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몸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더워 잠을 이루지 못해 컴퓨터와 날밤 깠다가 혼이 난 것이다.

다음 날 온종일 곯아떨어져 버렸.

그 전에도 밤샘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으나 이러지 않았는데, 요즘은 하루가 다르다.

 

문제는 그다음 부터였다. 누구한테 얻어맞은 것처럼 맥을 못 추었다.

만사가 귀찮아지니, 사람 만나는 일도 피하게 되는데

온종일 방구석에 처박혀 살아 산송장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하던 일도 멈추거나 줄여 갈 수밖에 없었다.

제일 먼저 그만둔 일은 전시장 돌아다니며 쓰는 전시리뷰 였.

인사동 전시 소개하기 위해 시작된 그 일로 욕도 많이 먹었다.

'대 주고 빰 맞는 격'인데, 이젠 서울 역전 사람들’이나 신경쓰기로 했다.

 

그동안 몸을 추스르는 비방으로 아침 식사 때 소량의 대마 나물을 먹어왔다.

식사가 끝나면, 통증이 서서히 사라지며 행복감에 빠져든다.

매사가 반갑고 고마워, 스스로 행복 중독자라 말해왔다.

한 끼 반찬으로 하루가 행복하니, 이보다 더 좋은 보약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재배가 자유롭지 않아 약 먹듯 매일 먹을 수가 없었다.

정선 만지산에 몇 그루 키워 자급자족했으나,

정선 집이 불난 후로 먼 거리를 오가며 농사지을 형편이 아니었다.

냉동실에 저장된 나물을 야금야금 먹다 보니, 바닥을 보여 불안하다.

 

여태 과음 후나 사람 만날 일이 있을 때만 먹었는데, 특히 숙취에는 직방이다.

먹고 안 먹고의 차이란 흐린 날에서 맑은 날이다.

좋은 약을  마약으로 둔갑시켜 헷갈리게 하는지 모르겠다.

대마성분이 밝혀져 더 이상 사기칠 수도 없는데...

 

세상의 아침에서 출판한 대마초약국에도 소개되었지만,

. 우울증, 뇌전증, 당뇨병 등 50여 가지 질병을 다스릴 수 있는 최고의 약이다.

약용만이 아니라 프라스틱에서부터 종이, 옷감 등 산업용으로도 다양하게 활용되는 천연소재라 

기존 제약회사를 비롯한  재벌들에게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여태 마약의 누명을 뒤집어쓴 첫번째 이유다.

 

혹시 주변에 대마초가 있으면 한 번 시식해 보기 바란다.

시기에 상관없이 대마 잎을 채취하여 끓는 물에 약간 데쳐 저장해 두었다가

먹을 때마다 해동시켜 식성에 맞는 양념으로 무쳐 먹으면 된다.

맛도 좋지만, 몸에 이로운 성분이 너무 많다.

 

그리고 한 곳에 몰입할 수 있는 도취성분까지 맛보려면,

나물을 볶아 열을 가하면 THC성분까지 살아 나 일거양득이다.

다만 도취 성분을 처음 맛보는 경우는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

섭취량은 조금씩 조금씩 스스로 체득할 수밖에 없다.

나의 경우는 반찬그릇에 담긴 양이면 충분했다. 위의 사진처럼...

 

"나는 행복 중독자다.

치료받을 권리도, 행복할 권리도 있다.

대마를 빨리 합법화하라"

 

사진, / 조문호

 

 

 후두둑 떨어지는 빗물이 낡은 봉창을 두드린다.

반가운 손님일까 반색하지만,

덜덜거리던 선풍기가 아니라고 고개 흔든다.

 

장마철은 쪽방살이에 걱정거리를 몰고온다. 

천장에 물이 새어 이불이라도 젖을까 전전긍긍하지만,

다행히 비새는 곳이 없어 한숨 돌린다.

 

시원하게 내리는 장대비가 쪽방 열기는 식혀주지만,

 뼈마디가 쑤시는 골병은 때 만난듯 고개드는구나.

요즘들어 늙어가는 게 하루가 다르다.

 

몸이 편치않아 꼼짝하기 싫지만, 약속 때문에 안 나갈 수도 없었다.

김용철씨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서야 자유로울 수 있었다.

 

'경기여인숙' 입구에서 비 피하던 송범섭씨는 빚쟁이 처럼 독촉한다.

지난번에 찍은 사진은 왜 안 주는 거야?”

한꺼번에 뽑아 줄테니 좀 기다리라고 다독였다.

 

생수 타러 나온 주민들이 서울역쪽방상담소앞으로 몰려들었다.

빗속에 줄 지어 선 모습이 왠지 짠하게 느껴진다.

 

정재은씨를 만나 담배 피우는 중에 반가운 분이 나타났다.

개미 팔자가 아니라 매미 팔자를 타고났다는 기타맨 위씨였다.

 

온몸이 비에 젖었는데, 몸만 젖은 게 아니라 마음도 젖었다.

오늘 새벽에 옆에 살던 양반이 천당 갔어!“

흘러내리는 빗물이 눈물인 양, 슬픈 웃음을 흘린다.

 

어쩌면 편안한 곳으로 갔으니,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살아남은 자들은 비가 추적추적 내려도 긴 줄을 서야 하지만,

모든 원한과 미련을 훌훌 떨치고 세상을 떠났으니, 얼마나 홀가분하겠는가?

 

서울역전은 천국 가는 대기소다.

 

사진,  / 조문호

 

 

 

 

요리 조리 코로나를 피해 다니다 기어이 덜미 잡혀버렸다.

정동지가 먼저 걸려, 뒷바라지 하다 보니 나까지 걸린 것이다.

병원에서 처방받아 녹번동 정동지 집에 함께 격리되었는데,

뼈마디가 쑤시는 고통보다 호흡기가 나빠 숨이 가빠 죽겠더라.

 

금주 금연에다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죽 뿐이고,

둘 다 환자라 덜 아픈 사람이 일할 수밖에 없는 비상사태였다.

좁은 공간에서 몇 날 며칠을 붙어 지내는 호사도 소용없었다.

몸 아픈 것 보다 대선 결과의 실망감과 죄책감에 더 죽을 맛이었다.

할 일은 많았지만 몸이 아프니 컴퓨터도 켜기 싫었다,

 

불쌍하게 보였는지 정동지가 냉동실에 숨겨 둔 대마 나물을 꺼내 볶아 주었다.

반찬 씹는 것 조차 거슬려 대마 나물을 죽에 넣었더니, 맛도 있고 몸도 덜 아팠다.

중요한 것은 하루종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정동지는 책에 파묻혀 힘들게 견뎠으나, 난 자성의 시간을 가지며 여유롭게 지낸 것이다.

 

아픈지 일주일만에 약속이라도 한 듯, 둘 다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출감 기념으로 첫 나들이 한 곳은 연신내 ‘사비나미술관’이었다.

그 곳에서 안창홍씨의 ‘유령패션’이 열리고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 듯 안창홍씨를 비롯하여 이명옥관장 등 여러명이

에콰도르 대사 일행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었다.

얼마 전 에콰도르에서 초대한 안창홍 '유령패션'전에 대한 답례 형식의 방문인 것 같았다.

 

삼개 층에 나누어 전시된 안창홍씨의 수많은 작품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바로 물질문명에 병들어 유령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었다.

코로나에 죽어 가는 오늘의 현실같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나와 모처럼 ‘음암동 돈까스’에 들려 외식하는 시간도 가졌다.

죽다 살아난 정동지를 밝은 곳에서 보았더니, 화색이 진달레처럼 피어났다.

죽을 때가 가까워 헛것이 보이는 줄 알고 눈을 비벼보았으나 사실이었다.

아파 누운동안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더니, 피부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 것 같다

 

대마는 마약이 아니라 약이다.

하루속히 대마를 합법화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

모두 치료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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