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은 용산보건소에서 동자동에 밀집한 쪽방 건물 64개동을 대상으로 빈대방역을 실시했다.

 

내가 사는 4층은 빈대가 발견되지 않아 3층까지만 했는데

스팀 소독기로 방구석 구석을 비롯하여 옷가지와 침구까지 뿌려 바퀴벌레까지 씨를 말릴 것 같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옛 속담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런데, 방역하는 걸 보아서인지 아무렇지도 않던 내 몸까지 가려웠다.

 

사실 빈대가 문제가 아니라 쪽방 빈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건물주 빈대가 더 문제다.

그토록 사유재산 침해라며 난리를 치더니, 공공주택지구내에 거주하지 않는 쪽방 소유주도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되니 조용해졌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착공하여 한창 공사 중이어야 하는데 

그들 때문에 첫 단계인 '공공주택지구 지정조차 못하고 있다.

2 7개월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던 공공개발의 실마리는 푼 셈이다.

 

  쪽방촌 공공주택 사업의 보상 확대 내용을 담은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이달 중에 열릴 본회의 문턱만 남았다고 한다.

 

  그 개정안은 쪽방 밀집 지역을 포함한 공공주택지구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에게 

현물보상  '아파트 분양권을받을  있도록 하는 특례 내용이 담겼다는 것이다.

 

  공공주택이 성사되어도 입주하려면 아직 몇 년이 더 걸릴지 몰라

죽기 전에 입주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제 마음편이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속히 공공임대주택이 마련되어 다들 다리 뻗고 잘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 / 조문호

 

 

또 다시 겨울이 다가오고 한 해가 지날 채비를 하지만,

동자동에 짓기로 한 공공주택은 어떻게 되었는지 감감소식이다.

 

뉴스에는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고 메가시티가 건설된다는 등

온통 정치 모리배들의 표몰이 바람에 시끌벅적하지만,

동자동공공개발은 공표한 지 몇 년이 지나도록 첫 삽도 뜨지 않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입을 다물고 있을까?

전세사기 대책이나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 등 눈앞에 닥친 일도 한둘이 아닌데다,

윤석렬 눈치 보느라 어느 것 하나 소신대로 하는 일이 없다.

 

  그와 달리 약자와의 동행을 시정목표로 삼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좀 다른 것 같다.  

지난 달 동자동 온기창고개장식에서 동자동공공계발을 공개적으로 약속했지만,

동행식당, 동행목욕탕, 온기창고 등 빈민들 피부에 닿는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의 집무실 한쪽 벽에는 약자와의 동행이란 글귀가 붙었는데,

그 글은 동자동 장애주민 윤용주씨가 써준 붓 글이었다.

 

국토교통부에서 깔고 앉아 어쩔 수 없이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국토부를 재촉해서라도 하루속히 성사시켜 줄 것을 촉구한다.

 

  그제는 동자동에도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거리에서 노숙하는 자들은 다들 어디로 피했는지,

비에 젖은 이불만 어지럽게 늘려 있었고, ‘새꿈공원에는 비둘기들이 먹이를 찾고 있었다.

사람들조차 만 날 수 없는 비 오는 날의 한가한 동자동 풍경이었다.

 

  비가 그친 다음 날은 채남규씨가 머무는 경기여인숙부터 잠시 들렸는데,

몸이 아파 공공근로에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보살펴 줄 사람 없는 쪽방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큰 일이다.

 

  거리에는 곳곳에 젖은 이불을 말리고 있었다,

노숙인이 머무는 자리에는 누가 버렸는지 매트리스가 깔려있었다.

 

  거리에서 임백수씨와 유정희씨를, 공원에서는 박소영씨와 황춘화씨를 만났다.

임백수씨와 황춘화씨는 만나 본 지가 한 참되었다.

그동안 왜 그리 나오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두 사람 다 술을 끊었단다.

사람들과 어울리면 술 마시게 될까 염려되어 방에서 꼼짝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들 몸이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해 금주를 했겠지만,

술 때문에 아들까지 잃은 황씨로서는 큰 결심을 한 것 같다.

 

  대개 보이던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이사를 갔거나 교도소에 간 경우였는데, 이젠 금주로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다들 방에서 티브이만 끼고 사는데, 술을 끊을 수 있었던 그 비결이 궁금했다.

 

  건강은 물론 돈까지 절약할 수 있으니 도랑 치고 게 잡는 일이 아니던가?

나 역시 술과 담배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라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다.

 

  모처럼 술 마시지 않은 황춘화씨를 만나 초상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뒤늦게 나온 양인숙씨도 초상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찍은 초상사진 대부분이 남자들이라 고맙게 받아들였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면 오갈 데 없는 노숙인들이 걱정이다.

다시서기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노숙인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술을 끊지 못하는 알콜 중독자들은 어쩔 수가 없다.

 

  하루속히 약자들이 살 수 있는 주거부터 해결해 주기 바란다.

 

사진, / 조문호

 

 

 

 

정부에서 마련한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제도개선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동자동 건물주들의 조직적인 방해로 들어보지도 못한 채 산회되고 말았다.

 

이건 명백한 공무집행방해가 아닌가?

그리고 공공주택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빈민들의 애타는 마음을 짓밟고, 알 권리를 막은 범죄 행위에 다름 아니다.

 

여지 것 민간 개발하여 같이 살자며 알랑방귀 뀌어가며 회유할 때는 언제고, 이젠 개발안 자체를 뒤집으려고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마치 가난한 사람의 피를 더 빨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흡혈귀 같았다.

 

가난한 자들의 피만 빨아 먹는 게 아니라 마지막 남은 꿈도, 아니 빈민들의 영혼까지 말살하려는 짓거리다.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지난 24일 갈월동 주민 센터에서 쪽방촌 공공주택 특별법 제도개선 내용을 설명한다는 벽보가 나붙어, 새꿈공원’으로 갔다.

봄기운이 만연한 공원에는 많은 주민들이 몰려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김정호이사장은 주민들을 불러 모아 설명회장에 가기 전에 주의사항을 알리고 있었는데,

한 마디로 열 받아 싸우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 설명회 장소가 갈월동사무소에서 모르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리가 아파 잘 걷지도 못하는데, 일행 따라 통일로에 있다는 한일빌딩까지 걸어 갈 수밖에 없었다.

 

공공개발을 기어이 관철시키고 말겠다는 주민들의 결연한 의지는 발걸음도 당당했다.

 

함께한 사람은 김정호이사장을 비롯하여 선동수, 박승민, 윤용주, 김호태백광현정대철최갑일조인형김장수정재은, 전도영, 박종근씨 등

30여명은 족히 넘는 것 같았다.

 

목적지인 건물입구에 당도하니, 어떤 남정네가 지켜 선 경찰들에게 괜한 시비를 걸고 있었다,

빈민도 아닌 사람이 쪽방촌 빈민 행세를 해가며 경찰출동을 나무라는 꼬락서니를 보니, 아무래도 그 날 일이 심상찮을 것 같았다.

 

활동가들이 준비해 온 현수막을 확인하는 등의 전열을 정비하여 8층 설명회장소로 올라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지주들이 동원한 것 같은 사람들이 설명회장 대부분의 좌석을 점거하여 공공개발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성토장이 되어 있었다.

 

동자동에 거주하는 땅주인 집주인이 이렇게 많은 지도 몰랐지만, 빨간 조끼를 입은 조직적인 동원이 더 웃겼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듯이, 제발 사람 망신 그만 시키고 본 모습으로 돌아가라.

 

동자동사랑방주민들도 가져 온 현수막을 붙이려 하자 현수막을 못 걸도록 고함지르며 방해했다.

아마 싸워서 난장판을 만들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쪽방촌 빈민들은 다들 뒷자리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피켓을 들고 설명회 시작되기만 기다렸으나, 너무 시끄러워 귀를 막아야 했다.

아무도 대응하는 사람이 없으니, 쪽방 주민 행세를 하며 나타난 한 사나이가 시비를 걸어 회의장을 싸움판으로 몰아갔다.

 

갖가지 못된 짓은 다하는 걸 보니, 아마 전문 몰이꾼을 끌어들인 것 같았다. 

출동한 경찰의 제지마저 소용 없었고, 오후3시부터 시작하려던 설명회는 4시가 되어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날의 설명회는 취소되어 다음 기회로 미루어지고 말았다.

 

동자동 쪽방촌 재개발을 위한 주민모임도 세 곳이나 된다.

민간개발을 원하는 지주 모임인 동자동 주민대책위와 공공개발 밖에 방법이 없다는 지주모임 서울역공공주택주민대책위’, 그리고 쪽방 세입자들의 모임인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으로 나뉘어져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역공공주택주민대책위의 주장에 따르면 민간개발을 주장해온 동자동주민대책위측에서 2년 동안 정부의 발목만 잡고 주민 간의 갈등만 증폭시키며 지역개발은 하나도 실현한 것이 없다는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민간개발안을 신청했으나 검토과정에서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되었다며, 더 이상의 민간개발안은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공공개발을 하되 지주들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는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자동주민대책위에서는 국토부에서 주관하는 설명회를 막지 못하면 공공개발이 진행될 것이라고 착각하여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아무리 보수정권에서 가진 자 편을 들어준다 해도 세상에는 될 일이 있고 안 될 일이 있는 것이다.

 

동자동은 다른 지역과 다른 특수성으로 공공개발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국토부에서 주관한 관변기관 미팅 역시 공공개발이다. ‘민간개발이다 를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동자동주민대책위로 인해 지연되어 온 정책의 정상적 진행과정일 뿐이라고 했다.

 

이제 더 이상 동자동공공개발을 미루거나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국토부는 당장 지구지정을 실시하여 빈민들의 걱정부터 덜게 하라.

 

사진, / 조문호

 

 

창문 없는 쪽방은 사람 살 곳이 아니다.

햇볕 구경은커녕, 바퀴벌레나 쥐가 서식하기 좋은 구조라 사람이 살 수 없다. 죄 지은 사람이 갇혀 사는 교도소도 창 없는 감방은 없다.  벼랑에 몰린 빈민들은 창 없는 쪽방이라도 따질 겨를이 없다. 그들은 창이 있느냐 없느냐 보다 방세가 한 푼이라도 싸냐 비싸냐 부터 따지니,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창문이 있고 없음에 따라 방세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삶의 격이 달라진다.

중세 유럽에서는 창의 숫자로 세금을 매겼다니, 창이란 오래전부터 부를 가늠하는 기준이며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동자동 쪽방도 창이 있으면 26만원에서 30만원 이고, 없는 방은 20만원에서 18만원까지 방세가 달라지니 창이 바로 돈인 셈이다. 지하방이나 쪽방마저 창에 따라 삶의 등급이 나뉘는 것이다.

 

창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

열고 닫는 방법에 따라 들창, 여닫이, 미닫이, 벼락닫이, 붙박이로 구분되고, 막아버리는 봉창까지 합하면 그 종류가 많기도 하다. 내가 사는 쪽방 창문은 미닫이지만, 창의 기능을 반 밖에 하지 못하는 구조다. 옆 건물의 봉제공방 창과 붙어 있어 서로의 사정을 훤히 드려다 보고 살지만, 햇볕 구경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공기는 통해 담배연기 빠져나가는 대는 아무 지장이 없다. 한 달 방세는 23만원인, 입주한지 칠년이 가깝도록 한 번도 방세는 올리지 않았다. 4층까지 오르내리기가 불편해 찾는 사람이 없는지, 관리인이 봐주는 건지 모르겠다.

 

가난한 빈민들은 창문 없는 창고 같은 골방도 감지덕지하며 살지만,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공간을 제공하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 아니던가? 2년 전에 발표한 동자동 공공개발을 더 이상 깔아뭉개지 말고 지구지정부터 실시하라. 튀르키에 난민구제에 팔을 걷어 부치듯, 짐승처럼 살아가는 국민들의 삶도  살펴다오. 다시 한 번 조속한 동자동 공공개발을 부탁드린다.

 

"히말라야 산골 사람들은 창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하얀 설산이 내다보이는 창 하나 새로 내달고는 온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하루 종일 잔치를 벌인다 / 창은 신성하다. 창은 햇빛과 바람이 들어오고, 달빛과 별빛이 스며들고, 새소리 빗소리가 넘어오는 곳이다

[김홍성시인의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 부분 ]

 

사진, / 조문호

 

 

난방비 지원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

한파에 모든 것이 얼어붙은 쪽방촌 빈민들의 삶은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한다.

2년 전 공공개발 발표로 철거될 건물이라 손을 놓은 건물주와,

그들의 눈치만 보는 정부 사이에서 쪽방 빈민만 죽을 지경이다.

 

꽁꽁 얼어붙은 쪽방, 식수마저 얼어...

낡은 건물은 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방안에 물이 얼어버리는 열악한 조건에서 전기장판 하나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틴다. 수도는 얼어 터져 바닥과 계단은 빙판이 되어 버렸고, 벽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지만, 건물주들은 남의 일처럼 나 몰라라 한다.

 

건물주들은 대부분 다른 곳에 살며 관리인을 통해 방세만 꼬박꼬박 챙겨가는 돈에 환장한 인간들이다.

그런 비인간적인 건물주들의 눈치를 보며, 국토부에서 발표한 공공개발을 2년이 넘도록 깔아뭉개고 있는 정부를 어찌 정부라 할 수 있겠는가?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고 빈민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를 인상한다는 생색을 내지만,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건물에 무슨 에너지 바우처가 해당되며, 가스가 들어온다 해도 여러 장벽에 걸려 혜택을 보지 못한다. 건물주들이 도시가스 요금과 전기요금을 턱 없이 올린 상황이라 빈민들은 차라리 죽는게 낳겠다고 한다.

 

전기장판으로 버티며 난방비 착취 당하는 빈민들

건물 곳곳에 난방비 부담으로 월세를 인상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는데, 월세 인상 폭은 3만 원부터 15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얼핏 보면 적게 인상한 것 같아 보이지만, 쪽방 월세가 20~30만 원 선인 걸 감안하면 인상 폭은 적은 액수가 아니다.

 

그리고 월세와 난방비를 현금으로만 내야 하는 대다수 쪽방주민의 입장에서 바우처 카드는 무용지물일 뿐 아니라, 이런 저런 절차에 걸려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쪽방주민들은 난방비 지불 영수증은커녕, 고지서조차 받아 볼 수 없다.

건물주가 내라면 낼 수밖에 없는데다 그것도 현금으로만 내야 하니,

난방비를 지출했다는 걸 증명할 방법이 없다.

 

1인 가구와 무연고자가 많은 쪽방주민은 수급자가 되어도 본인이 장애인이거나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임신 중이거나 분만한 여성이 아니면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에 해당 되지도 않는다.

또한 신청 절차도 매우 까다롭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난방비를 현금이 아니라 바우처 카드로 지급한다.

한국전력, 서울도시가스 등 에너지공급사가 요금이 감면된 고지서를 발급하고 나면 그 고지서 내용에 따라 바우처 카드로 결제 하는 식이다.

 

건물주들은 건물이 얼어붙어도 난방비를 현금으로만 착취하는 돈 벌레들이다.

한 번도 따뜻하게 지내지 못했지만, 난방비 폭탄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 에너지바우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난방비 지원으로 쪽방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은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용산 대통령 청사 앞에서 쪽방 공공개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열어..

지난 7일 오전 11,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쪽방 공공개발을 촉구하 기자회견이 열렸다.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 동자동사랑방,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빈곤사회연대. 홈리스주거팀 등 16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에너지 바우처를 반납하고,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라며 정부의 무능을 성토했다.

 

동자동사랑방’의 김호태씨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은 동자동주민협동회김정호이사장, ‘양동쪽방주민회박종만위원장,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백광현 부위원장, ‘민주노총서울본부이현미 수석부본부장, ‘민달팽이유니온지수위원장, ‘기후정의동맹서린 집행위원, 동자동 주민 최갑일씨 등 여러 명이 발언에 나섰다.

 

 ‘동자동주민협동회 김정호이사장은 정부와 서울시가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을 발표한 지 2년이 지났건만, 지금까지 첫 단계인 지구지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난방비 지원보다 공공개발에 의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쪽방을 적정 주거로 변화시키는 것만이 난방비 문제를 포함한 쪽방 주민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바우처는 빛 좋은 개살구

동자동에서 11년 거주한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백광현씨는 바우처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했다. ”나는 작년까지 64세라 한 번도 못 받았어요. 올해 65세가 돼서 아 나도 이제 받을 수 있겠다싶어 동사무소에 갔더니 영수증 가져와라’, ‘계량기 확인해 와라 이래요. 바우처 이거 믿지 마세요. 주지도 않지만, 힘들게 얻는다고 해도 달라지는 거 없습니다. 끝까지 투쟁해서 공공개발이 이뤄져야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맨 날 뉴스에 우리 사는 거 나오고, 정부는 어려운 사람 도와준다는 헛소리만 하네요, 어렵게 사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가 도대체 뭘 도와줬습니까? 쪽방주민들 도와주는 방법은 공공개발 뿐입니다

 

지난 1월 말, 여러 언론에서 꽁꽁 얼어붙은 동자동 쪽방촌 사진을 일제히 내보냈다.

일명 얼음 계단으로 쪽방촌 건물이 통째로 얼어 계단과 바닥 전체에 빙판이 깔렸고,

난간 곳곳에 고드름이 매달린 사진들을 게재하며 동자동 빈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보도했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활동가는 요즘 쪽방건물에 매일 기자들이 오는데, 언론은 한파 때만 쪽방의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사람이 사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적절한 난방은 생존권이다

기후정의동맹서린씨는 주거권 보장이 곧 기후정의라고 강조했다. “적절한 난방은 생존권이다. 적정한 가격에 난방을 땔 수 있어야 사람이 살 수 있다. 이제 에너지는 기본권이자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공공재다. 난방비 지원으로는 결코 에너지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적정한 주거공간을 제공해야만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 쪽방촌 에너지 문제의 근본 방안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공공주택을 쪽방주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만 난방을 때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주거공간 마련을 위해 공공개발 지구지정을 지금 당장 추진해야 한다. 쪽방주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 계획 발표 2년, 신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문도 낭독되었다.

적정 주거가 답이다! 난방비 말고 내놔라 공공임대!’ 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기자회견문은 지금까지 민간주도로 이뤄진 쪽방 개발은 쪽방주민 축출의 역사였다.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은 이와 같은 폭력과의 단절이자 정책적 속죄라는 가치가 있다. 또 다시 제어되지 않는 소유주들의 불로소득의 탐욕에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이 소멸하는 비극은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국토교통부가, 정부가,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그리고 백광현씨를 비롯한 주민 네 명이 나와 에너지 바우처 난방비를 반납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동자동 주민으로는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김정호이사장을 비롯하여 김호태, 선동수, 백광현, 정대철, 최갑일, 조인형, 김장수, 박종근씨 등 20여명이 참여했다.

 

기자회견장 앞에는 '재난의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동자동 쪽방 사진전’도 열렸다. 

주민들이 찍은 사진에는 낡은 건물구조와 한파로 피해를 겪은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사진,  / 조문호


동자동 공공주택 지구지정, 지금 당장 추진하라!

난방비 말고 주거권 보장, 공공주택사업 시행하라!

 

한 사람이 간신히 올라 갈 수 있는 건물 입구에 앉아 바람을 쐬고있다. 옆에는 공공개발을 반대한다는 건물주의 붉은 깃발이 걸려있다.

동자동 쪽방촌으로 옮겨 온지도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젠 쪽방살이에 제법 익숙해 졌으나, 한여름만 되면 여전히 곤욕을 치러야 한다.

낯 시간에는 길가에 자리를 펴거나 시원한 곳을 찾아 떠돌지만, 밤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다들 해수욕장 처럼 옷을 벗고 사는데, 우리 층에는 여성이 있어 방문도 열어두지 못한다.

선풍기로 잠을 청하지만 밤새도록 후덥지근한 바람을 쐬니, 아침이면 얼굴이 퉁퉁 붇는다.

생지옥이 따로 없으나, 스스로 자청한 일이라 누굴 원망하랴?

 

내가 사는 쪽방을 ‘관사 403호’라 부른다.

정부에서 주는 주거비로 사용하니 관사가 아니겠는가?

한 층에 아홉 개의 쪽방이 다닥다닥 붙은 오래된 건물이라 요상한 냄새마저 풍긴다.

나야 몸에 배어 잘 느끼지 못하나, 찾아 온 손님마다 코를 컹컹거린다.

냄새를 잘 맡는 정동지 말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냄새란다.

오래된 목재건물의 퀴퀴한 냄새와는 또 다르다며 거지촌 냄새라고 못 박았다.

 

고장난 컴퓨터 손 봐주러 온 정영신 동지

계절적 이재민을 양산하는 쪽방은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보다 못하고, 교도소 독방보다 못하다.

여름에는 찜질방 같은 방에서 땀을 뻘뻘 흘려야하고, 겨울에는 차거운 냉골에 떨어 감기를 달고 산다.

최저 주거기준인 4평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1.5평 남짓한 쪽방이라 한 몸 누우면 꽉 찬다.

그 좁은 곳에 쥐와 바퀴벌레까지 함께 살아야 하니 더 이상 무슨말을 하겠는가?

 

코 구멍만한 방이지만, 이불을 깔면 침실이 되고, 라면을 끓이면 주방이 되고,

자판기를 두드리면 작업실이고, 컴퓨터로 영화를 보면 거실이 되는 요술 방이다.

창문이 하나 있으나 옆 건물과 붙어 있어 햇볕은커녕 비둘기 똥만 덕지덕지 붙었다.

 

아홉 명이 사용하는 재래식 공용화장실도 지저분하기는 마찬가지다.

세면장은 물론 설거지까지 하는 곳이라 아침이면 나라비를 서야한다.

요즘은 샤워까지 자주해, 급한 볼일을 보려면 공원 화장실을 찾는게 상책이다.

 

이것이 쪽방촌 사람들이 살아가는 보편적 주거 실태다.

쪽방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임시정거장이 아니라, 늪지대로 전락된 지 오래다.

다들 노숙자 신세를 피해 쪽방에 발을 들였으나, 열에 아홉은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문제는 건물주들의 횡포다.

세입자들의 처지를 악용하여 사람이 살 수 없는 방에 평균 23만원의 선 월세를 받아 챙긴다.

이는 서울 평당 아파트 월세의 5배에 달하는 액수다.

가난한 사람들의 자립을 위해 쓰여야 할 세금과 피땀 흘려 번 빈민들의 돈이 자본가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돈벌레들은 그 돈을 모아 또 다른 건물을 사들이며 탈세를 밥 먹듯이 한다.

 

쪽방건물은 치밀한 먹이사슬 구조로 얽혀있다.

세입자들은 건물주를 볼 수가 없다. 대개 관리인을 통해 모든 일을 처리한다.

건물주들은 등기부 상의 주소지를 허위 신고하여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관리인은 쪽방 일을 맡아 주는 대가로 무료로 쪽방 한 칸을 얻어 산다.

 

보통 쪽방 계약은 구두로 이뤄진다.

'방 있음'이라고 적힌 벽보의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해 계약한다.

정식 부동산 계약서도 보증금도 없다. 최저주거기준을 만족하는 '주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월세를 먼저 내지 못하면 곧 바로 쫓겨난다.

 

동자동에 명기된 쪽방 건물 소유주 124명 중 88명이 쪽방 건물이 아닌 곳에 살고 있다

현 건물주들의 정체는 정치인, 중소기업대표, 강남의 고급빌라 소유자, 인터넷 스타강사,

투기로 쪽방건물을 매입한 청년과 고등학생에 이르기 까지 각양각색이다.

투기목적으로 쪽방건물을 구매했거나 부모로부터 상속 또는 증여받아 건물주가 되었다.

아예 가족 비즈니스 형태로 쪽방건물을 여러 채 매입하여 수익을 올리는 이도 있다.

 

쪽방촌 건물주에게는 평균 한 달에 1.750만원의 수익이 생기지만, 모두 현금으로 받아 세금 한 푼 안 낸다.

벽지가 너덜거리고 비가 새어도 보수 작업을 해주지 않으니, 건물 관리도 걱정할 필요 없다.

무허가 숙박업이라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의 보호를 받지 않아, 여러모로 남는 장사다.

 

더 억장이 무너지는 사실은 쪽방 사람들을 바라 보는 부정적 시선이다.

게으르다는 인식이 만연해, 기초생활수급자를 ’기생수‘라고 줄여 부르며 ’기생충‘ 취급을 한다,

부자가 아닌 서민들조차 정부지원금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빈민들을 손가락질한다.

열심히 일해 돈 벌 생각은 안 하고 가만히 앉아 나라 곳간만 축낸다지만,

대개 일할 수 없는 노인이거나 장애인이 많은 쪽방촌 실정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진짜 기생충은 따로 있다. 비정한 도시에서 부당 이득을 취하는 돈벌레들이다.

피 냄새를 맡은 흡혈귀처럼, 말라비틀어진 자들의 목에 빨대를 꼽고 고혈을 빨아들인다.

그 단맛을 못 잊어, 정부에서 고시한 공공개발을 막으려고 발악이다.

 

'사람나고 돈 낳지, 돈 나고 사람 낳냐'

더구나 공정을 내 세운 정부가 아니던가?

국토교통부는 더 이상 악질 자본가들의 눈치만 보지 말고,

하루속히 동자동 공공개발 지구지정 하라.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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