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에서 미술평론, 희곡, 극본, 시나리오 등 글 쓰는 일이라면 전방위로 활약해 온

박인식씨가 이번에는 ‘겨울모기’라는 시집을 내놓아 주변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는 한 때 월간지 ‘산’을 비롯해 ‘사람과 산’에서 일한 산악인이었으나,

삼십년 전부터 일 년에 봄가을 두 번씩 전국에 산삼을 심으러 다닌 ‘농심마니’ 좌장 노릇을 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여지 것 TV는 물론 핸드폰, 컴퓨터, 신용카드, 운전면허증 등

일체의 이기를 거부해 온 아날로그 맨 이라는 거다.

그중 제일 불편할 것 같은 게 핸드폰과 컴퓨터일 것으로 생각된다.


핸드폰이야 불편한 대신 이로운 점도 많다. 자신이 필요한 연락은 다른 전화를 사용하면 되지만,

그 외의 전화는 일체 받을 수가 없으니 남의 일에 끌려 다니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으론 독선적이라 할 수 있겠으나, 그건 그렇다 치고 글 쓰는 사람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다니...

시라면 모르겠으나 소설은 공력이 많이 드는데다 결국은 출판사에서 다시 쳐야하니, 그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런 불편함을 모두 참고 끝가지 버티는 집념이 정말 대단 하다는 거다.





‘도서출판 다빈치’에서 출판된 박인식의 ‘겨울모기’시집은 한글 자모를 활용한 시 작업이다.
‘일찌감치 한글의 글꼴을 보는 詩로, 읽는 그림으로, 듣는 말로 여겼다,“는 시인의 말처럼

옛날에는 글씨와 시와 그림을 종이 한 장에 하나로 표현했다. 그래서 인지 그의 시는 그림 같은 시라고 말 할 수 있겠다.

많은 시작들이 작품을 감상하며 느낀 단상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박인식의 시는 사람과 사람의 어울림을 한글 자모의 통합으로 표현하면서 사랑의 조건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의 어울림으로 사랑의 조건을 내 세운다“고 문학평론가 이경호씨는 말했다.

좌우지간 남의 이야기는 제쳐두고, 그의 ’저절로‘라는 시 한 편을 들어보라.






“나를 낮춰 너를 높이는
산의 절
저 절로
산은 산

너를 낮춰 나를 높이는
물의 절
저 절로
물은 물

저절로
저절로“






지난 29일 ‘로마니꽁띠’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는 박인식씨를 비롯하여 원로 만화가 박기정 선생, 시인 송상욱, 김명성씨,

‘도서출판 다빈치’ 김영선대표,  문학평론가 이경호씨, 화가 송성묵, 서길헌씨, 도예가 한봉림, 황예숙씨, 사진가 정영신씨,

구로구청장 이성씨. 뮤지션 김상현씨, 사업가 김각환, 이상훈씨등 대략 20여명이 모였다.






시낭송은 물론 송상욱, 송성묵, 김상현, 세 사람이 돌아가며 들려준 흘러간 가요와 판소리, 째즈 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음악회에 온 듯 신명난 출판기념회가 되었다.





출판기념회에 오기 직전 ‘툇마루’와 ‘여자만’을 돌아다니며 많은 분들과 어울려 퍼 마셨기에 더 이상 마실 수가 없었다,

그러나 회비도 받지 않으면서 그 비싼 와인 값은 누가 내는지 걱정스럽더라.

김명성씨 잘 나갈 때 같으면 그까짓 것쯤이야 걱정할 필요도 없으나, 좌우지간 인사동 술꾼들에게 찬 바람 도는 시절이다.

박인식의 시집 제목 ‘겨울모기’는 마치 비실비실 맥 못 추는 인사동 술꾼들을 비유하는 것 같더라.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원로시인 민영선생의 시집출판기념회가 인사동 ‘유목민’에서 열렸다.
지난 5월 ‘창비’에서 출판된 민영시전집을 뒤늦게 축하하는 자리같았다.
이 날은 일이 겹쳐 이 곳 저곳 세 탕이나 뛰다보니, 이미 파장이었다.






오랫만에 뵌 민영선생님도 반갑기 그지없었으나, 채현국선생을 비롯하여, 김정헌, 장경호, 임태종,

정고암, 조해인, 박구경, 박 철, 오치우, 최명철, 박수영, 이명희, 정원도, 김명지, 송일봉, 정영신씨등

많은 분들이 모여 있었다. 누가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사람인지, 술집 손님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이 자리는 '열차시회' 시인들이 민영선생의 시전집출판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시집출판기념회라는 현수막은 안밖으로 두 군데나 걸렸지만, 시집은 구경 할 수 없었다.

몇 달 전에 나온 책이라 다들 보았는지 모르지만, 한 권이라도 가져와 보여 주었으면 좋았겠다.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술판기념회였다.





제주에 사는 변순우씨도 올라 와 있었는데,

홀애비가 결혼했다며 낯선 여인을 소개시켜 주었다. 

반갑고 축하 할 일이나, 말도 없이 살았으니 도둑장가 간 셈이다.






저녁을 먹지 못해 배가 고팠으나, 밥은 커녕 술 한 잔 따라주는 사람 없었다.
다들 취해, 알아서 퇴주잔이라도 찾아 마셔야 했다.
제주에 사는 변순우씨가 방어회를 가져 왔다고 했으나,
눈치 보느라 남긴 한 두 점이 덩그러니 쟁반을 지킬 뿐이었다.





삼삼오오 나누어 앉은 술자리에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남은 술을 거두어 마셨는데,
빈 속에 들어가니 술은 올랐으나, 왠지 즐겁지가 않았다.

'통인가게'에서 받은 심한 모욕감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지것 가난하게 사는 것을 한 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가진자의 거지취급에 분노를 삭일 수가 없었다.






그만 일어나고 싶었으나, 정영신씨가 술자리에 남아있어 갈 수도 없었다.

뒤늦게 이인섭, 성기준, 김명성, 공윤희, 신현수, 윤승길씨 등 여러 명이 등장해

노닥거리다보니, 정영신씨마저 사라져 버렸다.





집에 간 줄 알았는데, 홍어집에 있다는 것이다.

평소 홍어를 좋아하는 것은 알지만, '한 밤중에 왠 홍어냐?'며 가보았는데, 

김명지, 정고암, 이도윤씨와 함께 있었다. 그 자리도 편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쓸쓸하게 돌아오는 발길은 무거웠다.

하소연 할 곳이라도 있었다면 덜 무거울텐데...


17일의 인사동 밤은 잔뜩 흐렸다.


사진, 글 / 조문호




































































 



여행작가에서 사진가, 그리고 무용평론가에서 시인으로 끊임없이 보폭을 넓혀 가는
이만주씨가 첫 시집을 냈다. 시집제목은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이었다.
그가 펴낸 기행시는 시집 제목처럼 자유로웠다.


몇 편 읽어보았더니, 사회 구조의 문제점을 나무라고 있었다.
어렵게 말하지 않고, 돌려 말하지 않는, 직설적인 문체였다.
그의 시처럼 ‘인생 별거 아니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그는 돈 안 되는 일만 골라한다는 것이다.
사진가가 그렇고 평론가가 그렇지만, 그 중 제일 돈 안 되는 것이 시인이기 때문이다.
이 무식한 세상에 그의 말처럼 시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지난 4일 오후6시, 인사동 ‘유카리’화랑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는 많은 지인들이 모였다.
채현국선생을 비롯하여 심우성, 서정춘, 구중관, 이은영, 이명희, 노광래, 김구, 전강호, 이인섭, 이희종,

이만냥, 이지녀, 이창준, 김낙영, 조명환씨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시집출판을 기념했다.

이명희 씨 등 여러 사람의 시 낭송도 있었고, 이지녀씨의 축가도 이어졌다.


그런데 출판사를 운영하는 이창준씨가 서정춘 시인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건냈다.
오늘 KBS FM방송에서 서정춘선생 시에 대한 20분짜리 특집방송을 들었다는 것이다.
서정춘시인은 느닷없는 소식에 어린애처럼 좋아했으나, 이건 말도 안 된다.
본인 한데는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채, 저희들 끼리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한 모양이다.


가뭄에 콩 나듯 한 이런 일마저 시인에 대한 예우가 없다면
가난한 시인들은 어떻게 살란 말인가?
이만주씨의 말처럼 섞어 문드러진 이런 구조부터 사회계약을 다시 맺어야한다.
‘작가회의’나 ‘문협’같은 단체는 도대체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다시 맺어야 할 사회계약”/ 이만주시집 / 출판사:다미르 / 가격: 10,000원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