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6일, 사진가 양재문씨의 ‘비천몽’전시가 율곡로 ‘아트링크’에서 열렸다.
기다린 전시였으나, 꾸물대다 30분이나 늦었다.

전시장에는 작가를 비롯하여 ‘아트링크’ 이경은 관장, 사진가 황규태, 김녕만, 곽영택, 이기명,

강홍구, 김복남, 곽명우씨등 많은 사진가들이 보였으나, 강홍구씨의 노래는 이미 끝나버렸고,

춤꾼의 치맛자락만 봄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전시된 작품들을 돌아보니, 추는 춤과 걸린 작품이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아트링크’갤러리가 마치 이 전시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처럼 생각되었다.

정사각형으로 이어진 한옥의 회랑  마당에서 춤을 추었는데,

실제의 춤사위보다, 벽에 걸린 꿈결같은 춤이 더 아름답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사진에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난 사진의 가치를 기록에 두어 그런지,

비현실적이거나 작가의 주관에 의한 작품은 사진보다 미술로 보는 고집스러움이 있다.

현실보다 비현실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에 일종의 배신감 같은 것도 느꼈다.

양재문씨는 30년 지기의 오래된 사이지만, 살기가 바빠 그런지 참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전시를 보니 20여 년 전에 보았던 ‘풀빛여행’이란 전시가 떠올랐다.

그 몽환적 춤 여행이 아직 선명한데, 이번엔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었다.

마치 한 폭의 수묵채색화처럼 아름다워, 육감까지 동했다.


작가는 어머니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춤사위에 담았다고 한다.

느린 셔터로 잡은 흔들리는 동작은 자신도 느끼지 못한 무아의 경지에 달했는데,

내가 볼 때는 흥행이 될 것 같았다.

사진평론가 이경률씨는 “어떠한 구체적인 정보도 주지 않는 작가의 사진들은 하늘로 비천(飛天)하는

영혼을 보여주듯이 춤사위 그 자체의 기록을 넘어 그것으로부터 반사되고 전이(轉移)된 정신적 생산물로

이해된다”고 말했으나, 에둘러 말하는 관습 때문인지, 원고지 채울 요량인지, 머리가 좀 지끈거렸다.

어쨌든, 오늘 좋은 사진전과 반가운 사람들 만나 기분 좋았다.
양재문씨의 작품이 쌕시하다는 곽영택씨 말처럼, 내 식으론 꼴리는 사진이었다.
뒤풀이는 '북촌만두'에서 인사동 ‘촌’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마셨다.


자기자랑에다 면전에서 상대방 칭찬까지 해 대는 친구가 있어 좀 껄끄러웠지만,

맞은편에 앉은 미녀 복남씨의 눈웃음에 술은 술술 잘 넘어갔다.

취기가 너무 올라, 마구초 한대로 진정시켜야 했다.

‘귀천’에서 모과차 한 잔으로 속 풀고, 돌아오는 길은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내 십팔번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는 노랫말처럼,

조지피면 같이 웃고, 조지지면 같이 울고 싶었다.


"꿈에서 몽정이나 한 번 했으면..."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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