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박권수 유작전 뒤풀이에서 줄창 나게 마셨다.
밤늦은 무렵, 인사동거리는 무명가수의 노래 소리가 처량하게 퍼지더라.

마침, 길거리에서 하태웅씨를 만났다.
술 취한 채현국선생이 걱정되어, 따라 나온 것 같았다.
선생님은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계셨는데, 너무 반가워 술김에 춤까지 췄다.
그 날 구로에서 강연이 있었다는데, 일찍부터 한 잔 하신모양이었다.

선생님께서 술이 취하면, 덜 취하기 위해 길거리나 술집을 돌아다니신다.
가게에서 산 물건을 반가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하고,
때론 주머니까지 털어 주시는 분이다.

가게에서 산 그릇을 아내에게 선물하며, ‘유목민’에 가 있으라는 것이다.
‘유목민’에는 장경호, 노광래, 이성용, 백남희, 이영기, 이정아, 임경일, 이회종씨 등
여러 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느닷없이 노광래씨가 신사임당 지폐 한 장을 꺼내며, 채현국선생님께서 줘랬다는 것이다.
내가올지 어떻게 알았는지도 궁금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받기가 좀 그랬다.
전해주는 사람도 개털인지라, 지폐를 반으로 찢어 한 장 씩 나누어가졌다.
나중에 노광래씨가 모아 담배를 사왔지만..

좀 있으니 박인식씨에게 체포당한 김명성씨가 '유목민' 골목을 지나가더라.
‘로마네꽁띠’로 가는 모양인데, 술이 취해 가방을 어디 뒀는지 두리번거렸다.
취객들이 지나치는 밤늦은 인사동 골목의 전형적인 풍경이었다.

뒤늦게 하태웅씨가 채현국 선생님을 모시고 나타났다.
그런데 채선생님을 수행하는 이회종씨가 채선생님 면전에서,
준 돈을 찢었다며 일러바치는 것이었다.
꼼짝없이 하사금을 모독한 불경죄에 걸린 것이다.

이 또한 권력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명사로서의 채선생님보다, 그냥 예전의 선생님이 그립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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