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볼만한 전시-

김구림전 / 2023.8.25.-2024.2,12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정연두전 / 2023.9.6.-2024.2,25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장욱진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 2023.9.14.-2024.2,12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80 도시현실전/ 2023.5.25-2025.5.26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근대문예인, 위창 오세창전 / 2023.9.7.-2023.12.25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강서경전 / 2023.9.7-2023.12.31 / 리움미술관
William Klein 사진전 / 2023.5.24.-2023.10.22 / 뮤지엄 한미삼청
노원희 '거기 계셨군요'전 / 2023,8,11-11.19 / 아르코미술관
박재훈 미디어전 / 2023,10,20-11.19 / 성곡미술관
박병욱 조각전 ‘壁 그리고 向’ / 2023,10,10-11.18 / 김세중미술관
백남준 설치미술전 / 2023,9,4-10.28 / 두손갤러리
성능경전 / 2023,8,23-10.8./ 갤러리현대
서용선 회화조각전 / 2023,7,15-10.22 / 아트선재센터
김환기 점점화70-74전 / 2023,9,1-12.3 / 환기미술관
진 진호 킴전 ’OVER THE RAINBOW’ / 2023,10,4-10.17 / 금보성아트센터
성순희전 ‘생의 화음’/ 2023,10,11-10.29 / 삼세영갤러리
한진만전 / 2023,10,16-10.29 / 한벽원미술관
허 진전 ’왈츠 포 사일런스‘ / 2023,9,21-10.14 / 아트레온갤러리
이화자전 ‘蒼然’ / 2023,10,18-12.9 / 스페이스 소포라
구정아전 / 2023,9,6-10.14 / PKM갤러리
김정환전’InnerSpace#23’/ 2023,10,18-12.22 / Fill GALLERY

정택영전’파리&파리지앵’/ 2023,10,11-11.4 / 필동갤러리
박광복전 ‘바라나시 바바’ / 2023,10.4-10.13 / 갤러리브레송
하지훈전‘layered atmosphere‘/ 2023,10.11-10.31 / 이화익갤러리
김재홍전 / 2023,10,26-11.26 / 정문규미술관

 

-인사동-
후쿠시마 조삼모사전/ 2023.9.23.-10.12 / 아르떼 숲
구경숙전'마킹스‘ / 2023,10,4-10.17 / 나무화랑
정복수전 ‘자궁으로 가는 지도’ / 2023,10.6-10.30 / 올미아트스페이스

김경서전 '스스로 살아 숨쉬는 젖은 땅 / 2023,10.4-10.10 / 토포하우스
김봉준전 ’하늘 먼저 땅 먼저‘/ 2023,10.3-10.22 / 무우수갤러리

정영모전 순수한 색채로 꾸며지는 고향의 추억‘/ 2023,10.18-10.28 / 장은선갤러리

국홍주전 시간의 흐름 속에서‘/ 2023,9.27-10.17 / 갤러리쌈지안

이민주사진전 '드로우 K-Nature2' /2023, 10.11~10.16일 / 갤러리인덱스

송광익전 / 2023,9.5-10.31 / 통인화랑3층
박현곤전 / 2023,10.11-11.5 / 통인화랑5층
권민경전 / 2023,10.27-12.25 / 갤러리밈
여성채색화가들‘현실과 환타지를 소요하다’전 / 2023,8.30-10.14 / 선화랑 

 

[스크랩 : 서울아트가이드 202310월호]

 

 

장욱진 ,&nbsp; 자화상 (1951)&nbsp; 종이에 유화물감 , 14.8&times;10.8cm,&nbsp; 개인소장&nbsp; <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회고전서 270여점 펼쳐

까치·나무·해와 달 평생 탐구
파격적인 구도 완벽하게 소화

서 귀환한 가족등 첫선
한국화 닮은 말년작 재발견

 

옛집처럼 나지막한 벽을 거쳐 들어가니 성소처럼 어두운 공간이다. 그곳을 손바닥만 한 그림 2점이 꽉 채웠다. 장욱진(1917~1990)과 가족이 평생 그리워했던 유화 가족’(1955)과 그것을 기억하며 다시 그린 가족도’(1972). 평생 가족을 그린 화가의 전범(典範) 같은 그림이다.

첫 개인전에서 일본인 소장가에 팔려 주요 전시 때 마다 수배했지만 60여년간 행방이 묘연했던 작품을 일본에서 발굴해 흰곰팡이를 제거하는 등 응급 보존처리 후 대중에 처음 공개됐다.

그림에도 등장하는 큰딸 장경수 양주시립미술관 명예 관장은 “60여년 만에 봤는데 먼지가 뽀얗고 조금 훼손됐을 뿐 당시 들락날락하면서 봤던 그림 그대로여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장욱진, 자화상(1973), 캔버스에 유화 물감, 27.5 &times; 22cm, 개인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14일 개막한 그의 대규모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1920년대 다채로운 화풍을 시도하며 공모전에 참가하던 학창 시절부터 1990년 작고 때까지 그린 유화와 먹그림, 매직펜 그림, 판화, 표지화와 삽화, 도자기 그림 등 270점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쳤다.

 

장욱진, 밤과 노인(1990), 캔버스에 유화 물감, 41 &times; 31cm, 개인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또 한국 전쟁 후 생계를 위해 소설가 염상섭의 장편소설 새울림에 그렸던 삽화 56점과 마지막 유화 작품 까치와 마을’(1990)도 처음 공개됐다.

동심 가득한 작은 그림작가로 알려진 1세대 모더니스트 화가의 주제의식과 조형의식의 변모를 짚어가며 작가의 진면목을 발견할 소중한 기회다.

 

장욱진, 언덕 위의 가족(1988), 캔버스에 유화 물감, 33&times;24cm, 개인소장 <국립현대미술

무엇보다 장욱진 그림에서 작가의 분신 같은 까치, 온 세상을 품는 우주인 나무, 시공간을 초월한 영원성을 상징하는 해와 달 등 반복되는 소재의 의미, 도상적 특징을 비교하면서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아울러 기존 화가들이 좀처럼 쓰지 않던, X자나 왕(), 십자, 변각 등 비현실적이거나 불안정한 구도를 나무와 집 등 흔한 소재를 더해 안정적으로 풀어낸 솜씨가 놀랍다.

 

장욱진, 부엌과 방(1973), 캔버스에 유화 물감, 22 &times; 27.5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어린아이처럼 단순한 선으로 표현한 인간과 가족처럼 조화로운 동물 모습은 평면성이 극대화된 원시 벽화를 연상시킨다. 해방 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로 근무하며 고구려 고분벽화 복원에 참여한 이력도 작품세계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에도 문인화와 민화 전통까지 흡수해 장욱진이란 브랜드로 한국적 모더니즘을 완성했다.

 

장욱진 ,&nbsp; 심우도 (1979),&nbsp; 종이에 먹 , 66.5 &times; 43.4cm,&nbsp; 개인소장&nbsp; < 국립현대미술관 >

작가는 생전에 그림은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툭툭 튀어 나온다며 텅 빈 마음 상태에서 비로소 붓을 든다고 고백한 바 있다. 1970년대 말부터 본격 그린 먹그림 등 말년작에서는 불교 색채가 강해졌다. 작가 스스로 붓장난이라 일컬었을 정도로 무계획적인 필선으로 자유분방하다. 형태를 즉흥적으로 간략하게 표현한 심우도’(1979)는 순간의 깨달음을 시각화한 선종화의 미학적 요소를 갖춘 수작으로 꼽힌다. 넓어지는 여백만큼 좁은 화폭에서 벗어나 더욱 자유로와지고 해학성도 엿보인다.

 

장욱진, 까치(1958), 캔버스에 유화 물감, 40&times;31cm, <국립현대미술관>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첫 가족도를 새롭게 발굴하기도 했지만, 아카이브 조사를 통해 초기 작가의 행적을 보완하며 작품명이나 연보 등 오류를 바로잡은 것도 성과다라며 그림 속 점 하나, 선 하나 엄격하고 치열한 고민 끝에 완성해 나간 완벽주의자로서 작가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는 장욱진 회고전 전경. 작가가 작업실 벽에 걸었던 작품들을 배치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실제 작가가 명륜동 작업실 벽에 걸었던 그림들을 흡사하게 되살린 장면은 반갑다. 자식 같은 작은 그림들이 걸린 방에서 그만큼 작은 화폭을 바닥에 놓고 쪼그려 앉아 수공업 장인처럼 그렸던 화가의 모습을 사진으로 확인하면 작품이 또 달리 보인다. 평생 수행처럼 그려서 일상과 작품이 하나가 된 물아일체의 경지에 도달한 듯싶다. 아침에 염불 외는 아내 모습에 감화받아 7일간 식음을 전폐하며 보살로 그렸다는 진진묘’(1970)처럼 소박한 일상이 종교적으로 승화하는 경지를 느끼게 된다.

 

전시는 내년 212일까지.

 

매일경제 / 이한나기자

 

사진 확대 장욱진, 여인상(1979), 캔버스에 유화 물감, 15 &times; 10cm, 개인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번짐의 관계 relationship of color spread

고강필展 / KOGANGPIL / 高康弼 / painting 

2023_1002 ▶ 2023_1011 / 일요일 휴관

고강필_Line sayu 2023-2_한지에 채색_61X81cm_2022~3

 

고강필 홈페이지_www.kogangpil.com

블로그_blog.naver.com/kogangpil

인스타그램_@kogangpil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에이

Gallery A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1134

(삼선동49-5번지) 1

Tel. +82.(0)10.9144.1468

blog.naver.com/gallery-a

gallery_a_2023

 

"번짐"은 빛이나 액체가 바탕에서 점점 넓게 나타나거나 퍼지는 현상이다. 자기의 영역을 확산한다. 중심에서 중립의 경계선을 벗어나 희미해진다. 바탕에 외부의 침투되는 물질을 가하면 "번짐"은 확장된다. 힘의 강약에 따라 속도와 크기는 달라진다. 인간의 욕망과 감정의 영역을 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간격에 나타나 있는 번짐과 번짐의 대립은 영역의 범위를 서로 침범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사유하는 인간을 형성한 테두리의 선을 벗어난 색채의 번짐에 대하여 일어나는 변화를 작업한 것이다.

 

고강필_Line Sayu2023-10_한지에 채색_45X45cm_2023

나는 신체의 중심인 몸통과 생각하고 판단하는 머리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감정을 그린다. 팔대산인의 "팔팔 조도"처럼 화면에 머리 숙이고 외로이 삶을 관조하는 하나뿐인 인간의 형상이 있는 그림도 있다. 두 개의 인간 형상이 서로 마주 보며 자신의 영역을 확인하는 사유하는 형상도 있다. 등을 맞대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림도 있다. 인간의 형상들이 불규칙하게 배치되어 서로 관계의 영역을 차지하려 하는 것도 있다. 관계는 갈등의 원인이다. 관계 맺어진 후의 관계는 스며들고 번지고 증발하지만, 경험과 기억은 화면에 홀로 있는 인간에게 관계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고강필_Permeate 2023-3_나무, 한지, 알루미늄, 젯소, 채색_100X122X3cm_2023
고강필_Permeate 2023-3_나무, 한지, 알루미늄, 젯소, 채색_100x122x3cm_2023_부분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초상화는 선과 면으로 그리고 덧칠하고 다시 위에 그리기를 반복한다. 나는 중봉의 선과 발묵법의 표현 방법과 때로는 적묵법의 표현 방법을 빌려 표현한다. 스며들고 번지고 증발하고 번짐의 흔적을 남기는 작업을 반복한다. 중봉의 선으로 사유하는 인간의 윤곽선을 그리고 발묵법과 적묵법으로 윤곽선의 경계를 벗어나게 한다. 인간의 욕망과 기복이 심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고개 숙인 불확실한 인간의 형상을 그린 것이다.

 

고강필_Sayu2020-5_한지에 채색_98x122cm_2020

처음에 붓은 물과 색을 머금고 있다. 선은 붓을 떼어 물감에 다시 적시지 않고 한 번의 붓 놀림으로 형상을 그려나간다. 이러한 작업은 반복된다. 선은 인간의 형상을 완성한다. 시간은 지나가고 붓은 물기가 없이 평면에 건조한 선을 남긴다. 나의 몸짓은 반복되고 습한 선과 건조한 선이 중첩된다. 색을 번지고 펴지게 하여 몸통에 경험과 기억을 그린다. 색의 "번짐"은 외곽선의 경계를 벗어나 사유의 영역에 흔적을 남긴다.

 

고강필_Sayu2020-13_한지에 채색_41x32cm_2020

물감의 질료 성이 형상에 가해짐에 따라 "인간존재의 의미"를 찾는 물질이 된다. 삶의 기울기는 좌측으로 기울어져 있고 우측으로도 기울어져 있다. 불안정하게 기울어져 있다. 번짐의 방향과 물과 색의 무게, 번짐과 번짐의 교집합은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한 붓의 움직임이다. 물체의 질량이 클수록, 지구에 가까울수록 중력이 커지는 것처럼 삶의 무게가 커지면 사유의 각도도 커진다. 이를 통해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몸으로 스며든 존재는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지 사유하고 질문을 던진다.

 

 

지구는 23.5도 기운 채 하루 단위의 자전과 1년 단위의 공전을 한다. 그래서 4계절이 생긴다. 우리도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하며 23.5도로 유지하려고 기운 채 반복되고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불안정한 삶에서 반복되고 맺어지고 사라지는 관계는 텅 비고 덧없는 것 같다. 고강필

마킹스 Markings

구경숙/ KOOKYUNGSOOK / 具庚淑 / mixed media

2023_1004 2023_1017

구경숙 _Markings 23-3_ 목판화 , 탁본화 ,유채 _186X469cm_2023_ 부분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5:0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4-1 4

Tel.+82.(0)2.722.7760

 

'마킹스(Markings)'는 인간의 삶을 실증적으로 표현하는 다수의 시리즈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2004년 건강상의 문제로 지난한 병원치료를 받은 이후 이를 주제로 지속하여 작업하고 있다. MRI를 비롯한 여러 정밀검사를 받으면서 인간의 생명이 눈에 보이거나 또는 보이지 않는 복잡한 생물학적 조화로 이뤄졌고 그로서 이어져 간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인체는 유기적인 구조로서 그에게 주어진 환경과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하면서 진화한다는 점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병리적 현상과 치유의 과정을 통해서 인간 삶이 지닌 생물학적, 심리학적, 그리고 감정 변화의 복합성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되었다. 육체와 정신의 이중성 그리고 안과 밖의 중첩성은 작품제작 과정에 뚜렷이 드러난다.

 

구경숙_Markings 23-3_목판화, 탁본화, 유채_186X469cm_2023
구경숙_Markings 23-3_목판화, 탁본화, 유채_186X469cm_2023_부분
구경숙_Markings 23-1_목판화, 탁본화, 유채_202X496cm_2023
구경숙_Markings 22-1_목판화, 탁본화, 유채_186X201cm_2022_부분

나는 작업을 시작할 때 마음에 특정한 이미지를 지니지 않는다. 대신, 수백 장의 종이 위에 에어캡(뽁뽁이), 반짝이 천, 구겨진 비닐봉지, 혹은 가발 같은 용품들을 이용해 즉시적이며 즉흥적인 자국(marking)을 만들어낸다. 그런 다음 나의 직감에 따라 자국들을 선택 조합하고, 그 속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또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최종적인 인체 이미지를 구축해낸다. 나의 작품에서 자국(marking)은 인체를 구성하는 기본요소인 물, 림프, 세포, 정맥, 혈액처럼 작품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이다. 이렇게 얻은 이미지를 나무판에 파내어 새기고 그 표면에 유동적으로 번지는 유성 잉크를 발라 찍어낸 작업은 유형과 무형의 힘에 대한 인식도 함께 전달한다. 결과적으로 생명력의 에너지는 즉시 즉흥의 자국들이며 이들의 복잡한 구조의 조합 속에서 자연스레 생성된 것이다.

 

구경숙_Markings 22-1_목판화, 탁본화, 유채_186X201cm_2022
구경숙_Markings 19-1_목판화, 탁본화_86X69cm_2019
구경숙_Markings 19-2_목판화, 탁본화_86X69cm_2019
구경숙_Markings 15-4_목판화, 탁본화_107X75cm_2015

사진, 페인팅, 콜라주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는 물론 전통과 현대의 판화기술을 실험한 뒤 나는 이 모두를 접목한 멀티미디어 공정으로 작업을 한다. 본 전시회는 2015년 이후 제작한 열 점의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두상을 주제로 한 부조적 목판화 여섯 점과 목판화에 오일페인팅을 더해 전통적인 목판의 범주를 벗어난 대형작품 네 점이 포함된다. 가장 최근의 작품들은 그 폭이 6m에 달하며 재활용된 목판조각들을 서로 붙이고, 떼어 내고, 지우고, 덧바르는 고된 과정을 통해 음양의 대립을 드러낸다. 나는 '마킹스(Marking)가 삶, 성장, 투쟁, 생존에 대한 내 스스로의 욕구이며, 동시에 자신의 삶과 환경을 축하하려는 관객의 욕망이 되기를 희망한다. (September 2023) 구경숙

10회 종근당 예술지상

이재훈_이해민선_정직성

2023_0921 2023_1002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종근당 예술지상 홈페이지로 갑니다.

 

2023 종근당예술지상 콜로키움 : 회화를 말하다

2023_0923_토요일_02:00pm

장소 /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1관 오픈갤러리

발제 / 이은주(미술평론)_이성휘(하이트문화재단 큐레이터)_조은정(미술평론)

 

주최 / ()세종문화회관_()한국메세나협회

주관 / 아트스페이스 휴

후원 / 종근당

 

관람시간 / 11:00am~07:00pm

21_01:00pm~07:00pm / 입장마감_06:30pm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SEJONG CENTER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75

(세종로 81-3번지) 1

Tel. +82.(0)2.399.1000

www.sejongpac.or.kr

@sejongmuseum

 

그 주변들 현대 회화는 너무나 감각적이지만 동시에 너무나 개념적인 예술이 되었다. 높은 수준의 회화는 깊은 사유와 섬세하고 예리한 감각과 모호하지만 풍부한 뉘앙스를 담고 있다. 시대와 지역을 넘어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무한히 많은 작가들의 세계가 회화 이미지로 수렴된다. 사람들은 회화 이미지에 개인과 세계, 몸과 마음, 생활과 비전을 비춰본다. 이번 기획전 초대 작가들의 회화적 성취도 이러한 현대 회화의 흐름 속에 있다. 이재훈, 이해민선, 정직성 세 작가의 세계는 완전히 다른 감각과 인식을 투영하고 있다. 그들에게서 회화적인 것과 회화적인 것에 확장된 또는 파생된 것들의 다양한 해석들로 가득차 있음을 보게된다. 회화 본령의 영역과 그 밖 또는 그 주변의 세계와 사물, 감정과 의식이 삼투하며 하나의 심미적 지평선에 녹아든다. 우리는 비밀스런 회화의 길을 따라 새로운 시각적 경험의 세계로 들어선다. 우리 자신이 회화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존재론적으로 우리는 그 밖에서 관계를 맺는다. 잠시 그 세계 안에 편입되어 동조하게 된다. 회화적인 것과 그 주변의 것들은 개인과 세계의 운명을 회화적인 것을 통해 표상하도록 한다. 셀 수 없이 많은 회화 작품들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며 매력적인 작품의 등수를 매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가들과 예술성의 객관적 비교 평가도 그 한계가 분명하다. 예술작품이란 시대와 장소, 관람자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달라지기에, 모든 예술적 활동과 현상은 같은 높이의 미적 지평 위에 놓여 있다. 가깝고 공감이 가는 예술과 멀고 낯선 예술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회화 작가들 가운데 자기 자신에 충실하며 독창적인 회화의 깊이를 보여주는 작가들이 우리의 관심과 공감의 중심에 있게 된다.

 

이재훈 화면은 조형 에너지와 힘이 치솟는다. 다양한 요소들이 뒤엉키며 거대한 카오스적 형상을 그려낸다. 어딘지 알 수 없는 시공간을 배경으로 단단하게 자리잡고 풍화되어가던 기념물들의 세계가 해체되고 있다. 구체적이었던 상징과 도상들은 모두 사라지고 짙은 음영과 채색과 붓질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사물과 에너지가 서로 감응하고 포용한다. 조형력을 통해 작가는 사물과 생명에너지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세계의 어둠과 불안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필력과 화면 구성은 역동적이며 활력이 넘친다.

 

이재훈_펑펑펑_벽화기법(장지,석회,목탄, 목탄가루,아교,수간채색)_200X140cm_2023

작가에게는 현상을 포획하려는 동시에 표현이 생성되어야 한다. 조형적으로 대상은 생동하는 원형적 에너지의 현상으로 수렴한다. 작가는 그것을 바라보고 그리려고 모색한다. 작가에게 현상이란 몸과 마음, 의식과 대상, 운동과 변화가 모두 뒤섞인 카오스적 현상으로 뭉뚱그러져 있다. 모든 것이 하나의 전체가 되는 유기체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물질과 정신이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현상이다.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작가의 세계관이 바탕이 된 현상의 표현이다. 불일치의 세계에서 일치의 세계로 나아간다.

 

이재훈_와르르르르르_벽화기법(장지,석회,먹,목탄, 목탄가루;아교,수간채색)_200X540cm_2023

많은 화가들이 시대를 초월해 '()''기운생동氣運生動'의 미학에 매료되어 왔다. 북송시대 걸출한 철학자 장재(張載 1020~1077)'흩어져 형상화할 수 있는 것으로 기가 흩어지고 모이는 것은 변화의 일시적인 모습'이라고 기()를 설명했다. 이러한 세계 인식을 바탕으로 회화 이미지는 시간성과 연결되고, 형상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으로 고정된 실체가 없는 변화하는 현상으로 이해된다. 마치 기처럼 회화 이미지는 흩어지고 모이고 형태를 이루었다가도 안개처럼 사라져버린다. 시간 속에서 모든 사물은 변화하며 생성소멸한다. 우리의 감각과 감정과 의식과 꿈, 정념과 이념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운동하며 생성소멸한다.

 

이재훈_피고,지고,날리고_벽화기법(장지,석회,먹,목탄, 목탄가루,아교,수간채색)_183X230cm_2023

우리는 회화의 길 위에서 자유로운 조형 세계를 지향한다. 자유롭다는 것은 일상을 벗어나기도 하고 세속과 사물에 깊이 관여하기도 하는 마음의 경계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살고 죽는 것, 생사유무를 왕복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어느 것에도 집착하거나 중독되지 않는다. 자유롭다는 것은 마음이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이다. 근래 확산되는 멀티버스라는 관념은 하나의 세계가 아니라 복수의 세계가 있다는 것으로 이는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과 복수성을 의미한다. 변화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변화란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하나의 현상에서 다른 현상으로 이동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의 생로병사는 변화가 아니라 성장과 소멸이다. 변화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 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사회가 개인에게 강제하며 훈육하는 이데올로기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표현해왔다. 근래에는 동양 회화의 방법론을 적용한 회화 연작을 통해 동양화의 세계관과 조형원리를 현재화하고 작가 개인의 조형언어로 번안하는 새로운 회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 우리는 작가가 동양화의 추상성과 형상성, 표현의 방법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해민선 어느날 작가의 눈에 병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버려진 석고로 만든 깁스들이 들어왔다. 환자의 손과 발과 팔과 다리를 깁스했던 석고들을 수집하면서 사물과 인간의 신체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가는 몸이 빠져나간 깁스의 빈 공간을 석고로 다시 떠보기도 한다. 처음 깁스라는 사물에 포함되었던 환자의 흔적이 사라지고 작업을 하는 작가의 새로운 행위와 흔적이 그것을 대체한다. 심미적 의미가 부여된 오브제로서 치료용 깁스는 기이한 사물이 되어버렸다. 그것을 다시 드로잉이나 회화로 재현할 이유가 없다. 석고를 수집하고 가져오는 과정이 이미 작업에 포함되고 보니, 작가는 굳이 드로잉이나 회화를 해야할 이유가 없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약한 냄새가 난다. 환자의 몸에서 나온 각종 분비물들과 병원의 약품들이 뒤섞인 이상한 냄새들.

 

이해민선 _ 덜 굳은 사물 _ 종이에 아크릴채색 _152.5X149cm_2023

한편 작가는 인화용지에 새 그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깁스된 상태처럼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생각도 해보았다. 버릴 수 없는, 다루기 어려운 사물들. 얼굴 없는 새를 그리다가 사물로서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했다. 매끄러운 사진 인화용 종이의 표면과 얼어붙은 강의 표면이 교차한다. 사물의 속성이 표면 이미지의 유사성에 녹아들어간다. 인화용지에 이미지를 새기고 녹이는 화학적 과정은 언 강이 녹는 과정으로 치환된다. 작가는 인화지 표면의 0에 수렴하는 마찰계수의 마법적 기능과 표면질감, 그 감각이 너무도 유혹적이라고 생각한다. 언 강의 표면과 그 밑에 흐르는 강의 관계처럼. 존재의 표면을 흐르는 얼어버린 사물의 쓰임과 그 생명력처럼 말이다.

 

이해민선 _ 고요한 삶-내장재 _ 종이에 아크릴채색 _152.5X188cm_2023

작가의 눈에 들어온 사물들은 사연이 많을 것 같은 것들이다. 할 말이 많은 사물들이다. 수집 후 작업을 하고 전시를 하는 과정에 작가는 자신이 수집한 사물과 사물의 이미지를 응시하고 사유하는 과정에 그것들이 주변화된 것들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다.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는 것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며 새로운 의미를 생각하는 모습을 반복한다. 불과 얼마전까지도 북미대륙에서 오리 사냥에 쓰였던 오리 형태의 미끼인 디코이, 쓸모 없는 목재, 폐기된 공사장 천과 스티로폼 등 생활과 기능, 죽음과 생명의 경계에 있는 것들이 회화 이미지가 된다. 작가는 경계들 사이에서 사람도 아니고 사물이 아닌, 유기물과 무기물 사이, 애매한 경계에 있는 풍경들, 주변화된 사물들을 수집하고 물질성과 비물질성의 관계들을 사유한다. 작가는 회화에 표현과 재현의 도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우연한 사고사가 넘치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기 자신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지 주변부의 다양한 경계의 사물과 이미지로 사유한다. 작가는 자신을 동양 여성, 주변부 존재, 약자의 처지에 있는 힘의 관계 속에 위치시킨다. 시각현상과 인식의 문제와 함께 존재성의 문제를 결합한다.

 

이해민선 _ 살갗의 무게; 언 강과 강 _ 종이에 아크릴채색 _130X151cm_2023

이번 전시도 작가 특유의 예민하면서도 무료한 이미지들, 깊이 침잠하는 감정과 정서가 느껴지는 새, 거울, 언 강물의 이미지들로 채워졌다. 얼굴 없는 새 그림은 상징적이다. 새는 마치 신의 대리자 또는 신 그 자신처럼 우리에게 얼굴을 감춘다. 신과 세계와 새는 상호 은유적이다. 얼굴이 없거나 눈동자가 없어서 도저히 표정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인상의 얼굴처럼, 그렇게 변형되고 탈각되고 사라지는 것들이 세계의 망각된 얼굴이다. 인류는 전 존재를 언어 속에 우격다짐으로 구겨 넣은 채 문화를 구성해왔다. 우리는 여전히 세계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살아가고 있다.

 

정직성 정직성 작가는 오랫동안 이데올로기와 세속적 욕망이 충돌하고 뒤섞이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작업의 주제로 다루어 왔다. 평균적인 주거 현실과 노동의 현실을 기하학적 추상과 융합한 회화가 작가의 시그니처였다. 동시에 여성 작가로서의 자신의 삶과 정체성에 대해 깊이 사유하며 우리 사회의 현실을 부대끼며 여성으로서 독립적으로 살아내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미술사적으로 사회현실로부터 벗어나 미술 본래의 본질 또는 조형원리로 환원하는 기하학적 추상의 형식과 작가 개인과 사회의 여성성의 문제를 융합시키는 시도는 역설적이다. 이러한 이질적인 맥락들이 교차하면서 새로운 혼종의 형태와 낯선 감각을 제시하는 방식이 작가의 회화에 개성을 부여하고 있다. 일반적인 미술사적 맥락을 벗어나 작가 고유의 장소특정적 의미와 맥락을 부여하려는 치열한 태도는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업들과 연결된다. 작가는 그 소재와 형식에 있어서 현대 회화의 개별적 역동성과 전통적 도상의 집단적 상징성을 충돌시키며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전통적 도상의 상징이 지닌 전승된 의미를 해체하고 현재 작가의 삶의 경험과 새롭게 형성된 관점을 융합하며 새로운 방식의 회화 이미지를 제시하려고 한다.

 

정직성 _ 용 Dragon 202301_ 종이에 아크릴채색 , 유채 _130.3X193.9cm_2023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전통 회화와 공예에서 다뤄져왔던 구름과 용과 꽃 등 상징성이 깊은 도상을 가져와 개인의 삶과 현실을 연결하는 회화를 시도하고 있다. 화면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확산되고 응축되는 추상표현주의적 방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한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동양 전통의 다양한 화론을 살펴보고 그 사유 방식을 회화에 적용하면서 서구 미술사의 기하추상적 미술의 정신적 맥락에서 이탈한다.

 

정직성 _ 상서로운 꿈 202331_ 종이에 아크릴채색 , 유채 _259.1X193.9cm_2023

이러한 작업이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다. 이미 14년 이상 전통 옻칠과 자개장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전통가구에는 오래된 그러나 보편적인 한국 문화의 정서와 상징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사군자에서 가져온 대나무 이미지, 활짝 핀 목련, 매화를 장소특정적 상황에서 집중할 때의 달라지는 필법과 이미지, 동양의 신령스런 존재인 용의 이미지를 가져왔다. 동양에서 용은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이 고약한 현실의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는 강력한 초월적 힘을 지닌 정령으로 특히 가뭄과 같은 농업사회의 천재지변을 해결하는 존재이다. 불이 난 후 새롭게 싹이 핀 숲의 이미지도 인상적이다. 작가는 이런 이미지들을 통해 조형적 상징에 멈추지 않고 작가의 과거 현재 미래를 가로지르는 개인사를 회고하고 미술사적 맥락을 교차시키고 그 과정에 작가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회화를 모색한다. 작가는 삶의 경험에 관련해 표현하는데 한국 전통 상징의 맥락을 가져오고 현대미술사조의 내용과 연결해서 장소특정적 관심 속에서 표현하려 하고 있다. 나아가 명리학적 관심과 연결해보려는 생각도 피력한다.

 

정직성 _ 불탄 후 다시 202335_ 종이에 아크릴채색 , 유채 _193.9X259.1cm_2023

삶이 고통이라면, 회화는 그것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회화 이미지는 작가와 관객의 상호관계 속에서 대화를 한다. 대화와 공감, 소통의 장으로서 새로운 회화의 의미가 생성한다. 의미 있는 형식으로서 회화가 공감을 받고 평가받는 것은 창작자의 시각과 표현 방식의 다양성과 자유를 회화라는 장르가 제공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오랫동안 자신의 일상 현실에 철저하게 밀착해 사유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관점과 창작 태도는 자연생태의 문제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생활을 꾸려가고 생명을 키우는 일들의 유의미한 균형을 회화 속에 용해시킨다. 그렇게 화면의 다양한 도상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회화 이미지로 직관적으로 종합된다. 작가는 회화를 통해 공감을 욕망한다.

 

회화의 숨은 길 현대미술의 스펙터클한 풍경을 보면 회화를 둘러싼 미학적 사유가 분명하게 제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형성된 추상미술과 그 이후 다다와 초현실주의, 개념미술 등으로 이어지는 혁명적 변화와 대중의 수용은 현재 우리의 시각예술의 토대가 되었다. 현대 회화작가들은 이러한 미학적 유산을 잘 선용하고 있다. 20세기 초 유럽과 일본을 통해 들어온 서구 미술과 우리 전통의 미술이 만나 충돌하고 융합하면서 새로운 사유와 미감이 표현된 미술이 만들어져 왔다. 그 시간은 우리 미술의 다양한 예술적 도전과 성찰을 거듭해온 시간이었다. 우리 미술문화에서 회화는 그 양과 질에 있어서 가장 한국적인 미감과 인생관과 세계관을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이, 그리고 예술이 세계와 현실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 이미지와 이념적 이미지 모두는 크게 보면 몽상적 사유에 기반한다. 독창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몽상적 감각과 비전을 우리는 이번 작가들의 회화 이미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창작은 생활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도 승패가 있는 경쟁도 아니다. 예술과 삶은 서로 균형을 잡고 상호 성장을 한다. 회화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세상의 관습과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아주 잠시 맛볼 수 있다. 회화는 지극하고 현묘하다. 우리는 회화 이미지 뒤에 숨겨진 수많은 길을 따라서 작가들의 치열한 감각과 조형의 힘을 경험한다. 김노암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한 33인의 그림전이

인사동 아르떼 숲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바다에 흘려보내는 방사능 오염수가 자연환경은 물론

인간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문제는 '과학적이고 안전하다'는 내용의 홍보물까지 제작하여

일본을 대변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다.

국민 세금을 일본 정부의 만행을 감싸는 데 사용해 할 말을 잃었다.

 

인류의 공유 자산인 바다를 더럽히는 건 미래세대에게 대죄를 짓는 일임에도,

일본 정부에 항의하여 중단시키기는 커녕 조장하는 것이다.

 

국민 앞에 미안해 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다.

친일을 넘어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

 

이성을 잃고 마음대로 권력을 행사하는 윤석렬 정권은 말할 가치도 없지만,

국민의 대변자인 여당의 태도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힘이 아니라 일본의 힘으로 당명부터 바꾸어라.

 

그들 앞에도 닥칠 일이지만, 그보다 국민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정치의 비참한 말로를 보지 않았던가.

 

의식 있는 작가들이 마냥 두고 볼 수 없어 먼저 불을 지폈다.

아르떼 숲정요섭씨가 나서서 화가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다.

 

전시 장소가 한정되어 33명의 작품만 걸었지,

천명이고 만 명인들 나서지 않을 작가가 어디 있겠는가?

 

작품을 내건 작가는 다음과 같다.

강용면, 고경일, 김건예, 김봉준, 김용주, 김재홍, 김진열, 류경희, 류연복, 류재현, 박건, 박근수, 박야일,

박은태, 박재동, 서혜경, 성효숙, 아트만두, 유진숙, 윤석남, 이윤엽, 이난영, 이달비, 이소리, 이익렬,

이익태, 이인철, 이현정, 전승일, 정영창, 천광호, 칡뫼김구, 한주연 등 33인이다.

 

아래는 일본 핵 오염수 투기에 반대하는 33인 작가의 성명서다

 

결국 일본정부는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고 말았다.

 

인류는 <코로나19>라는 혹독한 고통을 겪었다. 그것은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이웃한 생명을 함부로 대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온 인류가 공포에 떨던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일본 정부는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파괴 행위를 또 저지르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거드는 국가도 있고, 반대하지만 소극적인 국가도 있고, 일본산 해산물 수입을 전면 중지하는 국가도 있지만 이들 국가는 저마다 국제정세를 따져 자국의 이익 계산에 몰두할 뿐, 바다가 망가지는 것에 대하여 마땅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바다가 망가지는 것은 국가 이익을 넘어 지구 생명이 망가지는 것이다.

 

바다는 곧 하늘이다.

 

땅과 하늘을 잇는 생명의 고리는 곧 <>이다. 물만이 지구 생명을 살게 한다. 석촌호수 담수량의 4분의 1이나 되는 오염수를 30년에 걸쳐 바다에 버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는 자연에게 인류가 저지른 폭력적인 행위 중에 단연 최악이다. 그들은 변명으로 과학을 들고나오지만 30년 동안 버린 뒤에도 지구 생명에게 안전한지와, 100, 200년 뒤에도 안전한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커녕 데이터도 없다. 원자로 냉각수와 원자로 폭발로 인한 핵 오염수는 전혀 다르다.

 

바다에 버리는 것 말고도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묻는다.

 

단지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핵 오염수를 온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명의 터전인 바다에 버리는 행위는 반인륜적이며 반생명적이다. 숱한 생명을 살상한 태평양 전쟁의 전범국가로서 자숙하고 또 자숙해야 할 일본의 후안무치한 핵 오염수 폐기행위를 동시대 미술인으로서 강력히 규탄한다.

 

대한민국 정부에 묻는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정부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인류에게 숱한 가해를 저지른 일본은 여전히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이 해야 할 배상을 대신 하겠다고 나서더니, 이제는 일본의 핵 오염수 투기마저 적극적으로 거들고 있다.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다. 국민 불안과 일본 편들기 중에 무엇이 우선이어야 하는지 묻는다. 바다에 버리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지 묻는다.

 

핵 오염수 투기를 하는 당사국이 발표하는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

 

또한 이에 동조하는 국제기구 및 우리 정부의 데이터도 신뢰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해양투기를 당장 중단하고 이해 관계국을 제외한 제3국이 연대하고, 국제 시민사회가 연대한 기구를 세워서 뭇 생명에게도 공정이 담보된 조사와 감시를 해줄 것을 제안한다. 생명평화예술을 지향하는 전세계 예술인에게도 핵오염수 투기를 반대하는 입장에 서서 국제적인 연대 활동에 나설 것을 호소한다.

 

2023923

일본의 핵오염수 투기를 반대하는 작가 33인 일동

 

지난 923일 오후 2시에 열린 작가 발언대에는 김재홍씨를 비롯하여 고경일, 김봉준, 김용주, 류연복, 박 건, 박재동,

성효숙, 이달비, 이익태, 이현정, 천광호, 칡뫼김구씨 등의 참여작가들이 나와 각자의 소견과

문제점을 제기했고, 출품 작가 외에도 장경호, 김이하, 정덕수, 배경애, 김지소, 황준연씨 등 많은 분이 참여하여

핵 오염수 방류를 성토했다.

 

전시작품들 대부분이 핵 오염수 방류에 따른 돌이킬 수 없는 폐해를 말하고 있으나,

김재홍작가의 그림은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 같은, 친일 권력자들을 풍자했다.

 

그리고 이익태 작가의 그림은 사람이 물처럼 흘러 내리는 형상이라 소름 끼쳤다.

 

김봉준 작가는 물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달비씨 그림은 바다에 편지가 든 병 하나가 떠 있었다.

그 병 속에는 후쿠시마에서 쫓겨난 소녀가 쓴, 바다에게 사죄하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하나같이 악몽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눈앞에 다가올 현실이었다.

 

마지막으로 이현정의 그어지다, 지우다퍼포먼스가 벌어졌다.

 

관객들이 색깔 묻은 붓으로 그리는 족족, 작가는 닦아 내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그 자욱은 남았다.

 

나중엔 사람들이 붉은 뜨게 실에 낚시처럼 걸려들었다.

 

바다만 오염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연결되었다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닦아내는 행위에서 위안부는 왜 떠오를까?

 

그 또한 일제가 저지른, 인간으로서 저지르지 못할 죄악이 아니었던가?

 

성효숙 작가가 상처받은 자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장면에서 한 가닥 희망도 보였다.

우리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아래는 문화비평가 정요섭씨 전시 서문에서 잘라낸 글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를 빌려 쓰는 세대입니다. 지구를 이 지경으로 파괴시킨 것도 모자라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바다에 버리는 것은 유의하고, 유의하고 또 유의할 일입니다. 안전하다고 우길 일이 아닙니다.

어떤 이는 국익을 말하지만, 국민의 생명, 지구의 안녕보다 우선한 국익이 무엇인지 묻게 합니다.

잔꾀로 상대를 속인다는 조삼모사를 떠올리는 까닭입니다.

작가는 시대 의제를 상정하는 사람이라 여깁니다. 이 해괴한 상황에 대해 작품으로써 발언해야 할 때입니다. ‘아르떼 숲은 시대 의제를 비켜 가지 않고 작품으로 맞서 온 33인 작가의 작품으로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를 의제로 삼아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지구 생명 모두의 부릅뜬 관심과 움켜쥔 참여를 바랍니다.

 

전시는 1012()까지 열립니다.

명절에도 오후 6시까지 볼 수 있으니, 구경하세요.

그냥 넘길 수 없는 눈 앞에 닥친 심각한 문제기도 하지만, 작품이 아주 좋습니다.

추석연휴를 맞아  도랑 치고 게 잡으러, 가족들과 인사동 나오세요.

 

사진, / 조문호

 

 

 

왈츠 포 사일런스 - 나의 몸짓은 너의 침묵을 가리고

waltze for silence - My gestures cover your silence

허진/ HURJIN / 許塡 / painting 

2023_0921 2023_1014 / 일요일 휴관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3-10 _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_162&times;130cm_2023

허진 홈페이지_museum.imagian.net/?id_partner=%C7%E3%C1%F8

 

초대일시 / 2023_0921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후원 / ()아트레온

주최 / 아트레온 아트센터

기획 / 아트레온 갤러리

 

아트레온 갤러리

Artreon Gallery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129(창천동 20-25번지) B1, 2

Tel. +82.(0)2.364.8900

www.artreon.co.kr

 

최후의 인간, 최초의 동물  "시각 예술의 다른 영역에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가 있다. 바이오필리아는 사람이 다른 생물, 특히 살아 있는 자연 세계와 관계를 맺으려는 타고난 성향이다." (에드워드 윌슨(1929-2021), 지구의 정복자(2012) 중에서)

 

허진_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2023-3 _ 한지에 수묵채색,_145cmX112cmX2_2023

허진이 최근 십여 년이 넘도록 천착해 온 이른바 동물 연작에는 인간과 인간이 만든 도구, 기계도 등장하지만 화면을 지배하는 소재는 단연 동물이다. 1990년대에 삼십 대의 허진은 다중인간익명인간연작 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 자연과 문명이 혼성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분열적이고 몰개성적이 되어 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그려 냈다. 그는 90년대 말의 익명인간연작에서부터 식물, 산수 등과 함께 자연을 상징하는 소재로 동물을 그려 넣기 시작하여, 2000년대 중반부터는 야생 동물을 화폭 전면에 내세운 유목동물이종융합동물연작을 작업의 주축으로 삼아 왔다. 허진의 관심사는 인간에서 동물로 진화한 셈이다.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2-9_ 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162X130cm_2022

허진이 그리는 동물은 현대인에게 낯설다. 그는 사자, 기린, 하마, 산양, 얼룩말, 코뿔소와 같은 열대 초원이나 삼림에 서식하는 야생 동물을 그린다. 현대인이 접하는 동물은 기껏해야 인간의 울타리에 가둬 놓고 키우는 반려동물이나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되어 식탁에 오르는 육류뿐이다. 허진은 비윤리적으로 포획되어 동물원에 전시되지 않는다면 자신을 비롯한 현대 도시인이 좀처럼 보기 힘든 자연 속 동물을 그린다. 자연에는 실재하나 인간 세계에 부재하는 야생 동물을 그리는 허진의 작업은, 단어 '그리다'의 다의(多義)를 구현하듯, 동물을 '재현'하고 동시에 '상상'하는 일이다. 그는 멀고 먼 야생의 자연이 현대인의 눈앞에 현전(現前)하게끔 하기 위해 동물을 그리고 또 그린다.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3-6 _ 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100cmX80cm_2023

유목동물연작에서 동물, 도구와 기계, 인간은 무작위로 화면에 배치되지만, 크기, 색상, 표현법은 소재에 따라 별도의 정해진 형식이 있다. 형태의 묘사는 실재하는 대상을 따르지만 채색은 실제 모습에 구애되지 않는다. 허진은 우선 먹칠한 한지 바탕 위에 갈색, 녹색, 청색 위주의 붓질을 거듭하여 몇 종류의 야생 동물을 큼직하게 묘사한다. 동물의 몸 전면은 은색 펜의 날카롭고 반짝이는 선으로 촘촘히 채운다. 동물은 이처럼 큰 비중과 이질적 질감으로 돋보이게 그려져 작품의 중심 소재가 된다. 이어서 동물의 색보다 채도가 높은 색으로 신발, 헤드폰, 자동차, 비행기 등 문명의 이기를 그려 넣는다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3-20 _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53X45cm_2023

허진은 인간을 동물, 기계와 사뭇 다르게 표현한다. 윤곽만 드러내는 실루엣 기법으로 인간의 형상을 그리는데, 먼저 그려진 동물, 기계 등과 중첩되는 부분은 노란색으로 칠하고, 배경 위에 배치되는 부분은 바탕의 먹색이 드러나게 둔다. 세부 묘사 없이 노랗고 검은 면이 교차되는 방식으로 단순하게 표현된 인간은 직립 보행을 하는 존재임이 확인될 뿐, 개별성이 드러나지 않는 '익명 인간'으로 표현된다. 이종융합동물연작의 경우 서로 다른 종의 동물들이 한 몸을 이루어 등장하고, 배경 곳곳에 작은 바위섬이 그려지는 정도의 변주만 있을 뿐 유목동물연작과 형식적으로 같은 계열의 작품이다. 한편 모든 작품의 여백은 단색으로 칠한 뒤에 밝고 연한 색조의 점묘로 채우는데, 그 결과 동물 연작은 망점이 있는 인쇄물 위에 동물, 기계, 인간의 콜라주가 올려진 듯한 허진 특유의 화면으로 완성된다

 

허진_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2023-1 _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_145X112cmX2_2023

유목동물+인간-문명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동물 연작의 전체 제목이다. 허진은 동물로 표상되는 야생의 자연과 기계로 상징되는 물질문명의 두 세계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에 대해서 사유하는 화가이다. 작품의 명목과 실제에서 공히 동물이 중심인 만큼 허진은 생태주의자로 평가될 법하고, 그렇다면 그림 속 인간의 도구와 기계는 동물과 대립되는 문명 비판적 소재로 해석될 만하다. 그런데 동물과 기계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조형되기는 하지만, 양자의 의미와 가치가 대척된다고 판단할 만한 시각적 근거는 딱히 없다.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3-18 _ 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_72.7cmX60.5cm_2023

허진은 현대인의 삶에서 괴리된 자연과 현대의 일상을 지배하는 문명을 병치하여 보여 주되, 자연과 문명을 이분법적으로 사고하거나 양자 간의 관계에 대해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이토록 거시적인 문제에 관한 한 판단과 선택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인간 집단의 몫이어야 한다. 그림으로 다시 눈을 돌리면 동물과 기계 사이사이에 실루엣만으로 표현된 인간은 명시성이 높은 노랑과 검정의 배색 때문에 마치 경각심을 제고하는 표지판처럼 보인다. 호모 사피엔스로 불릴 정도로 현명하지도 않고, 신이 창조했다고 믿을 만큼 특별하지도 않은, 척추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에 속하는 인간에게 허진은 동물 연작으로 질문을 던진다. 사라져 가는 자연과 지속 가능해 보이지 않는 문명의 이중 위기 속에서, 폴 고갱도 물었듯,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3-12 _ 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채색_145X112cm_2023

수만 년 전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가 보여 주듯 인류가 최초로 재현한 대상은 동물이다. 허진의 동물 연작을 오롯이 감상하기 위해서는 다시 고갱의 질문으로 돌아가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우리가 무엇인지부터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생존과 생업, 주술과 종교, 부와 권력, 전쟁과 지배, 놀이와 여가, 과학과 의학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욕망을 동물에 투사해 왔다. 그 과정에서 동물을 그리고, 동물 그림을 감상하는 행위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주요 수단 중 하나였고, 때로는 재현된 동물의 효과가 실재하는 동물의 효용을 압도하기도 했다. 동물이 그저 귀엽고, 신기하고, 무서워 보이기만 하는 현대인이라면, 그래서 허진의 동물 연작이 영 낯설어 보인다면 미술사와 인류사를 되짚어 보라. 허진이 제목에 붙인 '유목'에서 질 들뢰즈의 노마디즘까지 읽어 내려는 수고로움 대신에, 그의 동물 연작을 인간 종족이 정주하기 훨씬 이전에, 인류세는 말할 것도 없고 홀로세 이전에 그렸던 동굴 벽화와 나란히 놓고 보라.

 

허진_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2023-2 _ 한지에 수묵채색,_145cmX112cmX2_2023

허진의 동물 연작은 인류 최초의 그림과 적잖이 닮았다. 구석기인과 허진의 그림에서는 모두 무한정의 공간을 누비는 야생 동물이 주인공이며, 인간은 개체가 아니라 집단으로서 동물과 관계를 맺는 조연일 뿐이다. 허진은 동물의 몸에 은빛 선을 긋고 또 그어 빛나게 하며, 점안(點眼)하여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림에도 반영되었듯이 기술의 축적에 따라 인간이 쓰는 기구는 복잡해지고 거대해졌지만, 유목동물+인간-문명, 즉 동물과 인간을 합한 뒤에 문명을 빼 보자는 작가의 수식을 따르자면, 결국 남는 것은 자연의 동물과 맨몸의 인간이다. 동물과 인간이 공생했던 원시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허진의 동물 연작은 문명 시대를 거치며 인간이 동물에 투사하고 부과해 온 욕망을 거두어 보자고 제안한다. 그림의 기원을 탐구하여 시원적 그림을 남기고 싶은 화가의 욕망만은 그대로 남겨둔 채 말이다.  최석원

 

허진_유목동물+인간-문명2023-13 _ 한지에 수묵채색, 아크릴_130.5cmX97cm_2023

The Last Man, the First Animal "In another sphere of the visual arts there is biophilia, the innate affiliation people seek with other organisms, and especially with the living natural world." (Edward O. Wilson, The Social Conquest of Earth (2012)) Although humans, human-made implements, and machines are featured in the animal series Hur Jin has delved deeply into for over a decade, the subject matter that is dominant in his works is by far the animal. Hur Jin's work in the 1990s (when he was in his thirties), particularly through his series Multiple Humans and Anonymous Humans, sought the portrayal of contemporary individuals who were increasingly characterized by a sense of disconnection and depersonalization against a backdrop of nature and civilization. His art captured the complex interplay between different aspects of human existence, blurring the boundaries between past and present, nature and civilization. With the series Anonymous Humans, he began illustrating subject matter symbolic of nature such as plants, mountains, water, and animals. From the mid-2000s, he concentrated primarily on creating Nomadic Animals and Dual Fused Animals, two series in which wild animals are brought to the focus of his work. His interest was in the evolution from humans to animals. The animals Hur Jin has depicted are unfamiliar to contemporary people. He paints wild animals inhabiting tropical grasslands and forests such as lions, giraffes, hippos, mountain goats, zebras, and rhinos. The animals contemporary people can come into contact with are at most companion animals raised in human enclosures or animals for meat raised by factory farming and brought to our dining tables. Hur portrays animals in nature that modern urbanites including himself can rarely see unless they are unethically captured and displayed in zoos. His work of painting wild animals that exist in nature but are absent in the human world is concerned with 'reproducing' and 'imagining' animals as if embodying the multiple meanings of the word 'painting.' He repeatedly paints animals to bring wild nature before the eyes of contemporary people. In the Nomadic Animals series, animals, tools, machines, and humans are randomly placed in the scene, but their scale, color, and expression follow a predetermined format depending on the material. The depiction of form is realistic, but his use of color diverges from strict realism. First of all, Hur depicts several kinds of animals in large sizes by repeating brushwork primarily in brown, green, and blue on an inked background of hanji (handmade Korean paper). The whole body of an animal is filled with sharp, shiny lines with a silver pen. Animals in this series are illustrated prominently in large proportions and disparate textures. In succession, objects of civilization such as shoes, headphones, cars, and airplanes are painted in colors with a higher chroma than those of the animals. Hur Jin portrays humans quite differently from animals and machines. He illustrates human figures using a silhouette technique that reveals only the outline. Sections that overlap with the animal or machine are painted yellow, and sections placed in the background are left unfilled with any color to expose the ink color of the background. Humans, expressed simply with intersecting yellow and black planes without any detailed depiction, are only confirmed to be walking upright. They are depicted as 'anonymous humans' without individuality. In the Dual Fused Animals, animals of different species appear as one body. In terms of form, works from this series are in line with those from the Nomadic Animals despite a variation brought on by small rocky isles painted here and there in the background. Meanwhile, the blank spaces of all of his works are in monochrome and then painted with dots in bright and light shades of colors. As a result, his animal series is completed as scenes unique to Hur, in which a collage of animals, machines, and humans is printed on material with halftone dots. Nomadic Animals+Humans-Civilization and Dual Fused Animals+Utopia are the full titles of his animal series. Hur is a painter who thinks about the two worlds of wild nature represented by animals and material civilization symbolized by machines, and the humans who exist between them. He may be evaluated as an ecologist because animals are both nominally and actually central in his work. If so, implements and machines in his paintings can be interpreted as critical subject matter of material civilization in opposition to animals. Although animals and machines are artistically depicted in different manners, there is no particular visual basis to judge that their meanings and values are in opposition to each other. Hur juxtaposes nature separated from the lives of contemporary people and the civilization dominating modern daily life but does not think of nature and civilization in a dichotomous way or provide an answer to the question concerning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two. When it comes to such a macroscopic issue, judgment and selection should be up to a human group, not any specific individual. A human being expressed only as a silhouette between animals and machines looks like a sign arousing attention due to the highly explicit yellow and black color scheme. Hur Jin puts a question to humans who are the hominid, within the order primate, within the class mammal, within the phylum chordate, within the kingdom animalia. We humans are neither wise enough to be called Homo sapience nor special enough to be believed to have been created by God. As Paul Gauguin asked, in the midst of the double crisis of disappearing nature and seemingly unsustainable civilization, "Where do we go?" As shown in cave paintings from the Paleolithic era tens of thousands of years ago, the first subjects humans depicted were animals. In order to fully appreciate Hur's animal series, it is necessary to go back to Gauguin's questions and reflect on where we come from and what we are. Historically, humans have projected their desires pertaining to elements such as survival and livelihood, conjury and religion, wealth and power, war and domination, play and leisure, and science and medicine onto animals. In this process, the act of drawing animals and appreciating animal pictures was the main means to satisfy human desires. And the effect of represented animals at times overwhelmed the utility of real animals. If you are a contemporary person who feels that animals are just cute, amazing, or scary, and if you feel that Hur's animals look unfamiliar, you need to look back on art history and human history. Instead of going through the trouble of trying to catch Gilles Deleuze's nomadism in Hur's title 'nomadic,' you may draw a parallel between his animal series and cave paintings rendered long before the settlement of human civilization, before the Holocene, and the Anthropocene. Hur's animal series bears a significant resemblance to humanity's first pictures. Wild animals roaming in an infinite space are the main characters in both Paleolithic people's pictures and Hur's paintings, and humans are nothing but minor characters who establish relations with animals as a group of people, not as individuals. Hur repeatedly draws silver lines on the animal's bodies to breathe life into them and make them shine. As reflected in his paintings, implements humans use have become larger and more complex due to the accumulation of technology, but what's left in the end is animals in nature and humans with nothing, based on Hur's formula of 'nomadic animals+humans-civilization' that is, combining animals and humans and then subtracting civilization. Although it does not advocate a return to primitive times when animals and humans coexisted, his animal series suggests that we try to suppress the desires humans have projected and imposed on animals throughout the era of civilization. This alludes to his own desire to create original paintings through an exploration of the origin of painting.  Seokwon Choi

 

  한국과 핀란드 수교50주년을 기념하는 이어지다전에

고 안애경의 헌신을 기억하려는 예술창고가 마련되었다.

 

그녀가 수집한 컬렉션과 워크샵을 통해 한국과 핀란드 수교 50주년의

발자취를 기념하며 함께 나아 갈 길을 모색하려는 취지다.

 

  지난 21일부터 인사동 코트에서 열린 안애경 예술창고에서 릴레이 뜨개 워크숍도 열린다.

 

  주한 핀란드대사관과 그녀의 가족을 비롯한 친구들이 힘을 모아 마련한 전시에는

자연이 일상에 스며들어 디자인이 된 창조물을 소개해 온, 한 사람의 열정과 노력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안애경(64)씨는 일 년 전 광주에서 과로로 쓰러져, 일주일간 사경을 헤매다 목숨을 잃었다.

 

  그 일주기를 맞아 필란드 대사관에서 그녀의 추모 공간을 겸한 특별한 자리를 만들었는데,

그녀의 공적을 한국보다 필란드가 더 인정하는 것 같았다.

 

  안애경씨는 미술, 공예, 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즐겨 온

예술가이자 디자이너, 큐레이터이자 아트디렉트였다.

 

   '핀란드국립박물관'과 '필란드디자인뮤지엄', '핀란드공예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한국 공공디자인 엑스포' 등의 초청 큐레이터로 일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한 일상 속의 디자인과 건축 및 예술교육을 소개하며,

국제전시와 교육프로그램 등을 기획하여 진행해 왔다.

 

  북유럽의 자연과 삶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북유럽 친구들의 문화를 기반으로 한 예술교육을 진행했는데,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학교디자인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녀는 핀란드와 서울을 오가며 북유럽 문화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친환경적인 예술을 추구하며 우리네 삶을 개선하는데도 온 힘을 쏟아왔다.

 

  그녀의 삶은 사는 것 자체가 예술이었다.

미술과 디자인은 일상에 뭔가 써 먹을 수 있어야 한다며,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발견해 만들어갔다.

사람 속에서 출발하는 것이 디자인이었고, 디자인이 그녀의 삶이었다.

 

  마음의 상처가 생길 때마다 책을 쓴다는 그녀는 소리 없는 질서’, ‘핀란드 디자인산책’,

북유럽디자인’, ‘북유럽학교 핀란드’, ‘북유럽학교 노르웨이등 여러 가지 책도 펴냈다.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은 6년 전 인사동 '통인가게' 김완규회장이 초대한 오찬회에서다.

동자동에서 찍은 사진들을 빈민에게 돌려주는 빨래 줄 전시를 할 것이고 했더니,

자기도 구경하고 싶다며 관심을 보였다.

 

  그게 인연이 되어 서로 오 가게 되었는데, 허리 관절염으로 비좁은 쪽방에서 제대로

누울 수가 없다는 글을 페북에 올렸더니, 핀란드 목공예가를 이끌고 달려왔다.

좁은 공간에 맞는 목침대를 직접 만들어 줄 정도로 매사에 적극적이었다.

 

  나 역시 그녀가 기획 추진한 서서울호수공원에 만든 ‘예술로 놀이터

어린이 아트캠프, 오산에 만든 어린이 놀이공간 ’나무처럼‘ 같은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친환경에 관한 세미나나 워크숍 등 그녀가 하는 일마다 유심히 지켜보게 된 것이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린 워크숍에서는

'우리는 지금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질문을 던져 많은 깨우침을 얻기도 했다.

 

  한 번은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가 마련한 대사관저 만찬 초대를 받았는데,

그동안 핀란드를 오가며 문화전도사 역할을 해 온 그녀의 역량을 재확인한 자리가 되었다.

 

  한국과 핀란드 수교50주년을 기념하는 '안애경의 예술창고'는 고인의 언니 안병애씨 노력으로 꾸며졌다.

 

소장품인 이딸라 유리 블로잉, 파이프로 만들어낸 오이바또이카 컬렉션 꽃병 등

핀란드를 상징하는 도자기 작품들도 선보였다.

 

  전시장 벽에는 안애경씨가 고등학생 때 그린 작품으로, 대학 미술제에 응모하여 입상한 작품도 걸렸고,

한 쪽 구석에 마련된 모니터에서는 안애경씨의 공적과 그녀의 아름다운 삶을 말하는

핀란드 친구들의 인터뷰가 소개되고 있었다.

 

  일주일동안 안병애씨가 진행하는 뜨개 워크숍에서 만들어 질 방석들은,

쪽방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동자동 빈민들에게 나누어 줄 계획이라고 한다.

 

  이 전시는 내일(29일) 까지라, 보실 분은 서두르기 바란다.

 

사진,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