가 충만한 특이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고고한 설산의 기운이 마치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게 하는 한 줄기 빛 같은 전시다.
선 굵은 산맥과 그 위를 시퍼렇게 물들이는 하늘은 극단적인 고독감으로 몰아가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자연의 계시 같다.

하늘을 수놓은 휘황찬란한 별들로 꿈의 세계도 암시한다.




빛의사랑The Light love- meditation한지에  한국전통채색 40x160cm

Korea Traditional painting on korea paper 2017 



화가 강찬모씨는 극과 극의 세계에 집착한 남다른 작가이력을 갖고 있다.

중앙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으나, 78년 대만작가 ‘장디첸’의 영향을 받아 동양화로 선회하였다.

81년부터 7년간 일본미술대와 쓰쿠바대에서 채색화를 공부했고, 1994년부터 대구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연구했다.




무엇이 우리를 서로 사랑하게 하는가,,,What should we make love to each other,,,-meditation

2016 한지에한국전통채색390x163Korea Traditional painting on korea paper 



젊은 날 실존철학에 빠져 그림 역시 실존적 인물화나 구상적인 그림도 그렸으나,
‘현대의 고독한 실존적 인간’이란 주제를 내세우며 대부분의 그림들이 크로데스크한 분위기로 흘렀다.

마치 지옥의 길목처럼 어두운 색으로 음침하게 그렸다.

그 당시는 사는 방식도 달랐다.

인사동에서 술 귀신으로 통했는데, 술 취한 강찬모씨가 나타나면 모두들 피할 정도였다.



빛의사랑The Light love- meditation한지에  한국전통채색 40x40cm Korea Traditional painting on korea paper 2017. 


그러나 그의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끊고, 기 운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림에 일대 변화가 온 것은 2004년 불교 성지 순례 차 네팔을 방문할 때다.

5,000미터 히할라야 설산에서 큰 깨달음을 가진 것이다.

휘황찬란하게 별들이 수놓은 설산의 하늘을 접하며 큰 절을 몇 번이나 올렸다고 한다.

히말라야의 영적인 체험에 의해 그 때부터 근원으로 돌아가는 범신적 자연관을 가진 화가로 뒤바뀐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서로 사랑하게 하는가What should we make love to each other,,,-meditation 한지에  한국전통채색Korea Traditional painting on korea paper 2016



그는 히말라야 설산을 그린 이후 승승장구했다.

매년 국내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프랑스 루브르 국립살롱전 같은 해외 전시회에도 참가했다.

해외 아트페어(Art Fair. 미술시장)에서는 전 작품을 ‘완판’했으며, 2013년에는 프랑스 보가드성 박물관 살롱전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월 성산도The Saint mountain-meditation한지에  한국전통채색388x130cm Korea Traditional painting on korea paper  2017


 

강찬모의 설산은 얼핏 보면 어디서든 발견할 수 있는 평범한 산처럼 보인다.

그런데 좀 더 찬찬히 살펴보면 뭉클함이 가슴 속으로 확 밀려든다. 뭔가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다.

억겁세월 흘러온 신비로운 세계인 양, 보면 볼수록 눈과 마음이 맑아지고 심연 속에 빠져드는 기분이 된다.

겉모습이 아니라 본질적인 근원의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자연의 강력한 에너지와 혼연일체가 되는 짜릿함을 맛본다. 결코 예사 풍경화가 아니다.



빛이가득하니 사랑이 끝이없어라,,, Light is full,Love is endless- meditation 80x95cm한지에한국전통채색및 천연물감

Korea Traditional painting natural color on korea paper 2017


해발500미터 고지의 짙푸른 청색 하늘에 펼쳐진 설산의 자태는 따뜻하고, 신비롭고, 눈물겹기까지 했단다.

그의 명상이 곧바로 물감으로 번지며 본색을 드러냈으니, 바로 감동자체다.

그가 그린 설산에서는 한기가 아니라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사랑의 빛에 휩싸이게 한다. 



 

선의사랑  Zen love- meditation .42x150cm한지에한국전통채색및 천연물감

Korea Traditional painting natural color on korea paper 2017



이제 작가의 작업은 노동에서 기도의 경지로 바뀌었다.

어느 경지에 달하면 어떤 틀이나 기술적인 것조차 거추장스러울 수밖에 없으니 그림이 파격적일 수밖에 없다.

그는 기도의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기에 어쩌면 화가가 아니라 스님일지도 모른다. 겉모습도 달마승을 닮았다.






한지에 전통 채색으로 그린 대작들은 대자연을 찬미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에 바탕을 두어 때로는 고요하게, 때로는 화려한 붓질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사랑과 평화, 기쁨과 행복에 빠져들게 된다.

심오한 산의 능선과 은하세계에서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이 영적에너지로 변신해 보는 이를 성찰하게 한다,






이 전시는 9월25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02-736-6346-7)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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