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바다-뻘, 모래, 바람 The Sea of Shinan-Mud, Sand and Wind

강홍구展 / KANGHONGGOO / 姜洪求 / photography.painting 

 

2022_0616 ▶ 2022_0724 / 월,공휴일 휴관

 

강홍구_홍도 1_피그먼트 프린트_130×140cm_2019 (출처_원앤제이 갤러리 )

 

초대일시 / 2022_0616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공휴일 휴관

 

 

원앤제이 갤러리

ONE AND J.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 31-14(가회동 130-1번지)

Tel. +82.(0)2.745.1644

www.oneandj.com

 

신안 바다: Deja vu via Jamais vu ● 72곳의 유인도, 무인도 953곳 모두 합쳐 102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전라남도 신안군은 2개의 읍과 12개의 면이 있다. 최남단 가거도에서 최북단 어의도까지 남북 거리가 약 200Km에 이르며 서울시의 22배나 되는 넓은 바다에 흩어져 있는 섬으로 되어 있다.

 

강홍구_신안 전도_천에 아크릴채색_260×280cm_2022 (출처_원앤제이 갤러리)

2005년 무렵 오랜만에 고향인 신안 섬들을 방문했을 때 어려서부터 너무나 잘 알던 모든 것들이 처음 보는 것처럼 낯설게 보였다. 익숙한 낯설음 혹은 기시감을 지난 미시감(deja vu via jamais vu)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느낌은 내 기억과 눈 앞의 현실 사이에 엄청난 틈이 있음을 뜻했다. 그 틈새가 무엇인지를 찾고 기록하는 것이 이후 17년 가까이 이어진 신안군에 대한 작업의 주제가 되었다. 내가 신안군 출신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내부자의 시선과 오랫동안 신안군을 떠나 있어서 갖게 된 외부자의 시선이 겹치는 지점에서 바라본, 변모한 신안과 아직 변하지 않은 풍경들 사이에 과연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또한 늘 변방 취급을 받는 소외의 대상인 섬과 바다가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개인적인 장소 애착의 표현이기도 했다.

 

강홍구_뻘밭, 기점도_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드로잉 콜라주_138×276cm_2022 (출처_원앤제이 갤러리)
강홍구_뻘밭, 화도_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드로잉 콜라주_138×276cm_2022 (출처_원앤제이 갤러리)
강홍구_뻘밭, 어의도_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드로잉 콜라주_138×276cm_2022 (출처_원앤제이 갤러리)

 

사진들을 찍어 놓고 보니 풍경 사진들은 대개 구체적인 묘사 안에 추상성이 늘 들어 있었다. 예를 들면 홍도에서 찍은 어느 바위 여는 세부 묘사가 잘 된 전형적인 대형 풍경 사진이지만 명백히 추상적으로 보였다. 구성 방식이나 색채가 단순하기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라 사진에 내재 된 어떤 것이었다. 롤랑 바르트 말처럼 이는 사진의 노에마이며, 창유리와 풍경, 선과 악, 욕망과 그 대상이 그렇듯 둘의 겹쳐짐이기 때문에 깨부수지 않으면 그것을 분리시킬 수 없다. 즉 구상적 디테일과 결합된 추상성은 사진 찍히는 대상 혹은 사진의 본질일 수도 있는 것이다. ● 작업 기간이 길었던 만큼 사진과 사진을 기반으로 한 페인팅과 드로잉 이미지들이 너무 많아져 한번의 전시로 도저히 보여줄 수가 없어서 작품들을 크게 2부로 나누었다. 1부는 신안의 풍경이 중심이며 해양 생물들의 삶과 죽음도 포함 된다. 2부는 마을, 사람, 일 등 삶의 모습이 중심이다. 물론 1부와 2부는 근본적으로 분리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당수의 작업들이 양쪽 모두에 걸쳐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번 전시에 주로 소개되는 것은 전시의 부제인 뻘, 모래, 바람이 축이 되는 신안군에 대한 일종의 전체적인 안내라고 할 수 있겠다. ■ 강홍구

 

Vol.20220616c | 강홍구展 / KANGHONGGOO / 姜洪求 / photography.painting

녹색연구-서울-공터
강홍구展 / KANGHONGGOO / 姜洪求 / photography
2020_0501 ▶︎ 2020_0531 / 월요일 휴관



강홍구_녹색연구-서울-공터-선유도_캔버스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_140×200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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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원앤제이 갤러리

ONE AND J.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 31-14(가회동 130-1번지)

Tel. +82.(0)2.745.1644

www.oneandj.com



원앤제이 갤러리에서는 오는 2020년 5월 1일(금)부터 5월 31일(일)까지, 강홍구 개인전 『녹색연구-서울-공터』展을 개최한다. 강홍구 작가는 1990년대부터 디지털 풍경사진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들을 카메라에 담아왔으며, 2009년부터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도시화와 재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동네의 모습을 기록해왔다. 그는 그때부터 현재까지 촬영한 사진을 캔버스 위에 흑백 출력한 후 아크릴로 색을 올려 그려내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사진 이미지를 아크릴 물감으로 덮어 그려내는 작가의 제스쳐는 우리에게 두 가지 면을 상기시키는데, 그 중 하나는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 이후 사진 매체를 향한 고질적인 의심, 즉 보이는 대상 또는 기록된 사실에 대한 의심이며 또 다른 하나는 대상을 덮어버린 작가의 제스쳐(페인팅)로 인해 발생하는 언캐니(uncanny)함이다.  ● 분할된 화면과 그 위에 올려 진 물감은 이미지(정보)의 취약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물감 아래 가려진 본래의 이미지는 관람자에게 능동적인 사고와 상상을 요청한다. 작가의 이러한 조작은 매끈한 듯 보이는 우리의 사회 역시 어떤 조작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임을 은유하고, 작가의 조작을 캐내는 과정은 작업을 시작하기 이전, 사회 구조의 이면을 들추고자 했던 작가의 사고를 따라가는 과정이 된다. 동시에 작품들은 그러한 능동적 사고를 멈춘 채 갤러리의 화이트 벽에 걸린 그럴듯한 이미지로 소비해버리려는 욕망을 순순히 허락하지는 않는다. 본래 흑백이 아니었을, 그러나 인위적으로 흑백으로 출력된 이미지는 우리 주변 어디선가 보았을 장면들을 낯설게 만들고, 다시 작가의 손을 통해 본래의 색을 찾고자하는 피사체들은 이미 인공이 되어버려 부자연스럽게 '자연스러움'을 취득하려는 '자연'의 이미지가 된다. 본래 자연이었던 것의 이런 기괴한 시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원인을 알 수 없는 죄책감과 불편함, 그리고 두려움을 상기시키는 언캐니함을 경험하게 한다.


강홍구_녹색연구-서울-공터-송현동 1_캔버스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_90×200cm_2019



한편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한 노트에서 더욱 정교해진 사회의 폭력에 대해 언급한다. 그가 녹색의 물감들로 가린 공간의 민낯들, 그리고 그 폭력의 주체들은 아무리 애써본들 더 이상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다. 기이한 사건들과 상황들, 어색할 정도로 매끈한 이미지들만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을 뿐이며 그 아래의 구조는 더욱 복잡하게 얽혀 무엇이 진실이며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더 이상 찾을 길이 없다. 그리고 그것은 10여년이 넘도록 녹색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작가에게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다. 작가는 복잡한 구조를 파헤쳐내는 대신 그것을 덮고 있는 자신의 모습, 그렇게 덮여진 기이한 이미지들을 보여줄 뿐이니 말이다. ■ 원앤제이 갤러리


강홍구_녹색연구-서울-공터-송현동 2_캔버스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_90×200cm_2019


지금은 사라진 옛 한국일보사 건물에 취미 화가 지망생들을 가르치러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강의실이 9층이었는지 10층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거기서 내려다보면 미국 대사관 직원들의 숙소가 보였다. 미국식 건물들이 커다란 나무들과 녹지 사이에 여유 있게 서 있고, 높은 돌담이 사방을 둘러치고 있었다. 어쩐지 치외법권 지역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광경이었다. ● 넓이 3만6천642㎡인 송현동 공터는 조선 시대에는 경복궁 바깥 숲 정원 송현(松峴)이었다. 안평대군, 봉림대군의 사저가 있었고 왕족들과 고위 관리들의 집터로 나중에 친일파 윤덕영 형제의 소유가 되었다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식산은행이 사들여 사택 부지로 썼고, 그 후 미국대사관 직원들의 숙소 터가 되었다가 오늘에 이르렀다. ● 1997년 6월 삼성생명이 1400억원에 부지를 매입 했다가, 2008년 대한항공이 2천900억원에 다시 매입해 7성급 관광호텔 건립을 구상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지금은 4-5000억에 매각 하려 하고 있다.


강홍구_녹색연구-서울-공터-서울숲_캔버스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_140×200cm_2019


송현동 공터에서 시작해서 근래 몇 년 동안 관심을 갖고 살펴 본 것은 서울에 아직 남아 있는 공터와 그 공터를 덮고 있는 녹색이었다. 용산역의 개발 취소 구역, 청계천, 평택으로 이사 간 용산의 미군 주둔지, 한강의 섬들, 은평 뉴타운, 창신동 채석장 흔적... 그 밖의 여러 공원들이 그 대상이었다. 그 장소들, 특히 송현동, 용산역 등의 값비싸고 넓은 공터일수록 역사라는 이름의 폭력과 개발이라는 욕망이 마주쳐 일종의 개발 지연이 일어난 곳들이다. 그리고 이곳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잡풀과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져 녹색으로 뒤덮여 있다. 특히 대형 공터의 녹색 나무와 풀들은 커다란 상처를 임시로 덮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서울에서 아직 녹색으로 남아 있는 장소들은 상처를 겨우 가리고 있거나 운 좋게 상처 입지 않은 장소이다. 인왕산, 남산, 낙산을 비롯한 산들과 한강의 섬들의 일부가 상처를 아슬아슬하게 피한 곳이다. 특히 밤섬은 여의도 윤중제를 쌓기 위해 1968년 폭파 되었던 섬이 스스로 되살아난 경우이다. 이 밖에도 노들섬, 선유도, 여의도... 등에는 녹색이 남아 있고 모습이 완전히 바뀐 잠실도 그렇다. 낙산 근처의 창신동 채석장이 있던 절벽 위 아래 마을들의 작은 공터는 텃밭으로 쓰이는 곳도 있었고, 은평 뉴타운 지역에 있던 조팝나무들이 있던 공터는 사라져버렸다. 푸코가 말했던 일종의 헤테로피아로서의 공터들은 일시적인 유토피아이며 사라질 운명이었던 것이다. ● 물론 서울의 모든 공터를 다루는 것은 작업의 목표가 아니었므로 많은 곳이 제외되었고, 사실 모든 곳을 다룰 수도 없었다. 작업의 제작 방식은 디지털 사진 프린트 위에 아크릴 채색이다. 십여 년 전부터 해오던 방식이며 여전히 사진과 그림 사이에 있는 어떤 다큐멘터리적 이미지를 만들려는 시도인데, 이번에는 약간 그림 쪽으로 가까이 간 듯도 하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따위는 이제 관심이 없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데 적합하고, 찍는 것과 그리는 것을 같이 할 수 있기에 선택했을 뿐이다. ● 토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터가 도시 공간의 차등화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토지의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 도시의 땅값은 일종의 위치 자본이다.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차액 지대, 즉 돈을 얼마나 남길 수 있느냐에 따라 개발의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 차액지대를 많이 남길 수 있는 서울은 도시 전체가 개발 대상 지역이며 동시에 폭력적인 곳이다. 물론 서울뿐만 아니고 전국이 그렇지만, 서울은 그 정도가 가장 심한 곳이다. 인간과, 공간, 자연에 대한 폭력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고 그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다.


강홍구_녹색연구-서울-공터-창신동 4_캔버스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_200×560cm_2019



내가 서울에 처음 왔던 것은 1976년 여름,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 발령을 기다리며 목포에 있는 어느 화실에서 그림을 가르치던 스물 한 살 무렵이었다. 12시간이나 걸리는 완행 야간 열차를 타고 덕수궁에서 열리던 인상파전을 보기 서울에 왔었다. 그림은 뭘 보았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1호선 지하철 공사 때문에 어수선한 거리만 떠오른다. 다시 목포에 가기 위해 서울역에 갔을 때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역 광장에 떼를 지어 몰려 있었다. 열차가 들어오고 개찰구가 열리면 모조리 뛰어갈 태세였다. ● 당시 완행열차는 좌석 지정도 없었기 때문에 먼저 뛰어 들어가 자리를 잡는 게 임자였다. 사고가 잦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압사 사고가 나기도 했다. 그 때문이었는지 개찰 시간이 임박하자 역무원들이 기다란 대나무 장대를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서 있는 사람들에게 앉으라며 대나무 장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서너 사람이 휘두르는 장대 때문에 사람들은 강제로 자리에 앉았고, 그에 항의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물론 어차피 앉아 갈 수 없을 테니 천천히 타자고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장대와 무관했지만, 그 폭력적인 질서 유지 방식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일은 내게 서울을 특별히 폭력적인 장소로 각인 시켰다. 군부 독재 아래에서 성장하면서 웬만한 폭력과 억압을 당연시하고 살았지만, 그 장면은 40여년이 지났는데도 기억이 생생하다. 폭력과 억압의 일상화 속에서 산다는 것은 그에 무감각해진다는 의미이다.


강홍구_녹색연구-서울-공터-노들섬_캔버스에 피그먼트 프린트, 아크릴채색_140×200cm_2020



내가 태어나 자랐던 1950년대 이후 60여년이 지나는 동안 폭력과 억압은 더욱 정교해지고 세련되었다. 직접적인 육체, 정신적 폭력에서 자본과 권력은 섬세한 제도화를 통해 보다 부드러운 방식의 폭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변화는 없다. 서울의 공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마 그것일 것이다. 때문에 공터들은 언젠가 멋진 건물과 시설이 들어선 곳으로 바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누가 소유하고 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이익을 보는지를 들여다보면 폭력의 진정한 심연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 강홍구



Vol.20200502f | 강홍구展 / KANGHONGGOO / 姜洪求 / photography


안개와 서리–10년 Mist and Frost–10 years

강홍구展 / KANGHONGGOO / 姜洪求 / photography
2017_0907 ▶ 2017_0930 / 월요일 휴관



강홍구_Mist & frost 08_디지털 프린트_85×80cm_2008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60426f | 강홍구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7_0907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원앤제이 갤러리

ONE AND J.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 31-14(가회동 130-1번지)

Tel. +82.(0)2.745.1644

www.oneandj.com



원앤제이 갤러리에서는 2017년 9월 7일부터 9월 30일까지 강홍구 개인전 『안개와 서리 – 10년』을 선보인다. 강홍구는 1990년대부터 디지털 풍경 사진을 통해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태도로 쉽게 조작 가능한 이미지의 가벼운 속성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보여왔다. 이후 작가는 「그린벨트 Green Belt」, 「오쇠리 풍경, Scene of Ohsoi-ri」, 「미키네 집, Mickey House」, 「수련자, Trainee」등의 작품 시리즈로 이어오면서 도시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풍경의 이미지를 조작하여 현실의 무거움과 이미지의 가벼움을 작품 속에 함께 담아왔다.


강홍구_Mist & frost 15_디지털 프린트_80×160cm_2011


이번 개인전에서는 2007년 이후의 작품들 중에서 안개와 서리가 담긴 풍경 30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 시기부터 작가의 태도는 다소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작가는 이미지의 가벼움, 자본화 등에 여전히 주목하면서도 대상에 조금 더 거리를 둔 담담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들은 대상과의 거리를 만드는 한편 대상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갈 수는 없는 원심적 궤도 안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이어붙인 이미지들의 흔적, 대상을 서늘하게 감싸고 있는 안개와 서리, 낮은 채도는 누군가의 비참한 현실을 비현실적인 감상의 대상으로 만들기도하지만, 사라져버린 저 너머의 이야기들을 마주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의 작품들에는 대상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위치에 카메라를 들고 서 있던 그의 시선이 투사되어 있다. ● 작가는 전시의 제목 '안개와 서리' 뒤에 '10년'이라는 단어를 붙임으로써 그러한 원심적 궤도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지난 10년은 사진 속 피사체들의 사라져버린 10년인 동시의 작가가 몸소 살아 온 시간이기도 하다. 그 10년간, 사진 속 삶의 자리들은 부지불식간에 무너져 단지 이미지로만 남게 되어버린 한편, 작가는 결혼과 출산, 모친상 등을 겪으면서 탄생과 사라짐의 기로에서 존재의 무게를 경험해야 했다. 그리고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를 오가며 10년이 지난 지금, 작가의 앞에 놓인 것은 유령과도 같은 이 사진들 뿐이다. 그것들은 우리의 존재 자체 또는 예술의 존재 자체에 서글픈 의문을 갖게 한다. 우리의 삶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가상의 이미지들일 뿐인가? 작가의 작품들은 안개나 서리처럼 가볍고 차갑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는 시선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 원앤제이 갤러리


강홍구_Mist & frost 17_디지털 프린트_80×160cm_2011


강홍구_Mist & frost 24_디지털 프린트_80×160cm_2012


2007년 가을 버스를 타고 가다 고양시 오금동과 신원리에 짙게 낀 안개를 보았다. 이 장면은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에서 내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 뒤 고양시 삼송, 고양, 원흥 지구가 신도시로 개발 되었다. 안개가 낀 날이나 서리가 많이 내린 날은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 그 동안 내가 사진을 찍었던 장소에는 아파트와 빌딩들이 들어섰다. 그곳에 있던 집과 논밭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무들과 잡초도 없어졌다. 남은 것은 사진뿐이다. 이 사진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보고 또 보았다. ● 안개는 모든 것을 비현실적으로 만든다. 무너진 빈 집, 잡초, 뿌리 뽑힐 나무들, 군사용 시설, 사라질 마을과 학교를 가리지 않는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사진이란 일종의 안개이다. 사진 속에 담긴 현실이란 시간이 지나면 서리처럼 녹아 금방 사라져버린다. 안개 같은 분위기만 남을 뿐이다. 이 작업들의 목표는 사진을 현실에서 최대한 멀리 떼어 놓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도 그 안에 현실감이 남아 있을까. 색과 구도를 바꾸었다. 초겨울의 싸늘한 기운이 느껴지도록 특히 신경 썼다. ● 만들어진 사진들을 보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진들이 전부인가? 십 년 동안 나는 뭘 했나? 여러 번의 개인전을 했고, 결혼을 해서 애를 낳아 키웠고, 이사를 다녔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개인전을 하느라 많은 양의 사진 시험 프린트와 드로잉을 했다. 작품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그것들의 일부일 뿐이다. ● 내가 찍은 사진들은 일종의 풍경의 유령이다. 사진은 그걸 가둬놓는 좀비나 미이라 같은 것이다. 일시적이었고 사라질 운명이었다. 전시도 그렇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것 이상은 아니다. ● 작품이 팔릴까? 모르겠다. 안개처럼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별 수 없다. 지난 시절 동안 안개 속을 카메라를 들고 헤맸고, 몸에는 서리가 내렸지만 견뎠다. 앞으로 20년은 어떻게든 더 버틸 수 있겠지. ■ 강홍구


강홍구_Mist & frost 25_디지털 프린트_80×160cm_2012


강홍구_Mist & frost 30_디지털 프린트_90×220cm_2012


강홍구_Mist & frost 32_디지털 프린트_90×220cm_2008


In the autumn of 2007, I took a bus and observed the mist in Ogeum Dong and Sinnwon in Goyang city and felt compelled to take pictures of the scene. I got off the bus and started to take them. In those days, Goyang, Samsong and Sonheung were being developed as new cities. The fog and frost of those days called to the camera. Ten years have passed. ● In the place where I took the pictures, apartments and buildings soon took hold. The house and rice paddy fields are gone without a trace. So are the trees and weeds. only the photos remain. I came across them again and wondered what I could do with them. ● Mist makes everything unrealistic. Empty houses, weeds, military facilities and disappearing villages all appear unrealistic due to the fog. The same is true of photographs. Photography is like a kind of fog. As time goes by, the reality in the photo melts like frost. What remains is a fog engulfed atmosphere. ● The goal of these works was to separate the picture as far as possible from reality. Will a sense of reality remain? I changed the color and composition with a focus on trying to conjure the aura of the cold weather that I felt. ● I ask myself what have I done for decades since I took these photos. I have done several solo shows, got married, raised children, moved and buried my mother. I made a lot of photo test prints and drawings for solo exhibitions. Just some of these are called art works. ● The photographs I took are kind of a landscape ghost. The picture is like a zombie or a mummy that locks it up. It was temporary and destined to disappear. So is the exhibition. No matter how hard you try, it is no more than that. ● Will the works sell? I don't know but I wish my works would disappear like fog but I cannot say no. During the last days, I held the camera in the mist, frost on my body but it lasted. The next twenty years will somehow hold up. ■ KANGHONGGOO



Vol.20170907c | 강홍구展 / KANGHONGGOO / 姜洪求 / photography





지난 2월16일, 사진가 양재문씨의 ‘비천몽’전시가 율곡로 ‘아트링크’에서 열렸다.
기다린 전시였으나, 꾸물대다 30분이나 늦었다.

전시장에는 작가를 비롯하여 ‘아트링크’ 이경은 관장, 사진가 황규태, 김녕만, 곽영택, 이기명,

강홍구, 김복남, 곽명우씨등 많은 사진가들이 보였으나, 강홍구씨의 노래는 이미 끝나버렸고,

춤꾼의 치맛자락만 봄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전시된 작품들을 돌아보니, 추는 춤과 걸린 작품이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아트링크’갤러리가 마치 이 전시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처럼 생각되었다.

정사각형으로 이어진 한옥의 회랑  마당에서 춤을 추었는데,

실제의 춤사위보다, 벽에 걸린 꿈결같은 춤이 더 아름답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사진에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난 사진의 가치를 기록에 두어 그런지,

비현실적이거나 작가의 주관에 의한 작품은 사진보다 미술로 보는 고집스러움이 있다.

현실보다 비현실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에 일종의 배신감 같은 것도 느꼈다.

양재문씨는 30년 지기의 오래된 사이지만, 살기가 바빠 그런지 참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전시를 보니 20여 년 전에 보았던 ‘풀빛여행’이란 전시가 떠올랐다.

그 몽환적 춤 여행이 아직 선명한데, 이번엔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었다.

마치 한 폭의 수묵채색화처럼 아름다워, 육감까지 동했다.


작가는 어머니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춤사위에 담았다고 한다.

느린 셔터로 잡은 흔들리는 동작은 자신도 느끼지 못한 무아의 경지에 달했는데,

내가 볼 때는 흥행이 될 것 같았다.

사진평론가 이경률씨는 “어떠한 구체적인 정보도 주지 않는 작가의 사진들은 하늘로 비천(飛天)하는

영혼을 보여주듯이 춤사위 그 자체의 기록을 넘어 그것으로부터 반사되고 전이(轉移)된 정신적 생산물로

이해된다”고 말했으나, 에둘러 말하는 관습 때문인지, 원고지 채울 요량인지, 머리가 좀 지끈거렸다.

어쨌든, 오늘 좋은 사진전과 반가운 사람들 만나 기분 좋았다.
양재문씨의 작품이 쌕시하다는 곽영택씨 말처럼, 내 식으론 꼴리는 사진이었다.
뒤풀이는 '북촌만두'에서 인사동 ‘촌’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마셨다.


자기자랑에다 면전에서 상대방 칭찬까지 해 대는 친구가 있어 좀 껄끄러웠지만,

맞은편에 앉은 미녀 복남씨의 눈웃음에 술은 술술 잘 넘어갔다.

취기가 너무 올라, 마구초 한대로 진정시켜야 했다.

‘귀천’에서 모과차 한 잔으로 속 풀고, 돌아오는 길은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내 십팔번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는 노랫말처럼,

조지피면 같이 웃고, 조지지면 같이 울고 싶었다.


"꿈에서 몽정이나 한 번 했으면..."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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