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장 생생 리포트 - 급부상한 '청와대 미술벨트'
2017년 복합문화공간 조성
2018년 공예박물관 들어서면 국내 최대 미술명소로 '우뚝'
지난 17일 인사동을 찾은 사람들이 화랑과 아트숍 등을 둘러보며 걷고 있다.
18일 서울 삼청동길 초입 도로변의 현대화랑. 서양화가 문학진 화백의 작품전이 열리는 전시장은 30~50대 관람객으로 가득했다. 작품을 감상하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일부 관람객은 90대 노화가의 열정에 감탄한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현대화랑에서 50m가량 떨어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일대는 가족 단위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현대화랑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끼고 있는 북촌을 중심으로 경복궁 서쪽 서촌과 인사동 일대를 포함한 지역이 ‘국내 최대 아트벨트’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청와대 미술벨트’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 문화유산이 산재한 이곳에는 크고 작은 화랑과 아트숍, 미술관 등 전시공간 300여곳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옆 미국 대사관 숙소 부지에 2017년까지 대형 복합문화공간이 조성되고, 안국동 풍문여고 자리에는 2018년 하반기까지 공예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다른 지역과 달리 청와대 주변은 자생적으로 미술문화가 강하게 형성돼 있는 곳”이라며 “개별 전시공간의 모둠이기보다는 도심 미술문화를 두루 엮는 아트마켓의 허브”라고 설명했다.
○‘미술 거래 최대 메카’ 북촌
조선시대 청계천과 종각의 북쪽에 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북촌 일대에는 화랑 미술관 박물관 아트숍 등 각종 미술문화 시설이 모여 있다. 갤러리 현대, 국제갤러리, 학고재화랑, 아라리오갤러리, 국립민속박물관, 고궁박물관 등 화랑과 미술관만 64곳에 달한다
미술품 경매회사 홍콩 크리스티가 2006년 팔판동에 한국사무소를 냈고 갤러리 스케이프, 갤러리 아원 등 화랑 20여곳이 최근 1~3년 사이에 들어섰다. 화랑 이외에도 북촌에 자리 잡은 아트딜러 200여명이 산발적으로 취급하는 미술품도 상당수다. 미술계는 지난해 국내 미술품 거래액 4000억여원 가운데 30%가량이 북촌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촌과 인사동 잇는 ‘K-익스피리언스’
대한항공 소유의 미국 대사관 숙소 자리에 2017년께 지하 2층, 지상 4~5층 규모의 전통문화 체험 및 창작과 전시 공간으로 꾸며지는 복합문화단지 ‘K-익스피리언스’(가칭)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이 건립되면 ‘미술동네’ 인사동도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뉴욕의 공중 산책길 ‘하이라인 파크’ 방식으로 이곳과 인사동을 연결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북촌이 문화창조융합벨트의 또 다른 도심 거점이 된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2002년 한국 최초의 문화지구로 지정된 인사동은 화랑, 고미술상점, 표구점, 지필묵, 공방 등이 모여들며 국내 대표적인 미술특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전통 한옥마을 인근 풍문여고 부지 1만3839㎡에 2018년 하반기까지 공예문화박물관이 들어서면 북촌과 인사동은 거대한 미술벨트를 이루게 된다. 윤용철 인사전통문화보존회장은 “풍문여고 자리는 경복궁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가까워 문화벨트를 형성할 수 있다”며 “공방들의 전통적 터전인 북촌과 인사동 경계에 있어 공예문화박물관 입지로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사동에는 화랑과 표구 및 액자 제작업소, 고미술가게, 공방 등 150여곳이 성업 중이다. 인사동 전통 고미술가게가 소장하고 있는 도자기 고서화 고가구 등 골동품은 25만점에 달한다.
○서촌 일대 아트벨트로 급부상
청와대 길을 통해 북촌과 연결된 서촌 지역도 아트밸리로 바뀌고 있다. 청와대 앞 통의동 창성동 등 서촌과 광화문 일대에는 1977년 개업한 진화랑을 중심으로 국립고궁박물관을 비롯해 대림미술관, 아트사이드, 갤러리 그리다, 갤러리 자인제노, 갤러리 팩토리, 갤러리 시몬, 갤러리 에이큐브, 리안갤러리 서울점 등 화랑과 미술관이 잇달아 들어섰다. 이동재 아트사이드갤러리 대표는 “북촌과 서촌,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아트벨트는 허울 좋은 미술이 아닌, 진정한 공공성을 추구할 수 있는 ‘한국판 첼시’”라며 “세계적인 미술 명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경제 /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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