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리는 박 건씨의 ‘자가격리 F4’를 보러갔다.
작가가 지킨 조용한 전시실에는 공산품을 활용해 재창조한 오브제 20점과

작품을 촬영하여 프린트한 사진 10점이 걸려 있었다.



노란 바나나 케이스에 빨간 수세미가 들어있는 작품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낯설지 않은 형상으로, 여성의 성기를 닮아 있었다. 흥미로운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갇혀 살 수밖에 없었던 오늘의 현실을 보여 준 자가격리와 고공노동자의 절규를 보여주는 작품도 있었다.

부러진 망치를 깔고 앉은 모습에서는 박근혜 정권의 몰락을 말했고, 해골더미에서는 월남전 참상을 고발했다.

그만의 해학으로 요지경 세상을 풍자했다.



박 건의 미니어처 작업은 공산품 소재의 발견에서 부터 시작된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다양한 변주가 이루어진다.

때로는 풍자적이고, 때로는 비판적으로 독특한 형상성을 드러낸다.



일상과 환상이 공존하고, 생활과 예술이 어우러진 그만의 조화를 이루어 낸 것이다.

조그만 상업적 물건 속에 작가의 혼을 불어넣어 세상에 말 걸고 있었다.




작업형식이 마치 젊은 작가처럼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누가 이 작품을 40여년의 화력을 가진 중견작가의 작품으로 볼 수 있겠는가?




즉발적인 형식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의 작업들은 고착화된 현대미술의 만용에 딴지를 걸었다.

작품에 대한 개념과 방식까지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이미 만들어진 공산품을 예술 속으로 가볍게 끌어들일 수가 있었던 것은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작가의 실험적 작업 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화가 정정엽씨는 “박건의 미니어처 작업들은 스스로 만든 것들은 거의 없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요리 붙이고, 조리 합하고, 살짝 변형시켜 동시대에 걸 맞는 시각언어로 활용한다.

대부분 10cm 안 되는 피큐어와 일상재료들을 날것으로 살려 쓰고 있다.

흉내 낼 수 없는 정교함에 대한 오마주이자 그것을 만들어 낸 익명의 공장노동자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이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에 공산 예술품 보러 인사동가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는 박건의 ‘자가격리 F4'는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