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활동하는 사진가 양승우 마오 부부와 고정남씨가 내가 사는 동자동 쪽방을 방문했다.

시간에 쫓겼기도 했지만, 방이 너무 넓어 네 사람이 다 들어가지도 못한 채, 문 열어놓고 방만 쳐다보아야 했다.

차 한 잔도 대접하지 못하는 것이 신경 쓰였지만, 4층 꼭대기까지 찾아 주니 고맙기 그지없었다.

공교롭게도 그들과 함께 오겠다는 고정남씨의 전화를 받기 전에 양승우 부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제 저녁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린 양승우 마우 부부의 행복한 사진일기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를 보며

사랑놀이에 너무 감명 받았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소소한 아름다움에서 최고의 가치를 찾아냈더라.

먼 곳에 있는 허구의 예술을 쫓는 많은 사진 인들에게 이것이 사진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엊저녁엔 양승우 마오 부부가 보여 준 사랑이란 단어를 오랫동안 생각하다 잠들었다.

어느 한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그 깊고 넓고 오묘함에 대하여...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이 사진전은 꼭 한 번 볼만하다.
사진의 가치는 말할 것도 없고, 사랑에 대해 다시 돌아다 볼 절호의 기회다.


















이 삭막하고 추운 세상에, 따스한 봄 내 살살 풍기는 사진전 하나 열리고 있다.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는 양승우 마오 부부의
행복한 사진일기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다.







지난 16일 사진전 열림식에 갔는데, 전시장을 마치 화사한 신방처럼 꾸며놓았더라.
양승우씨가 직접 나서, 연분홍 빛깔로 전시장을 다시 단장 했단다.
전시장 입구 사진에는 아내를 알고 처음으로 벚꽃이 아름답게 보였다는
사진가 양승우의 청춘고백도 적혀 있었다.







찍은 사람도 좋지만, 사진들이 너무 좋았다.
사랑, 사랑, 사랑, 쉼 없이 말들은 하지만, 이보다 구체적인 사랑은 없다.
백 마디의 미사여구나 수많은 사랑의 시들도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랑의 장난기가 하나도 정제되지 않은 채, 살아 날 것으로 꿈틀거렸다.
계산하지 않고, 그냥 둘이서 사랑하며 놀며 찍은 것이다.







사진으로 남기는 기록은 놀이에 가깝다는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의 글을 옮겨왔다.


“지금 하는 이 전시는 바로 신혼 생활 첫 3년 핑크빛 나날에 대한 기록이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건 기록이 아니고 놀이의 흔적이다.

사랑놀이,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가슴 떨리고 가슴 저미는 그 사랑놀이 말이다.

사진은 이런 게 좋다. 글같이 무겁지 않아, 가벼워서 좋다.

굳이 예술의 창의성을 쥐어짜면서 작품의 경지에 올라간 것들도 있으나

이렇게 둘이 놀면서 가볍게 찍다가 예술의 경지에 올라간 것도 있다.

이건 사진으로만 닿을 수 있는 작품의 경지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 놀면서 안고 만지고 찍어주는 것 이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이 과연 있을까?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예술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사진가 김문호씨는 전시를 보고나서 가슴 한켠에 늘 남아있는 그리움을 뒤챘다며,

“수채화로 그려낸 쌉싸름한 단편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

잘 다듬어진 일본의 하이쿠 한 수를 읽는 것 같은 담백함..”이라 적고 있다.







이런 저런 가식 없이 살아가는 해맑은 모습 속에 눈에 띄는 풍경 사진 한 장 있었다.
담장 밖으로 붉은 꽃들이 떨어진 장면인데, 많은 이야기가 담긴 담백한 시처럼 느껴졌다.

양승우는 “결혼을 하면서 동시에 인생의 꽃은 다 떨어진다”고 말했다.

사진 한 장으로 사랑을 다 담았으니, 이게 시가 아니고 뭐겠는가?

삶의 소소한 아름다움에서 찾은 가치라 여운이 길었다.






그날 열림식에 너무 늦게 갔더니, 전시장에는 양승우, 마오 부부를 비롯하여

김남진관장과 정영신, 곽명우씨 등 몇 분만 남아 있어, 사진들은 꼼꼼히 볼 수 있었다.





뒤풀이에서 눈빛출판사 이규상, 사진비평가 이광수, 사진가 김문호, 김보섭, 엄상빈, 정진호,

이정환, 석재현, 성남훈, 박찬호, 고정남, 남 준, 한금선, 최근모, 박신흥, 안세홍, 안해룡씨 등

많은 사진인들을 만나 두 내외의 알콩달콩 깨 쏟아지는 사진전을 축하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이 사진전은 25일까지 갤러리 브레송(02-2269-2613)에서 열린다.
‘눈빛출판사’에서 양승우 마오 부부의 행복한 일기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 사진집(156쪽 / 값 23,000원)도 출판되었다





사진가 양승우 마오부부 /사진 정영신






























































사진 / 김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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