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있었던 2차 민중총궐기 집회는 차벽과 물대포 대신 꽃과 복면이 등장했다.
과잉진압이나 폭력시위, 무력충돌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고, 마치 축제장을 방불 게 했다.
다양한 퍼포먼스를 벌여가며 거리행렬도 질서정연하게 잘 해냈다.
최대한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 애 써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몸이 불편한 백기완선생께서는 이 날도 일찍부터 나오셨는데,

신학철, 장경호, 하태웅씨의 부축을 받으며, 몇 시간이나 힘들게 선두를 지켰다.

'서울광장'에는 김세균, 심상정, 이수호씨 등 정치인들의 모습도 더러 보였고,

시인 강 민, 장봉숙, 서양화가 김정헌, 임옥상, 김준권, 장순향, 곽대원, 박불똥, 이태호,

김봉규씨 등 예술인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많았으나 군중 속에 파 묻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집회가 끝난 후, 술집에서 모두들 만날 수 있었다.

태평로 ‘맛나호프’에서는 신학철, 이도흠, 장경호, 하태웅씨가 술을 마시고 있었고,

인사동 ‘푸른별 주막“으로 옮기니, 정선의 강기희씨를 비롯하여 이승철, 김명지, 이지상, 김이하씨가,

‘유목민’에는 오전에 헤어졌던 아내를 비롯하여 주 은, 김경원, 김은영, 배성일, 김영복, 이희종, 오미영씨가 있었다.


온 종일 배고픔과 추위에 떨어 그런지, 막걸리 한 잔에 짜리리 기별이 왔다.
여기 저기 다니며 술을 마셨으나, 마음의 상처에 독만 될 뿐이었다.
술 취해 집에 돌아 왔으나, 금기사항인 컴퓨터부터 먼저 켰다.

"죽어서도 컴퓨터부터 켤거다"는 아내의 투정도 못 들은 채 했다.
메주알 고주알 쓰 놓고는, 댓글에다 사진을 올려놓은 채, 잠들어 버렸다.

새벽에 잠을 깨니, 몸살이 났는지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몸도 몸이지만, 어제 밤에 올린 음주 포스팅이 마음에 걸려, 아내부터 깨워야했다.
“야! 페북에 올린 기, 맘에 걸리니, 한 바라!”
눈을 부비고 일어 난 아내가 핸드폰을 찾아보더니, 괜찮다는 것이었다.

안도하였으나, 그 때부터 무려 30시간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마음의 병만 깊은 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그 길로 가버리면 좋으련만, 마음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었다.


간신히 기력을 회복해 컴퓨터를 켜 보니, 그저께 올려 논 글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거짓말은 아니었으나, 살아오며 가장 치욕적으로 생각하던 이야기를 까발려 놓은 것이다.
단지 보수파들이 돌아서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게, 너무 오버한 것이다.

급하게 글은 내렸으나, 이미 볼 사람들은 다 보아버렸으니 어쩌랴?
괜히, 죄 없는 아내에게 짜증 부린다.
“지워라 캤는데, 와 나뚜노?”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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