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무료 전환…시민 반응 다양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운니동 운현궁에 시민들이 봄나들이를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서울시는 문화재보호

조례 일부 개정에 따라 그동안 성인에게 700원, 13~24세에게는 300원씩 받아왔던 입장료를 없애고 이날부터

운현궁을 무료 개방한다. 2014.3.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지난 20일 서울의 고궁 운현궁이 무료로 전격 전환됐다. 입장료 700원을 받기 시작한 1999년 4월 이후 꼭 15년만이다.

무료 전환 첫날 찾은 운현궁은 궂은 날씨에도 관람객이 적지 않았다.

현장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은 "황사에 비까지 내리는데 평소와 비슷한 수준의 관람객이 왔다"며 "공짜 효과로 앞으로 관람객이 많이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더 많은 사람이 고궁을 찾을 것이라는 점에는 긍정적이었지만 공짜를 마냥 반기지는 않았다.

친구와 인사동 거리에 들렀다가 무료 개방 소식을 듣고 운현궁을 찾았다는 시민 최가은 씨(23)는 "기본적으로 문화재 관람은 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무료로 바뀐 것을 계기로 사람들이 우리 문화재를 더 많이 찾는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60대라고 소개한 신모 씨는 "소중한 문화재인데 이제 아무나 들어오게 생겼다"며 "공짜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시설을 훼손해서 망가뜨리면 고치는 세금이 더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씨는 "요새 여기 저기에서 '공짜 공짜' 하는데 반갑지 않다"고 했다.

관람객을 위한 전통복식체험관에서 일하는 강모씨는 "관광객이 늘겠지만 관리는 어려워질 것 같다"며 "아무래도 공짜이다 보니 문화재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가벼울 것이고, 화장실 같은 시설도 더 함부로 쓰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사적 257호 운현궁은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이 왕위에 오르기 직전까지 살았던 잠저(潛邸)로 그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어린 고종을 대신해 10여년간 조선의 국정을 좌지우지한 곳이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운니동 운현궁에서 시민들이 봄나들이를 하고 있다. 2014.3.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시는 그간 시 소유 문화재(경희궁·남산골 한옥마을·몽촌토성·운현궁) 가운데 유일하게 운현궁을 유료로 운영해 왔다. 일반(25~64세) 700원, 청소년(13~24세) 300원 등 최소한의 입장료만 받아왔다.

2011년 유료 입장객은 20만3000여명, 2012년 23만7000여명, 지난해 20만9000여명으로 매년 3200~3500만원 수준의 입장료 수입을 올렸다.

올해 2월 서울시의회에서 최호정 시의원(새누리당·서초3)이 발의한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무료가 됐다. "관광객 및 가족단위 시민들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문화재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시 관계자는 "무료 전환으로 관람객이 늘면 시민들의 역사문화 향유 기회가 올라가는 동시에 부대시설 및 유료 서비스 부분에서 수입도 늘 것"이라며 "그간 입장료 수익이 워낙 작아 평소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돈 대부분은 시 예산으로 충당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무료화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있다. 지난 2008년 5월 국립중앙박물관이 무료 전환됐을 때도 문화재 가치의 왜곡, 수익자 부담의 원칙 훼손 등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다른 궁과 형평성 논란도 있다.

국가 소유 문화재라 문화재청이 관리하는 경복궁(3000원), 운현궁과 가까운 창덕궁(3000원)·창경궁(1000원) 등은 여전히 입장료를 받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고궁의 입장료 변경 계획은 현재 없다"며 "지금의 입장료가 문화재 유지관리에 충분한 수준은 아니지만 국가 문화재라고 모든 사업비를 예산으로 충당해야 하는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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