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환씨의 'HIDDEN DIMENSION'전이 지난 19일부터 5월4일까지 증산동에 위치한 ‘포토그래퍼스 갤러리 코리아’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22일 사진가이자 ‘서울문화투데이’ 기자인 정영신씨를 대동하여, 전시가 열리는 ‘포토그래퍼스 갤러리 코리아’를 방문했다.

김상환씨를 만나기 위해 진즉부터 약속해 두었으나, 마침 갤러리 관장 박재호씨도 있었다.





일단 전시된 사진들은 보는 이의 눈길을 압도했다. 사진이 아니라 하나의 묵화처럼 보였다.

사람이 손으로 그리는 묵화도 그처럼 파격적인 선을 그려내지 못할 것 같았다,

작가의 끈질긴 집념에 의한 심미안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으로, 자연의 원초적 에너지가 꿈틀거렸다.





바다의 물성을 형상화한 사진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여인의 머리카락 같기도 하고,

때론 회오리바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작품이 격동적인 느낌만은 아니었다.

심연의 골짜기로 끌어들이는 형상도 있고, 눈 덮인 설산 같은 이미지도 있었다.






김상환씨는 다른 사람처럼 바닷가에서 찍은 것이 아니라 배를 타고 바다 깊숙이 들어가 찍는다고 한다.

돌진하는 배에 의해 바다가 갈라지고 흩어지며 격한 진동을 일으키는 파동의 세상을 찍기도 하고,

때로는 침묵하는 바다를 자신만의 어법으로 형상화하였다.






김상환씨는 통영에서 태어나 통영에서 자란 사진가로, 늘 바다를 바라보고 살았다.

그에게는 바다가 삶의 공간이자 명상의 장소였으며,

바다사진을 찍기 시작한지는 10년쯤 되었다고 한다.






사진을 한다면 누구나 기록적인 접근에 앞서 주관적 예술사진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그 역시 오랫동안 천착해 온 바다를 통해 현실 너머에 있는 세계를 상상하며, 하나의 놀이로 즐겼다고 한다.






그는 사진가이기 전에 역사학자다.
추측컨대, 바다를 고고학적 관점에서 지켜 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물과 자연의 본질, 현실 속에 감추어진 바다의 본성을 찾고 싶었을 것이다.





다음달 14일까지 이어지는 김상환씨의 'HIDDEN DIMENSION'전에 많은 관심과 관람을 바란다.

오는 4월28일(토) 오후5시부터 열리는 작가와의 만남에 시간을 맞추는 것도 좋을 것이다.


"포토그래퍼 갤러리코리아" / 서울 은평구 증산서길 65 / 전화 010-5157-5753



사진, 글 / 조문호

























사진가 박진호씨의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전이 지난 6월1일 오후6시,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열렸다.


이 날 개막식에는 사진가 박진호씨를 비롯하여 이순심관장, 박재호, 장일암, 류은규, 양재문, 김영태,

황규범, 노연덕, 신혜선씨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전시를 축하했다.

박진호씨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서울예전에서 사진을 배웠다.
홍대 산미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공부한 후, 1992년‘아노미’전을 시작으로 아홉 차례의 개인전과

한국사진의 수평전 등 많은 단체전에 참가했다. 무엇보다 강하게 인식된 작업은 첫 전시‘아노미’였다.
자신의 신체를 복사기로 형상화해 존재 자체를 확인한 작업이었다.

기계적 복제나 다름없는 인간적 고뇌를 표출한 것으로 당시로서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 외에도 ‘어쩌다 느낀 작은 슬픔이 있을 때’ 같은 시적 이미지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달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움직인 사진이다.
 
이사진들은 70-200mm 망원으로 스트레이트하게 찍은 사진인데, 촬영 기법과 노출 데이터를 찾기까지 7년이 걸렸고,

촬영기간은 무려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 긴 시간동안 생각을 숙성시켜 온 것은 자유로움을 꿈꾸었다는 것,

좀 더 경쾌한 삶을 그리워했다는 것 그리고 50대 중반의 나이가 주는 주체적 사유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작업노트에서 달은 신(神)이라며, 자신도 모르는 신을 표현하려는 자체가 헛된 노력일 것이나,

신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었다고 적었다. 자연법칙을 벗어나고 우주원리를 이탈한 자유, 그런 인생을 바라지만,

너무 슬프다고 했다.
 
예술은 결코 감각만의 영역이 아니다. 끊임없는 생각과 회의 그리고 탐구에 감각이 더해져야 한다.

그 추운 겨울바람에 떨고, 여름 날 모기에 뜯겨가며 사진을 찍은 것은 오랜 기간의 생각과 회의에 따른 사유의 결과라고 한다.

그의 친구인 한양대교수 정재찬씨는 이렇게 전해왔다.
 
“그는 도도한 외로움, 고고한 슬픔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다. 그러니 저 제목은 교만도 유희도 아니다.

어쩌면 신 앞에서 응석을 부리고 싶거나, 눈물로 간구하고 싶지만 인간의 자존심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어찌 그를 이해하랴. 다만 거룩하진 않아도, 거짓되고 위선에 찬 신앙보다는 네가 참 되도다,

신이 말해 줄 것이다, 라고 믿을 뿐이다.”
 
난,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지 사진평론가는 아니다.
그래서 박진호의 사진을 보며 느꼈던, 지극히 주관적인 단상들을 말할까 한다.
 
보통 달을 찍으려면 장시간 노출을 주어 달의 궤적이 한 줄로 이어지는데, 이 사진들은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해,

마치 춤추는 달처럼 넘실댄다. 달을 소재로 택한 것은 사진으로 시를 쓰겠다는 이야기다.
 
달을 생각하니, 죽은 울 엄마가 제일먼저 떠오르고, 둘째는 이백선생이 생각나더라.
왜? 울 엄마가 생각났냐면, 살아생전 즐겨 부른 노래에 달이 나오기 때문이다.

노래 제목은 모르지만, 반세기가 지나도록 그 노래가사들이 잊혀 지지 않더라.

첫 소절이 “구름 속에 달빛만 엉큼한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당신의 마음도 검구려”로 시작된다.

자연에 빗댄 사랑의 마음을 어찌나 은근하게 풀었는지, 노래가사가 바로 시였다,


즉 박진호의 사진 메시지는 자연과 사람이 하나라는 시였다.

자연과의 사랑 노래, 아니 달과의 아주 애로틱한 사랑 그 자체였다.

두 번째 떠 오른 이백 선생도 달과 인연이 너무 깊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백선생께서도 자연을 신이라 했다
“독작(獨酌)”이란 시를 한 번 읽어보라.

“꽃 사이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니
달이 찾아와 그림자까지 셋이 되었다
달도 그림자도 술은 못 마시지만
그들과 더불어 이 봄밤을 즐기자
내가 노래하면 달도 하늘을 서성거리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도 춤춘다
이리 함께 놀다가 취하면 서로 헤어지니
담담한 우리의 우정, 다음엔 은하 저쪽에서 만날까“

이 정도면 가히 신선이다. 스스로 귀양 온 신선이라고 하였지만, 현실은 못내 답답하고 아팠을 것이다.

자연을 벗 삼아 술로 한을 달래지 않았나 생각된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작가의 마음이 어렴풋이 읽혀지더라.

마치 붓글씨처럼 자유롭게 그어진 달의 흔적은 풍류에 앞서 작가의 의지 같은게 느껴지더라.
뒤틀린 현실에 가슴이 미어져, 자신이 몸 담아 온 사진판부터 바로세우고 싶었을 게다.

지난해에는‘최민식사진상’대상수상작 문제점을 제기하며, 친구였던 수혜자를 강력하게 비판한 일도 있었다.

그래서 신이나 다름없는 달을 마음대로 움직여, 잘못된 세상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 표출도 숨어 있을 것 같았다.

나아가, 자연과 더불어 사람답게, 그리고 세상을 자유롭게, 재미있게 살라는 말 같았다.

바로 갑이 없고 을이 없는 대동 세상을 만들어, 신선처럼 함께 놀자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전시는 14일까지 이어진다. (갤러리 나우 02-725-2930)


사진, 글 / 조문호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 60*60cm, 디지털프린트, 2016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 60*60cm, 디지털프린트, 2016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 90*150cm, 디지털프린트, 2016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 70*70cm, 디지털프린트, 2016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 70*70cm, 디지털프린트, 2016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 70*70cm, 디지털프린트, 2016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 120*70cm, 디지털프린트, 2016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 90*150cm, 디지털프린트, 2016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 66*110cm, 디지털프린트, 2016

내가 저 달을 움직였다 70*70cm, 디지털프린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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