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아, 웃어라` 펴낸 힐링 멘토 원영 스님
"아무리 허망하다해도 포기할수 없는 것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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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참 많이 웃는다. 또 쉽게 울기도 한다. "무슨 스님이 그래?"라는 말도 흔하게 듣는다. `제2의 정목 스님`으로 부상하고 있는 또 한 명의 힐링 멘토 원영 스님(40)이다.

그가 최근 `인생아, 웃어라`(갤리온)를 펴냈다. 첫 대중적 인생 상담집이다. 불교 계율 전공으로 일본 교토 하나조노대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그간 전문서적 여섯 권을 집필한 불교계 엘리트이자 문재(文才).

지난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스님은 "꼭 힐링을 해줘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제가 겪은 고통과 경험에서 얻은 것을 나눠주고 그들을 한 번 시원하게 웃게 해주고 싶어서 책을 썼다"며 "요즘 20대 젊은이들은 온실 속 화초처럼 커서 그런지 작은 것에도 쉽게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스님은 여름이면 전남 해남 미황사에서 열리는 청년출가학교 지도법사로 나선다. 아이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만 해도 와락 눈물을 쏟을 만큼 동화가 잘된다. 그러나 스님과 상담을 하고 나면 대부분 한바탕 웃고 마음을 푼다. 스님이 시원하게 상대방 욕도 해주고 `편파적` 상담을 해주기 때문.

"만나는 사람마다 처방이 달라요. 인생은 허망한 것인데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요. 불교의 가르침은 조화롭게 사는 것입니다. 화를 너무 내서도 안 되고, 방방방방 뛰어다니지도 말고, 적당히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지요."

매일 아침 9시면 불교방송 라디오 `아침풍경`을 진행하기 때문일까. 그는 라디오 DJ 출신이자 `힐링의 어머니`로 불리는 정목 스님을 잇는 차세대 비구니로 거론된다. "전혀 따라가지 못해요. 아는 분들이 제게 (정목 스님처럼) 노래도 하고 악기를 다루라고 하는데, 저는 음치인 데다 악기도 다룰 줄 몰라요.(웃음)"

출가 사연은 묻지 않는 것이 불가의 불문율이지만 스님은 책에서 자신의 과거사와 개인사를 한 보따리 펼쳐 보인다.

"내 얘기를 해야 사람들이 공감을 해요. 그리고 제 과거는 전생의 일처럼 아득하죠. 과거에 맺힌 게 있다면 저처럼 탈탈 털어버렸으면 좋겠어요."

스님의 과거사는 눈물겹다. 열여덟 꽃다운 나이에 대구 사찰에서 살게 된 그는 가족과 연락을 끊고 지냈으나 일본 유학 시절 고향 충남 부여에서 전해진 잇단 비보에 큰 충격을 받는다. 석 달 사이 작은오빠와 아버지, 큰오빠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 나중에는 어머니마저 암으로 떠나 보냈다.

"경전을 통해서 배우는 `무상함`보다 현실에서 느끼는 허망함과 허탈감은 비교할 수 없었어요. 가족 줄초상을 겪다 보니 사소한 감정이나 좋아한다는 말도, 싫어한다는 말에도 그다지 연연하지 않게 되더군요. 지금도 순간순간에 집중하지 다른 것이나 지나간 것에 집착하지 않아요." 8남매 막내인 그는 "그해 가족 전체가 다 충격을 받아 종합검진을 받아 보니 다 암이었다.
저도 암 유전자가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려서 땅만 쳐다보며 걷던 그는 "지금이 제일 좋다"고 했다. 그의 앳된 목소리에는 충청도와 경상도, 일본 억양이 묘하게 뒤섞여 있었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매일경제/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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