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수요일은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 정 나누는 날이다.
인사동 어디서든 반가운 사람들이 인사도 나누고, 차나 술 한 잔하는 날이다.
일 년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인사동을 견우와 직녀가 만난 오작교로 생각하고 많이 들 나오시길...






지난 18일의 수요일엔 원로 문인과의 오찬 약속이 인사동 ‘나주곰탕’에서 있었다.
강 민, 구중서, 방동규, 김승환, 장봉숙씨가 나오셔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곰탕 건더기를 안주로 소주 한 잔 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대한항공’ 오너 집안의 갑 질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되었다.
문학평론가 구중서 선생께서는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에 이어,
모든 원인은 가정교육이 잘 못되어 그렇다고 말씀하셨다.
부모가 자식의 거울인데,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갑 질을 너무 많이 보아 온
자식들이 모두 체질화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가정교육은 잘 못되어도 한 참 잘못되었다.
자기 자식만 소중한 줄 알고 남을 배려하는 인성교육이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니 대개의 사람들이 개인주의에 빠져 사회 전체가 개판이 되어버린 것이다.


 

방동규선생께서는 가벼운 운동을 습관화 하라는 좋은 말씀도 주셨다.
옛날 새마을 운동처럼 틈만 나면 온몸을 푸는 운동을 하라는데,
순서나 요령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선생들은 몸의 각도를 어떻게 하라는 등 이런 저런 규칙을 정하지만,
몸에 익지 않으면 자기 편한 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지개를 펴는 것도 하나의 운동이라고 말씀하셨다.




식사가 끝난 후, ‘허리우드’에서 커피 한 잔했는데,
모든 계산을 장봉숙 선생께서 해버렸다.
점심은 쏘겠다고 일찍부터 말씀하셨지만, 찻값은 내가 내야 할 텐데,
낮술에 맛이 가, 허풍떠느라 놓쳐버린 것이다.




그 다음 일정은 ‘나무화랑’에 들려 손기환씨 전시를 관람하기로 했다.

가는 도중 임영주선생을 만나기도 했고, 40년 동안 인사동에서 행상하신 권경선씨도 만났다.

지팡이 짚고 4층까지 오르시느라 다들 고생 하였지만, 좋은 전시를 보게 된 것이다.
김진하관장이 반갑게 맞아주며 친절하게 작품설명을 해 주었다.




선생님들이 모두 떠나신 후, 저녁까지 기다리기 난감하여 사우나탕에 들려
물장난이나 치고 올 생각이었으나, 사진가 김수길씨를 만나 그를 따라 나서게 되었다.
‘부산식당’ 앞을 막 지나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의 반가워 하는 모습이 너무 정겨웠다. 몸까지 줄 것 같은...
화가 장경호씨와 ‘부산식당’에서 한 잔하다 지나가는 우리를 본 것 같았다.
그 자리에 퍼져 있다, 다시 ‘나무화랑’에 올라간 것이다.




전시 작가 손기환씨는 그 때까지 도착하지 않았지만,
김정헌씨를 비롯하여 박불똥, 박진화, 윤진섭, 이래훈, 김보중,
한상진, 송 창씨등 많은 화가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김정헌씨가 포장된 액자 하나를 김진하관장에게 전해주었다.
그 그림은 손기환씨가 46년 전에 그린 그림이라는 것이다.



사연 인즉, 김정헌씨는 옛날 손기환씨와 화실을 같이 사용했다고 한다.
김정헌씨는 대학원생 시절이고, 손기환씨는 균명중학교 3학년이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손기환씨가 김정헌씨에게 드린 그림을 여지 것 보관하고 있었다는 자체가 예사롭지 않았다,
일찍부터 손기환씨의 작가적 기질을 알아보았던 모양이다.
전시를 축하하러 오며 아득한 추억 하나 챙겨 왔는데,
손기환씨의 입장에서는 46년 전의 감상에 젖는 또 다른 감회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정겨운 모습이었다. 그림으로 맺은 정의 기나 긴 세월이...




좀 있으니, 학교 수업을 끝낸 전시 작가 손기환씨가 등장하였고,
화가 홍태림씨가 어여쁜 김은진씨를 데리고 나타났다.
그 날 김은진씨와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가져온 것이다.
처음 알게 된 가족연이지만, 홍태림씨가 가수 홍민씨의 차남이라는 것도 알았다.




모르는 분을 위해 결혼 날자와 예식장을 알려드리오니,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 주시면 고맙겠다.
5월 19일(토) 낮12시 ‘성균관대학교 600주년 기념관 5층 조병두국제홀’입니다.




술시가 되어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화가 정복수내외가 오랜만에 등장하였고,
미녀 김정숙씨도 만날 수 있었다.
술자리에는 사진가 김수길씨, 조해인 시인, ‘샘터’ 이종원 편집장이 자리 잡았고,
주인장 전활철씨는 찾아오는 손님 맞느라 분주했다.




조해인씨는 오래 전 방송국 구성작가로 활동할 때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느라 입에 침을 튀기고 있었는데,
정영신씨의 고향인 함평 손불면 이야기라 귀가 솔깃했다.
그러나 귀가 신통찮아 대략은 짐작이 가지만,
정확한 내용을 모르니 글도 쓸 수 없지만, 정영신씨에게 옮길 수도 없구나.




그 날의 술값은 물론, 돌아 갈 여비까지 김수길씨가 챙겨 주었는데,
이 원수를 살아생전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디 복 많이 받으시고, 다음 달에는 더 많은 분들 뵙기를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8일, 마산의 이강용씨가 서울에 왔다는 전갈이 왔다.
하던 일을 접어두고 나간 인사동은 지난 15일처럼 여전히 흐렸다.

약속장소 인 ‘허리우드’에는 미술평론가 유근오씨와 사진가 고헌씨가 함께 있었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아내 이야기에 모두들 걱정했지만,
그 날의 화두는 사진을 찍고 시간을 지우는 다큐멘터리 이야기였다.

이젠 시간 지우는 일보다 인생 지우는 일을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가끔 눈발까지 휘날려 술 생각이 간절했으나, 참아야 했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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