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5시 무렵, 예술인상호부조대출 기금 마련을 위한 씨앗페오프닝 행사가

효자동 인디프레스에서 열렸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에서 주관하는 씨드머니 조성을 위한 아티스트 페스티벌 씨앗페

예술인들이 겪는 고리대금 현실에 맞서 낮은 금리로 생활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기금 마련전이다.

가난한 예술가를 돕기 위한 씨앗페에 작은 힘이나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이 요구된다.

 

가난한 늙은이가 도울 방법은 전시에 참여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많은 분이 함께 하도록 나팔이라도 열심히 불어야겠다.

 

오프닝 행사가 있던 지난 24일, 기대 반 걱정 반 서둘러 전시장을 찾아 나섰는데,

전시장 입구에는 장경호화백과 김이하시인 등 반가운 모습이 여럿 보였다.

 

행사를 이끄는 서인형 이사장을 비롯하여 황경하 사무국장과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고

한쪽에선 퍼포머인 이익태, 배경애, 김희성씨를 비롯한 스탭들이  오프닝 퍼포먼스 피멍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수호, 강욱천, 안원규, 김태호, 김 구, 최석태, 김수길씨 등 반가운 분이 속속 모여 들었다.

 

 전시장에는 50명 작가가 출품한 70여점이 일 이층에 빼곡이 전시되어 예술의 정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신학철화백을 비롯하여 이인철, 김정헌, 주재환, 홍선웅, 손기환, 류연복, 김재홍, 이태호, 김 억,

김영진, 김진하, 김준권, 박흥순, 윤여걸, 이홍원, 최병수씨 등 기라성 같은 민중미술가 작품들이 즐비했고,

심지어 장경호화백의 88년도 작품 절벽까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인형이사장의 인사로 시작된 개막식에는 풀빵이수호 이사장과 민예총 강욱천 사무총장,

북서울신용협동조합 이사장등 여러 명의 격려사도 이어졌다.

 

서울민예총’ 손병휘 이사장의 노래 공연에 이은 퍼포먼스는 보는 이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절박한 현실을 온몸으로 보여 주었는데, 얼마나 긴장의 연속인지 카메라 셔터마저 누를 수 없었다.

 

개막식에 이어 야외에서 펼쳐진 오프닝 퍼포먼스 피멍에는 이익태 작가와

배경애, 김희성씨가 나섰는데, 돈에 상처받은 군상들의 아픔을 먹물로 풀어냈다.

 

무용, 국악,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40여개 팀이 참여하는 씨앗페 공연은 28일까지 매일 열리고,

전시는 4월2일까지 이어진다. 공연 일정을 참조하여 많은 분들의 전람회장 방문을 부탁드린다.

 

'청하식당'에서 열린 뒤풀이에는 출품작가 김재홍씨를 비롯하여 장경호, 김이하, 최석태, 정영신,

안원규, 김 구, 김정대, 김수길, 서인형, 황경하, 이명신씨등 많은 분이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가 나서서 십시일반 술값을 걷기도 했는데, 본인 스스로 20만원을 내놓았다.

이처럼 씨앗페가 꽃 피우려면 작품 구입에 앞서 작은 돈이라도 기금에 보태야 한다.

 

예술인 상호부조대출상품 조성을 위한 '씨앗페'에 많은 분의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씨앗패 후원 계좌 : 기업은행 / 301-101031-04-024 / 한국스마트협동조합/ 02-764-3114)

 

 

사진, / 조문호

 

 

지난 30일은 예술인 '스마트협동조합' 정기총회 날이었다.

대의원은 아니지만, 술 냄새를 맡아 달라 붙은 것이다.

 

그날이 바로 코로나 감옥에서 해방된 날이 아니던가?

총회 끝날 시간에 맞추어 뒤풀이 집에 갔더니, 반가운 분들이 많았다.

 

서인형 이사장, 황경하 사무국장, 박권주, 김성은, 송수아씨 등

상근하는 분 외에도 최석태, 장경호, 김이하, 정영신, 민정기,

박태종, 이미경, 김은엽, 이영경, 이명신씨 등 많은 분 들이

총회를 끝내고 여기저기 모여 있었다.

 

다들 몸 사리는 코로나 시국임에도 40명이나 참석했다고 한다.

전체 조합원 십 분의 일이 참석했다면 많이 나온 편이다.

 

스마트협동조합은 창립 삼 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음악연습실 운영 등 사업도 확대되었지만, 조합원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나 역시 가난한 예술인들이 받을 수 있는 여러 지원을 받았는데,

코로나로 힘 들어 하는 가난한 예술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여태 예총이나 민예총’같은 예술단체 어디에서도 회원들 생계를 위해

도움 준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도움은커녕 회원들 갉아먹는 구조가 아니던가?

 

빈손으로 시작한 '스마트협동조합'이 불과 삼 년 만에 자리 잡은 것은

조합원들의 협력도 따랐지만, 서인형 이사장의 기획력과

황경하 국장의 추진력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찰떡궁합이었다.

 

올해는 음반 사업에 이어 출판 사업도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스마트협동조합' 인터넷신문도 창간 준비 중이란다.

 성장하는 '스마트협동조합'을 보니 마음이 든든했다.

 

아직 가입하지 못한 예술가들도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 가자.

예술인들의 권익을 지키려면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 가난한 예술가들이 의지할 곳이 생겼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오늘 쪽방 격리에서 해방된 날인데, 이게 얼마 만이던가?

 

귀는 어두운데다 목소리까지 막혀 통하지도 않지만,

못난 사람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더라.

 

그런데 소주가 달달한 게 술술 넘어갔다.

술잔 주고받을 것도 없이 혼자 홀짝홀짝 마시며

사진 찍고 놀다 결국 맛이 가고 말았다.

 

성악하는 민정기, 박태종씨는 쩌렁쩌렁 좌중을 압도했고,

김이하 시인은 구수하게 축가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는 판에

감히 어찌 끼어들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서너 개 남은 이빨 사이로 튜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목구멍은 막혀 파리 방귀 소리보다 작은 주제에 말이다.

술이 취하면 간이 커진다는 말이 딱 맞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이란 구겨진 첫 구절부터 슬프게 만들었다.

아마 그건 노래가 아니라 벙어리 몸부림에 가깝다.

조지 피면 가치 웃고 조지 지면 가치 울던,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

마지막 대목에서 결국 눈물을 짤아내고 말았다.

 

그 이쁜 처자들 많은 자리에서, 팔릴것도 없는 쪽을 다 판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오바 하지 않으려고 다짐에 다짐을 해도 술만 취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지 버릇 개 못 준다. 아마 죽어야 철들 것 같다.

 

사진, / 조문호

 

 

 

 

절벽으로 내몰린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과 연대하여

투쟁을 벌이는‘예술해방전선’ 전사들의 전시와 공연이

지난 17일부터 25일까지 아현동 ‘복합문화공간 행화탕’에서 열렸다.

 

‘노량진 : 터, 도시, 사람’ 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상인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예술로 형상화한 작업에는

그림, 사진, 음악, 영상 등 여러 장르의 젊은 작가 40여 명이 참여했다.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의 싸움은 5년 넘게 이어왔다.

2016년 시장 부지를 소유한 '수협'이 현대화를 명목으로

새 시장을 열고 옛 시장 철거에 나서면서 부터다.

 

상인들은 2017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0차례에 걸쳐 강제집행을 당했다.

'수협'의 명도집행과 '동작구청'의 행정대집행을 동시에 당한 이들은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쫓겨난 상인 80여명은 노량진역 인근 육교 위에 텐트를 치고 반대했다.

 

'서울민예총' 사무국장인 황경하 작가는 지난해 10월부터 동료 작가들과 힘을 모아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공연을 여는 등, 힘을 실어주며 상인들과 연대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부터 노량진수산시장 문제를 기록해 온 사진가 최인기씨도 합류했다.

 

예술이 소수 특권층의 전유물이 되어 돈만 쫓는 현실에, 얼마나 아름다운 예술 행동인가?

예술의 목적이 약자의 마음을 다독이고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 되어준다면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예술은 없을 것이다.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이 생업을 밀쳐두고 애쓰는 고마움에 박수를 보냈지만,

정작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늙은이가 끼이면 자유로운 활동에 장애가 될 뿐이다.

뒤늦게 전시라도 참여하라는 제안은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함께 싸우지 않고 이름만 올린다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차라리 돈이 있었다면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일정이 마무리되는 지난 25일 전시와 공연이 열린 아현동 '행화탕‘을 찾았다.

공연준비에 바쁜 황경하씨가 하던 일을 멈추고 작품 설명을 해주어 미안스러웠다.

나이가 무슨 벼슬도 아닌데, 서로 편하게 웃으면 그만인데...

 

전시장에는 ‘예술해방전선’ 소속 예술가들이 철거현장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하거나

그림으로 재현해 상인들의 아픔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었다.

 

전시 벽면에 길게 널린 천에는 살아있는 고양이와 생활 집기를 포클레인이 움켜쥐고,

그 밑에는 경찰무리가 차지해 철거현장의 공포감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지난 2월21일 노량진역 인근 노점 철거 당시의 현장을 지켜 본 이난영씨 그림으로,

당시 네 명이 다쳤고 상인 두 사람은 병원에 이송되었다고 한다.

 

한쪽에는 탁자 위에 정사각형 패널이 놓여있었다.

패널에는 못이 촘촘히 박혔다. 못과 못 사이 좁은 공간엔 글자가 한자씩 적혔다.

글자들은 가로·세로로 모여 갖가지의 단어를 이뤘다.

그 단어는 사라진 상점 이름이라고 한다. 바로 잊어버린 이름 찾기 작업이었다.

 

전시된 사진에는 평생을 시장바닥에서 조개 까느라 갈고리처럼 휘어진 상인들의 손가락도 있었고,

투쟁하는 상인이나 노량진 수장시장의 현실들이 마치 철거 현장처럼 여기 저기 덕지덕지 걸려 있었다.

한 쪽에서는 타큐멘터리 영상도 상영되고 있었다.

 

상인들은 일터를 잃은 것에 앞서 삶을 부정당한 느낌을 받았다며 울분을 토했다고 한다.

어찌 서울 한복판에서 아직도 용역이 사람을 때리는 폭력이 일어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생활터전을 잃은 상인들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폐허가 된

구 노량진수산시장 터는 굴착기 소리만 요란하다.

저녁이 되면 상인들은 난민촌처럼 길게 줄 선 텐트 안에서 하루를 마감한단다.

 

절망의 나락으로 내 몰린 그들에게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노량진 역 앞에 삼삼오오 모여 위로 공연을 펼쳤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십개월 여 지속되어 온 젊은이들의 예술행동은

마음 기댈 곳 잃은 상인들에게 큰 위안이고 힘이 되어 주었다.

그 위대한 이름이 '예술해방 전선'이다.

 

공연장에 노량진 수산시장 철거 상인 30여명이 등장하여 자리를 메웠다.

상인 대표 한 분이 나와 상황을 설명했고, 한 분은 뽕짝 노래까지 불러가며 격의 없이 연대했다.

제주에서 올라 온 ‘여유와 설빈’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로 함께 어울렸다.

뒤이어 ‘삼각전파사’와 회기동단편선, 바리케이트톨게이트, 공연이 펼쳐지는 등

9일 동안의 예술행동이 서서히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구 노량진시장 시민대책위’는 ‘국민권익위원회’ 제소 건을 검토하고 있다.

상인들의 구청 앞 농성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동작구청의 행정대집행에 맞서 결사항쟁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예술해방전선’의 연대도 멈추지 않는다.

매주 금요일 오후 6시부터 열렸던 노량진전철역 앞 공연이 계속된다.

시민대책위는 8월 중에 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벼룩시장도 준비하고 있다.

 

십시일반 벌이는 예술투쟁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노량진: 터, 도시, 사람”전에 참여한 작가들

 

시각 : 건주, 김경진, 김수현, 등작, 박산들, 세민, 안명현, 양세진, 애나, 이난영, 이승휴, 이준용, 최인기

음악 : 가족사물놀이패 동동, 건주, 경하와 세민, 길가는 밴드 장현호, 김예원, 곽푸른하늘, 권나무, 노승혁,

        맑은, 바리케이트톨게이트, 박준, 삼각전파사, 손병휘, 손현숙, 여유와 설빈, 연영석, 유동혁, 유혜정,

        이산, 정수민, 조이영미블랭크, 지누콘다, 하늘소년, 출장작곡가 김동산, 하늘소년, 황푸하,

        회기동단편선

영화 : 편안한 밤, 시정잡배, 한 사람을 위한 음악회2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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