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 운현선 기자가 마련한 오찬 모임에 정영신 동지와 함께 갔다.

운기자가 김문경씨와 인사동에서 술 한 잔 하자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들었는데,

지하철한성대역부근에 있는 일식집 스시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며칠 전 받은 것이다.

 

운기자 만나 뵌 지도 오래되었지만, 김문경씨의 근황이 궁금했던 터라 기다려졌다.

약속한 18일에는 정동지 부터 만나기 위해 일찍부터 서둘렀다.

 

지난 주말 헤어질 때, 개도 걸리지 않는다는 여름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것을 보았기에 마음이 걸렸던 터다.

 

쪽방보다 지하철이 더 시원해 30분이나 먼저 나와 지공도사 행세를 했다.

충무로역에서 기다리다 4호선으로 갈아타려는 정동지를 만났는데, 좀 나아진 것 같았다.

 

정확히 시간을 맞추어 약속 장소로 갔더니, 운현선기자를 비롯하여

큰 나무갤러리김문경대표, '실버넷 뉴스' 앵커 김석철기자 등 세 분이 와 계셨다.

 

운현선 기자는 실버넷 뉴스‘Btn news’ 등 여러 매체에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는 분이다.

다들 인사동 전시장에서 뵙기도 했지만,

운기자와 김문경씨는 촬영하러 동자동 쪽방까지 방문해 준 고마운 인연이었다.

 

무슨 일로 바쁜 분들이 한자리에 뭉쳤는지 모르겠으나, 과분한 일식집이라 부담스러웠다.

운기자 이야기로는 지난 년 말 노숙인 길 위에 살다라는 영상물을 시청자미디어재단지원으로 제작했는데,

3‘KBS 열린채널에서 방영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출연료를 전해 줄 겸 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축하해 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뒤늦게 운현선기자가 기획, 연출한 노숙인 길 위에 살다를 보았는데, 어눌한 내 모습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전국적으로 쪽팔린 일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쩌랴!

 

운현선 기자는 기획과 연출은 물론 촬영과 편집, 나레이션에 이르기까지

전 제작과정을 혼자서 해내는 팔방미인이.

 

지난 2월에는 성균관대와 실버넷뉴스의 영상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뻥튀기 아줌마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작년 10월에는 ’95세 마술사 할아버지' 영상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무튼, 과분한 오찬 모임을 만들어 준 것만도 고마운데, 출연료까지 주어 황송스럽기 그지없었다.

출연료 봉투를 열어보지도 않고 정동지 팁으로 주는 호기까지 부렸다.

 

나중에 정동지로 부터 적잖은 돈이 들었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

사진찍는 것보다 광대 짓 하는 것이 훨씬 낫겠더라.

 

덕분에 반가운 분들 만나 기분 좋게 마셨는데, 술이 너무 과한 것 같았다.

낮술에 취한 꼬락서니야 보나 마나다.

 

술 취해 커피숍까지 들렸는데, 여태 사업에 매달려 두문불출한 김문경대표가

내년부터 다른 분에게 맡기고 자유로운 생활을 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다.

 

달마 도사 같은 호쾌한 그의 웃음에 온갖 시름이 사라졌다.

 

아무튼, 반갑고 즐거운 자리를 만들어 줘 고맙습니다.

사회의 아름다운 일을 많이 발굴해, 좋은 일 많기를 바랍니다.

 

사진, / 조문호

 

 

 

하남 미사리 강변에 빵과 예술이 함께하는 멋진 공간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다.

작품을 돌아보며 빵을 먹는다는 생각을 한 지가 일 년이 가깝다.

 

88당 빵집 아저씨는 나의 노숙인 사진전에도 와 주시고, 쪽방 위문공연까지 오셨는데,

이건 사람 사는 도리가 아니지...

 

벼루고 벼르다 드디어 갈 기회가 생긴 것이다.

121일부터 큰나무갤러리’ 3층에서 개막되는 책 표지 그림전에

정영신 동지도 참여하여, 작품을 보내줘야 한단다.

 

하남시 검단산로 349-31’라는 네비 안내에 따라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가까웠다.

‘88당 베이커리’, ‘큰나무갤러리란 간판이 붙은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는데, 이렇게 큰 빵집은 처음 보았다.

건평이 120평이라는데, 4개 층이면 480평이 아닌가?

 

입구에 걸린 최수란씨와 양상훈씨 전시안내문이 반겼다.

3층에서는 최수란씨의 가을의 여정이 열렸고,

4층에는 양상훈씨의 ‘K아트-한지예술초대전이 열렸다.

 

맛있는 냄새가 코를 간질거리는 매장에는 갖가지 빵들이 유혹했다.

 

이렇게 큰 빵집에 빵이 맛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매장이 청결할 뿐 아니라 여기저기 볼거리가 많았다.

 

최수란씨 전시가 열리는 3층에는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벽에는 가을 냄새 물씬 풍기는 최수란씨 그림이 유혹했다.

 

어디론가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4층에서 열리는 양상훈씨 전시는 동화 같은 분위기였다.

한지로 꽃과 정물 등 다양한 형태를 만들거나 디자인한 작품에서,

작가의 자유분방함이나 폭넓은 상상력을 엿볼 수 있었다.

 

작품 보느라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빵집 아저씨 김문경씨가 나타났다.

달마도사 같은 빵집 아저씨는 빵 굽는 일만 아니라

큐레이터 역할에서 부터 작품설치 등 못 하는 일이 없다.

 

매번 초대 작가를 선정하여 섭외하는 일에서부터

설치, 홍보, 판매에 이르기까지, 간단치 않은 일을 잘도 해낸다.

그것도 좋은 작품들만 초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빵과 그림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너무 잘 어울렸다.

빵과 예술은 둘이 아니라, 하나였다.

 

식당으로 옮겨 맛있는 추어탕도 얻어먹었다.

 

최수란전은 이 달 말까지라 끝날 때가 되었지만,

그 자리에 인문학과 그림이 만나는 책표지 그림전시회가 열린다고 한다.

 

작가가 깊은 상상력으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렸다면 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고,

작가의 그림 때문에 책을 사게 된다면 아름다운 유혹이 감동으로 태어나는 순간일 것이다.

 

참여하는 작가는 곽경하, 권순옥, 고두영, 김영란, 김예령,

김정아, 김종렬, 박민성, 송효섭, 서정희, 오태식, 오현주,

임장분, 정영신, 최 연, 최지아, 황은주 씨등 40명이란다.

 

책표지 그림전시는 내년 1월31일까지 열린다.

멋진 작품이 걸린 전시장에서 연말과 새해를 보낸다는 것은

도랑치고 게 잡는 일이나 다름없다.

 

송년회 약속은 ‘88당 베이커리가 있는 큰나무갤러리에서 하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마춤이다.

 

사진, / 조문호

 

 

 

2021.10.7

지난 7일 오전 무렵, 동자동 쪽방에 반가운 손님 세 분이 찾아오셨다.

인사동에서 열었던 ‘어머니의 땅’과 '노숙인, 길에서 살다' 전시 보러 오셨다가

‘유목민’ 골목에서 술 한잔 나눈 인연에 불과한데, 급기야 가까워졌다.

 

김문경씨는 하남에 있는 ‘큰 나무 갤러리’ 대표였고

운현선씨는 '실버넷 뉴스'에 투고하는 프리랜서고

강은영씨는 간호사였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쪽방을 찾아온 계기는

술 마시다 동자동 집에 한번 놀러 오라 했는데, 진짜 오신 것이다.

 

더구나 김문경씨는 하남에 계시는데, 오전에 도착하려면 일찍 서둘렀을 것이다.

뒤늦게 알았지만, 그날이 그분 생신이라 송구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렇다고 쪽방에 접대할 음식은 물론 앉을 자리도 없지 않은가.

세분이 방안에 들어오니 방이 꽉 찼다.

아무것도 없는 방안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포스터나 사진 보느라 시간 보냈다.

 

서둘러 나와서는 골목 입구에 자리잡은 대우식당에 들어가 허기부터 메웠다.

전날 신학철선생 전시 뒤풀이에서 퍼마신 술로 속이 쓰려 죽을 지경인데,

시원한 국물이 들어가니 훨씬 편안해졌다.

옆에 있는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그런데, 밥값은 물론 찻값까지 손님들이 내 버렸다.

아무리 얻어먹는 거지라지만, 몰염치도 이런 몰염치는 없을 거다.

생일선물로 사진이라도 한 장 드리고 싶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을지 모르겠다.

 

우연히 알게 된 인연이지만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지 않던가?

다들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좋은 인연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행복하고 건강한 나날 되십시오.

 

사진, 글 / 조문호

 

 

2021.10.5

보름 동안의 전쟁이 마무리되었다.

연이은 술 폭탄에도 살아남은 걸 보니 목숨이 질기긴 질기다.

전시를 축하해 주고 격려해 주신 많은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정영신씨 전시에 빌붙어 나팔 분 일이 힘은 들었지만 보람은 있었다.

언제 그분들을 다시 만나 회포를 풀 수 있겠는가?

반가운 분들과 지난날을 돌이켜 본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몸이 마음 같지 않았다.

술에 절어 뵙지 못한 분도 많았고, 매일 올리던 일기도 쓰지 못했다.

카메라에 남은 이미지를 살피며 며칠간의 기억을 더듬었는데,

어떤 분은 성함이 기억나지 않아 블로그를 뒤지기도 하고

어떤 분은 취중의 실수가 생각나 쩔쩔매기도 했다.

모든 실수를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지난 31일은 좀 늦게 나갔더니,

태국에서 온 고영준씨가 다녀가며 축의금을 맡겨 두었더라.

전화번호를 몰라 연락을 하지 못했는데, 무슨 급한 일이 있었을까?

그날은 노인자, 이대훈씨 내외를 비롯하여 추대희, 김지영, 송춘애, 손민광,

송주원, 이동환, 김미란, 이경지, 유근오씨 등 많은 분이 다녀갔지만,

술자리에 퍼져 앉아 사진을 못 남긴 분이 많았다.

 

그런데, 술자리에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노숙인에 대한 편견이었다.

일하기 싫어하는 불량한 사람으로 구제할 수 없다는 편견 말이다.

물론, 일하는 것보다 술 마시는 것을 더 좋아하고 더러 나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질고 착한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 지병이 있어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이다.

엄밀히 말해 알콜 중독자도 환자에 다름아니다.

병원에 강제수용하더라도 병부터 고쳐주고 일을 하게 하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은 기초생활수급 혜택도 주어야 한다.

 

그들은 돈이 좌우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패배자일 뿐이다.

부도덕한 몇몇 노숙인 때문에 선한 사람들까지 함께 몰 수는 없는 것이다.

악한 것으로 친다면 권력 가진 정치인이나 재벌에 비길 수 있겠나?

 

그다음 날인 10월 2일은 일찍부터 함평 출신의 사진가들이 모였다.

정영신, 이 민, 김기수, 박상문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좀 있으니 관악주민 사진반을 지도하는 양시영씨와 김진옥 반이정, 전영순씨가 오셨다.

몇 가지 사진에 관한 질문에 답 했는데, 흡족한 답을 하지 못한것 같다.

 

‘눈빛출판사’ 이규상씨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전시팀장 전영주씨와 오셨더라.

돈의문에서 정영신씨 ‘한국의 장터’ 전시를 제안해 와 다음 달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뒤이어 박흥순씨가 산에서 주웠다는 밤을 삶아 와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정복수, 나떠구, 박영선, 류국헌, 박종규, 최유진, 김혜련씨도 오셨다.

 

오후에는 20여 년 만에 반가운 분을 만났다.

‘삼성카메라클럽’이라는 조직에서 일할 때 함께 했던 신상덕씨였다.

최근 페친으로 연결되어 찾아왔는데, 처음엔 마스크를 쓰고 있어 몰라보았다.

지난 이야기에 모처럼 웃음꽃을 피웠다.

 

밤늦게는 정복수, 박건씨와 술을 마시다 우이동 박건씨 집으로 쳐들어갔다.

 

덕분에 혼자 살아가는 공산품 예술공장도 볼 수 있었고.

사랑한 어머니를 비롯한 살아 온 지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지난 개천절에는 인사동에서 성조기를 흔드는 정신 나간 놈도 있었다.

 

‘나무화랑’에는 정영신씨와 동향인 심재상, 김문수씨를 비롯하여

김준권, 이태호, 김곤선, 양정애, 오현주, 김순남,

김일하, 김밝은씨 등 많은 분이 찾아주셨다.

 

‘유목민’에는 지리산에 들어간 임헌갑씨가 찾아왔다.

 

전시 기획자인 김곤선씨가 첫 술자리를 만들어 주었으나, 카메라가 사라져버렸다.

한동안 사진을 찍지 못해 안절부절했으나, 차 안에 두고 찾은 것이다.

김곤선씨로 부터 정암사 전시프로젝트에 관한 근황을 들었다.

 

안해룡씨를 비롯하여 유병용, 박찬호, 임동은, 이휘경,

안지현, 김문기씨 등 반가운 손님이 줄줄이 찾아왔다.

 

페북에서만 보아 온 소녀 같은 임동은씨 부인의 실제 모습도 보았다.

보기드문 잉꼬부부였다.

 

어둠이 몰리기 시작하니 장경호, 노광래, 헨리윤, 배성일, 우문명,

최석태, 황경애, 현기영, 이미례, 신상철 씨 등 많은 분이 오셨으나,

너무 취해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처음으로 뒷자리에 누워 차에 실려 갔다.

 

전시를 철수하는 마지막 날은 술이 덜 깨 그런지 온종일 비실거렸다.

전시장은 조명숙, 김태인, 이만주씨가 다녀갔더라.

정영신씨 전시를 취재하러 오신 김문경, 운현선씨와

‘툇마루’에서 마신 해장술 몇 잔에 전날로 되 돌아간 것이다.

 

김문경씨와 마시던 술자리는 ‘유목민‘으로 이어졌는데,

지나가던 김발렌티노와도 잘 아는 사이였다.

 

초장부터 술이 취해 실수라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제정신이 아닌지라 그 뒤로는 찍은 사진조차 없었다.

아무리 취해도 카메라는 놓지 않는데, 맛이 가도 완전히 간 것 같았다.

 

아산에서 김선우, 양햇살, 김온 군이 찾아와 전시를 철수했으나,

전시장을 오르내리긴 했으나 사진 찍는 일조차 잊었다.

다들 끝내고 식사하러 갔지만, 차에 들어가 뻗어버렸다.

일이 끝나 긴장감이 풀리니 갑자기 녹초가 된 것 같았다.

 

아무튼 여러분의 격려와 도움으로 살아남았고, 전시도 잘 마쳤다.

찾아주신 모든 분에게 거듭 감사 인사 드린다.

항상 좋은 일 많으시고 편안하시길...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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