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김지연씨의  따뜻한 그늘 사진전이 오는 25일까지 충무로 꽃피다갤러리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김지연씨가 '경향신문'에 연재해 온 사진 산문에 실린 작품으로,

전시와 함께 눈빛출판사에서 펴낸 사진 산문집도 선보였다.

 

오랜만에 충무로에 나갈 일이 생겼다.

갤러리브레송에서 열리는 김은주 전시도 며칠 남지 않았지만,

갤러리 꽃피다에 정영신의 따뜻한 그늘참여 작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갤러리 부근은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차에서 기다리기로 했는데,

작품을 전달하러 간 정동지가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다.

핸드폰까지 네비로 걸어두고 가, 전화도 받을 수 없었다.

 

기다리다 지쳐 김은주 전시부터 보러갔으나, '브레송'은 문이 잠겨 있었다.

그때 사 남의 전화를 빌렸는지, 전화가 걸려왔다.

'눈빛' 이규상씨와 사진가 이한구씨도 있다며, 그곳으로 빨리 오란다.

 

전시장에는 많은 사진가가 달라붙어 디피 하느라 분주했다.

 

사진가 김지연, ‘꽃피다김유리관장, '눈빛출판사' 이규상, 안미숙 내외를 비롯하여

참여 사진가인 이한구, 고정남, 손은영, 김명점, 정윤순씨 등 여러 명이 계셨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을 돌아보니, 간혹 눈에 익은 작품도 보였으나,

이야기가 담긴 사진들이 많았다.

 

마지막에 가져 간 정영신의 장터 사진으로 디피가 마무리되고 있었는데,

눈빛출판사에서 펴낸 사진 산문집 ‘따뜻한 그늘’도 나왔더라.

 

눈빛출판사 / 165X210 / 252면 / 가격22,000원

 

 출판된 따뜻한 그늘’ 1부는 사진가 김지연의 작품으로 구성되었고,

2부는 김근원, 한영수 등 작고 작가에서부터 이한구, 박종우, 고정남, 김명점, 김영경, 엄상빈,

변순철, 정영신, 박찬원, 이재갑, 이선민, 임안나 등 40점의 사진이 글과 함께 실려 있었다.

 작품이해를 돕는 김지연씨의 산문은, 또 다른 울림을 주었다.

 

전시 디피를 끝 낸 후, 간략한 개막식도 진행되었다.

전시 디피가 끝나자마자 개막식이 진행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었.

 

사진가 김지연씨의 인사말에 이어, 이규상대표의 사진에 관한 이야기와 축하인사도 따랐다.

 

작가와의 대화는 오는 123() 오후2시부터 열린다. 의미 있는 시간 갖기 바란다.

 

수고한 분을 위한 뒤풀이에 휩싸여, 밥값만 축내는 일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앞자리에 앉은 김명점씨가 쏘아 덜 미안했다.

 

뒤풀이에서 돈 거두는 게 일상화되었는데, 누군가 혼자 계산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것도 여성이...

 

하기야! 여성이기에 배포 좋게 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사내들은 옛날처럼 기분좋게 쓸 경제적 여유도 없지만,

곰상스러움이 체질화되어, 있어도 쓰지 못하는 졸장부가 되어버렸다.

세상 많이 바뀌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분들과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늘 고맙습니다"

'따뜻한 그늘' 전시보러 가세요. 사진산문집을 구해 보셔도 좋습니다.

 

 

사진,  / 조문호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그 세 번째 기획전인 김동진 사진전이 오는 30일까지 충무로 ‘브레송갤러리’에서 열린다.
 
김남진 관장이 기획하고, 사진비평가 이광수 교수가 작가론을 쓰는 본 기획전은 '우리시대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시대의 목격자로서 인간 중심이라는 기본적인 정신을 계승하며 사회 부조리와 인간관계의 불합리와 모순에 분노할 줄 아는 작가에 주목한다. 선정된 작가는 지난 사진과 현재 작업을 보여주며, 한 사진가의 작품세계를 재 조명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어둠의 현장을 치열하게 기록한 양승우 사진으로 막을 올렸다. 리얼한 사진에 담긴 서사의 힘은 진한 인간애를 자아냈다. 두 번째로 보여 준 강재구는 입영 전의 민간인에서부터 머리를 깎은 군인에 이르기까지 징병제에 따른 군인 시리즈를 20여 년 동안 기록해 온 사진가다. 군인의 몰개성과 획일성을 비판한 전시였다.
 
이번에 전시한 김동진은 정상이 비정상을 지배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소외나 박탈 등 사회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기이한 형상으로 표현했다. 이 역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전시여서, 다음 작가가 더욱 궁금해지는 기획전이다.
매월 ‘월간 사진’에 전시작과 사진가론 전문이 실리니, 많은 관심 바란다.
 
아래 내용은 김동진 전시 팜프렛을 복사했다.
이광수교수의 김동진론 ‘사진 스토리텔링이 향하는 곳’ 전문과 작가노트, 그리고 작품을 소개한다.
 

 

최인숙 <2022최가(崔家)의 만찬&nbsp; #1 >

여성사진가 43명이 참여한 '2022여성사진페스티벌 '명랑 주파수'전이 오는 26일부터 11월1일까지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특별관에서 열린다.

 

한국여성사진가협회가 개최한 이 전시는 세대 개념과 이를 반영하는 세태에 주목한다. 주제전 '세대 감각'은 가족의 신화와 시간, 사회적 풍경과 장소, 내밀한 사연과 감각, 사물에서 오브제 등 4개 섹션으로 전시된다.

 

40년 넘게 살아온 부부의 초상을 내놓은 이춘희 작품을 비롯하여 '마지막 만찬'을 차용하여 가족을 찍은 최인숙의 '2022최가의 만찬', SNS세대의 여행 문화를 보여주는 이경희의 포토존 풍경,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정물화 형식으로 보여주는 변현진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주제전인 '발언하는 신체'에서는 작가 본인의 신체를 시각적 발언 매개로 작업한 류엘리, 이영, 심선아 등 초대작가 10명의 작품도 전시된다. 특별전에서는 세대별 문화 특성과 세대 간 관계를 주목해 개인사와 시대사를 엮는 관점을 담은 초대 작가 7명의 작품이 소개된다.

 

곽은진 <꿈은 현실이 된다 #7>

총괄 기획 / 글 : 임안나

 

세대(generation) 개념은 혈연과 가부장적 수직관계에서 사회변화를 경험하며 달라지는 사람들의 의식구조, 행동 양식, 소비문화에 따른 특성 구분으로 변화되었다. 현대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발전, 미디어 환경, 사회문화 등 효율적 사회라는 환상으로 개인과 소수의 존재와 고유함을 지나치려 한다. 특히 팬데믹 상황은 개인과 공동체 일상에 혼돈을 가져왔고, 더욱 강력해지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모든 세대의 가치관, 일상생활, 경제활동, 상생 방법 등에 예측할 수 없었던 질문을 가져왔다. 이와 관련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은 여러 개인을 한정적 프레이밍에 가둬 수동적 위치에 머물게 하고, 서로의 소외를 유도하는 일련의 구분법과 명명 언어에 관한 의심과 재고의 실천일 것이다.

 

제 3회 2022여성사진페스티벌은 “나는 어떤 세대인가, 너와 나를 가르는 세대관은 무엇인가? 상생을 위해 나눠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의 화두와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지혜, 소통과 협력, 인간에 내재한 수평과 통섭 관계를 지향하는 모두에게 내재한 여성성이 가진 분명한 본령을 실천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들이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참여하는 본 전시는 세대 간 가치관과 행동 양식의 충돌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신만의 소통방식은 무엇인지, 개인적 경험들이 관계적, 사회적 차원에서 어떻게 재구성되고 소통되어야 하는지, 또 이를 회복시키기 위한 개인적,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지 작가 고유의 사진 언어로 전할 예정이다. 이 모든 과정은 진정한 소통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는 작가의 성찰 모습이자 다양한 세대의 여성 작가들이 전하는 현실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명랑 주파수> 주제전 1에서는 세대 감각에 관한 사적, 공적 사유와 정서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표현한 KOWPA 회원 작가 23명이 참여하고, 주제전 2 에서는, 작가 본인의 신체나 사물을 은유와 표상의 오브제로 가져와 시각적 발언 매개로 작업한 초대 작가 10명이 참여한다. 그리고 특별전에서는 세대별 문화 양태와 세대 간 관계를 주목하여 개인사와 시대사를 관통하는 시각적 내러티브로 구성한 초대 작가 7명이 참여한다.

 

장연호 <엄마> 단채널 비디오

최인숙 한국여성사진가협회 회장과의 대화.

 

한국여성사진가협회는 올해로 24주년을 맞았고, 올해는 2018년 통通하는 여자 이후 4년 만의 여성사진페스티벌 개최인 만큼 감회가 남다를  같습니다.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인해 전방위적으로 사회활동이 위축되면서 사진 예술가들의 활동 또한 매우 정체된 기간을 보냈습니다. 힘들고 길었던 이 시간들이 우리에게 던진 많은 메시지들을 작가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꼈는지 각자의 이야기들이 많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개인으로서의 삶의 방식과 작가로서의 삶의 방식의 작업과정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가 작가들 스스로에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을 되돌아보는 또 다른 의미의 시간이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감회와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4년 만에 개최하는 올해의 여성사진페스티벌은 긴 터널을 지난 후 마주하는 낯선 풍경을 보며 느끼는 흥분과 설렘, 못다한 이야기들, 새로운 이야기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장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함께 이 대화에 동참해주시어 더 많은 대화를 나누어주시길 희망합니다.

 

최순옥 <Talk (ing to) #402>

한국여성사진가협회는 고정화된 젠더 관념에 질문을 던지고, 사진예술을 통한 여성문화의 다양한 담론과 함께 여성성의 고유한 가치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022여성사진페스티벌은 무엇에 방점을 두고 기획되었는지 궁금합니다.

 

2022여성사진페스티벌에서 여성이면서 작가인 42인은 여성 고유의 경험체계와 상상력이 결합되어 가부장중심의 지배적 상징언어와는 다른 언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여성적으로 글쓰기, 여성적으로 말하기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통념과 관습의 폭력성을 예민하게 감지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재해석하고자 하는 몸짓에서부터 가부장적 전통과 체제로 인한 구조적 모순성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저항하는 소리에 이르기까지 ‘여성적으로 사진하기’의 영역은 계속 확장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사진가협회는 이러한 여성작가들의 말하기가 가능하도록 지난 24년간 꾸준히 기획전을 열며 작가들의 일상과 현실을 여성적 시각에서 고민하고 저항하며, 극복하고 제시하도록 장을 열어주는 곳입니다. 여와 남, 자연과 문명이 상생하는 미래를 위해 추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포용하고 조화하는 여성성, 이를 위해 자신과 주변을 늘 연결하고 관계 맺으며 새로움을 창조하는 여성성이라 여깁니다. 여성성의 재발견과 새로운 회복을 통해 현대사회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지금의 사회보다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는 것을 그 취지로 하여 기획되었습니다.

 

공명 <각방 #2>

다큐멘터리 사진과 연출 사진에 구분을 두지 않은 다양한 사진작품을 감상할  있는데요. 2022여성사진페스티벌에서 눈여겨봐야 할 감상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42인의 여성 작가들은 세대, 가족, 종교, 사회, 문화 속에서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분열된 자아, 불통과 갈등, 억압과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한, 또 이를 회복시키기 위한 개인적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를 작가 고유의 사진 언어로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작가 개인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개성, 주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다름, 차이들이 서로 교차하며 공존하고 있습니다. 전시타이틀인 ‘명랑주파수’는 개인과 개인간, 개인과 사회간의 서로의 다른 주파수를 감지하고 연결하고 소통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대안을 만들어보고자 정한 타이틀입니다.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다양한 세대의 여성작가들의 이야기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는 작가의 성찰의 모습이며 작가가 전하는 현실의 모습이라는 측면에서 곧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자신과의 공통점과 연관성을 찾아보고 단순한 작품감상을 넘어 그 의미를 함께 공유하고 교감하며 더 깊이 있고 새로운 해석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시 중 열리는 초청특강 ‘예술에서의 젠더적 시각’(강사 정필주.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사, 예술사회학, 11월30일 오후3시)에도 많은 분들이 참석하시어 함께 대화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우영 <Dorcas Fashion>

한국여성사진가협회의 무궁한 발전을 바랍니다. 현재 기획된 전시나 행사가 있는지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궁금합니다.

 

올 11월7일부터 내년 1월16일까지 여성사진가협회는 사진작가들이 사진을 통한 예술전문 치료과정을 지도할 수 있도록 사진치유 지도자 양성 워크숍을 엽니다. 미술치료과정의 기본수업에 사진을 활용, 예술을 통한 진단기법과 내면 치유를 위한 정신 병리학 등 표현심리 치료를 위한 실기와 다양한 이론 교육에 기존의 타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여성사진가협회만의 특별과정을 추가하여 구성한 전문가 양성 워크숍입니다.(자세한 일정은 협회 홈페이지 참조) 또한 내년은 한국여성사진가협회가 창립 25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창립해인 1998년과 비교하여 눈에 띄게 바뀐 사진계의 다양한 흐름과 지형도, 여성사진가들의 활약과 한계 등 나누어야 할 많은 주제들이 함께하는 학술 세미나를 현재 기획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전시와 출판도 현재 준비 중에 있습니다. 곧 좋은 소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인터뷰 전문과 더많은 사진작품은 <월간사진> 10월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윤정미 <반려동물-세희와 도희>

 

 

 

몸詩(몸시) Poem of Body

이쥬展 / LEEJOO / photography

2022_1001 ▶ 2022_1010

이쥬_몸시#어음2리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초대일시 / 2022_1001_토요일_06:00pm

주최,기획 / 갤러리 브레송_아르떼22

후원 / 제주문화예술재단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 브레송

GALLERY BRESSON

서울 중구 퇴계로 163

(충무로2가 52-6번지) 고려빌딩 B1

Tel. +82.(0)2.2269.2613

gallerybresson.com

고통을 넘어서는 치유와 희망의 미장센 ● 사진과 영상을 전공한 이쥬 작가는 서사(徐事)가 절정의 순간을 치닫는 미장센으로 독자적 사진 세계를 담아낸다. 장면의 앞뒤가 매우 치밀하고 구축적으로 느껴질 만큼 연극이나 영화의 미장센보다 더 극적이다. 그는 서사의 절정을 표현하는 사진 연출을 위해 연극, 연출, 영화를 배우고 극작가로도 활동한다. 그리고 작품은 항상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도시의 풍경을 담았던 「건축과 풍경」(2014)에서는 건축과 사람의 관계를, 몽골의 자연을 담은 「The Ground project」(2016)에서는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자신만의 미장센으로 해석하고 표현했다. 특히 강론 감독의 「이소룡을 찾아랏_Looking for Bruce Lee」(2001)에서 영화 속 미장아빔(mise en abyme)형식의 포토로망(사진만으로 만들어진 영화) 「착한 다리를 가진 여자_Object&Portrait」를 선보이며 사진 작업에서 연극적 완성도를 높이고, 은유적 표현으로 내용을 함축시키는 기법으로 시선을 끌었다. 이처럼 서사가 명확한 사진을 지향해온 이쥬 작가가 3년 만에 '몸詩'라는 타이틀로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은 독자성 강한 새로운 미장센을 감상할 기회이다.

 

이쥬_몸시#누운오름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몸詩'의 무대는 제주 4·3과 연관 있는 장소들이다. '어음리, 누운오름, 금오름, 월령선인장 포구, 곽지 앞바다' 등 외형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지만, 제주민들에게는 아픔과 슬픔이 묻혀있는 장소들이다. 작가는 제주의 비극적 장소에 배어있는 슬픔과 고통을 국적이 다른 여러 명의 퍼포머들을 등장시켜 자신이 해석한 4·3을 표현했다. 10대에서 6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퍼포머들의 몸짓과 표정은 역사적 아픔과 작가 개인의 슬픔이 오버랩된 미장센이다. 특히 세 명의 퍼포머들은 이번 작품의 배경과 더불어 핵심이다. 이들의 괴이하고 역동적인 몸짓과 표정은 '몸詩'라는 전시타이틀에 부합하는 시어(詩語)와 같다. 4·3의 서사는 퍼포머들의 몸과 얼굴을 통해 절정으로 치닫고 작가의 치밀한 미장센에 담겨 재구축되어 새로운 서사의 장을 열어젖힌다.

 

이쥬_몸시#누운오름_피그먼트 프린트_120&times;80cm_2021

이쥬 작가는 카메라 앵글 안에 잡히는 모든 장면을 총괄 기획한다. 장소와 인물은 물론 오브제나 날씨, 시간까지 관여한다. 한마디로 사진에 담기는 모든 시각적 요소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연출한다. 이 점에서 그의 작업은 콜라보레이션보다는 미장센에 가깝다. 이러한 특징은 전시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전시는 '1부-진혼, 2부-저항, 3부-나비'의 이야기 중심 구성이다. 잔악한 사건으로 희생당한 수많은 넋을 달래는 진혼을 시작으로 부조리한 사건에 당당한 저항의 태도를 견지하고, 그 저항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나비'에 담았다. 곧 '진혼-저항-나비'라는 서사 구도를 바탕으로 '아픔과 상처-저항과 소망-치유와 희망'으로 펼쳐지는 서사시를 완성했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비장미가 흐른다. 콘트라스트가 강한 모노톤에 슬픔, 고통, 절망 등의 감정이 입혀진 장면들이 화면을 주도한다. ● 인간은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산다. 상처의 깊이와 고통의 길이가 다를 뿐이다. 누구에게는 일상의 풍경이 누군가에는 평생의 아픈 풍경으로 기억된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 4·3은 죽은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역사다. 제주 4·3이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예술 활동으로 재해석되고 재평가되어 역사적 진실이 소환되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쥬_몸시#금악리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이쥬 작가는 4·3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니다. 그래서 4·3을 직접 겪은 제주민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는 깊이와 폭이 다를 수밖에 없다. 자칫 주관적 해석에 따른 타인의 시선에 머물기 쉽고, 왜곡된 이해로 표현될 여지도 있다. 이런 경계의 시선은 결국 작품으로 평가받게 된다. 그는 4·3사건을 직접 겪지 않았지만, 그 아픔을 몸과 마음으로 이해하고 역동적 몸짓으로 표현 가능한 퍼포머를 통해 작품의 진정성과 완성도를 높였다. 이는 자신의 미장센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국적이 다른 퍼포머들과 대화를 통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역사의 진실을 공유하고, 퍼포머들 각자의 생각과 해석의 몸짓에 맡겨 제주 4·3의 쓰라린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마치 좋은 배우가 잘 짜인 연출에 의해 완성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는 것처럼.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연극 같은 구성을 지녔다. 이런 느낌은 몇몇 작품에서 확인된다.

 

이쥬_몸시#봉성리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몸시#누운오름」를 보면, 짙은 얼굴 화장의 퍼포머 세 명이 각자 표현한 고통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강렬한 표정이 각기 다른 고통의 순간을 이야기한다. 먼저, 세 사람 중 맨 위 한국의 퍼포머(Ramoo Hong)는 극한의 고통에 절규하는 표정이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외치는 단말마가 전해지는 느낌이다. 아래 일본의 퍼포머(Mushimaru Fujieda)는 두 눈을 뜬 채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 외마디조차 내지 못할 정도의 넋이 나간 표정에서 말로 형용하기 힘든 고통의 순간이 느껴진다.(여기에는 부토(舞踏) 마스터로 불리는 육체 시인 후지에다 무시마루의 노련함이 한몫하고 있다) 그리고 스페인 퍼포머(Lucia Sombras)는 고통의 끝을 보여준 표정 같다. 마치 고통 후 맞이하는 죽음과 같은 침묵의 표정이랄까. 오히려 평온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처럼 세 사람의 표정과 몸짓은 자신들이 직접 겪은 고통의 순간일 수도, 누군가의 고통을 지켜본 관람자의 감정을 대변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4·3사건을 듣고, 그 비극의 장소에서 느껴지는 역사적 슬픔과 아픔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표현한 고통의 몸짓이다. 세 사람의 퍼포머가 각자의 내면에서 내뿜는 미세한 감정선이 보는 이의 마음으로 전이된다. 고통의 표현은 동일 사건이라도 나라, 지역, 사람마다 다르다. 4·3 또한 지역과 사람, 장소와 세대에 따라 다르게 이해하고 기억한다. ● 작품 「몸시#봉성리」를 보면, 감정선이 달라진다. 이 작품에는 4·3사건의 비극적 역사에 의연한 자세로 저항하는 몸짓이 담겨있다. 3인의 퍼포머가 전방을 응시하며 결연한 표정과 자세로 저항의 태도를 보인다. 비극의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감정을 가늠하기 힘든 표정에서 더는 공포와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몸시#금오름」는 언급한 두 작품에 견주어 중의적이다. 메밀밭에서 해괴한 표정을 짓는 퍼포머의 표정은 슬픔을 애써 잊어야 하는 혹은 억지스러운 웃음으로 대처해야 하는 살아남은 자의 모습을 대변한다. 한편으로는 영원히 슬픔에만 잠겨있을 수 없는 현실의 냉혹함을 풍자하는 듯하다. 화장 밑 진실의 얼굴처럼 웃음 뒤에 감춰진 슬픔은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라는 슬픈 현실을 꼬집는다.

 

이쥬_몸시#군산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언급한 작품들은 역동적인 몸짓, 강렬한 화장, 격한 표정 등의 색다른 미장센으로 4·3을 표현하고 있지만, 이 사건을 주제로 한 여느 작품들처럼 배경이 비극의 장소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더는 편한 마음을 유지하기 어렵다.(아픔의 역사를 표현한 퍼포머들의 '몸詩'가 그만큼 울림을 지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가는 작품의 이야기를 연출하면서 누구보다 이 부분을 깊이 의식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몸시#금악리」와 같은 작품을 통해 힘들고 불편한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싶은 작가 의도를 드러낸다. 「몸시#금악리」는 수십 년간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산 사람들에게 아픔의 순간을 잊을 수 있는(혹은 이겨낼 수 있는) 휴식의 삶을 권유한다.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쉼' 같은 작품이다. 고통과 슬픔, 죽음과 이별의 기억에 갇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의 발로이다. 여기에는 3여 년 동안 아버지를 병간호하다 이별한 작가의 경험도 제작 동기로 작용했다. 결국 4·3의 아픈 가족사를 겪은 모든 사람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위로와 치유라는 것을 강조한다. 극한의 고통을 담은 작품들 옆에 '쉼'과 같은 숨 고르는 작품을 배치한 이유가 읽힌다.

 

이쥬_몸시#구두미포구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한편, 월령(선인장마을)의 무명할머니(4.3때 입은 턱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얼굴에 평생 무명천을 두르고 사셨다는 진아영 할머니_실존 인물)를 추도하는 작품 「몸시#월령포구」, 「몸시#구두미포구」는 자연과 인물, 연출과 모델이 조화를 이룬 시적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끈다. 역동적인 몸짓 없이도 고통과 아픔을 겪은 이들을 위한 추도의 마음이 깊이 전달되는 힘이 있다. 특히 「몸시#구두미포구」에서는 제주 여성의 강건함과 당당함을 드러내고자한 작가의지도 엿보인다.

 

이쥬_몸시#월령포구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사진이 소박한 대상으로 이해되든지 경험이 풍부한 숙련자의 작품으로 이해되든지 간에, 사진의 의미는 그 사진이 얼마나 공명을 불러일으키느냐에 달려있다.' * 라는 수전 손탁의 말처럼 공감을 일으키는 작품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힘을 지닌다. 「몸시#월령포구」, 「몸시#구두미포구」는 사진만으로도 공감 폭이 크다.

 

이쥬_몸시#곽지_피그먼트 프린트_80&times;120cm_2021

전시 작품 중 유일하게 퍼포머들 없이 바다가 품은 희망의 빛을 표현한 「몸시#곽지」는 작가가 전시를 준비하면서 남은 심상 풍경으로 보인다. 제주 4·3이라는 거대한 아픔은 바다가 삼키고,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이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빛처럼 어둠을 밝히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신비로운 빛은 아픔의 세월을 견뎌낸 사람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빛이다.

 

이쥬_몸시 메이킹_현장사진

이번 이쥬의 '몸詩'시리즈에서 느껴지는 사진적 효과, 즉 사진에서만 얻을 수 있는 디테일한 자연의 표정은 작가의 섬세함과 연극, 영화, 연출에서 축적된 경험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연출과 촬영은 물론 편집과 아날로그 프린팅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을 직접 제작한 실험적 작업을 통해 쌓은 경험들이 이번 '몸詩' 작품에서도 중요한 밑거름이자 창작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퍼포머와 자연과의 관계, 장소와 역사에 관한 자유로운 표현, 표현대상의 그림자까지 고려한 시간의 선택, 자연의 변화 속에서 원하는 빛을 얻기 위한 숱한 기다림, 그리고 깊은 사색의 순간까지. 한 컷의 결정적 장면을 위해 구성한 미장센에 '몸詩'의 의미를 충분히 담았다. 무엇보다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찾고, 동시에 스스로 삶을 냉정하게 바로 보기 위한 성찰적 무대를 시도한 것은 좋은 작가로 거듭나기 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쥬_몸시 메이킹_현장사진

결론적으로 이쥬 작가의 '몸詩'는 제주의 뼈아픈 역사의 고통을 넘어서는 치유와 희망의 미장센으로 내러티브를 구성한 전시다. 여기에 더하여 3여 년 동안 아버지를 병간호하면서 '작가로 당당하게 살아가겠다'고 했던 다짐을 실천하는 첫'약속'전의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간절함이 작품 속에 차곡차곡 내재된 함의로 표현된 것이 이쥬의 '몸詩'에서 찾은 성과와 의미이다. ■ 변종필

* 수전 손탁 저, 이재원 옮김 『타인의 고통』 이후, 2011, p.52.

 

Vol.20221002a | 이쥬展 / LEEJOO / photography

 

 

Flowing Moment-순간은 밤하늘의 별과 같다

허유진展 / HUHYOOJIN / 許有辰 / photography 

 

2022_0919 ▶ 2022_0925

 

허유진_Fancy 01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8.2&times;51cm_2021

초대일시 / 2022_0919_월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아트비프로젝트

art B project

서울 종로구 삼청로 82 3층

Tel. +82.0507.1358.3076

www.artbproject.com

 

우리 곁에 있는 우주의 깊숙한 곳 ● 허유진의 작품들을 누가 봐도 별이 가득한 신비로운 우주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무엇을 찍어서 그렇게 보이는지는 나중의 일일만큼 압도적인 유사성을 가진다. 별을 보며 하는 생각은 일상과는 다소 다르다. 일상의 잡다함을 털어내는 초월적 경지로 누군가에게는 황홀한 도피처가 되기도 한다. 밤하늘을 보는 것은 낭만적이다. 알베르 베갱은 『낭만적 영혼과 꿈 : 독일 낭만주의와 프랑스 시에 관한 시론』에서 낭만주의자들이 추구했던 것은 우주적 무한과의 소통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응시하는 것은 종교가 없는 사람도 종교를 떠올릴만한 근본적 차원에 몰입하게 한다. 종교는 하루 이틀, 일년 이년, 십년 이십년의 시간이 아닌 억겁의 시간에 걸친 진리와 지혜를 말한다. 허유진의 전시 부제 『Flowing Moment-순간은 밤하늘의 별과 같다』에는 시간에 대한 키워드가 여럿 들어가 있다. 그것은 별이라는 작품 소재와 관련된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작가의 주요 매체인 사진도 그렇다.

 

허유진_Fancy 02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60.9&times;81.3cm_2021
허유진_Fancy 03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8.2&times;51cm_2021

작가가 '순간'을 강조하는 것은 사진이 시공간의 절편을 담아내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우주를 볼 때 인간은 영원을 생각한다. 물론 우주 또한 생성과 소멸을 겪지만, 워낙 관찰자인 인간의 시간관념을 뛰어넘는 시간을 전제하기에 영원처럼 느껴진다. 길어야 100년 남짓한 인생은 우주적 시간에 비한다면 거의 순간에 해당된다. 순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지금 자기 눈에 닿은 별빛으로 그 별이 아직도 존재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에서도 온다. 먼 거리를 생각할 때 그 별은 이미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지속이 아닌 순간만이 확실하다. 중학교 때부터 사진을 찍어온 허유진에게 몸의 연장이나 다를 바 없는 카메라는 무엇보다도 순간을 포착한다. 별을 품고 있는 우주는 그 자체로 존재할 것이지만,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별 그 자체 보다는 그것을 보고 생각하는 주체다. 작가는 『Flowing Moment』 전의 사진들이 '나라는 사람을 예술적 표현으로 보여준 사진이고 나의 세상이고 우주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허유진_Fancy 04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8.2&times;51cm_2021
허유진_Fancy 05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8.2&times;51cm_2021

하지만 우주적 풍경처럼 보이는 작품은 그것이 세차 구정물이라는 점에서, 그 낙차에서 오는 충격이 있다. 자동차 세차장에서 발견한 비눗물은 빛이나 날씨의 조건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나지만, 전시되는 대다수의 작품에서 우주적 풍경이 느껴진다. 최초의 발견은 우연이었지만, 작가는 집중적으로 한 주제에 매달려 작품 형식을 가다듬어 왔다. 현재까지는 자동차 창에 비춰진 거품이 중심을 이루지만 앞으로 넓혀가려 한다. 아직 20대니까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본다. 이 시리즈가 시작된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였으니, 최소 7-8년은 넘게 붙잡고 있으면서 심화, 확장 시키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 밖에 작가가 관심을 가진 소재로는 동굴이 있다. 동굴 또한 구체적인 자연이면서도 추상적인 느낌으로 확장될 수 있는 소재다. 우주나 (아직 발표는 안된) 동굴 이미지는 허유진의 관심이 자연의 이미지에 있음을 알려준다. 과학자들의 도구인 현미경이나 망원경은 자연을 확대하여 분석한다.

 

허유진_Fancy 06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8.2&times;51cm_2022
허유진_Blossom 01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8.2&times;51cm_2021

허유진의 도구인 사진은 그 연장선 상에 있다. 복잡한 자연적 현상에서 질서 있는 패턴을 찾아내는 방식은 과학과 예술에 공통적이다. 전시된 작품은 자연에 내재한 심미적 차원을 활용한다. 거품이 자아내는 우주적 풍경은 모두 물질과 에너지의 패턴과 관련된다. 가령 기하학자라면 불규칙적인 거품의 형태에서도 규칙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시오반 로버츠는 기하학자 콕세터의 평전 『무한 공간의 왕』에서 '모듈화된 공간의 컴팩트화'에 대한 연구의 예를 든다. 이 평전의 주인공은 '최밀 충전과 거품 덩어리'에 대한 강의에서 '거품 덩어리에서 하나의 거품과 접촉하는 거품의 수를 공식화'한다, 과학자가 공통의 규칙을 찾는다면 예술가는 보다 직관적인 시각적 비유법을 구사한다. 허유진의 작품에서 비누 거품과 우주는 시각적인 유사성(resemblance)으로 연결된다. 유사성은 시각예술에서 의미가 확장되는 중요한 연쇄 고리가 된다.

 

허유진_Blossom 02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7.9&times;37.2cm_2021
허유진_Blossom 03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8.2&times;51cm_2021

미셀 푸코는 『말과 사물』에서 유사성은 16세기 말까지 서구문화에서 지식을 구성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땅은 하늘을 반영했고 사람의 얼굴에는 창공의 별이 반영되어 있었다. 그리고 회화는 공간의 모방이었다. 푸코에 의하면 표상은 반복의 형태로서, 즉 인생의 무대나 자연의 거울로 이루어졌다. 『말과 사물』은 유사성과 공간과의 연쇄에 의해, 말하자면 유사한 사물들을 한데 모으고 인접한 사물들을 동화시키는 힘에 의해 세계는 마치 하나의 사슬처럼 서로 연결된다고 서술한다. 그러한 방식으로 각각의 사물에 주어진 장소를 극복한다. 인간의 그의 지혜를 통해 세계의 질서를 닮아가고, 세계의 질서를 자신의 내부로 전위시킴으로서, 자기의 내면의 창공 속에서 저편의 다른 하늘의 움직임을 재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비는 보편적인 적용영역을 갖게 된다. 전 우주의 모든 형상들은 유비에 의해 한데 모여들게 된다. 어느 방향으로든지 길이 나 있는 이 공간상에는 하나의 특권을 가진 중심점이 존재하는데, 이 지점은 바로 인간이다.

 

허유진_Blossom 04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7.9&times;37.2cm_2021
허유진_Blossom 05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7.9&times;37.2cm_2021

대우주의 질서를 반향하는 소우주로서의 인간상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비트루비우스 인간』(1490)으로 유명하다. 푸코에 의하면 인간은 모든 상응 관계에 있어서 위대한 중심점이다. 모든 관계들은 이 중심부으로 집중되며 다시 그 중심부에 의해 새롭게 반사된다. 그렇게 해서 소우주와 대우주와의 조응관계가 성립된다. 푸코에 의하면 소우주라는 개념은 만물의 위계 질서 내의 자기보다 더 높은 등급 속에서 자기의 거울상과 대우주적 정당화를 발견한다. 역으로 말하면 가장 높은 천구의 가시적 질서는 지상의 가장 어두운 심연 속에서도 반영된다는 것이다. 자동차 창유리의 거품 세제의 흔적에서 대우주의 이미지를 보는 허유진의 작품 또한 푸코가 이론화한 것과 같은 유사의 연쇄고리를 따라간다. 작품이 암시하는 바에 의하면, 설거지통 속에도 우주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기원도 품고 있는 저 숭고한 우주의 광경이 그렇게 하찮고 더러운 것이었다니. 하기야 저기 빛나는 별 또한 내 발치에 채이는 돌멩이와 비슷하지 않겠나.

 

허유진_Fantasia 01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8.2&times;51cm_2022
허유진_Fantasia 02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8.2&times;51cm_2022

작가는 '사진작가의 눈은 다른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무심하게 바라봤던 것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모두가 거리의 문제다. 미학 또한 낯설게 하기 등의 방식을 통해 거리를 활용한다. 현대과학은 시간과 공간의 밀접한 관련을 말하는 만큼, 시간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시대상과의 관련 때문에 객관적이라고 믿어지는 사진 매체가 사실을 다루는 범위는 이렇게도 광대하다. 실제의 우주나 별에 대한 이미지는 고도의 천문학적 기구들이 받쳐줘야 하는 피사체이기는 하지만, 허유진은 사진기 하나로 그러한 효과를 찾아낸다. 이 작품 사진을 천문학자들에게 보여주면 여기가 어디냐고 먼저 물을 듯하다. 전문가들에게는 그들만의 좌표가 있기에 그 수많은 별들에서 어떤 별이 새로운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만이 차이의 감식안을 가질 수 있다.

 

허유진_Fantasia 03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7.9&times;37.2cm_2021
허유진_Fantasia 04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7.9&times;37.2cm_2022

허유진은 이번 전시의 작품을 자기만의 분류방식에 의해 여섯 갈래로 나누었다. 가장 많이 출품된 『Fancy』 시리즈는 하늘 저편, 우주의 깊숙한 곳의 풍경 같다. 검은 융단에 보석 가루를 뿌려놓은 듯 아름답다. 관객은 이 찬란한 풍경이 어떻게 비누 거품일 수 있지라고 묻겠지만, 우주의 모양에 대한 유력한 가설 중의 하나가 거품 우주론이라는 사실이다. 비누 구정물로부터 출발한 것일지라도 같은 거품이기에 비슷한 형상이 나온 것이다. 우주의 기원에 대한 가설 중 우주가 양자 거품(quantum foam)에서 시작되었다는 이론은 허유진의 작품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석을 제공한다. 널리 회자되는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양자 거품이란 무정형의 빈 공간으로서, 원자보다 훨씬 작은 물질의 거품이 1조의 1조의 1조분의 1초보다 더 짧은 순간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되풀이한다'(다음백과, 양자거품 항목). 양자 거품에 의해 생겨나는 막(membrane)은 빅뱅에 의해 탄생한 우주에 직관적 이미지를 제공해 준다.

 

허유진_Fantasia 05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7.9&times;37.2cm_2022

실제로 우주를 보는 망원경에서 찍은 허블의 거품 성운(NGC 7635)의 이미지는 유명하다. 이 성운만 해도 허블 우주 망원경이 찍었지만, 얼마 전부터 그보다 100배 더 세밀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새로운 심우주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예술과 과학은 자연의 책을 각자의 방식으로 읽는다. 시오반 로버츠는 『무한 공간의 왕』에서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가정한 '우주라는 완전한 책(grand book)'을 소개한다. 그에 의하면 '철학은 이 완전한 책, 즉 우주에 쓰여 있으며 우리가 계속하여 바라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 책은 수학의 언어로 쓰여 있으며 그 글자는 삼각형, 원, 기타 기하학 도형이다. 이러한 글자가 없다면 어두운 미로를 헤매게 된다' 자연의 책을 읽으려는 시도는 위대한 과학자들의 도전이었고 그것은 뉴턴도 마찬가지였다. 제임스 글릭은 뉴턴의 평전 『아이작 뉴턴』에서 자연이라는 책은 질서정연한 양식으로 설계되어 지식을 담는 용기였고, 실재를, 그리고 필경 자연까지도 기호로 부호화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허유진_Fantasia 06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27.9&times;37.2cm_2021

자연이라는 책. 즉 신이 그 책을 썼고 이제 우리가 그것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의 책에 이미 진리가 쓰여 있다는 사고는 창조가 아닌 발견에 방점을 찍는다. 시오반 로버츠는 과학자들이 신봉했던 객관적 진리라는 관념의 선구자로 플라톤의 예를 든다. '참인 모든 것은 언제나 참이었고 사람들은 그저 그러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여 참인 사물들을 재구성해낼 뿐이라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이다. 자연의 패턴에서 보이는 여러 흐름 속에서 '불규칙한 조화가 이루는 변화'를 추적하는 필립 볼의 주장에서도 발견된다. 그는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임계질량에서 이어지는 사건들』에서 각각의 성장패턴은 독특하게 장식이 되더라도 주어진 성장 조건에서는 우리가 플라톤적 형식이라고 볼 수 있는 필연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세부적인 사실을 다를 수 있지만 형식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전시된 작품 20여점의 규격은 4x3의 비율로 마치 창문같이 바라보는 시점이 전제된다.

 

허유진_Fresh 01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8.2&times;51cm_2021

발견할 수 있어야 창조도 할 수 있고 창조적인 사람이 발견도 할 수 있지만, 창조/발견의 입장은 엄연히 다르다. 우주는 내 머리 위에 일단 있는 것이다. 내가 내 의지에 의해 태어난 것이 아니듯 말이다. 세상이 어수선할수록 객관적 실재에 대한 강한 기대치가 있다. 허유진이 일상 속에서 재발견한 우주는 실재에 대한 직관을 상상적으로 보여준다. 일상에서 우주를 발견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앞서 인용된 바와 같은 '자연의 책'을 음미하게 한다. 이 우주는 연결되는 시리즈 작업을 통해 환상부터 멜랑콜리에 이르는 인간적 감정을 표현한다. 통상적인 비눗물과 다른 점은 자동차 유리창을 닦은 물의 순간 이미지라서 빛을 투과했다는 점이며, 육안과 다른 시점을 포착할 수 있는 사진의 힘이다. 허유진의 작품은 가장 사진적인 사진 중의 하나다. 작가는 색감이나 밝기 외에 크게 수정한 것이 없다. 과학자가 찍은 실제의 천체 사진도 보다 선명하게 가시화하기 위해 그러한 보정을 하지만, 둘 다 형태 그 자체는 변형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허유진_Secret 01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60.9&times;81.3cm_2021

작가는 창조자보다는 발견자의 입장을 택한다. 나머지 5개의 시리즈도 감성 충만한 제목을 가졌지만, 천체 사진 같은 느낌은 공통적이다. 하지만 약간씩 방점이 다르다. 작가는 이 여섯 개의 시리즈가 모두 시간과 관련된다고 말한다. 시간에 대한 작가의 감각은 무엇을 찍든 모든 사진들이 '찰칵 하는 순간부터 과거'라는 깨달음에서 온다. '하루는 1,440분이고 일 년은 525,600분이다. 매 순간 지나간 시간들 그리고 흘러간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흘러내리는 거품도 반짝이는 별처럼 그 순간에 아름다웠다가 사라져 과거가 된다.' 「Blossom」 시리즈는 다른 시리즈에 비해 색이 더 화려하다. 활짝 핀 꽃이나 그 꽃들이 질 때의 모습을 상상한다. 다른 작품에서 별처럼 보이는 입자는 이 시리즈에서 꽃잎처럼 보인다. 비눗 구정물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색이 뽑혀 나오는 것은 화학용품이 틀림없을 액체의 색감 자체가 화려해서 그렇다. 반면, 이번 전시에서 1점만 발표되는 「Fresh」 시리즈는 하나의 색으로만 이루어졌다.

 

허유진_chaconne 01_피그먼트 잉크젯 프린트_38.2&times;51cm_2021

디즈니가 1940년에 만든 애니메이션 판타지아가 떠오르는 제목을 가진 「Fantasia」 시리즈는 입자들이 운율감 있게 배열되어 있다. 음악을 추상화로 표현하면 이런 모습이 될 듯하다. 영화 『판타지아』가 음악과 이미지의 환상적인 조합이었듯이, 추상미술의 탄생에는 이미지와 음악과의 활발한 교감이 있었다. 비밀을 감춘 듯 베일에 감싸인 풍경이 있는 「Secret」 시리즈는 자연에 대한 발견자, 탐사자의 관점이 있다. 자연이라는 책에 쓰여있는 기호들은 그 자체로는 신비하다. 그것은 보는 이가 거듭해서 해독해야 하는 미지의 기호들이다. 허유진의 작품이 모호한 것은 광학적 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원래 자동차 유리창 뒤로 배경이 깔려있지만, 선택과 집중에 의해 약화되었고, 작품은 평범한 풍경을 우주화 했다는 '비밀'을 간직하게 됐다. 푸른 색감 때문에 어둡고 깊은 느낌을 주는 「chaconne」 시리즈는 「Fantasia」 같은 운율을 유지하면서, 희열부터 우울까지 여러 감정을 이끌어낸다. ■ 이선영

 

Vol.20220919d | 허유진展 / HUHYOOJIN / 許有辰 / photography

그라운드시소 성수서 대규모 사진전…'최초의 공인된 전기' 출간

 

비비안 마이어, 뉴욕, 1953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미국의 거리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1926∼2009)는 '천재 사진가'로 추앙받는다. 사후에야 유명해진 예술가들이 없지는 않지만, 마이어처럼 극적인 사례는 드물다.

20세기 미국 사진의 역사를 고쳐 쓰게 만든 사건은 2007년 미국 시카고의 한 경매장에서 비롯한다.

역사책을 쓰고 있던 26살 청년 존 말루프는 경매로 산 사진 상자를 살펴보다 보물을 갖게 됐다는 걸 깨닫는다. 상자에는 무명 사진가가 촬영한 네거티브 필름이 가득 들어 있었다. 특별한 사진임을 직감한 그는 이후 경매 등을 통해 마이어의 사진과 필름을 계속 사들였다.

 

그는 작품을 팔기 위해 마이어의 사진 20장을 골라 사진 공유 사이트 플리커에 올렸다. 이 사진들은 입소문을 타고 세계로 퍼졌으며 미국 주요 언론들의 찬사를 끌어냈다.

 

비비안 마이어, 센트럴파크 동물원, 뉴욕, 1959년 9월 26일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그러나 마이어와 관련해 알려진 것은 시카고에서 보모로 일하다 2009년 4월 세상을 떠났다는 짤막한 부고가 전부였다. 마이어의 감춰진 재능과 삶을 알리고자 말루프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섰다. 2014년 완성한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이듬해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에 선정됐으며 마이어의 작품 가격은 치솟았다.

말루프와 또 다른 구매자인 제프리 골드스타인이 사들인 마이어의 작품은 14만 점이었지만, 인화한 사진은 5%에 그쳤고 현상도 하지 않은 필름도 30%를 차지했다.

20대 중반 이후 줄곧 보모로 일했던 마이어는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가 사진을 찍었다. 정식으로 사진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은 당대 거장들과 비교됐다.

 

비비안 마이어, 장소 미상, 날짜 미상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산뜻한 상식에 근거한 지성, 놀랍도록 선명한 유머 감각, 우연히 연출된 일상을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예리함이 특징"이라고 평가했고, AP는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가디언은 "비비안 마이어는 로버트 프랭크, 다이앤 아버스와 같은 이름에 견줄 만하다"고 했다.

마이어는 거리의 쇼윈도나 유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도 자주 찍었다. 작가로서의 삶을 숨겼던 그는 역설적으로 '셀피(Selfie)의 원조'로 여겨지기도 한다.

'카메라를 든 메리 포핀스'라는 별명도 붙었다. 보모라는 직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아름다운 순간을 잘 포착하는 능력 때문이다.

 

비비안 마이어, 캐나다, 1955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이처럼 비밀스러운 사진가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이 오는 4일 서울 성동구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개막한다.

그가 직접 인화한 빈티지 작품과 미공개작을 포함한 사진 270여 점, 그가 사용했던 카메라와 소품, 영상 자료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비비안 마이어가 1959년 필리핀,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 등을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들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비비안 마이어, 뉴욕공공도서관, 1954년경ⓒ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아울러 그의 삶을 추적한 "최초의 공인된 전기"라고 평가되는 책 '비비안 마이어'(북하우스)도 최근 번역 출간됐다.

미국 대기업 임원 출신인 앤 마크스는 프랑스 시골 마을과 뉴욕의 문서 보관소 등을 뒤지며 마이어와 관련한 기록을 샅샅이 훑고, 14만 장에 이르는 아카이브에 접근할 권한을 받아 비밀에 싸인 작가의 생애를 기록했다.

저자는 끈질긴 추적 끝에 복잡하게 얽힌 가족사를 밝혀낸다.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밀스러운 삶을 유지했고,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는 보모 일을 감수했으며 그 와중에도 카메라를 놓지 않았던 한 용감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북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ustdust@yna.co.kr

 

아침에 일어나니 개도 걸리지 않는다는 여름감기에 걸려있었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인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허리협착증에 감기까지 더해 녹번동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월말이라 서울아트가이드’ 9월호를 얻기 위해 인사동을 경유했다.

전시장 찾는 일은 자제하기로 다짐했지만, ‘나무화랑’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브레멘 예술대학 디자인 학부 졸업작품을 선보이는 유철균의 사진전이 궁금해서다.

전시작가를 비롯하여 판화가 류연복씨와 김진하 관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작가와는 첫 대면이었으나 외모는 물론 섬세한 끼까지 아버지를 닮았더라.

 

전시 중인 유철균의 친밀전은 비대면 시대를 맞은 젊은이들의 일상을 포착했다.

비대면 시대에서 친밀하다는 것은 어떤 관계냐는 질문을 던지며,

주변 공동체의 내밀한 일상을 그만의 어법으로 보여주었다.

 

거리두기의 시대적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인간관계가 아니던가?

사회가 놓친 예민한 문제를 유철균이 끄집어낸 것이다.

 

거창하지도 극적이지도 않은 나른한 일상의 단면을 담담하게 포착해 낸 시각이 신선했다.

 

유철균의 문제의식은 비정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을 돌아보게 한다.

96일까지 열리는 유철균의 친밀전을 꼭 한번 관람하시기 바란다.

 

녹번동에 갔더니, 눈빛출판사에서 보낸 두 권의 사진집이 도착해 있었다.

안장헌의 소소한 일상과 임지훈의 예멘사진 시집이었다.

 

문화재전문 사진가인 안장헌의 소소한 일상

고려대 호영회에서 활동했던 60년대 후반에 찍은 진귀한 사진이었다.

반세기가 넘도록 잠자던 작품이 이제야 돌아온 것이다.

 

그 때 그 시절, 우리가 살았던 아련한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기록의 중요함을 일깨워 준 소중한 사진집으로 소장가치가 높다.

사진집 출판을 기념하는 사진전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9일까지 열린다.

 

임지훈의 예멘 사진 시집은 뜨거운 햇살 아래 살아가는 예멘 사람들의 일상이 담겨 있었다.

사진 설명 대신 쓴 시들은 시공간을 초월해 모든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다.

사진과 시는 대상을 즉관적으로 잡아낸다는 동질성이 있으나, 사진 시집을 펴낸 작가는 처음이었다.

 

사진 한 장은 시 한 편이고, 시 한 편은 사진 한 장이었다.

이미지와 심상은 사진에도 있고 시에도 있었다.

 

감기약을 챙겨 먹고 자리에 누우려니, 정동지가 손님 온다며 손을 내 저었다.

저질러 놓은 일에만 정진하기로 명세 했건만,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녹번동 온 줄은 어떻게 알았는지. 인사동 물귀신들이 처들어 온 것이다.

술과 민어회를 사 들고 위문 공연왔다는데, 어찌 마다하겠는가?

전활철, 공윤희씨에 이어 김수길씨 까지 찾아와 술자리가 어울렸다.

 

술이 약인가? 술이 들어가니 아픈 몸이 슬슬 풀렸다

담근 지 팔 년 된 상황버섯주 까지 꺼내 마셨다.

인사동 골동상들이 벌인, 웃지 못할 사연을 술안주 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죽고 사는 문제는 다음 문제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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