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알리는 시계바늘 따라, 우리가 시작할 ‘문화알림방’을 페북에 올렸다.


아내와 성공을 다짐하는 축배를 들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하는 일이, 후배들의 일에 초를 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전긍긍하느라 밤을 꼬빡 세웠다. 새벽 녘에 일어나, 아내와 함께 인천 월미도로 갔다.

뒤늦게 떠 오른, 새해의 눈부신 햇살이 출렁이는 바다를 은하수처럼 수놓더라.


그 곳에서 사진 찍는 노부부를 만났다. 오래 전 공원의 완장 찬 사진사가 떠 올랐다.

사진찍어 한 장에 1,000원씩 팔았는데, 일하는 모습이 그처럼 정겨울 수가 없는 것이다.

나도 문화판의 사진사로 출사표를 던졌기에, 남의 이야기가 아니지 않던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으나, 그 노인은 강하게 거부했다.

뒤늦게 나선 일이 자랑스럽지 않다는데. 왜 그런 생각을 갖는지 안타까울 뿐이었다.


월미도에서 영종도로 옮겨가며 많은 갈매기들의 자유로운 춤을 보았다.
때로는 재주도 부렸지만, 열심히 살아 있음을 뽐내더라.

마치 자연의 순리를 거스러는 인간의 오만함을 조롱하는 것 같았다.
한편으론 욕심 버리고 자유롭게 날아보라는 듯, 용기와 힘도 실어 주었다.


을왕도에 들려, 아내의 옛 친구 애숙씨가 운영하는 카페를 찾아갔다. 

오랜만에 만난 사이라, 수다 떨 시간이 많을 것 같아 자리를 피해줬다.

혼자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자성과 다짐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늙어 직업전선에 뛰어던 건 부끄럽지 않지만, 후배 사진가들이 마음에 걸렸다.
아무리 좋은 게 좋다지만, 싸구려 처신은 사진가들에게 상처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제 밤에 공개한 “문화알림방‘에 대한 내용을 일부 고치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문화알림방'이란 일 자체가 문화행사를 널리 홍보하는데 주안점을 둬야 하기에,
"품삯 세 번째, 보정된 사진원본 파일제공 10만원"이란 항을 삭제하기로 한 것이다.

꼭 필요하다면 용량을 줄인 이미지와 프린트된 사진을 넘겨주기로 했다.
그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다큐사진가들의 마지막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청춘들이여! 우리도 갈매기처럼, 힘차게 날아보자.

다 잘 사는 세상을 향해...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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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왜 이렇게 마음이 편치 않은지 모르겠다.

블로그에 ‘사회 불만자’라고 올리는 등 심통을 부렸는데,
아내가 가슴에 박힌 칼을 빼 주겠다며 따라 오란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한 밤중에 끌려 간 곳은 인천 을왕도였다.
통행료가 육천 원이나 하는 대교까지 건너는 까닭이 궁금했다.

그 곳에 가보니, 카페를 운영하는 아내의 친구가 살고 있었다.
20년 만에 만나는 친구라는데, 첫 인상이 매혹적이었다.
애숙이란 이름처럼 보조개에 박힌 점도 귀여웠다.
밤비 내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듣는 재즈는 처량했다.


술에 젖고 분위기에 젖어, 몸도 마음도 비틀거렸다.

못 추는 블루스에 애숙씨의 따뜻한 체온도 느꼈다.
놀기는 잘 놀았는데, 돌아 올 일이 걱정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끼리 붙여놓고, 잠시 눈을 부쳤다.

얼마나 잤는지 일어나보니, 새벽 한 시가 지났더라.
부랴부랴 차를 모는데, 아내 왈 “이제 칼 뽑혔어?”
대답하기 참 곤란하더라.
그 칼은 아무래도 박그네가 뽑아줘야 할 것 같은데...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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