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 약자복지, 거짓 정권 물러가라.

매년 1017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다.

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에서는 세계빈곤퇴치의 날을 앞둔

지난 14일 오후2시부터 한 시간 가량, 사전집회를 가졌다.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사전집회에는 400여명이 참가했다.

 

이날 집회에는 동자동 쪽방촌 주민을 비롯하여 장애인, 노동자,

종교인 등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단체 회원들이 모여

주거권을 당장 보장하라고 외치며 거리에 나섰다.

 

코로나로 인하여 의료와 간병, 보육 등 사회서비스의 필요성은 확대되었으나,

윤석렬 정권의 사회서비스 확대 정책은 민영화로 기울고 있다.

지금까지 여성에게 전가하여 유지됐던 돌봄, 시장공급에 의존해 온 주거,

의료가 절실한 빈민들의 기본권 박탈 등은 더 이상 두고 볼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의 재난은 일상화되었다.

이에 자본주의의 모순은 더욱 극적인 양상으로 드러난다.

지난 해 우리가 경험한 반 지하 수해 참사, 최근 오송 지하차도 침수,

경북 산사태, 등 며칠 간격으로 반복하는 폭염과 폭우의

기후재난 일상화는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빈곤철폐의 날 슬로건은 주거권 지금 당장이다.

빈곤과 불평등은 날로 심각해져, 이주대책 없는 재개발로

철거민은 속수무책 쫓겨나고, 반 지하 거주자는 수해로 목숨을 잃었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는 가난한 사람의 삶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동자동 쪽방촌의 공공개발도 3년째 밀쳐놓고 눈치만 보고 있고.

장애인은 집이 아닌 시설에 감금하여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한다.

 

윤석렬정권은 약자복지를 정권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어려운 분들을 돕겠다고 강변하지만, 입에 발린 헛말일 뿐이다.

여태까지 약자복지 운운하며 가난한 이를 들러리 세워,

권리를 요구하는 약자를 탄압해 오지 않았던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거짓 정권에 철퇴를 내리고,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자.

 

이날 거리대행진에 앞서 열린 사전집회는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집회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의 발언을 시작으로

노점상, 전세사기 피해자, 철거민들의 현장 발언으로 이어졌다.

 

박경석 빈곤사회연대 공동대표는 주거권을 쟁취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자며 독려했다.

이 사회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 게으르네. 너 능력 없네. 너 못 배웠네. 너 여자네. 너 나랑 다르네.’

이게 바로 낙인이자 차별이고 격리이자 감금이라며 가난을 이유로, 못 배움을 이유로,

장애를 이유로 우리를 공격하는 권력자와 자본가들과 함께 싸우자고 촉구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국가가 정한 법과 제도

안에서 국가가 공인한 공인중개사를 통해 집을 계약했다. 그런데 전세사기의 책임은 피해자가 다 진다.

국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건 무이자로 대출해 줄 테니 성실히 갚아라고만 한다며,

국가 제도 안에서 벌어진 일인데, 왜 임대인만 보호 하나?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게 어떻게 개인의 거래? 윤석열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병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중랑지역장은 동대문구에서 벌어진 노점 강제철거 폭력을 고발했다.

지난 316일 새벽, 동대문구청에서 노점 리어카를 탈취해 갔다고 했다.

80대 할머니 노점상들이 어렵게 마련한 리어카를 도둑맞았는데.

노점상을 몰아낸 자리에다 화단을 깔아 놨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노점상의 생존권을 탄압하는 이필형 구청장은 각성하라,

끝까지 투쟁하여 노점상 생존권을 쟁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자동 쪽방촌의 정대철씨를 비롯하여 홈리스 주거팀 활동가인

림보, 로즈마리, 요지, 달자씨가 등장하여 단막극을 선보였다.

 

줄거리는 정대철씨가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와 겪은 나날을 극화했는데,

동자동공공개발 발표에 따른 희망에서 점점 기대치가 줄어가며, 절망에 빠져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로인해 투쟁의 의지를 다지는 과정을 연출한 극인데, 장애에 의한 정씨의 어눌한 말투가 웃프기도 했으나,

어느 연극이 삶의 현실을 토해 내는, 이보다 더 감동적일 수 있겠는가?

 

그 외에도 기후단체, 공공운수노조의 연대발언과 민중가수의 열창도 있었다.

 

조직위는 투쟁결의문을 통해 더 높아지는 건물이 더 깊어지는 절망만을 의미할 때,

우리는 세상의 규칙을 바꿔야 한다. 노점상이 사라진 도시를 발전한 도시라고 말하지 말자.

휠체어를 외면하는 버스와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는 노동을 묵인하지 말자.

가난한 이들을 빗물과 더위, 추위에 죽어가도록 방치하지 말자. 이대로는 살 수 없다.

빈곤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

 

집회가 끝난 후 서울시 종로구 공평동, 안국동, 낙원동, 종로2가를 거치는 2km가량을 거리 행진했다.

캐리어를 끄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탈 가정 청소년, 강아지와 함께 행진한 시민,

돼지 분장을 하고 동물권을 외친 활동가 등 다양한 풍경이 펼쳐졌다.

 

빈곤과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요구

기만적인 약자복지 반대한다. 차별과 동정 말고 가난 이들에게 권리를!

기후위기 시대 주거는 기본권이다. 주거권 보장 지금 당장!

우리에게 더 많은 평등한 땅을, 공동 토지 민간매각 금지, 공공임대주택 확대!

 

사진, / 조문호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더 높다.
빈곤사회연대, 동자동사랑방 등 26개 단체가 연대한 ‘부양의무제 기준 폐지행동’ 발족 기자회견이

지난 26일 정오 무렵, 서울역 앞에서 열렸다.






‘법도 사람이 만드는데, 법이 사람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사위의 소득으로 수급에서 탈락되어 살길이 막막해 목숨을 끊은 거제 이씨 할머니 유서에 적힌 글이다.

부양의무제가 가족관계를 단절시키며, 사람을 죽인 것이다.






빈곤사회연대 윤애숙씨를 비롯하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배진수,

사진 찍는 빈민운동가 최인기씨 등 많은 단체에서 나왔고, 김종오, 이상준, 박정아, 선동수, 최남선씨 등

동자동 사랑방조합원들도 여럿 참석했다.





동자동에 사는 이상준씨는 “자식 어렸을 때, 내 몸 아프다고 돌보지도 못했는데,

자식한테 나를 돌봐달라고 어떻게 말합니까?

젊은이나 늙은이나 자기 먹고 살기도 힘든데 가족이 무슨 죄가 있다고 족쇄를 채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동자동 쪽방 촌에서 기초생활수급을 못 받는 대부분의 빈민들도 부양의무제에 걸려 못 받는다.

부양의무제기준은 가족을 가난에 빠뜨리거나, 가족관계까지 멀어지게 하는 천륜을 어기는 악법이다.






나 역시 살기가 어려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한지가 두 달이 지났다.

매달 방세 낼 때마다 입이 바짝 바짝 타들어 갔으나, 담당공무원은 천하태평이었다.

연락 끊긴 딸의 동의가 없다며 미루더니, 기자회견이 있는 26일에서야 방문했다.


다음 달부터 지급 된다니 일단 마음이 놓이긴 하나, 이제부터 소득 생기는 일은 하지 못한다.

수입만 생기면 잘리거나 돈을 적게 주니 누가 일할 생각 하겠는가?

자립하도록 돕는 게 아니라 완전 사육하는 제도였다.






여지것 미운털 박혀 그런지, 번번이 제외되었으나, 이제 출판이나 전시지원도 받아서는 안 된다.

작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창작발표마저 봉쇄된 것이다.

다른 수급자들이 돈 벌이에 나서지 못하는 것처럼 족쇄를 채워버렸다.

가족에게 짐을 지우는 부양의무제의 조속한 폐지와 함께 수급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간디는 ‘빈곤은 가장 잔인한 형태의 폭력“이라고 말했다.

가난하다는 그 자체로 가혹하다.

가난 때문에 사람들이 목숨을 끊게 하는 참혹함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빈민을 위한 정책부터 우선해야한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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