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피어난 동갈할미꽃-

 

 

조양강 산내울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들에는 들풀이 하나 둘 새순을 돋우고, 강가에는 버들강아지의 하얀 솜털이 하늘거린다.

산내울에 따뜻한 봄기운이 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게 있다.

뼝대를 수놓는 동강할미꽃 따라 방방 곡곡에서 사진인들이 찾아 온다.

 꽃이 피면 벌 나비가  날아들 듯  카메라가 몰려드는 것이다.

                                            그런데 꽃만 찍지, 아프게는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제발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 줘~”

 

                                                                        -밭과 숲이 어우러진 상귤화 마을, 숲을 감싸는 운해가 신비롭다.-

                                                                                -고목 한그루가 마치 만지산을 지키는 파수꾼같다.-

                                                                                 -구름에 휘감겨 봉우리만 드러낸 만지산 수리봉-

-하귤화마을에서 내려다 본 풍경, 다리를 건너가면 만지골과 옷바우골이 나온다.-

                    -병방치에서 내려다 본 '열두절여울'. 한반도 지형이라는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북평에 있는 한반도지형을 착각했거나 뭔가 잘 못 본 모양이다.-

 

 

귤암리는 귤화(橘花)와 의암(衣岩)에서 한자씩 따서 지었다지만, 옛 이름은 "산내울" 또는 "귤꽃마을"이었다.

마을 이름만 정겨운 것이 아니라 마을 주변을 감싸는 자연 경관들은 보는 사람을 무아지경으로 이끈다.

휘도는 물굽이가 거대한 자궁같은 '열 두절 여울'은 이미 병방치전망대로 인해 정선의 명물이 된지 오래다.

 

깎아지른 절벽과 조양강을 양쪽으로 거느리고 걷다보면 마치 무릉도원을 거니는 듯 한데,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수리봉의 위용에 그만 압도된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뼝대도 아름답지만, 강물에 비친 검 붉은 돌 그림에 현혹되어 자칫 강물에 빠질까 염려된다.

 

조양강에서 동강으로 조용히 흐르던 물길은 가리탄 여울에서 휘말리게 되는데, 물길이 험난해 물소리도 우렁차다.

옛날 이곳을 내려가던 뗏목이 여울 밑의 바위에 걸려 애를 먹던 곳이기도 하다.

그 옆 수리봉 자락에는 ’코클베리‘라 불리는 뼝대도 있다.

바위가 뚫려 움푹 들어간 모양이 옛날 화전민 가옥의 벽난로였던 ’코클‘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을 따라 내려 오다보면 ‘인심 좋은 마을 귤암리라고 새긴 입석을 만나게 된다.

동강할미꽃 마을로 더 많이 알려진 이곳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많아 장수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마을 곳곳에는 산비탈을 깎아 만든 흙 반, 돌 반의 밭과 푸른 소나무 군락이 어울려 산골마을의 정겨운 운치가 느껴진다.

 

수리봉 아래 자리 잡은 상귤화 마을 길옆으로 고인돌 하나가 놓여 있고, 그 밖에도 마을과 강변에 두 개의 고인돌이 더 있다.

이는 청동기 시대 이전부터 사람들이 정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뾰족한  수리봉이 강물에 비치어 대칭을 이루고 있다.-

          -온갖 야생화가 피어있는 강 언덕의 풀숲이 아름답다. -

-일교차가 심한 날이면 하귤화 강변에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1960년대 까지만 해도 정선 읍내로 가려면 병방산을 넘어 다니거나 광하리에서 오가는 나룻배를 타고 다녔다.

험준한 고갯길 병병이재는 옛날 귤암리 주민들이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던 통로였으나

지금은 아리랑재 올레길로 조성되어 강원 명품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 도로는 새마을 운동이 시작된 1969년부터 주민들이 강 옆 가파른 절벽을 망치와 정으로 깨가면서 만든 것이라 한다.

 

하귤화마을에서 내려다보면 강 건너편으로 유료캠핑장(옛 귤암분교)이 보인다.

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가면 만지골이 나오고 좁은 길 따라 곧장 가면 옷바우(衣岩) 마을에 이른다.

골짜기로 오르다 보면 개울가에 7미터쯤 되는 긴 바위가 드러누워 있는데, 이것이 정선의 유명한 전설 가운데 하나인 ‘옷바우’다.

 옛날 사람들이 이 바위에 무명옷을 해 입혀 부자가 되었다는데, 소원을 빌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있다.

동강할미꽃 축제가 열릴 때면 마을사람들이 이곳에서 제례를 올린다.

 

그리고 하귤화 마을에는 어미의 주검을 거두어 함께 죽은 효자 강아지의 설화가 남은 개바우도 있다.

 

 

                                                                                          -도라지꽃으로 뒤덮인 상귤화 강변-

-눈 내린 겨울 강변의 풍경은 더 아름답다-

                                                             -푸른 강물과 단풍이 어우러진 기우산자락, 강따라 난 길이 귤암리 가는 길이다.-

                                위 사진 석 장은 1999년 '한국환경사진가회'에서 발행한 아우라지 물길따라 2백리 "동강"환경사진집에 수록된 사진이다.

 

 -본 탐사작업 때 숲에가린 병방치 전망대가 발견되어 열두절여울의 전경이 공개되었으며, 

                                                 88년 최초로 촬영된 이석필씨의 동강할미꽃을 비롯해, 동강자연생태계가 대부분 수록되어 있다-

 

 

 

이 천혜의 자연경관에 둘러싸인 귤암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며 주변에 새로운 레저시설이 속속 생겨난다.

병방산에서 내려오는 짚와이어 하강장에는 동강생태체험학습장이 조성되어 있다.

넓게 펼쳐진 동강생태체험학습장은 야생화, 수목, 습지, 동물 등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자연박물관이다.

마사토길 맨발걷기 체험장, 청정 생태를 전달하는 애니메이션 상영관, 석회암 동굴 지대, 뗏목 체험장, 자전거라이딩 체험장,

생태계 체험장, 동강생태지도를 나타낸 공간 등 다양한 시설들이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 병방치에서 동강생태체험학습장으로 짚와이어가 내려와 있다.-

                                                                              -동강생태체험학습장 연못에 오리들이 노닐고 있다.-

                                                                                       -동강생태체험학습장의 토끼사육장이다.-

                                                                            -원두막이 기다리고 있는 동강체험학습장의 숲길, -

                                                                                           - 동강생태체험학습장의  체험관 전경-

                                                                                           -생태계 체험을 즐기는 어린이들-

                                                                                        -영상을 보아가며 뗏목체험을 하고 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많다.-

                                                                            -박쥐를 비롯해 동굴속에 서식하는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다.-

-한번 타면 내려 올 줄 모르는 자전거라이딩 체험장-

 

 

하귤화 마을에는 무료로 운영하는 ‘동강숲속갤러리’가 조성되어 있지만, 아무도 찾지않는 곳일 뿐이다.

그 위에서 조망하는 조양강 풍경이야 일품이지만, 설치된 조형물들이 유치하다.

왜 이 좋은 자연경관에다 쓸데없는 것들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토목공사를 많이 벌여야 남는 장사인지 몰라도

결국은 국민들의 혈세낭비일 뿐이다. 문제는 관리하는 사람도, 관광객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곧 착공하게 될 병방치 ‘아리힐스 조성사업’에는 친환경펜션, 로프웨이, 동강 자전거 탐방 시스템 구축,

수목원, 동강녹색 모험의 숲, 맹꽁이 습지공원 등이 조성될 계획이라고 한다.

너무 급박하고 무질서한 개발로 천혜의 비경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천혜의 비경이 변하기 전에 빨리 구경해야 될 것 같다.

 

찾아 가는 길은 평창에서 정선가는 42번 국도로 가다 광석교를 지나 오른쪽 강변길로 따라 내려가면 된다.

 

 

 

                                  -아래 사진들이 하귤화마을에 있는 ‘동강숲속갤러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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