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정영신의 전시 핑계로 술 마실 일이 많았다.

 

27일 저녁에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 팀들이 정영신씨 녹번동 집으로 들이 닥쳤다.

해적도 아니면서 참치 한 덩어리를 들고 왔더라.

 

이사장 서인형씨와 최석태, 이미경씨가 왔는데,

집구석이 얼마나 넓은지, 다섯 사람이 앉으니 꽉 찼다.

사실, 춤 출 일 없으면 술 마시는 데는 좁을수록 술맛난다.

코로나놈 알면 큰 일 나겠지만...

 

스마트협동조합으로 몰려든 젊은 예술가들, '일자리가 급하다'

 

서인형씨는 내일 키움 일자리 채용을 비롯하여 일이 많아 요즘 얼굴보기 힘들다.

'내일 키움 일자리'는 예술인들에게 2개월 동안 최저임금을 주는 사업인데,

300명 채용에 7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사장과 황경하씨가 하루 17시간 가까이 일한, 주 100시간 넘는 일을 해냈다.

 

신청인원이  너무 많아 10여명씩 동시에 면접 심의를 하는 장면

 

그 짧은 기간에 사람 모아 분류하여 심사하는 등 완전 한 판 전쟁을 치룬 것이다.

믿기지 않는 일을 해 냈으나, 심의 기준에서 제외된 분들이 안타까워 추가 모집을 협의 중이란다.

예술가들의 삶이 힘들다는 방증인데, 고생은 하지만 조합원으로서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안주로 가져 온 냉동 참치가 녹아 식칼로는 먹히지 않았다.

칼로 자르는 것이 아니라 톱으로 자르는 것 같았다.

주방장 솜씨 탓이 아니고 연장 탓이지만, 어쨌든 회는 맛있었다.

한 점만 넣어도 입안이 그득했으니까... 언제 이렇게 먹어 본 적이 있었더냐.

우물우물 맛있게 먹은 생각을 하니 입안에 군침이 돈다.

양조장 술까지 잘 익어 그 날 밤은 애들 말로 해피한 밤이었다.

 

그 다음 날인 토요일엔 경의선 책거리 ‘예술산책’에서 김수길씨를 만났다.

오랜만에 김보섭씨도 만나, 김수길씨는 응암동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진데다 공사 차에 막혀 골목에서 한 참 갇혀 늦어버렸다.

찿아 간 ‘푸른 언덕’에는 김수길씨와 조해인씨, 둘이서 마시고 있었다.

 

기분 좋게 술을 얻어 마신 것만도 고마운데, 조해인씨가 술 한 병을 선물로 주었다.

‘죠니 워카 블루’인데, 독주를 싫어해 선물 받은지가 20년이 넘었다는 것이다

고맙게 받아 녹번동 주막에 맡겨 두었다.

그런데, 그 날은 바쁜 걸음 치느라 권총을 차에 두고 내려 사진 한 장 못 찍었네.

 

일요일 오후에는 김상현씨와 김명성씨가 녹번동으로 찿아왔다.

양조장에 술이야 있지만, 안주 준비를 못해 단감으로 때웠는데,

나야 술만 좋으면 손가락을 빨아도 괜찮지만, 김명성씨가 성이 차지 않은 모양이었다.

 

서부경찰서 뒤에 좋은 횟집이 있다며 끌고 간 것이다.

길이 헷갈려 간신히 찾았는데, 횟집 이름이 ‘마포나루’였다.

네 사람이 여러 가지 회를 양껏 먹었으나, 십 만원 남짓이었다.

가격이 싼데다 맛있고 가까우니 죽기 전에 한번은 더 올 수 있겠다 싶었다.

‘마포나루’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뿔뿔이 헤어졌다.

 

파장 잔치는 언제 쯤이나 끝날까?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이미경展 / LEEMEKYEOUNG / 李美京 / painting

2015_1230 ▶ 2016_0124

화요일,1월1일 휴관



이미경_감나무집가게_종이에 아크릴잉크 펜_72×91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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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홈페이지_www.leemk.com


초대일시 / 2016_0106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화요일,1월1일 휴관


통인옥션갤러리

TONG-IN Auction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6번지(인사동길 32) 통인빌딩 5층

Tel. +82.2.733.4867

www.tongingallery.com



구멍가게, 모성(母性), 소꿉놀이 - 유년 시절의 기억 ● 누군가는 자연 속에서 사시사철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그렇게 늙어 가는 존재로, 또 다른 이에게는 햇살 가득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던 구멍가게는 내가 20여년 동안 그려왔던 소재였다. 구멍가게는 나의 삶을 반영하는 정신적 기둥이자 버팀목이었다. 이 시대를 대변해주는 소통의 장(場)이었고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SNS와 스마트폰의 첨단 기능들, 마천루가 즐비한 도심 지역의 대형마트의 확산과 과소비문화 등을 논하지 않더라도 불과 몇 십 년 전의 향수를 가져다주는 "그땐 그랬지" 하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의 중심에 항상 구멍가게가 있었다. 퇴촌 작업실에서 우연히 관음리가게를 그리게 되면서부터 전국을 돌며 가게를 찾아 다녔다. 혹시나 사라져 버릴지도 몰라 애태우기도 하고 이미 흔적도 없이 폐허가 되어버린 재개발 지역을 지나칠 때도 있었다. 그래도 가끔 반평생을 지켜온 구멍가게에서 반갑게 맞아주시던 어르신도 있었다. 요즈음도 아직 남아있는 가게를 계속 찾아다니며 가게의 조형적 구조와 그 주변에 넓은 마당, 장독대, 텅 빈 의자, 자전거, 빨간 우체통, 돌 담벼락, 전봇대와 어우러진 나무들이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오래되어 다소 빛바랜 구멍가게의 색감을 표현할 수 있는 색상 아크릴 펜을 선택하여 날카로운 선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기품있게 나타낼 수 있었기에 내게 작업량과 작업속도는 무의미 하였다.



이미경_봄날가게_종이에 아크릴잉크 펜_100×100cm_2015



청송상회, 장자상회, 유림상회, 하팔상회, 대화슈퍼, 유구슈퍼, 내법리에서, 해남에서 등 등 많은 가게를 그렸다. 새벽과 으스름한 해질녘의 정취를 그린 작품보다는 따스한 정((情)을 머금은 한낮의 가게풍경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그 외에도 정거장, 가족, 목마, 꽃가게, 인형들도 종종 그렸다. 마치 기억의 소풍을 가듯 구멍가게를 찾아다니며 그렸고 그 기억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고 또 내 작품이 일상에 쫒기는 우리들에게 조금이나마 힐링의 여유를 주었으면 하면서 작업을 하였다. ● 그러한 작업의 연장선에서 나 어릴 적에, 엄마의 보물상자, 사랑 등이 구멍가게 안에서 이루어질 것 같은 포근한 소재의 연결고리가 되었다. 그것은 모성(母性)이었다. 엄마의 품 같은 작업이 시작되었다.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집으로 돌아온 가족을 위해 이불속에 묻어둔 공기밥, 헤진 옷가지를 곱게 기워줄 엄마의 반짇고리, 사랑으로 덮어둔 밥상보를 그렸다. 어느 장인이 솜씨 좋게 손수 깍고 다듬은 목마 인형을 그릴 때도 나를 보는 것 같아 좋았고 어떤 형식으로든 공감할 수 있는 테마이었기에 작업하는 동안 내 자신도 행복했었다.


이미경_나어릴적에 201510_종이에 아크릴잉크 펜_50×100cm_2015


얼마 전부터 구멍가게 밖에서 놀던 어린시절의 내 모습이 아른거렸다. 마법처럼 유년의 일들을 떠올려보며 혼자 웃기도 하고 상념에 젖어 보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그 시간들이 그립다. 지금은 영화 박하사탕 촬영지로 유명한 공전역 부근 애련리 두메산골에서의 내 유일한 놀이는 소꿉장난이었다. 내가 가지고 놀았던 비밀상자안의 완구용 자동차나 외국 잡지를 접어 만든 딱지, 주사위, 고장난 손목시계 등의 사물들이 구체적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소꿉장난을 할 때면 잘생긴 돌맹이, 병뚜껑, 구슬, 꿩 깃털, 나무열매, 이름 모를 들꽃, 들풀 등을 이리저리 배치하고 조합하면서 그것들을 병에 담기도 하고 붉은 벽돌 조각을 갈아 고춧가루를 만들어 보기도하고 호박꽃을 잘라 계란말이를 만들고 수저는 밤쭉정이에 나뭇가지를 꽂아 만들고 진수성찬을 차려 하루를 보내곤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친구들이라도 있었으면 숨바꼭질, 고무줄놀이, 그림자밟기 등 함께 하는 놀이를 했을텐데 그저 혼자 하는 놀이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그냥 단순히 장난스런 유희적 행위에 그치지 않고 조그마한 사물들을 섬세하게 정리하고 소중하게 다뤘었다. 지나가는 행인의 발길질에 채이지 않게 소중하게 간직한 물건들이 내 의식 속에 하나 둘 각인되어 연상되어진다. 그 놀이의 경험과 보물같은 소품들이 내 작품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흙 묻은 손으로 애틋하게 다뤘던 사물들을 그리며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절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되었다. 우연히 세월의 먼지가 쌓인 낡은 기억의 상자를 연 순간, 그때 그 시절 그리운 사람들이 시공을 넘어 달려 올 것 같다.


이미경_엄마의 보물상자 201505_종이에 아크릴잉크 펜_50×50cm_2015


이번 전시에서는 구멍가게와 함께 내 유년시절 기억들을 그린 소꿉장난 작품 몇 점을 선보인다. 온갖 잡동사니가 담긴 상자를 연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애지중지하였던 소품들이 동서고금의 현자(賢者)들의 말이나 글에 뒤엉켜 다시 한 번 나를 일깨워줬으면 한다. (2015. 12.) ■ 이미경


이미경_사랑 20150505_종이에 아크릴잉크 펜_50×50cm_2015


Vol.20151230e | 이미경展 / LEEMEKYEOUNG / 李美京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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