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 이은 전시장 내부 차량 점거
입주자 측 "당장 오늘 전시 어떡하나"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소재 복합문화공간 건물에서 철거 용역 업체가 전시장 내부로 승합차를 들여보낸다

이달 초 물대포까지 등장해 강제철거 논란이 일어났던 서울 종로구 인사동 소재 복합문화공간 전시장에서 30일 오전 철거 용역 업체가 승합차 2대를 동원해 재점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종로경찰서는 아침 7시께 복합문화공간 코트(KOTE) 본관 전시장을 점거한 철거 용역업체 직원들을 영업 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코트 전시장 외부 CCTV에는 쪽문 진입 방향으로 우산 쓴 남성 네 명이 접근하는 모습이 찍혔다. 전시장으로 진입한 이들이 차량이 들어올 수 있도록 앞문을 열자 대기하던 검정 승합차가 진입했다. 해당 남성들이 주변 전시물을 치운 뒤 검정색, 회색 승합차 두 대가 전시장 내부 깊숙이 멈춰서 정차했다. 확인된 영상에서는 채 2분도 걸리지 않아 운전자를 포함한 6명의 남성이 곧바로 우산을 챙겨 유유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전시관 점거를 주도한 용역업체를 고용한 인물은 코트 측 임차인 A씨로 파악됐다. 앞서 A씨는 이달 초 철거용역 업체를 동원해 코트 입주민들을 물대포로 위협하며 철거를 시도했다.

A씨는 지난달 종로구청에 해당 건물에 대한 철거를 접수한 상태인 반면 전대차 계약을 맺은 코트 대표 B씨는 "계약기간이 내년 11월까지"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일 건물 입주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쏜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이 특수폭행 혐의로 입건돼 분쟁이 일단락되는듯했지만 이날 추가로 점거 사태가 일어나면서 분쟁이 재점화 되는 양상이다.


코트 대표 B씨는 "전시관을 점거한 승합차에 대해 경찰은 견인조치 할 권한이 없으니 구청에 연락해보라고 했다"며 "구청에 연락하자 사유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당하는 팀이 없다며 따로 방법이 없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매일경제 / 고보현, 박홍주 기자

인사동 철거건물 소유주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

5년전엔 문화사업한다며 세입자와 계약해지

이번엔 주차장 짓는다며 임차인 통해 내몰아

지난 3일 오후 철거 용역업체 직원들이 포크레인을 동원해 문화공간 코트(KOTE) 별관 건물을 철거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서울 한복판 건물 철거 현장에서 용역업체 직원들이 세입자 얼굴 등에 고압수를 쏘며 철거를 강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건물주는 교비 횡령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2016년 김 전 총장이 문화사업을 하겠다며 기존 세입자들과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한 곳인데, 불과 5년 만에 주차장 부지로 쓰겠다며 임차인을 통해 또다시 세입자들을 내몰고 있는 셈이다.

7일 <한겨레> 취재 결과, 철거 폭력이 발생한 인사동 135-3, 135-6번지 건물주는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는 다양한 분야 예술인과 창작자 수십명에게 저렴하게 공유공간을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 코트가 있다. 김 전 총장은 지난 9월17일 ㄱ건축사무소를 대리인으로 지정해 종로구청에 해당 건물 철거를 신청했다. 철거 예정일은 오는 20일이다. 그러나 지난 2일 새벽부터 갑자기 철거가 시작됐다고 한다. 안주영 코트 대표와 이곳에서 작업‧전시 공간을 운영하는 예술인들은 현장에서 숙식하며 철거 진행을 막고 있다. 코트에서 작업을 했던 예술인 ㄱ씨는 “사유지라 하더라도 11월20일이 철거 신고일인데 무작정 들이닥쳐 포크레인으로 건물을 부수는 등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종로경찰서는 코트 철거 현장에서 안 대표와 직원 등에게 고압수를 쏜 용역업체 직원 2명을 특수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코트 쪽이 제공한 동영상을 보면, 용역업체 직원들은 지난 3일 인근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안 대표를 포함한 3명의 얼굴 등에 고압수를 뿌렸다. 직원들이 입건된 이후에도 업체에선 철거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코트(KOTE) 철거 용역업체 직원 2명이 지난 4일 오전 8시30분께 세입자에게 고압수를 쏘는 모습. 직원 2명은 특수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코트 제공

지난 2일 오전 철거 용역업체 직원들이 철거 현장 입구에 '사유지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쓴 펜스를 설치해 세입자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안주영씨 제공.

이번 분쟁은 코트 건물 임차인으로 철거를 주도하는 최아무개 ㈜씨에이에이엠씨 대표와 ‘임차관리 권한’을 부여받은 안 대표와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부동산 중개·대리업을 하는 최씨 법인은 2016년 10월27일 김 전 총장과 인사동 133번지 외 15필지(인사동 1길)에 대한 장기임차계약을 맺었다. 최씨는 2019년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안 대표에게 인사1길(코트 등)에 대한 임차관리 권한을 넘긴다’는 확약서를 작성했고, 이후 안씨가 이 공간을 임대한 업체를 관리했다. 안씨는 최씨 법인에 일부 지분투자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법적 임차인인 최씨가 문화예술 쪽에 발이 넓은 안씨에게 권한을 넘겨 세입자를 유치한 셈이다.

하지만 최씨 쪽에서 기존 입주 업체들의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특약서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갑작스레 기존 건물을 철거한다고 통보하면서 대치 상태에 들어서게 됐다. 최씨는 <한겨레>에 “확약서를 쓴 것은 맞지만, (안씨가 세를 놓은 가게들의) 수익이 좋지 않아 건물을 주차장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는 김문기씨와 합의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장은 2016년에도 자신이 소유한 인사동 일대 부지에서 문화사업을 하겠다며 음식점·노래방 등을 운영하던 세입자들과의 계약을 종료한 바 있다. 당시에도 갑작스러운 용도변경으로 일부 기존 세입자는 소송을 내기도 했으나 결국 권리금도 받지 못한 채 건물을 비워야 했다.

안씨는 “임차 권리 관계에 대한 법원 판단을 받기 전까지 철거를 중단하자고 최 대표 쪽에 요청했고, 건물주인 김 전 총장을 만나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직접 만날 수도 없었고 연락이 닿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안씨는 지난 3일 오후 최씨와 용역업체 직원들을 업무방해·협박·주거침입·퇴거불응·재물손괴 등 혐의로 고소했다. <한겨레>는 김문기 전 총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겨레신문 /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https://youtu.be/Kf2CMCrIHhg

 

 

문화 현장 생생 리포트 - 급부상한 '청와대 미술벨트'

2017년 복합문화공간 조성
2018년 공예박물관 들어서면 국내 최대 미술명소로 '우뚝'



지난 17일 인사동을 찾은 사람들이 화랑과 아트숍 등을 둘러보며 걷고 있다. 


18일 서울 삼청동길 초입 도로변의 현대화랑. 서양화가 문학진 화백의 작품전이 열리는 전시장은 30~50대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작품을 감상하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일부 관람객은 90대 노화가의 열정에 감탄한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현대화랑에서 50m가량 떨어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일대는 가족 단위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현대화랑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끼고 있는 북촌을 중심으로 경복궁 서쪽 서촌과 인사동 일대를 포함한 지역이 ‘국내 최대 아트벨트’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청와대 미술벨트’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 문화유산이 산재한 이곳에는 크고 작은 화랑과 아트숍, 미술관 등 전시공간 300여곳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옆 미국 대사관 숙소 부지에 2017년까지 대형 복합문화공간이 조성되고, 안국동 풍문여고 자리에는 2018년 하반기까지 공예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다른 지역과 달리 청와대 주변은 자생적으로 미술문화가 강하게 형성돼 있는 곳”이라며 “개별 전시공간의 모둠이기보다는 도심 미술문화를 두루 엮는 아트마켓의 허브”라고 설명했다. 


○‘미술 거래 최대 메카’ 북촌 

조선시대 청계천과 종각의 북쪽에 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북촌 일대에는 화랑 미술관 박물관 아트숍 등 각종 미술문화 시설이 모여 있다. 갤러리 현대, 국제갤러리, 학고재화랑, 아라리오갤러리, 국립민속박물관, 고궁박물관 등 화랑과 미술관만 64곳에 달한다





미술품 경매회사 홍콩 크리스티가 2006년 팔판동에 한국사무소를 냈고 갤러리 스케이프, 갤러리 아원 등 화랑 20여곳이 최근 1~3년 사이에 들어섰다. 화랑 이외에도 북촌에 자리 잡은 아트딜러 200여명이 산발적으로 취급하는 미술품도 상당수다. 미술계는 지난해 국내 미술품 거래액 4000억여원 가운데 30%가량이 북촌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촌과 인사동 잇는 ‘K-익스피리언스’

대한항공 소유의 미국 대사관 숙소 자리에 2017년께 지하 2층, 지상 4~5층 규모의 전통문화 체험 및 창작과 전시 공간으로 꾸며지는 복합문화단지 ‘K-익스피리언스’(가칭)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이 건립되면 ‘미술동네’ 인사동도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뉴욕의 공중 산책길 ‘하이라인 파크’ 방식으로 이곳과 인사동을 연결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북촌이 문화창조융합벨트의 또 다른 도심 거점이 된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2002년 한국 최초의 문화지구로 지정된 인사동은 화랑, 고미술상점, 표구점, 지필묵, 공방 등이 모여들며 국내 대표적인 미술특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전통 한옥마을 인근 풍문여고 부지 1만3839㎡에 2018년 하반기까지 공예문화박물관이 들어서면 북촌과 인사동은 거대한 미술벨트를 이루게 된다. 윤용철 인사전통문화보존회장은 “풍문여고 자리는 경복궁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가까워 문화벨트를 형성할 수 있다”며 “공방들의 전통적 터전인 북촌과 인사동 경계에 있어 공예문화박물관 입지로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사동에는 화랑과 표구 및 액자 제작업소, 고미술가게, 공방 등 150여곳이 성업 중이다. 인사동 전통 고미술가게가 소장하고 있는 도자기 고서화 고가구 등 골동품은 25만점에 달한다. 

○서촌 일대 아트벨트로 급부상


청와대 길을 통해 북촌과 연결된 서촌 지역도 아트밸리로 바뀌고 있다. 청와대 앞 통의동 창성동 등 서촌과 광화문 일대에는 1977년 개업한 진화랑을 중심으로 국립고궁박물관을 비롯해 대림미술관, 아트사이드, 갤러리 그리다, 갤러리 자인제노, 갤러리 팩토리, 갤러리 시몬, 갤러리 에이큐브, 리안갤러리 서울점 등 화랑과 미술관이 잇달아 들어섰다. 이동재 아트사이드갤러리 대표는 “북촌과 서촌,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아트벨트는 허울 좋은 미술이 아닌, 진정한 공공성을 추구할 수 있는 ‘한국판 첼시’”라며 “세계적인 미술 명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경제 /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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