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대부도로 떠나는 아름다운 동행에 함께하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지난 17일 오전 9시에 출발하여 오후5시에 끝나는 대부도 생태관광은 동자동 이웃에게 모처럼 주어진

행복한 소풍길이 되었다.



 


서울노숙인시설협회에서 주관하는 아름다운 동행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진행했는데,

노숙인 문화활동지원사업 일환으로 추진된다고 한다.

동자동 주민이 노숙인은 아니지만, 방세 못 내면 길거리에 나 앉아야 하니 노숙인 후보에는 들 것 같았다.

사실, 노숙인들이 소풍 갈 만큼 심적으로 여유롭지 못할뿐더러, 그들을 인솔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소풍 길에 오르게 되었는데, 생전 처음으로 시화호를 찾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재화씨를 비롯하여 정용성, 이홍렬, 송범섭, 이배식, 김장수, 이원식, 김정길, 김정심, 김유례, 문규도씨 등

반가운 이웃 30여명이 나와 있었다.



 


다들 모처럼의 외출이라 말끔한 차림으로 나왔는데, 강남 부자촌에서 왔는지 쪽방 촌에서 왔는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옷만 잘 입으면 신분까지 격상되어 보이는데, 난 그게 잘 안 된다.

옷 잘 입은 거지가 밥도 더 얻어 먹는다는 옛 말처럼 나도 윗도리 하나 장만했으나 어울리지 않았다.

폼 좀 내려다 얼마나 떨었는지, 구입한지 이틀도 안 되어 벗어 버렸다. 아마 새 옷 체질이 아닌 것 같았다.



 


서울역쪽방상담소직원이 버스에 올라 하루의 일정을 안내했는데, 엊저녁 잠을 못자 꾸벅꾸벅 졸리기 시작했다.

눈을 떠 보니, 벌써 안산에 진입하고 있었다.

대부도를 가기위해 시화방조제를 건너가는데, 차창에 펼쳐 진 넓은 바다에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강원도에서 보았던 풍력발전기도 돌아가고 있었다.



 


안산 시화나래 조력문화관에 도착해 75미터 높이의 달전망대에 올라가는 것이 첫 코스였는데,

엘리베이터가 10인승 한대 뿐이라 좀 기다려야 했다.

동자동에서 온 버스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쪽방촌 사람들도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조력 발전의 원리와 달과 물, 생명, 에너지를 이해시키는 체험형 전시물도 둘러보았고,

전망대에서 360도 파노라마 투명 유리바닥을 내려다보는 아찔함을 맛보기도 했다.

그 곳에서 시화호 조력발전시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 조력발전소는 연간 5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가 아니던가.



 


점심을 먹기 위해 대송습지에 있는 연하연에 들렸는데, 아침에 급히 먹은 빵에 체했는지, 도통 입맛이 없었다.

마침 이원식씨가 감추어 온 소주 한 잔을 마셨더니, 속이 좀 풀렸다. 역시 술은 약이었다.



 


오후에는 시화호와 탄도호를 끼고 탄도방파제를 지나갔다.

대송습지에는 갈대와 해오라기, 백로, 고니 등 수많은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난 사람은 좋아 하지만, 새는 좋아하지 않아 사진은 한 장도 찍지 않고 구경만 했다.

그런데 안내원의 퀴즈가 재미있었다.

새 중에서 제일 무서운 새가 뭔지 아십니까?’ 물었는데, 대뜸 짭새라는 정답이 돌아왔다.



 


이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묘기로 탄성을 일으키게 하는 동춘서커스관람도 있었다.

오랜 향수에 가슴 설레기도 했으나. 그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기예는 더 세련되었지만, 사람 냄새나는 풍류가 없었다.

풍악과 함께 웃기기도 울리기도 했던 곡예 뒤에 펼쳐지는 극이나 가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기야, 요즘 젊은이들이 잘 모르기도 하지만, 그들은 풍류보다 기예에 더 관심이 많을 테니까...



 


아무튼, 쪽방 사는 덕택에 좋은 구경을 했는데, 왜 주민들의 참여가 적었을까

 기껏 방에 앉아 티브이나 보고 있을 텐데,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더구나 한국사람 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짜가 아니던가.

아마 마음이 각박하다 보니 문화에 대한 관심마저 멀어졌나보다.


동네방네 나발 불어야 겠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서로 갈려고 줄서도록 만들어야지... 



사진, 글 / 조문호






























































이제부터 70년 전통을 가진 한국 곡예사의 자존심이라는 동춘서커스’로 안내합니다..
























































난, 오래전부터 생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울 엄마가 살아 계실 때는 하는 수 없어 생일상을 차렸지만,
돌아가신 후로는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이 살 던 정영신씨와 늘 부딪히는 문제인데,
작년에는 정영신 장터 사진전과 연결해, 억지 칠순잔치도 벌였다.




페이스 북에서 생일축하 메시지 받기조차 송구스러웠다.
그러나 이번 생일을 기해 나쁜 습관 하나 바꾸기로 작정했다.
똥 누는 화장실 옆에서 설거지하는 게 싫어, 일 년동안 밥 한 번 해먹지 않고,
교회에서 나누어 주는 노숙자들 빵 뺏어먹으며, 일회용으로 살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배 속에 똥을 잔뜩 넣어두었는데,
똥통인들 설거지 못할 것이 없었다. 그래서 밥해먹기로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9월4일 생일에 맞추어 쪽방상담소에서 밑 반찬 표를 나누어 주었다.




삼개월간 열 차례에 걸쳐 나누어 주는 ‘밑반찬 지급 확인서’였는데,
처음 받는 일이라 30분전에 나갔으나, 모두 나와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250명 선착순으로 준다니까, 다들 일찍부터 나온 것이다.




가구별로 신청 받아 조금씩이라도 골고루 나누어주는 방법은 없을까?
무슨 똥개 길들이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한 시간씩이나 땡볕에 세워 구워야 하나?
늙은이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시간을 조금이라도 당기면 될텐데,
기어이 오전10시를 채워 쪽지를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여지 것 ‘한강교회’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주는 빵 배급은 줄을 서 보았지만,
반찬배급은 처음이었는데, 노숙자들이나 모르는 분이 많던 빵 배급에 비해,
반찬배급은 주민들이라 대부분 아는 분들이었다.



김정호, 송범섭, 강병국, 이재화, 유한수, 정재헌, 김정길, 김원호씨 등
반가운 분도 많이 만났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 한 쪽에서는 막걸리를 마시는 분도 계셨다.
다들 질서를 잘 지켜 11시경에 끝났는데, 못 받은 분은 없는 것 같았다.




‘밑반찬 지급 확인서’라고 적힌 쪽지에는 열 군데의 확인란이 있었는데,
'한강교회'에서 나누어 준 빵 배급표와 비슷했다,
이제 빵은 받지 않기로 했으니, 노숙자 신세는 면한 것 같았다.
어떤 밑반찬을 줄지 궁금했으나, 처음 나누어 주는 7일이 기다려졌다.




오후에는 정영신씨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이 생일이니 저녁식사라도 함께하자는 것이다.
시간 맞추어 녹번동에 갔더니, 조촐하지만 최고의 생일상을 차려 주었다.




지난 번 정선에서 갖다 준 ‘메이드 인 만지산’으로 밥 반찬을 만들었더라.
7년 전 심은 도라지 한 뿌리를 캐 주었는데, 거짓말 좀 보태 어린애 팔뚝만 했다.
술은 지난번 김남진씨가 동자동에서 파티하라고 준 ‘MIXX TAIL’이 있었다.
개복숭아 효소에 칵테일해 마시니 맛이 죽였다.




이런 저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해가며 마셨더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동녘이 밝아 오는 것 보고 잠들었으니 보나 마나지만, 죽어도 좋았다.




삼일 뒤에는 쪽방상담소에 밑반찬 받으러 갔다.
밥차에서 문규도, 송범섭씨가 나누어 주고 있었는데.
나누어 주는 밑반찬은 우엉조림과 닭고기, 두 가지 였다.



일회용 밥 한 개와 음료수 하나도 끼어 주었다.
한 두 끼 먹으면 끝날 반찬으로, 밑반찬이라 하기엔 좀 그랬다.




“제발 잔소리 말고, 주는 대로 받아 쳐 먹어라”
감히 거지 주제에 어따 대고...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