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인사동 유카리화랑에서 원주사는  김진열화백을 만났다.

 

그를 따라 시가연에 갔더니, 때 마침 신나는 굿 판이 벌어지고 있더라.

시가연은 시인들을 비롯한 예술가들이 어울리는 자리로, 인사동의 풍류 창고다.


시인들의 시낭송회가 자주 열리는 이 곳은 소리꾼들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 날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이 어울리더라.

스님이 앰프기타로 파이프라인을 연주한다고 생각해 봐라.

좀 웃기지 않나? 그런데 벤쳐스 악단보다, 더 멋지더라.

 

시골장터 약장수 같은 정대호씨의 사회로, 혜인스님의 연주를 들은 것이다.

명창 우지용씨는 임방울선생의 판소리 '추억'을, 이일규씨는농부가를 신나게 불렀다.


객석에서 구경하고 있던 김진열화백도 불려나와 한 곡 뽑았는데, 명창 빰 치더라.

그 날 원주 상지대에 계신 최종덕씨와 강덕환선생을 모시고 왔는데,

어떤 모임이었는지 자세히 물어보질 못했다. 잘 갔는지도...

 

시와 소리와 춤이 즉흥적으로 어울리는 곳,

그것이 인사동의 풍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진,/ 조문호

    






















 

 

심우성선생께서 특별출연한 '양혜경의 통일 결혼 굿'[연출:김태수]이
지난 8월28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예술 공간 오르다'에서 열렸다.

'통일 결혼 굿'이란 통일 전선에서 목숨 잃은 젊은 원혼들을 위한 합동결혼식이다.

심우성선생의 일인 극은 옛 남사당패들의 인형극처럼, 인형과 탈을 활용한 마당극이라 대사가 없고,
우리 전통 예능에 바탕 한 소리와 춤, 발림(마임)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양혜경(혜인스님)씨는 30여 년 전에 본 심우성선생의 ‘결혼 굿’에 매료되어,
광복70주년을 맞아 자신의 ‘통일 결혼 굿’으로 재현해 무대에 올렸다고 한다.

지난 30일, 마지막 공연을 가까스로 볼 기회가 닿았는데, 늦게 들린 극장에는 이미 '길 닦음'이 펼쳐지고 있었다.
빈틈없이 준비된 자잘한 소품들에서, 혜인스님의 ‘통일 결혼 굿’에 대한 애착이 곳곳에 느껴졌다.
심지어 관객용 종이인형까지 만들어 나누어 주며 함께하도록 이끌었다.

양혜경의 '통일 결혼 굿'은 영령들을 위한 위령제처럼, 차분하게 진행되어 시종일관 숙연하게 만들었다.
후반부에 이르러 노구를 이끌고 무대에 등장한 심우성선생의 열연에 분위기는 절정을 이루었다.
통일을 염원하며 울부짖는 아리랑 가락에 모두들 설음에 북 바친 것이다.

사진을 기록하는 사람은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냉정하게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쏟아지는 눈물이 카메라 화인더를 가려 격정적인 순간을 놓치기도 했다.
한 맺힌 통일을 향해 흘리는, 그 통한의 눈물을 어느 누가 외면할 수 있었겠는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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