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장보러 간 애편내 덕으로 이틀 동안 독수공방 했다.
내일 정선가려 꼼짝 않고 밀린 일만했으나, 오늘은 아침부터 서둘렀다.
일요일과 현충일이 겹쳐, 미루었던 곽명우씨 전시에 들리기 위해서다.

강남역에 내려 ‘스페이스22’에 들렸더니, 지킴이 한 명만 있었다.
또 늦어 버렸다. 조용한 전시장에서 혼자 사진을 살펴봐야 했는데,

사진에는 온통 반가운 이들로 가득했다.
여지 것 많은 사진전에 다녔지만 그토록 꼼꼼히 살펴 본적은 없었다.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분도 있었지만, 사진에서 많은 분을 만나며, 아련한 추억에 빠져 들었다.

전시장은 곽명우씨의 십 여 년 노력의 결실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예술지상주의에 빠져, 허구의 이미지만 양산하는 세태를 무색케 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그 기록들은 바로 한국의 사진사였다.

전시된 사진들은 사진가들에게 사진하는 의미를 되묻게 했다.
현실이 배제된 채, 소통되지 않는 사진들만 판치는 세상 아니던가?
작가를 내 세우는 사진은 많았지만, 이런 겸손한 사진전은 없었다.

본질에 대한 직관적 관찰을 중시하는 곽명우의 사진은 정직했다.
스트레이트 사진의 정수를 보여주는 그의 사진은 연출이나 트릭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직관과 정확한 묘사만 있지, 개인의 주장도 없다.
작가적 권위마저 버린 곽명우의 사진은 ‘작가는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폼만 잡는 얼치기 사진가들이 곽명우 사진에 한 방 먹은 것이다.
세월이 지난 먼 훗날, 대부분의 사진이 쓰레기가 되어도 곽명우의 사진은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빠졌는데, 곽명우씨를 비롯한 여러 명이 올라왔다.

곽명우씨에게 밥 한 끼 사려는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모두들 반가웠다.
이경자, 이은숙, 이혜숙씨를 비롯한 ‘스페이스22’의 미녀 운영위원들이 여럿 올라와 모처럼 꽃밭에서 놀았다.

커피도 마시고, 기념사진도 찍고...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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