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완전변태' 세밀화 10점 수록, '해랑' 등도 분위기 있는 그림 실어
독자의 상상력 강하게 자극… 영상에 익숙해진 취향 반영해


문학 삽화가 돌아왔다.

문인들이 이미지 문화에 친숙한 젊은 독자층을 겨냥해 삽화 부활을 이끌고 있다. 소설가 이외수는 9년 만에 낸 소설집 '완전변태'(해냄)에 서양화가 정태련의 세밀화 10점을 삽화로 수록했다. 시인·평론가로도 활동 중인 소설가 김용희는 신작 장편 '해랑'(나남)에 일러스트레이터 변지은의 애니메이션풍(風) 삽화 32점을 실었다. 시인 권대웅은 최근 산문집 '당신이 사는 달'(김영사)을 내면서 파스텔과 크레용, 색연필로 직접 그린 삽화 21점을 넣었다.

이외수는 지금껏 산문집을 낼 때마다 화가 정태련과 함께 작업해왔다. 생태 관련 세밀화를 그려온 정태련은 이번에 이외수 특유의 우화(寓話) 같은 단편과 콩트에 세밀한 형상을 입혔다. 이외수의 콩트 '해우석(解憂石)'은 바라보기만 해도 근심이 사라진다는 돌에 얽힌 이야기다. 어른은 돌에 해탈이란 관념을 붙이지만 아이는 돌을 있는 그대로 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변지은의‘해랑’삽화, 정태련의‘완전변태’삽화, 권대웅의 시화(詩畵). /해냄·나남·김영사 제공


 

정태련의 삽화는 자연을 축소한 듯한 산수경석(山水景石)과 뭉툭한 잡석(雜石)을 정밀하고 자세하게 대비시키는 삽화로 아이의 맑은 눈에 비친 사물의 형상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이외수는 "요즘 독자들은 이미지를 곁들인 글을 더 좋아하지 않느냐"고 했다.

김용희의 장편 '해랑'은 천재 피아니스트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8·15 광복을 맞은 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설이다. 이념 갈등과 자아 혼란을 연결한 소설이란 점에서 주제가 묵직하다. 그러나 작가는 일부러 경쾌한 문체와 빠른 이야기 전환으로 격변의 시대를 뚫고 나간다. 그런 소설 분위기에 맞춰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서너 쪽을 넘길 때마다 등장해 독자의 상상력을 강하게 자극한다. 작가는 "내 소설이 기존 리얼리즘을 벗어나 어딘가 만화적이고 영상적이기 때문에 내 제자가 그린 삽화를 실었다"고 밝혔다.

권대웅은 산문집 '당신이 사는 달'에서 달빛에 비친 작은 행복을 서정적으로 써나갔다. 그는 전생에 달에서 살았다고 흥얼거린다. '불을 켜지 않아도 외로움마저 환했던 집'이 달 속에 남아있단다. 그의 눈에 비친 달은 존재의 기원, 초월의 상징, 유년의 풍경, 몽상의 공간으로 다양하게 변형된다. 그는 달을 노래한 시를 손글씨로 쓰고 그림을 곁들여 산문집 삽화로 활용했다. 달에 알을 낳으러 가는 물고기처럼 몽환적인 시화(詩畵)들이다. 그는 달시(詩) 그림 53점을 모아 4월 4~7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시작'에서 시화전을 열기도 한다.

그는 "청년기에 달동네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지금도 달동네의 가난한 이웃들을 보면 안타깝다"며 "전시회 수익금은 모두 달동네에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권대웅 산문집 ‘당신이 사는 달’

 

고대로부터 달은 뭇 생명에게 신비로운 에너지를 전달하는 매혹의 대상이었다. 문학에서도 다양하게 변주된 건 물론이다. 우주선이 달을 왕복하는 과학의 시대에 접어들었어도 달이 생령들에게 미치는 에너지는 그리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근년 들어 달에게 강력하게 사로잡힌 권대웅(52) 시인이 달에 관한 시들, 이른바 ‘달詩’라고 명명한 시편들과 그 언저리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당신이 사는 달’(김영사on)을 펴냈다.


지난 1년 동안 페이스북에 집중적으로 ‘달시’를 발표해 뜨거운 호응을 얻은 권 시인은 달에서 위로와 희망과 그리움을 시종 읽어낸다.

“달에게 가리/ 달 한 귀퉁이에 집을 짓고/ 장독대를 만들고/ 마당에는 서너 평의 텃밭/ 별들이 물어다 놓은 씨앗으로/ 당신이 밤에도 볼 수 있는 꽃들을 키우리/ 달빛에 발효되는 그리움들/ 구름이 달을 지나가는 순간/ 꽃은 당신 닮은 아이를 낳으리/ 환하여라/ 밤이면 세상 슬픈 꿈마저도/ 강물 위에서 반짝이고/ 언덕에 엎드려 울던 별들과 새들/ 숲 속의 시냇물들 저 하늘로 흘러가리/ 달에게로 가리/ 달 지붕 위에 굴뚝을 만들고/ 부뚜막에는 둥근 밥솥/ 첫 새벽밥 지어 놓고/ 밤새 당신 바라보다가/ 눈썹이 하얗게 새어 없어져도 행복해라”(‘달에게 가리’)

권대웅은 봄밤에 달을 보다가 “달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했다. 달을 보며 걷다가 신비스러운 체험을 한 적도 있다. 그는 달빛이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전해준 에너지를 느끼면서 달 연작시를 쓰기 시작했다. 황동규 시인이 바람 속에 장사를 지내는 ‘풍장(風葬)’을 썼던 데서 착안해 ‘월장(月葬)’을 필두로 50여편에 이르는 달시를 썼다. 이 중 23편이 이번 산문집에 실렸고 나머지를 포함해 51점을 직접 자신이 그림을 그리고 글씨까지 써넣은 작품으로 만들어 다음 달 4일부터 인사동 갤러리 ‘시작’에서 시화전도 연다. 이 전시의 수익금은 모두 달동네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쓸 예정이다.



체코의 카프카 생가 앞에서 포즈를 취한 권대웅 시인.

권 시인이 펴낸 산문집에는 여행길에 찍은 사진들이 ‘달시’ 서화와 함께 촘촘히 실렸다.

 

권 시인도 어린 시절 달동네에서 살았다. 청년기에는 소설가 김연수, 문태준 시인 등과 이웃하며 정릉 산꼭대기 달동네에서 고단한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달처럼 환하고 아름다운 동네가 아니라 지상에서 달과 가까운 산비탈에 형성된 마을이라 하여 지어진 이름이 ‘달동네’다. ‘지상을 내려다보는 것보다 달을 올려다보는 게 더 가까워보였던’ 그 달동네의 기억은 “가난한 날의 축복이었고, 빛이었고 거름이었다”고 시인은 썼다.

“멀리서 당신이 보고 있는 달과/ 내가 바라보고 있는 달이 같으니/ 우리는 한 동네지요/ 이 곳 속 저 꽃/ 은하수를 건너가는 달팽이처럼/ 달을 향해 내가 가고/ 당신이 오고 있는것이지요/ 이 생 넘어 저 생/ 아득한 한 뼘이지요/ 그리움은 오래 두면 부푸는 것이어서/ 먼 기억일수록 더 환해지고/ 바라보는 만큼 가까워지는 것이지요/ 꿈속에서 꿈을 꾸고 또 꿈을 꾸는 것처럼/ 달 속에 달이 뜨고 또 떠서/ 우리는 몇 생을 돌다가 와/ 어느 봄밤 다시 만날까요”(‘아득한 한 뼘’)

권대웅은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와 올해로 등단 26년차에 이르렀지만 시집은 2권뿐이다. 10여년 전에 낸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가 끝이었다. 편집자와 출판인으로 사느라 바빴다는 게 표면상의 이유인데 나이 50을 통과하면서 다시 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미 시집 한 권 분량이 넘는 70여편을 채운 상태다. 페이스북이라는 공간에 ‘달시’를 쓰면서는 즉각적이고 따뜻한 반응에 힘을 얻었다. 이번 산문집에는 런던에 사는 페친이 영역한 달시도 함께 수록했다. 그는 “술집에서 교수 시인 노동자들이 계층을 따지지 않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소셜네트워킹 공간에 시와 산문을 발표하는 건 문예지와는 차원이 다른 혁명인 것 같다”면서 “조금만 잘못 쓰면 날 선 공격이 오가는 공간이지만 따뜻하게 쓰면 반응도 따뜻한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segye.com

 

 

 

“시, 산문, 그림, 사진이 곁들여진 종합선물세트!”

시인 권대웅이 달콤한 봄밤의 서정을 담뿍 담은 산문집 ‘당신이 사는 달’(김영사ON)을 출시했다.

시인은 SNS를 통해 공개해 네티즌들에게 큰 공감을 받았던 ‘달詩’ 연작 23편을 이 책에 수록했다. 달시는 시인이 달의 보편적 정서를 담아낸 연작으로 사랑, 그리움, 외로움, 따스함 등을 주제로 한 감성적인 시들이다.

시인은 달을 사랑한다. 시인은 달이야말로 인간을 위로해주는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달은 인간사를 내려다보며 늘 한결같은 포근함을 전해준다고 풀이한다. 늘 우리가 걷는 걸음만큼 따라 오며 우리를 보듬어주는 존재인 달에 바치는 시편들이 보름달처럼 환하다. 책에는 시인이 직접 손글씨로 쓰고 그림을 곁들인 시화도 수록돼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시인은 짧은 시에 미처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산문으로 풀어냈다. 산문 역시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아련하고 포근하다. 여기에 시인이 여행을 하며 촬영한 이국적인 풍경의 사진들도 곁들여져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한편 저자는 ‘당신이 사는 달’ 출간을 기념해 오는 4월 4~6일에는 서울 인사동 시작갤러리에서 ‘달동네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기부 시화전’을 연다. 저자가 직접 손글씨로 쓰고 그림을 그려넣은 시화들을 전시, 판매한다. 수익금은 달동네에 거주하는 소외 이웃들을 위해 사용한다. 1만2000원.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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