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감 The Gangwon Pictorial Book, 江原圖鑑

나광호/ NAKWANGHO / 羅鑛浩 / painting.printing

 

2023_0810 2023_0909

나광호_맨드라미_실크스크린, 아르쉬지에 아크릴채색_91×116.7cm_2023

 

개막식 / 2023_0810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2023 OCI 어게인 : 귀한인연

후원 / 강원특별자치도_강원문화재단

 

OCI 미술관

OCI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수송동 46-15번지) 3

Tel. +82.(0)2.734.0440

www.ocimuseum.org

 

종이에 피어난 잡초 다작하기로 유명한 나광호는 평면 회화 범주의 안과 밖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늘 색다른 시도를 선보인다. 물감의 맛이 농후한 그림들도 꾸준히 그렸고, 특히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처럼 판화 기법 또한 오래전부터 연구하고 활용해 왔다. 그에게 형식이나 매체를 구분 짓는 행위는 크게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작가적인 태도 혹은 목적이 그가 지금까지, 앞으로도 수많은 작품을 생산해 낼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광호_질경이_실크스크린, 아르쉬지에 아크릴채색_80.7×121cm_2023

강원도감 전시의 제목 강원도감(The Gangwon Pictorial Book, 江原圖鑑)은 나광호가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대학 출강을 위해 강원과 현재 거주지인 남양주를 오가며 길가에서 만났던 식물들의 '도감'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지역을 넘나드는 고속도로 위에서 보낸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시야에 잡히는 풍경에 익숙해졌고, 매주 지나던 길의 자연이 날씨나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상황은 그를 차에서 내리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발밑에 즐비한 풀과 꽃에 눈을 마주쳤고, 보살핌과 관심을 받지 못했음에도 한여름의 무더위와 한겨울의 추위, 따가운 폭우와 매서운 눈보라를 묵묵하게 견디며 생경한 색채로써 생명력을 뽐내는, 그 무엇보다 꿋꿋한 모습을 보았다. 특별한 쓰임이나 효용이 없는, 소위 '잡초'라 불리는 식물들에 마음이 갔다. 그래서 그들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판화로 찍어 만든 이미지로 '도감'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 맨드라미, 질경이, 산딸기등 작품의 소재들은 모두 길에서 자생하는, 흔히 만날 수 있는 대상들이다. 사람에 의해 밟히고 발길에 따라 생존의 모습이 달라지는, 야속하지만 수동적인 삶이다. 그들을 종이에 옮긴다. 길가의 식물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던 것일까. 본래 도감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실용적 자료로서 존재해 왔다. 그러나 온갖 정보가 만연하고 접근이 쉬워진 오늘날의 사회에서 실용성을 상실한 도감을, 그것도 굳이 오랜 시간과 품을 들여 제작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아가 식물학이나 과학, 역사학 등의 학문에 기저를 두고 시작하는 것이 아닌, 미술 작가로서 식물들의 이미지와 조형성에 집중하여 현대판 도감을 제작하는 것은 기존의 도감이 갖고 있는 역할과 어떻게 다른 것인가. 인간의 관심 밖에 존재하던 길가의 잡초를 화폭으로 들여와 시간을 쏟는 다정한 (어찌 보면 무모한) 행위에 직접 개발한 독자적 판화 기법을 적용하여 외면받던, 쓸모없던 대상에 의미를 부여한다. 나광호는 이와 같은 태도를 자신의 작가노트를 통해 '침몰하던 타이타닉 호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연주자'에 비유한다. 무쓸모 자체가 쓸모가 될 수 있는,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찾는 일. 여기에 나광호가 생각하는 미술의 의의가 있다. 실용의 영역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분야가 예술인 것은 어느 정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작품 제작에 있어 통상적이어 왔던 것과 안전할 수 있는 길을 의도적으로 거부해 왔다. 이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태도로, 작가가 지금까지 보여준 작품 활동의 근간이자 핵심이다. 언제나 존재했지만 쉽사리 주목받지 못한 식물에 몸을 낮춰 관심을 주고 오랜 시간을 들여 그림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 나아가 그 작품들에 하나하나 액자를 맞춰 주고 전시실로 들여와 환한 조명을 선사하며 관객과 동일한 눈높이에서 눈을 맞추게 하는 형태를 통해 소외된 것의 존재감을 극대화하고, 그들을 '도감'의 형태로 기록하여 실재(實在)를 드러낸다. 소외된 대상을 '작품'의 지위로 끌어 올리는 것. 그들의 형태와 색감을 회화적으로 구현하고 조형적 가치를 부각시키는 것. 이것이 나광호가 만들어 낸 '도감'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나광호_천인국_목판화, 아르쉬지에 옵셋잉크_90×106cm_2023

일반적 판화 공정을 거부하다 나광호는 기존의 판화 기법을 수용하되, 본인이 개발한 독자적 방식을 접목하여 보다 창의적인 과정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그가 이번 전시 출품작 제작을 위해 활용한 기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한 화면 위에 직접 물감을 덧칠하여 채색하는 방식이다. 검정 잉크로 찍어낸 1도 화면 위에 다른 판으로 2, 3도 이상의 색 면을 차례대로 찍어내는 대신 붓에 일정량의 색상 잉크를 머금고 채색을 원하는 해당 영역에 떨어트려 스트로크 없이 판판한 면을 만들어 마감한다. 그렇기에 고도의 집중력과 기술력이 요구되며 완성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수없이 반복하여 채색이 완료되면, 잉크가 올라간 표면 위에 마지막으로 다시 검정 잉크를 사용해 처음과 동일한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찍어낸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역시 망점은 생성되기 때문에 관람자로 하여금 그야말로 실크스크린 판화처럼 보이게 한다. 장점은 색채 사용에 있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기존의 한계점을 극복하여, 색의 사용이 무한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더욱 회화적일 수밖에 없는 화면을 구축해 낸다. 두 번째는 4도 목판화 기법이다.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제작 방식과는 차이를 보인다. MDF 합판에 세공용 드릴로 자연물의 사진들을 새겨낸다. 그 후 잉크를 묻혀 종이에 찍어내는 방식은 기존의 목판화 제작법과 유사하지만, 이 단계에서 결정적 차이가 생긴다. 판에 바르는 잉크의 양, 잉크의 건조 속도가 그것이다. 보통 목판화를 찍어낼 때는 잉크의 양이 중요하다고 배운다. 너무 많은 양을 바르면 찍어내는 과정에서 번지는 등 변수가 커지기 때문이다. 잉크의 양을 조절하여 찍어내면, 다음 판을 올리기 전 충분한 건조 시간이 필요하다. 완벽하게 건조시킨 종이 위에 새로운 판을 찍어낸다. 나광호는 정확히 이와 반대되는 기법을 구사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잉크는 최대한 두툼하게, 그리고 마르기 전에 빨리 찍어낸다. 물론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와 같은 방식으로 목판을 찍어내니 이전에 찍은 잉크와 새로 바른 것이 적절히 스미고 섞이면서 보다 극적인 화면이 만들어졌다. 색채는 더욱 다채로워지고, 명암이 극대화되고, 두터운 잉크의 두께로 마감된 표면은 플랫한 판화와는 명확히 다른 묘한 깊이감을 선사한다. 그렇게 찍어낸 이미지 밑에 부착된 이름표들이 눈에 띈다. 쓰인 이름들은 모두 해당 식물의 영문명이 아닌 학명이다. 모두 도감의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한 결정적 단서로 작용한다. 종이에 바로 적기도, 다른 종이에 써서 오려 붙이기도, 스탬프를 만들어 찍기도, 실크스크린으로 찍어내기도 했다. 이름표를 붙여주는 방식에서도 쉽고 편한 길이 아닌, 굳이 어려운 길로, 수많은 갈림길로 돌아가려는 고행적 태도. 그러나 그 과정을 누구보다 즐기고, 누구보다 신나게 돌아가는 자세는 끝없는 시도를 통해 예술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는 나광호의 작가적 면모를 체감할 수 있다.

 

나광호_참나물, 취나물, 머위, 조선배추_목판화, 한지에 석판화잉크_110×164cm_2023
나광호_산딸기 잎_목판화, 한지에 석판화잉크_60×162cm_2021

괴물 인간 나광호가 갖고 있는 정체성에 주목하면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언제나 자신 있고 열성적으로 작품의 제작 과정이나 내용에 관해 설명해 주는 작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면의 치열했던 시간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한 학기마다 10개 내외의 강의를 거뜬히 출강하고, 여전히 신진작가의 자세로 공모전에 도전하는 전투적 태도에 여유로움까지 탑재한 그의 모습에서는 비범함까지 드러난다. 그의 내부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작품의 밀도로 고스란히 환원된다. 어느 날의 대화에서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살면서 만난 많은 분이 제게 여러 별명을 지어 줬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이 있습니다. 바로 '괴물'입니다." '괴물'이라는 별명은 학창 시절 얻었다. 같은 실기실을 사용하던 동기들이 겪은 나광호는 일과시간 동안 조교로서 일하고, 퇴근 후 늦은 밤 실기실로 돌아와 동이 트기 직전까지 100호 크기의 유화 한 점을 뚝딱 완성하고 홀연히 사라지더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모두가 하나같이 혀를 내두르며 그를 '괴물'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괴물'. 얼핏 들으면 부정적 이미지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별명의 배경을 듣고 나면, 그리고 작가가 지금까지 작품에서, 나아가 그의 삶에서 보여왔던 자세와 태도를 이해한 후 받아들인다면 단연 최고의 칭찬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포기를 모르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기민하게 치환하는 그의 태도가 배어 있으니 말이다. 작가로서 지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체력이라면서 하루에 줄넘기를 5천여 개씩 뛴다는 그에게 도인의 아우라를 엿본다. 지금의 에너지가 멈추지 않기를, 넘치는 호기심과 변화에 대한 용기,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태도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며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미술 작품을 끝없이 생산해 내 주기를 바란다. 정유연

 

* 이 원고는 '2023 강원문화재단 강원작품개발지원 [강원다운]' 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나광호_맨드라미_목판화, 아르쉬지에 옵셋잉크_106×77cm_2023

역행의 도감(圖鑑) 매일 마주하고 나를 감싸고 있는 자연이 작업의 검은 이미지이다. 밀도 있는 자연의 모습을 목판화로 제작하여 흔하디흔한 식물을 새로 발견하거나 걸음을 멈추고 보게 된다. 색채를 배제하면 형태의 구체성이 부각되는 검은 도감[圖鑑]이 된다. 구체적으로 재현하면 실물 대신 주목한다. 소소한 일상이어서 지나치던 하찮은 풀잎, 무심히 밟고 지나치던 질경이가 프레임에 박제되고 각인되어 프레스의 압[]을 통해 촉감이 된다. 무엇이든 검색하면 세세하게 자연과 식물에 대한 사진과 설명이 나열되는 오늘 날 발품을 팔아 도감을 제작한다는 것은 어쩌면 타이타닉호가 침몰 할 때, 탈출 할 작은 배에 자신들의 탈 자리가 없자 생존을 포기하고 마지막까지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연주자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쓸데없음'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는데 이것이 어쩌면 예술의 역할이자 위치 할 곳, 예술의 태도라 생각한다. 어쩌면 가장 쓸데없어 보이는 소재와 역행하는 태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작품을 제작한다. 내 작업에 있어서 본질, 근원, 오리지널리티, 나의 것은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나의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오랜 시간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의 것은 나의 실제 경험에 근거한다고 보았다. 내가 풍경을 마주하며 느낀 분위기, 뉘앙스, 달아오름, 닭살, 쭈뼛쭈뼛 스는 털, , 시원함, 진짜 풍경을 마주한 감탄사. 이 직관적 느낌과 감각적인 신체적 경험은 바로 고유함이며 오리지널이라는 증거를 뒷받침한다. 작품의 소재가 된 것은 풀, , 나물, 잡초, 시든 식물, 나무들이다. 이 자연의 소재들이 한데 뒤엉켜 '평화'로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질긴 생명력으로 해와 비를 견디며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모습이 무척이나 내 눈길을 끌었다. 이 익숙하면서도 흔하고 평범한 도감의 소재들이 걸음을 멈추게 하고 눈에 각인되고 프레이밍 되고 편집되며 화면에 기록이 된다. 이 익숙하고도 동시에 낯설게 느낄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이 단순하고 강렬하게 새로운 감각의 층위로 이동하고 위치하길 원한다. 내 작업의 최종목표는 그림을 모아 도감[圖鑑]을 제작하는 것이다. 전시와 출판은 미술을 낮은 문턱으로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전문가 혹은 미술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목판화, 실크스크린, 에칭으로 제작된 작품을 통해 새로운 미감을 일깨우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나광호

 
 
 
 

여기 앉아보세요 Come Sit with Me

이우성/ LEEWOOSUNG / 李宇城 / painting

2023_0809 2023_0913 / ,월요일 휴관

이우성_해질녘 노을빛과 친구들 - 자투리로 만든 천에 아크릴과슈_260X600cm_2023

 

이우성 홈페이지_www.woosunglee.kr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학고재 본관

Hakgojae Gallery, Space 1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

Tel. +82.(0)2.720.1524~6

www.hakgojae.com

@hakgojaegallery

www.facebook.com/hakgojaegallery

학고재 오룸

Hakgojae OROOM

online.hakgojae.com

 

지금, 사람 이우성은 자신의 현재를 고스란히 그림에 담는다. 작가의 고민과 상황이 작업에 반영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함에도 지금을 그린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과거에 대한 기억이나 경험의 기록으로서 혹은 어떤 대상을 마치 상징으로서 반복적으로 등장시킨 판타지로 자신의 미래를 암시하고자 하는 치밀하게 의도된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가 삶을 관통하며 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느리게 펼쳐지는 시간이라고 한다면, 작가의 관심은 항상 그 당시의 '현재'에 있어왔고, 그는 그 현재로부터 파생된 여러 순간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소환해 왔다. 때로는 드로잉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하거나, 드로잉을 이용한 애니메이션이나 설치로 표현하기도 하고, 천이나 캔버스에 아크릴, 아크릴 구아슈 혹은 수성페인트를 이용해 보여주기도 했다. 그림 속 인물, 사물, 풍경들은 자신의 주변과 일상에서 불러오지만 세부를 단순화한 선으로 묘사하거나 대상의 윤곽선을 그리기도 하고, 자세한 배경을 생략하고 색감을 부각한 평면적인 표현으로 일상적이지만 생경한 장면을 만든다. 30-40대 청년이면 한 번쯤은 겪어봄직한 불안, 우울, 좌절, 희망과 같은 감정들을 포함해 특정 사회적 이슈를 연상케 하는 상징적인 사물이나 인물, 혹은 인물과 풍경이 뒤섞인 구성은 지나치게 진지하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무게감으로 작가의 10여 년의 작업 세계를 관통해 왔다.

 

이우성_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 천에 아크릴과슈_210X210cm_2023
이우성_생초록 오이 _천에 아크릴과슈, 아크릴 라텍스_210X210cm_2023

이우성의 여덟 번째 개인전인 여기 앉아보세요2023년 한국의 시간에서 살고 있는 작가의 '현재'를 어김없이 드러낸다. 주로 주변 친구, 미술을 하며 만난 동료, 가족 그리고 사물을 그려왔던 그의 작업 세계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들을 선보이는데, 이번에 작가는 '사람'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사람은 항상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몇 년의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회 안에서 고립된 삶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인간관계의 변화로 인해 한동안 사람보다는 풍경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지나온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맞이할 수밖에 없는 현재는, 작가가 지금 보여주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새삼스럽지 않은 것임을 얘기해 준다. 이우성의 2011년 그림들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당시 그는 현실과 그림의 격차를 관객에게 분명하게 인지시키면서도, 사각의 그림 안에서는 '마음껏' 자신의 의지와 생각을 드러냈다. 2012년의 첫 개인전 불 불 불에서 폭이 6미터 가까이 되는 캔버스에 그린 빽빽하게 채워진 군상 정면을 응시하는 사람들(2012)을 비롯해 사뭇 비장해 보이는 그림의 장면들이 보여주듯 촛불이나 활활 타오르는 오리배, 그리고 불을 등지고 노를 저으며 화면 밖 '정면'을 응시하는 남성의 모습은 어쩌면 모순되고 정처 없이 부유하는 작가(인간)의 여러 마음을 사람과 사물의 상징적인 표현을 통해 표출하고 있었다. 그런 작가의 상태는 자연스럽게 2013년 개인전 돌아가다 들어가다 내려오다 잡아먹다에서 전시장이라는 무대(미술)에서 온전한 몸으로써의 인물이라기보다는 파편화된 몸(작가)으로 작가로서의 고민, 불안, 분열, 모순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전시장 안팎에서 그림의 확장성과 한계를 경험하게 만들었던 그의 천 그림들은 2014년부터 접혔다 펼쳐지는 그림시리즈로 2015년 개인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에서 본격적으로 전시장 내외부에서 선보였다. 풍경과 사람, 사물, 그리고 이들이 혼재된 이미지의 천 그림들은 이후 2017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의 개인전에서도 작게는 2미터, 크게는 10미터 넘는 크기의 작업으로 시도를 지속하면서 자신과 세계의 연결고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만들어갔다. 나를 있게 하는 내 주변 지인들의 얼굴, 그리고 사회 안에서 익명의 누군가로 살아가는 집단으로서의 사람들은 그의 천위에서 펄럭이며 그들의 현재를 발산하고 있었다. 이우성은 관객이 이 현재의 목소리를 일상에서 더 가까이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장 밖으로 나갔던 것이다. 그림을 여러 차례 접고 펼치며 주름을 만들면서, 만들어진 주름만큼 외부 풍경과 그리고 전시장 밖에 사람과 만남을 시도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림들은 전시장 안에서 그 의미와 존재가 더 부각될 수밖에 없었고, 그의 대형 천 그림들은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접혔다 펼쳐지는 그림은 더 이상 접히지 않은 펼쳐진 형태로 점차 매체 자체에 더 무게가 실렸고, 거는 형식 보다는 천에 발리는 물감이 만드는 이미지의 모양에 더 충실해졌다.

 

이우성_대청마루에 앉아서, 오래된 나무색과 청색 그리고 작은 꽃 _ 캔버스에 아크릴과슈_162.2X130cm_2023
이우성_나는 이곳에 다시 올거야. 캔버스에 아크릴과슈_116.8X91cm_2023
이우성_붉은 색과 오렌지 빛 실루엣으로 그린 _ 캔버스에 아크릴과슈_91X91cm_2023
이우성_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 두 번 반복해서 그린 _ 캔버스에 아크릴과슈_91X91cm_2023
 

여기 앉아보세요(2023)에서도 사물과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의 군상을 그린 대형 천 그림들을 선보이는데, 가족과 친구들을 그린 두 작업은 기존과 달리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천에 그렸다. (엎치락뒤치락(2023), 해질녘 노을빛과 친구들(2023)). 마치 그들과 보냈던 중첩된 시간을 암시라도 하듯 여러 조각으로 이루어진 천에 물감이 발리면 그 이미지에 덮여 이음새는 보이지 않는다. 오직 그림의 뒷면에서만 보이지 않은 시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이우성의 현재를 드러내면서도 의도적으로 시차를 넘나드는 작품은 천 그림 연작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2023), 작가는 시대가 뒤섞인 여러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는 돌무더기를 그렸다. 이모티콘처럼 보이는 상징들을 포함해 상형문자나 원시 동굴벽화에서 볼법한 이미지들은 마치 그의 그림에서 분절되어 있는 현재의 암각화로 거듭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여기서 기존의 그의 그림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시차의 간극은 그가 캔버스에 아크릴 구아슈로 그린 자화상 연작 지금 작업 중입니다(2023)에서도 발견된다. 65×50cm로 동일한 크기의 10점으로 구성된 작가의 자화상은 그간의 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리즈로, 성별을 알 수 없게 단순화한 인체 표현으로 일상의 여러 상황 속에 처한 자신의 모습을 그림일기처럼 보여준다. 이 연작 중 원시 동굴벽화를 연상케 하는 동물의 이미지와 사람 손바닥 실루엣을 배경으로 쪼그리고 앉아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인물과, 그 앞에 배경의 이미지를 그렸음직한 부스러진 작은 돌 조각 몇 개가 놓여 있는 그림이 있다. 배경의 동굴벽화 이미지는 아득한 과거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 거리를 무너뜨리며 현재로 돌려놓는 것은 벽화 이미지 중 하나인 하트와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고 있는 인물이다. 그림의 근원은 원초적이고 먼 과거의 끈과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작가의 그림에 대한 고뇌는 2023년 현재에 있는 것이다. 이우성의 자화상 연작 지금 작업 중입니다(2023)에서는 자신을 닮지 않았지만 자신으로 대변되는 인물이 그림 안에 등장하여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이번 전시에서 다른 인물화들과 달리 표현된 자화상 속 인물은, 비록 고개를 숙인 채 고뇌에 차 있지만 화면 안에서 종횡무진 인물의 재현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자신의 괴로움을 맘껏 토해낸다. 식사를 하면서도, 컴퓨터 앞에서도, 화장실에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사라지지 않는 고민과 걱정은 우울하고 답답하지만 단순화된 인물의 형상에게 그 짐을 조금이라도 대신 지게 해서 덜어내도 죄책감이 들지 않을 것만 같다. 현실에서 멀어진 인물의 표현이 작가에게 재현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주었다면, 관객에게도 숨 쉴 틈을 주고 있기도 하다. 과거에는 다른 인물이나 사물, 혹은 풍경을 비현실적으로 구성하면서도 있을법한 상황으로 둔갑시켜 우회적으로 그림의 의미가 전달되었다면, 자화상 연작의 비현실적 존재는 현재의 누구라도 자신을 대입시켜 본인만의 현재 자화상으로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천에 그린 군상이나 확장된 인물화와 같은 사물을 그린 정물, 그리고 자화상 연작과는 달리, 인물화는 캔버스에 한 명이나 두 명이 짝을 이룬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10여 점의 캔버스 속 인물은 얼굴이나 상반신, 때로는 무릎 선에서 자르거나 전신으로 그려졌는데, 기존의 인물을 그린 그림들과 달리 평면적인 표현에서 살짝 비껴있다. 실루엣을 그린 붉은 색과 오렌지 빛 실루엣으로 그린(2023)이나 인물이 부재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사라지고(2023)를 제외하고는 화면의 인물은 기존의 '이우성식 표현'과 달리 재현의 강도가 확연하게 달라져 있는데, 그렇다고 예전과 크게 거리를 두지도 않는다.('이우성식 표현'이란 화면 안에 빛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통한 음영이 최소한으로 되어 있고, 배경이나 세부적인 묘사가 생략되거나 단순화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여전히 배경이 생략되거나 옷의 주름이나 부분적으로 묘사가 단순화되어 있기도 하지만, 화면에서 특정 부분은 다른 부분에 비해 집중적으로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그림자 없는 얼굴, 중간 회색톤으로 그린, 두 사람과 빛나는 파란색,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 두 번 반복해서 그린, 공부하는 사람, 연파란색이 머리와 배경으로 번진과 같은 작품 제목에서 작가가 그림에서 집중한 부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과거 제목에서 주로 인물의 행위, 상황을 상징하는 문장이나 단어를 사용해 왔던 것과 비교해 보면, 이번 인물에서는 그리기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각 그림의 인물에게서 작가가 만났을 당시에 받은 인상, 상황에서 느껴졌던 대기감과 같은 정서는 그림에서 톤이나 색감, 구도, 묘사의 정도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각 작품마다 상이하게 발현되는 인물의 가장 빛나는 부분을 드러내고자 섬세하게 생략과 집중을 조율해 나가려는 작가의 부단한 노력은 그림 속 손에서, 머리카락에서, 때로는 얼굴에 비춰진 빛의 묘사에서, 인물의 시선에서도 느껴진다. 작가가 보았을 그 빛나는 순간은 인물화의 시작이 된 주변 지인이나 가족과 같은 사적인 관계로부터 비롯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물은 그리고 싶은 사람이라기보다 '그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작가의 말이 설득력을 가진다.

 

이우성_여기 앉아보세요 _캔버스에 아크릴과슈_91X91cm_2023

작가의 시간은 현재를 그리고 있지만 더 넓고 길게 펼쳐서 봐야만 한다. 이번 전시의 그림들도 그런 긴 작가의 시간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순간들이 지금 시점에서 마치 중간 결산처럼 수렴되어 보이는지도 모른다. 자유기고가 황윤중이 이우성의 그림이 '일상의 순간을 반짝이게 만들고 주변인들을 순간이나마 주인공으로 만들어내는 효과'를 내기 기대한 것처럼 작가는 이제껏 대상이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그려오고 있었다.(황윤중, 불과 얼굴, 2017) 이번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거나 새로이 등장하는 주변 인물이나 사물들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현재의 컷을 구성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주변에서 시작되었지만 관객에게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익명의 불특정 다수로 확장된다. 또한 세트처럼 둘이나 셋의 연속적인 장면처럼 보이는 그림들(여기 앉아보세요(2023),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사라지고(2023))은 각 인물화에서 집중할 부분을 선택해서 그린 것처럼 부분을 통해 전체를 보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무엇을 기록하고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그 순간에 대한 기록이 되어버린 그의 그림들은 아직 다 펼쳐지지 않은 현재, 지금의 순간을 대표하는 장면들인 것이다. 맹지영

 

이우성_지금 작업 중입니다 - 캔버스에 아크릴과슈_65.1X50cm_2023
이우성_지금 작업 중입니다 - 버스에 아크릴과슈_65.1X50cm_2023

People, Here, and Now Woosung Lee carries his present times in the works. The reason for emphasizing painting the present although reflecting painter's thoughts and situations into the works is most likely given, but Lee does not plan in detail to record his memories or experiences simply from his past or to elude the future through fantasy that brings objects repeatedly as a metaphor. If the present is slow moving time that only follows through one direction in life, his interest has always been around various subjects that are branched out from the 'present' at times. He sometimes shows the present dynamically using drawings ; or animations or installation of sets of drawings; or acrylic, acrylic gouache, or water-based paints on the fabric or canvas. The people, objects, and sceneries in his paintings were brought in from Lee's surroundings and everyday routines, but his painting styles - using simple lines to describe details or outlines of the objects, omitting details in the background to highlight colors - make them extraordinary. His not-too-heavy yet not-too-light approach has hit through the points that the viewers in their 30s and 40s can relate to not only their own feelings such as insecurity, depression, defeat, being fallen down, and hope but also symbolic objects, personnel, and scenes that are intertwined with specific social issues in last 10 years. Woosung Lee's 8th solo exhibition Come Sit with Me also carries his 'present' in the time of 2023 in Korea. It is an extension of his previous inspirations including friends, peer group, family, and objects; in this exhibition, however, he focuses a lot more on 'people.' People has been his primary source of inspirations but during and post pandemic, the social relationship has been shifted to the life that is isolated within and the relationships with the distance; hence, the scenes with people were replaced to sceneries without people. Therefore, his present that comes naturally from the past tells that his interests at present in 'people' is not surprising at all. Going back to Lee's works in 2011, he presented his own wills and thoughts 'to the fullest' within the works while clearly pointing out the difference between reality and what is in the paintings. In his first solo exhibition in 2012 Bul Bul Bul, he presented his and people's mind through metaphorical objects via People who are Staring Straight Ahead (2012) on almost six meters wide canvas and other bold and strong painting scenes like candles, active fire on the duck boat, and the man, who represented painter's mind (or everyone's) that is controversial and floating without directions, rowing against the fire while looking 'straight ahead' that is outside of the frame. In 2013, he showed his thoughts, insecurity, brokenness, and contradiction as a painter through a granulated body (as a painter) rather than the person having a whole body at the exhibition as a stage (art) in his solo exhibition, Returning Entering Descending Devouring. His canvas works that allowed viewers to experience limitations and possibility of expansion from inside of the exhibition space to outside and vice versa. Since then he has presented actively both inside and outside of the exhibition space from the series, Folding and unfolding painting (2014) through the solo exhibition in 2015, Pulling from the Front, Pushing from Behind.Paintings on fabric work presenting sceneries, people, and its intertwined images were proactively created since his solo exhibition in 2017, My Dear, in the various sizes as small as two meters wide and as large as ten meters wide while continuing his experiment in creating connections between himself and the world around him. The faces of the people he knows bring meaning to his presence and the people who live anonymously within the society are effusing their present moments via his canvas. Lee brought things outside of the exhibition space because he wanted the voice of the present to be heard in real life. Folding and unfolding created natural wrinkles and marks. The more wrinkles and marks were added as he tried to arrange more meeting points in real life between his works and the viewers. Although it is quite ironic, however, his works were even better to be presented at the indoor exhibition space as its presence could be still and highlighted. Hence his large sized works came inside to the exhibition space. 'Folding and unfolding painting' was no longer folded, and it has become an expandable medium. Also rather than the method of hanging, the images of how colored materials on the canvas were made were more weighted. In Come Sit with Me (2023), large sized paintings on the canvas with ordinary moments of objects, family, and close friends are presented, however unlike the previous works, two paintings with family and friends are on the canvas made from small pieces that are stitched together. (Tumbling Around (2023), The Sunset and Friends (2023)). It seems that he offered hints about the overlaps in times with them by using small pieces to make the one large piece. Once the acrylic gouache colors are applied to the pieces of fabric, the lines between the two pieces are covered and no longer visible. The footprints of times only can be seen in the back of the canvas. In this exhibition, the work that represents Woosung Lee's present while hopping in between the times is the series, Eternal Story (2023). He painted a pile of stones that various images from different times are engraved without an order. Somewhat emoticon-like images and hieroglyphs or the images similar to ancient cave wall art seem revived as modern petroglyphs in his work. The time difference which has not been seen in his previous works can be found in his self-portrait series, I Am Still Working (2023), acrylic gouache on canvas. The self-portrait series that comprises ten pieces of same sized paintings (65x50cm) is a completely new kind that was not seen in his previous works. It tells the story of his everyday moments via abstracted forms of human beings as his very own self that looks gender-neutral. In this series, there is a painting that has animal images similar to ancient cave wall art, a person squatting and looking at the cellphone screen in the backdrop image of a human's palm silhouette, and small pebbles that might have been used for the cave wall art. The image of cave wall art could imply ancient times, but the image of the person looking at the cellphone and the heart-shaped image breaks the time distance and takes viewers all back to the present. The foundation of painting is primitive and connected to the story in the ancient times but the painter's thoughts are at present time of 2023. In Woosung Lee's self-portrait series I Am Still Working (2023), the personnel who does not resemble himself but represents him starts to appear and tells a story. Unlike other peoples' faces, the one in the self-portrait series expresses his pain while enjoying full freedom from recreating the faces in the scenes although the human-like image keeps its head down and looks serious. The worries and concerns that would not go away with having a meal, sitting in front of a computer, being in the toilet, and walking on the street are depressing and frustrating. However if the human-like image can take the burden of worrying and concerning about things, it will become perhaps guilt free. If expressing the personnel far from the reality gives freedom to the painter from recreating the objects, it might also be a breathing moment to viewers. In the past unrealistic compositions of images in people, objects, or sceneries got turned into somewhat realistic stories in order to deliver the meaning of each painting. However the existence of unrealistic images in the self-portrait series allows anyone at the present moment can apply themselves to make their own self-portraits. Unlike group images on the canvas or expanded portrait of people or objects, the portraits are composed of solo or paired images. The people in about ten different works are a bit off from normal two-dimensional images ; sometimes it is cut around the knee line or whole body or only face or torso. Except the painting of silhouette Red Color and Orange Lights Silhouette (2023) or the one with no people The Disappearance of the Self on the Mirror (2023), all images of people is different from typical 'Woosung Lee's style'('Woosung Lee's style' means that there are lights in the scenes but the contrast between these lights and shades exists minimally; and the background sceneries or detailed descriptions are sometimes omitted or simplified.) as it has different power in recreation but it is not far from his previous style. Still there is omitted background and simplified details in the wrinkles on the clothes and things but some parts are very highlighted and detailed compared to the others. Some titles of his work, Face with No Shadow, in Mid-Tone Gray, Two People and Bright Blue, A Person Sitting on a Chair, Painted Twice Repeatedly, A Studying Person, Smudged with Light Blue in the Head and Background, allows us to get an idea around where the painter was focused. The titles in his previous exhibitions described the action of human objects, symbolic sentences or words that symbolize certain situations, however in this exhibition he weighs heavily on the action of painting itself. The impressions that the painter got from individuals in each painting and the emotions of the atmosphere in certain situations were expressed differently depending on the tones, color palettes, compositions, and the degree of descriptions. The painter's endless efforts in keeping the balance between detailed omissions and focus in order to highlight certain parts of the people that appear differently in each work can be felt in the hands, hairs, even eyes, and sometimes through the lights that reflect on the face. The brightest moments were related to the personal relationship with the family or friends. Therefore, the painter's note that the people (human object) in his works are not the one that he would like to paint but 'the one he can' makes sense. The painter's timespan should be seen beyond the horizon although he would be drawing the present. The works in this exhibition may be like sub-conclusions at present in elongated painter's time. As Yoon-Jung Hwang, freelance writer, expected Woosung Lee's works to be 'effects of making people around us be the main actors/actresses and turning ordinary moments to extraordinary,' the painter has captured the brightest moment of each object.(Yoon-Jung Hwang, Fire and Face, 2017) The new or repeatedly appeared people and other objects in this exhibition are created the new cuts at present differently from the previous images. Stepping forwards, it is expanded to anonymous unspecified crowds from the few around the painter. Also the works that seem like two or more sequential scenes, Come Sit with Me (2023), The Disappearance of the Self on the Mirror (2023), meets the painter's attitude in looking into the bigger picture through emphasizing specific parts that were chosen. Although there is no intention of documenting the moments, naturally his works have become the records of moments that have not yet unfolded present; the representations of moments at present, now. Jee Young Maeng

 

 

2023 14회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 수상자

2023_0804 2023_0905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23_0804_금요일_12: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_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전시종료 1시간 전 입장마감

관람료 / 어른 1,000 / 청소년·군경 500원

 

참여작가

전효경_신제현_전혜진_김민지

이정윤_박준식_배지인_성필하

 

주최,주관 / 서울강서문화원_겸재정선미술관

후원 / 서울특별시 강서구_강서구의회

 

겸재정선미술관

GYEOMJAEJEONGSEON ART MUSEUM

서울 강서구 양천로4736

(가양1243-1번지) 1,2기획전시실

Tel. +82.(0)2.2659.2206

www.gjjs.or.kr

 

겸재정선미술관에서는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2023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가 진행되었다. "겸재 내일의 작가 공모"는 겸재의 화혼을 오늘에 되살려 미래의 한국과 세계의 미술을 이끌어갈 작가 발굴 및 가능성을 지닌 만20세 이상 ~ 40세 이하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재료와 기법, 뛰어난 창의력을 지닌 수준 높은 작가들을 공모하였다. 이번 공모에서는 한국화, 서양화 작가 127명의 640여점의 작품이 심사 대상에 올랐다. 작가로서 자신의 세계를 의식적으로나 양식적으로 얼마나 성취하고 있는가에 주안점을 두고 심사위원들의 심사가 이루어졌으며, 나름의 스타일을 일구어가고 있는 작가들이 수상하게 되었다. 심사결과는 '대상'에 전효경 작가, '최우수상'에는 신제현 작가, '우수상'에는 전혜진 작가가 선정되었다. 이들에게는 각각 상금으로 500만원, 300만원, 200만원 총 1,000만원이 수여되며, 대상 수상자는 내년(2024) 겸재정선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준다. 또한, 내일의 작가로는 한국화 부문-김민지, 이정윤 작가, 서양화 부문에서는 박준식, 배지인, 성필하 작가가 선정되었다. 이들에게는 '겸재 내일의 작가 증서'가 수여된다. 대상에 선정된 전효경 작가는 스킬이나 테크닉에서도 인정될 만하지만 그 정신 혹은 모험에서도 승인되었다. 회화로서 전통성과 그 변형 가능성을 모색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최우수상의 신제현 작가는 정말 기대가 크다. 이른바 동서양 회화 비교미학의 경지를 나름대로 꿰뚫고 있었다. 그리고 회화로서 동시대성을 획득하고 그 모색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수상의 전혜진 작가는 1차 심사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아이디어에 비해 회화적 밀도와 분위기가 조금 미흡했지만, 심사위원들은 그 가능성을 보면서 높은 기대감을 가졌다. 이들 외에 선정된 5명의 작가들도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그 성취도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심의 과정의 심사위원들은 그 이후 작업들을 기대하게 했다. 이번 내일의 작가 전시는 2023. 8. 4. () ~ 9. 5. ()까지 33일간 1층 제1기획전시실에서 내일의 작가로 선정된 작가 8명의 작품들을 한데 모아 부스전을 연다. 김병수 평론 부문 심사위원은 "예술에 있어서 전통적이고 역사적인 것들과 동시대적 감각을 융화하고 접속시키는 것은 거의 모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지점에 대한 성찰과 예술가로서 실존적 고뇌와 용기를 보여주는 작업들을 만날 수 있었다. "라고 말했다. 또한, 김용권 겸재정선미술관장은 "겸재 또한 젊은 시절의 고뇌를 이겨내고 새로운 미술의 길을 개척했던 바 이 또한 젊은 작가들에게 귀감이 되기를 기대하며, 이들 중에 새로운 겸재가 탄생하기를 소원한다."라고 전했다. 겸재정선미술관

 

대상 / 전효경_유령뱀과 나무아미타불행_장지에 수묵채색_41.5×169cm_2023

나의 작업은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연속되어 작용하는 '이사'라는 개념에서 시작된다. 본질적으로 인류는 생성된 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정착하고 떠나는 것을 반복하며 발전해왔다. 수많은 나이테가 생기며 일 년의 기억이 좁아지는 그 순간들마다 사람들은 정착의 기분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나 있을까. 혹시 찰나의 순간이었다면 그게 정착이라는 단어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일까. 유난히 많은 이사를 겪은 나는 이사를 갈 때마다 버려지고 새로 사는 사물들이 아쉬워 간소한 삶을 추구했다. 버리지 않기 위해 모으지 않았다. 첨약하고 사사로운 것들을 모으지 않는 동안, 주름처럼 새겨지는 나이테 틈에 끼어 손금에 새겨진 지도를 돛대 삼아 이윽고 빈손으로 다니는 법을 배웠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역설적이게도 나의 작업은 난잡하게 얽힌 오브제들로 화면이 빼곡하다. 외부적 경험을 토대로 보편적 형상을 추출해 자동기술법으로 나열하는 방식의 작업은 이윽고 한 화면 내에서 묘한 안정감을 만들어낸다. 이는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던 무정착의 정착 방식인 것이다. 이미지의 동기는 범위가 아득하게 확장된다. 이따금씩 본 영화나 소설, 외의 여러 경험들을 토대로 머릿속에서 떠올라 유영하는 단어들을 건져낸다. 자음과 모음이 분해되어 점자 도서들 속의 기호처럼, 모스 부호의 그것처럼 원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수많은 점들을 원래 형태로 다시 조립해서 꺼내다 보면, 의외로 통일성과 규칙성 없지만 괜찮은 단어들의 조합이 나온다. 그리고 먹을 기반으로 뼈대를 세우고 작업을 진행하여 순간적인 이미지에서 파생되는 사고와 은유에 연쇄적으로 서사를 부여한다. 의미로 점철된 세상 속에서 저마다 무기물에 갖고 있는 의미는 다르다. 어떠한 한 사물을 대할 때, 나의 의미는 다르고 관람자의 의미는 다르고 또 다른 타인의 의미는 또 다르다. 각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개인적이고 그 세상을 기억해내는 감정들은 은밀하다. 여태 살아온 개인의 경험이 응축된 삶 속에서 아주 하찮은 사물도 모든 매체에게 다른 작용을 일으킨다. 나는 착각과 변형을 통해 종이 위 아무렇게나 움직여 만들어내는 낙서 소리처럼 사사롭게 작업을 진행한다. 이지적이지 못한 관람자의 시선을 통해, 나의 작업은 완성 뒤에도 끊임없이 진행된다. 전효경

 

최우수상 / 신제현_마리를 찾아서 – 제주 11_ 투명 아크릴판에 아크릴채색, 배채법 채색_90×65cm_2018
나는 지난 21년간 동양화의 기법을 서양화로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대마잎을 태워 아교풀과 섞어 먹을 만들어 대마잎을 그린다던가, 동양화의 배체법背彩法, 휙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하고 있다. 문자도에서 보이는 특이한 원근법과 개념미술적인 글자의 활용법을 아크릴판에 역순으로 그리기도 하고 자개기법으로 한국의 주식 시장을 수학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그림이라는 매체의 한계를 넘어 전통 자개 금박 기법으로 가야금이나 해금을 만들거나 궁중 안무인 춘앵무, 봉래의의 치화평을 재해석한 현대 무용을 연출하고 현대미술 퍼포먼스로 제작하기도 했다.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한국 전통문화의 본질을 연구하고 현재 나에게 가장 흥미롭고 적절한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의 정체성과 내 작품의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24년간 매일 그림을 그리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해 보았다. 동아시아 출생에 유교, 불교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자란 내가 서양화를 배우고 수채화와 유화, 아크릴물감으로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해. 유럽 백인들이 미술사에서 만든 역사속의 말과 글을 가져와 익숙히 사용하는 나의 모습을 벗어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러한 고민 속에서 아직까지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나는 대학 학부 때부터 동양화의 배체법背彩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배체법이란 약간 투명한 비단의 앞면이 아닌 뒷면에 색을 올려 반대편인 앞면에 색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기법으로 대상의 겉이 아닌 속을 그리는 기법이다. 나는 아크릴 물감으로 유리판 위에 여러 번 덧칠을 해 색을 올려 마지막에는 배경이 되는 검은색을 칠해 완전히 모든 면이 검은색이 되면 다시 유리를 돌려 벽에 건다. 유리판 위에 한 층 한 층 물감을 그리면서 올리며 그리는데 맨 처음 칠한 물감이 유리의 가장 바닥에 깔려 보이지 않지만 유리판을 돌리면 이 부분이 그림의 가장 윗면이 된다. 그런 그림 한 장을 그리려면 50호 유리판에 아크릴물감으로 매일 9시간씩 꼬박 두 달이 걸린다. 흰색 하이라이트를 칠하고 밝은색부터 올려 잘 칠해지지 않는 유리 위에 아크릴 물감을 한 붓질 당 5~7회씩 그려 올리고 나면 일주일 후부터는 내가 그린 그림이 나중에 유리판을 돌렸을 때 어떻게 그려질지 알 수 없는 불안감 속에서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러고 나면 10개의 그림 중 7~8번은 처음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그리는 방식의 특성상 중간부터는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면을 붓이 미끄러지는 유리 위에 그리는 이 수행에 가까운 이 기법을 시작한 지 15년이 지난 2017년이 되어서야 나는 제대로 무엇인가를 표현할 수 있었다. 이 기법은 나 자신을 보여주는 하나의 거울이다. 항상 불안하고 경계에 서서 고민하는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숲이나 강, 바다와 같은 자연의 경계에 선 내 모습이나 내 주변의 비슷한 청년들의 모습을 그린다. 바다가 시작하는 경계점이나 숲이 시작하는 경계점에 선 사람의 뒷모습은 관객에게 하나의 시선을 보여준다. 그림의 인물을 자신 있게 맞대어 마주 보는 시선이 아닌 그 사람이 나아가는 시선과 방향에 관객을 둔다. 그림 속의 사람이 숲으로 들어갈지 돌아올지 나는 알 수 없다. 나는 항상 그런 마음으로 살기 때문이다. 신제현

 

우수상 / 전혜진_죽음의 공간_장지에 먹, 물감_72.7×116.8cm_2017

시체를 화장해 유골을 그릇에 담아 안치해두는 납골당은 죽음을 맞이한 후에도 현대의 사회 문제점들을 다를 바 없이 가지고 있는 장소다. 사람들은 삶의 마감 후에 안치되는 공간을 선택할 때마저 자신의 경제능력, 그 안에서 나누어지는 빈부, 또 남겨진 사람들의 편리함을 고려해야 한다. 남겨진 사람들 또한 그러한 요인들과 망자에 대한 개인적 감정들로 인해 오묘한 죄책감을 갖게 된다. 죽은 사람을 한 곳에 박스를 쌓아놓듯 모아 놓은 광경은 납골당을 추모 외의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 공간은 현대사회의 도시 풍경, 특히 아파트와 같은 모습이다. 아파트의 층마다 다른 값, 즉 로얄층이라는 개념은 납골당에도 그대로 존재한다. 이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납골당'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통해 작은 이미지로 보여주는 느낌을 준다. 그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공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죄책감이 증폭되고 기억조차 나지 않던 잘못한 일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머릿속을 채운다. 남골당이라는 공간은 자주 찾아오지 못해 죄책감을 가진 사람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관련없는 사람들 또한 알 수 없는 죄책감을 가지게 하는 곳이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 어떤 인연들과 함께 그곳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 남겨진 이들에게 죄책감을 더욱 불어 넣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 안식처로 만들어져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냉기와 천천히 움직이는 공기의 흐름이 보이는 듯한 공간. 어떤 옷을 입어도, 어떤 표정을 지어도 침묵을 만들고 차디찬 공기만을 느낄 수 있는 납골당은 언제 가도 낯선 공간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공간이 회화작업으로 변하면 비로소 현대사회가 투영되는 공간, 웅장하지만 너무나 차가운 공간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이 작업은 납골당에서 보여지는 죽음과 삶의 모습,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에 관해 유추해 나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먼저 공간을 크게 변형시키지 않은 채 스스로 바라본 다양한 관점들을 나타낸다. 모든 작업은 푸른빛이 도는 무채색 색감으로 제작돼 들어가는 순간 완전히 달라져버리는 감정, 생각, 기분 들을 만들어낸다. 젖은 상태에서 색을 올리고 또 올려 전의 번짐과 새로운 번짐이 만나 경계선이 흐릿해지고 공기가 흐르다 멈춘, 느리게 일렁이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색감과 채색방식으로 공간의 웅장하지만 정적인 차가움, 은은하게 들어오는 빛이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건물 안을 거닐고 있는 느낌을 주려 강한 어둠을 잡지 않고 묽고 탁한 색감으로 처리하여 흐릿하고 묘한 인상을 준다. 또 유골함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의 모습을 상상했던 어렸을 적 내 시선을 대리석 무늬에 초점을 맞춰 비치듯 그려넣으며 쌓이는 묘사들은 자연스럽게 재현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그대로의 유골함을 바라보는 내 현재의 시선도 함께 나타낸다. 새롭게 유골함들을 만드는 납골당의 모습을 보면 언젠간 유골함이 천장까지 채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주게됨을 표현하기 위해 천장의 벽면들에 수많은 유골함들을 빽빽하게 그려 넣고 위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인해 희미하게 가려진 느낌으로 재현적인 표현을 놓치지 않으면서 녹아들게끔 한다. 손에 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곳, 가까이 할 수 없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공간을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천장까지 유골함을 무리하게 넣어 이 작업이 현대사회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음을 전달한다. 이 작업을 통해 마지막 안식처를 선택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크고도 작은 이 공간에서 서로의 다양한 인연들과 함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시선들을 갖게끔 하고, 이곳이 우리에게 주는 감정과 죄책감, 현대의 사회문제, 도덕적 문제를 보여주며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큰 삶과 각자의 개인적인 작은 삶들 또한 투영하여 볼 수 있는 공간임을 나타내고자 한다. 전혜진

 

김민지_비 오는 139km의 풍경18_한지에 먹_162.2×112.1cm_2019

누구든 타지 생활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고향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른 시기에 학업을 이유로 물리적인 독립을 해야 했던 나는 13년간 반복적으로 잦은 이사를 겪으며 안정적인 삶을 꿈꾸게 되었다. 나에게 '고향'은 점차 주변인들의 풍경으로 변해가는 가까운 듯 먼듯한 '색다른 풍경'이다. 여기서 색다른 풍경이란, 독립이라는 경험을 통해 익숙했던 풍경이 여행지가 된 듯 낯설게 느껴지는 생경한 풍경이다. 이런 삶은 정착하는 삶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졌고 이 동경은 나무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었다. 이를 고향을 오가는 버스 창밖의 풍경, 그중에서도 비 오는 버스 창밖의 풍경으로 그려내기 시작했다. 동양화를 전공하여 전통적 매체인 수묵을 이용한 풍경은 당시 나의 심리적 상태나 심정을 나타낸다. 처음 학업을 위해 도시인 타지에서 거주하며 고향인 강원도를 오가는 버스 창밖의 비 오는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도시에 익숙해진 내가 보는 자연의 낯설어진 풍경에 나의 이동과 정착에 대한 동경을 담는다. 김민지

 

이정윤_영혼의 숲5_종이에 분채_162×130cm_2023

나는 하얀 사슴을 통해 인간의 의지,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이 문명을 만들어낸 기본 원리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의 기저에도 불안과 두려움을 다른 감정으로 치환시켜야만 살아갈 수 있는 생존의 원리가 작용한다. '감동'에는 같은 감정을 느껴본 이들의 일종의 동질감일지도 모른다. 그런 두려움, 그런 무서움, 그런 슬픔의 감정들이 응어리지고, 마치 살풀이하듯이 풀어내는 것이 예술이지 않을까. 한 개인의 해방이 누군가에게 공명하여 감동을 주는 것, 어떤 감정의 해방감과 해탈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 인간이 가진 불완전함을 일시적으로 해방 시켜 주는 것이 궁극적인 예술의 역할이자 존재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얀 사슴은 작고 여린 존재로 시작했다. 목마르고 방황하는 나약한 인간의 영혼, 감정, 정신을 상징한다. 나에게 하얀색은 물들이기 쉬운, 상처받기 쉬운 색으로 여겨졌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사슴은 성장하는 자아로, 하얀색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영혼으로 발전했다. 붓질이 쌓여 가면서, 마치 기도문을 쓰듯 반복된 행위는 감정이 해소되며, 평온함을 찾게 한다. 감정의 덩어리만큼, 딱 그만큼의 평온함이 찾아온다. 그래서 사슴은 조금씩 세상으로 나오고, 세상을 인식하고, 직면하게 된다. 작업은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내가 인식하는 세상을, 내가 느끼는 감정을 투명하게 받아들이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재료는 크게 한지에 분채, 캔버스에 유화를 사용한다. 채색화의 문인화 적인 붓의 운용을 통해 실험하기도 하고, 전통적 채색방식인 바림이나 적묵법이 아닌, 더 과감하고 독특한 채색화를 그려보고자 한다. 유화는 캔버스 위에서 물감이 계속 쌓이고, 경계를 뭉개어 몽환적이고 깊숙이 침잠하는 방식으로 나타낸다. 하얀색과 깊은 초록색을 주요색으로 하여 화면의 색채대비를 크게 하고, 사슴이 화면 정 중앙에 바깥을 응시하는 조형의 방식을 선택했다. 이것은 세상을 직면하는 삶의 방식을 투영한 것이다. 예술이 염원의 방식으로 쓰였다는 것의 하나로 민화를 들 수 있다. 삶의 길흉화복을 그림으로 그려 넣고,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복을 기원한다는 것, 그것은 그만큼 삶이 고난이었고,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백록(白鹿)은 음()이 비슷하다고 하여 백복(百福)의 의미를 가진다. 하얀 사슴 한 마리가 그려진 그림을 선물하면, 백가지 복을 선물한다는 의미로 전환된다는 것. 삶의 두려움에 맞서는 인간의 생존 본능이 집안 곳곳에서 색으로, 형태로 남겨졌던 것이다. 나는 현재에도 인간의 불완전함은 여전하고,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알기에 더 많은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는 현대인을 발견한다. 이러한 생존 본능의 하나로써, 삶을 회피하지 않고, 세상을 직면하는 하얀 사슴의 형상으로 세상을 그려내고자 한다. 이정윤

 

박준식 _29 세까지의 죽음을 넘어 _ 캔버스에 혼합재료 _162.2×130.3cm_2022

나는 언제나 예술을 함에 있어서 삶에 대한 한계 없는 탐구, 자유로운 사유와 대담한 발상, 거침없는 표현들이 용이해야 된다고 늘 생각한다. 그렇기에 단지 예술을 도구나 수단 따위로 여기며 오만하고 교조적인 태도로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선동하며 교정 시키려고 하는 데에 이용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이비 교주나 테러리스트 같은 작자들이 하는 짓이나 마찬가지이며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우리를 현혹시키고 뒤틀리게 하며 망가뜨릴 뿐이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작업을 하고 활동을 이어감에 있어서 늘 국가, 정당, 단체, 공동체, 젠더, 이데올로기 등등 그 무엇에도 얽매이거나 하지 않고자 한다. 언제나 나는 작업에 임함에 있어서 독립적인 입장에서 지금 이 순간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그 가치와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임할 뿐 누군가나 무언가의 옳고 그름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우리가 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고 받아들이고 있는 누군가와 무언가의 옳고 그름에 대하여 물음을 던지며 이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도출해내기 위해 전시와 작업에 임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보다 자유롭게 감각하고 지각하며 언제나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려 한다. 나의 경우 주로 회화를 중심으로 드로잉과 페인팅, 북아트와 콜라주로서 작업이 전개된다. 나는 언제나 자신의 눈앞에 맞닿아 있는 실존적 세계와 이를 통해 계속적으로 마주치고 스쳐 지나가는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들에서 비롯되는 여러 복잡다단한 인간 군상의 일면들을 그려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그 모습들을 여러 각도에서의 관점과 시선, 거리에서 총체적으로 반복적으로 교차시키고 결합시키며 이미지의 시작과 끝에서 자신의 물음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명한 해답에 도달하고자 한다. 물론 그 해답이 지금 이 순간에 한해서 적절한 것일 수도 있으나 이러한 여정들 끝에 결과적으론 언젠가 보다 완전한 답에 도달할 수 있으라고 난 확신한다. 점차 시간이 지나며 시대의 급격한 변화와 혼란들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우리는 살고 싶은 날 보다 죽고 싶은 날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에 따라 나의 삶과 작업도 마찬가지로 매순간 극적인 생각과 감정들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매일 매일이 마지막 순간처럼 느껴지며 마치 자신의 전부를 걸고 비장한 각오와 함께 정말 숨이 멎어버릴 듯한 기분 아래 결투를 하듯이 임하게 된다. 그런 끝에 자신의 모든 것들을 불태우며 무척 고통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강렬한 희열을 느끼게 되는데 결국 그 어떤 후회도 미련도 남지 않는 완전연소에 이르고자 한다. 나는 적절히 배합되고 계산된 생산품이나 상품으로서의 무늬나 기호, 패턴, 낙서 같은 것을 그릴 생각이 없으며 이러한 것들에 나의 삶과 시간들을 결코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다. 나는 오직 매 순간 자신이 고뇌하고 갈등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가운데 직면하게 되는 삶과 그런 현실에서 처절하게 맞이하게 되는 시련과 역경을 반드시 극복해내기위한 전시와 작업들을 계속적으로 이뤄나갈 수 있기를 원한다. 나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어디까지나 한 사람의 작가이자 인간으로서 자신이 임하고자 하는 삶에 충실히 살아가며 이를 통해 결국 자신이 최종적으로 갈구하고자 하는 자유와 구제 그리고 해방에 반드시 도달하고자 한다. 박준식

 

배지인_flowers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23
우리삶 속에서 빛났다가 사라지기도 하는 순간들이 남긴 정적을 그린다. 사람은 하나의 우주와 같다. 우연히 생겨난 작은 별들 하나하나가 모여 있는 것이 마치 기억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시간이 지나도 찬란하게 반짝이는 날이 있는가 하면 짙은 어둠으로 뒤덮인 날도 있다. 그리고 선명하지 않고 모호하게 그 사이를 둘러싸고 있는 흔적들이 있다. 항성이나 은화와 달리 빛을 내지 않지만, 주변에 미치는 중력을 통해 존재한다고 유추되는 암흑물질, 그렇게 원인도 모른 채 암흑 속에서 우리와 함께 존재하는 공기를 하나의 장면으로 전달한다. 우리는 경험했던 장면들이 혼재되고 알 수 없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전개되는 꿈에서 어떠한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나의 꿈은 미래를 보여 주지 않는다. 그저 나를 스친 인물들이 불현듯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꿈에는 시작도 결말도 없다. 분명 또렷이 바라보았던 눈동자도, 표정도, 꿈에서 깨고 나면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내가 그곳에서 경험한 모든 것들은 내 뇌리에 남은 자욱일 뿐, 실존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다른 기억을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서사가 담긴 작업을 그리기와 지우기를 반복하는 붓질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이 남긴 자국을 붓질로써 표현한다.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것들을 포착하고 외면하듯 다시 지워낸다. 꺠끗이 씻기지 않은 터치를 따라 다른 빛깔로 다시 물감을 올린다. 우리는 스스로 기억을 왜곡 시키기도 그러다가 다시 진실을 마주하기도 한다. 이런 우리의 모습이 내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지를 그려내고 다시 지우고, 그리기를 반복하며 어쩌면 그날을 지우고 싶은지도, 다시 한번 그때의 향수를 만끽하고 싶은 것 일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아른거리는 무언가를 쫒아 끊임없이 붓질을 하며 우리 안에 남은 흔적들을 캔버스에 옮겨 담는다. 배지인
 
성필하_정지된 흐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90.9cm_2023

단순히 재현이나 강조를 통해서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 있다. 정확히 인지할 수 없거나 아직 몸으로 습득하지 못한 자연의 언어일 것이라 생각한다. 간혹 내가 알고 설명할 수 있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그 감각의 순간들을 마주하기도 하는데, 경험하면서도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면 생각과 감각 사이에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까 한다. 감각의 상태를 설명 가능한 의미로 접근하기보다는 바라보게 할 하나의 시선으로서, 시선의 누적들이 쌓여 만들어낸 풍경의 사건을 이야기 하고자 했다. 시선과 붓질을 하나로 묶어 풍경의 발자취를 쫓아 형식을 이루고, 상호 작용하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질문 태의 화면을 구축해간다. 의미를 두지 않으면서도 그림을 그리는 과정 안에서 획득한 감각의 표현들을 통해 화면과 나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호흡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다. 성필하

 

 

 

온 보딩 On Boarding

드림그림 신진작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2023_0803 2023_0813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23_0803_목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입장마감_05:30pm / 월요일 휴관

 

참여작가

권오상_이완_최수정_김한나_박근정_오혜준

우민주_윤지우_정현수_채단_최형준_홍종찬

 

주최 / 한성자동차

주관 / 한국메세나협회

운영 / 사단법인 캔파운데이션

 

 

성곡미술관

SUNGKOK ART MUSEUM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신문로 21-101번지) 2

Tel. +82.(0)2.737.7650

www.sungkokmuseum.org

@sungkokartmuseum

 

한성자동차 드림그림 신진작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그룹전 On Boarding은 드림그림의 멘토인 김한나, 박근정, 오혜준, 우민주, 윤지우, 정현수, 채단, 최형준, 홍종찬의 작가로서의 여정을 알리는 전시이다. 지난 3, 큐레이터, 미술 비평가,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미술 전문가들이 그룹전 On Boarding프로그램에 지원한 멘토들의 포트폴리오를 심사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작품성, 발전 가능성, 지원동기 등 엄격한 기준을 반영한 두 차례의 심사와 면접을 통해 최종 9인의 신진작가를 선발하였으며, 그들의 개성, 작업 방향성, 작품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권오상, 이완, 최수정 작가와 매칭하였다. 1인의 초대작가와 3인의 신진작가들로 구성된 세 그룹은 지난 4개월 동안 수차례에 걸친 세미나와 워크숍을 통해 작업에 대한 진지하고 깊이 있는 토론을 진행하였다. 또한, 큐레이터와 함께 이번 그룹전을 위한 크리틱을 진행하고 작품을 출품하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작가, 기획자, 미술관이 움직이는 시스템을 체험하였다. 이렇게 준비한 On Boarding그룹전에는 뜨거워진 날씨만큼이나 치열하고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낸 신진작가들의 고민과 작가로서의 비전이 담긴 신작들이 전시된다. 전시는 Medium/매체, Narrative/이야기, Selfhood/자아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전개되며, 각 키워드는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내기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갑판에 오르다'라는 뜻의 '온 보딩'(On Boarding)은 신입 직원이 한 조직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어떠한 존재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희망찬 일이다. 성장이 괄목할 만하다면 그것은 더없이 보람되고 유쾌할 것이다. '온 보딩'이라는 의미를 충실히 반영하여 기획된 이번 전시가 신진작가들의 미래를 응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권오상_네 조각으로 구성된 비스듬히 기댄 형태_ 아카이벌 피그먼트, 혼합재료_110×180×90cm_2022~3
권오상_네 조각으로 구성된 비스듬히 기댄 형태_ 아카이벌 피그먼트, 혼합재료_110×180×90cm_2022~3
이완_절대적 기준에 대한 내면의 불가항력적 엔트로피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2
최수정_무간無間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자수_150×150cm×3_2015 ⓒ 최수정, 갤러리바톤 제공
최수정_무간無間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자수_150×150cm×3_2015 ⓒ 최수정, 갤러리바톤 제공
김한나_아름다움의 어둠_점토_25×200×100cm_2023
박근정_호흡 0-1_캔버스에 유채_112.1×193.9cm_2023
오혜준_불편한 저녁식사_제스모나이트, 레진, 철사_가변설치_2023
우민주_뜰의 놀이_2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_00:10:58_2023
윤지우_However, I walk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먹_60.6×60.6cm_2023

정현수_달항아리 김칫독을 판매합니다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3
채단_인사_석고_가변크기_2023

최형준_독바위 공원 사생 임모_지본수묵_180×120cm_2023
홍종찬_빛나는 덩굴_세라믹, 아크릴, LED_가변크기_2023

On Boarding, a group exhibition as part of Han Sung Motor's Dream Gream Emerging Artists Incubation Program, announces the artistic journeys of Dream Gream mentors: Kim Hanna, Park Geunjung, Oh Hyejun, Woo Minju, Yoon Jiwoo, Jung Hyunsoo, Chae Dan, Choi Hyeongjun, and Hong Jongchan. Last March, curators, art critics, and artists, gathered to evaluate the portfolios of the mentors who applied to participate in the On Boardinggroup exhibition. After two rounds of screenings and interviews nine emerging artists were selected and matched with artists Gwon Osang, Lee Wan, and Choi Soojung, taking into account their personalities, artistic directions, and characteristics of their works. The three groups, each consisting of one invited artist and three emerging artists, held several seminars and workshops over the past four months to have serious and in-depth discussions about their works. They also went through the critique process for the group exhibition with the curator and experienced the whole process of making an exhibition to gain hands-on experience of how artists, organizers, and art galleries systematically interact. The group exhibition On Boardingshowcases the latest works that reflect the considerations and artistic visions of the emerging artists who have spent the preceding months as intense and fierce as the scorching summer days. The exhibition unfolds through three keywords: Medium, Narrative, and Selfhood, each of which serves as a milestone for interpreting the artists' works. 'On Boarding,' which means 'to get on board,' refers to a program that helps new employees acclimate to an organization. Watching someone grow is a valuable and hopeful process in itself. It is even more rewarding and gratifying when the growth is remarkable. We hope that this exhibition, organized to fully reflect the meaning of the term 'on boarding,' will serve as an opportunity to support the future of the emerging artists. SUNGKOK ART MUSEUM

 

 

 

 

 

 

 

 

 

 
 

환영의 정원 Garden of the illusion

김미라/ KIMMIRA / 金美羅 / painting

2023_0810 2023_0827

김미라_낯설고 흔들리는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7cm_2023

김미라 인스타그램_@kimmiradela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27-6번지) 도올빌딩 2

Tel. +82.(0)2.739.1406

www.gallerydoll.com

@gallery_dohl

 

김미라가 표현해 낸 형상은 사실적이면서 추상에 가깝다. 외형이 있지만 정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안과 밖의 구별이 불분명한 경계로 기하학적인 면에서 사물들이 등장한다. 투명하게 번지는 색채로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드는 구성이 작업의 매력이다. 그런 작가가 이번엔 식물의 형상을 들고 나왔다. 아름답게 화면을 채우는 방식으로 잎은 섬세하게 선이 모이고 색은 겹치면서 또 다른 색을 보여준다. 공간의 형성보다는 보다 가깝게 평면에서 추상적으로 나타난다. 반복되지만 모호하게 잎은 여기서 기억을 환기시킨다. 오랜 시간 일관되게 주장해 온 소재로 기억은 포괄적이지만 분명하게 때로는 불분명한 성격이 있다.

 

김미라_닿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1×41cm_2023
김미라_흔들리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3×21cm×2, 33×19cm_2023

화려한 색채가 있지만 현란하지 않으며 몽환적인 느낌에서 장면이 연출된다. 자연스레 흐르는 시간처럼 이렇다 할 결론 없이 작가는 잎을 그려 넣는다. 전작이 공간의 깊이감을 비틀어 기리코의 작품처럼 초현실 성격에서 무엇이 나타났다면 최근에 발견된 식물은 현실적 느낌이 강하다. 겹치고 교차되는 시선 속에 어떤 것을 덮어버리는 일로서 숨김과 감춤이 있다. 어느 날 찾아오는 감성으로 형상이 구사되지만 근접할수록 다른 것을 연상시키게 만드는 것이다. 특별한 양식이나 틀도 없는 것이 현대회화의 매력인 것처럼 화면은 물감층을 전제로 장면을 선사한다. 무의식의 내부에 저장된 기억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는 베르그송의 이미지의 기억을 통한 시간의 지속성과 관련이 있다. 존재를 확인하는 일들로 재현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작가에게 있어 기억과 시간은 작업에 중요한 요소이다. 지각했던 경험들 안에 의식의 흐름을 따라간다.

 

김미라_손짓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30cm_2023
김미라_서로의 뒤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50cm_2023

극복되면 다시 찾아오는 정서로서 떠오른 기억이 현재 본인의 심리상태와 연결되고, 하나의 지속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확인받고자 한다. 작가의 식물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이면서, 재구성된 기억을 통해 삶을 창조하는 수단이 된다. 삶이 지속된다는 증명으로 잠시 잊었다가도 어느 날 기억으로 등장하는 것이 그러한 이미지들을 통해 순간들을 확인받는 희열이 이런 창작활동을 낳게 했다. 갈수록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기 마련이다. 기억은 이 두 의미 사이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할까. 삶이 있는 한 반복되며 어쩌면 나라는 존재를 확인받는 유일한 것인지도 모른다. 갤러리 도올

 

베를린에서 서울로: 지평선 너머

From Berlin to Seoul: Crossing Horizons

2023_0707 2023_0824 / ,,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23_0707_금요일_06:00pm_초이앤초이갤러리

관람시간 / 10:00am~06:00pm / ,,공휴일 휴관

 

참여작가

데이비드 레만_프릿츠 본슈틱

헬레나 파라다 김_정재호_송지혜

송지형_레프 케신_피터 헤르만_로버트 판

세바스티안 하이너_남신오_정소영

수잔느 로텐바허_이태수_변웅필_전원근

 

주최,기획 / 초이앤초이 갤러리_호리아트스페이스

아이프아트매니지먼트_베르멜 폰 룩스부르크

후원/ 원메딕스인더스트리

 

초이앤초이갤러리

CHOI&CHOI GALLERY

서울 종로구 팔판길 42(삼청동 95-1번지)

Tel. 070.7739.8808

www.choiandchoi.com

@choiandchoi

 

초이앤초이 갤러리, 호리아트스페이스, 아이프아트매니지먼트는 베르멜 폰 룩스부르크 갤러리와 공동으로 '베를린에서 서울로: 지평선 너머'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한독 수교 140주년을 맞이하여, 두 나라 사이의 문화적 교류와 협력이 이어진 140년의 역사를 기념한다. 이번 협업 전시는 지난해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서울을 만나다 (Berlin meets Seoul)' 단체전에 이어 한국 작가 8명과 독일 작가 8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에 참여하는 총16명의 예술가는 각각 다른 방식의 작업을 이어가지만, '정체성' '존재' 라는 공통된 주제를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예술적 접근을 보여준다.

 

변웅필_Someone_캔버스에 유채_117×91cm_2023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작업은 글로벌 시대에서 더욱 부각되는 인류의 연결성과 예술적 표현의 보편성을 드러내며, 두 나라의 현대미술을 한 공간에서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지, 자신의 정체성은 어떻게 확립해 나가야 하는지를 다루는 작품들은 개인적인 경험 혹은 사회문화적인 탐구를 통해 정해진 규범에 도전하고 현존하는 사회 구조에 의문을 제기한다.

 

송지형_I REALLY DO CARE, DO U?_ 유기농 비누, 수건, 수건걸이, 종이봉투_가변크기_2022

인물화를 통해 사회적 구조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변웅필은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개인의 가치를 결정하는 사회에 회의를 느낀다. 그는 머리카락, 눈썹, 피부색 등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특정 요소들을 지우고 추상화하여, 겉모습으로 판단되는 사회적 위계를 거부한다. 송지형의 설치 작업 또한 사회 안에서 실현되는 개인의 정체성을 다룬다. 작가의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은 관객의 참여를 통해 공동체 안에서 실현되는 호혜성에 초점을 두어 개인, 사회 그리고 문화 사이의 연결성을 시각화한다.

 

헬레나 파라다 김_Serapion_캔버스에 유채_140×100cm_2023
정재호_동대문 아파트_캔버스에 유채_194×130.3cm_2022

남신오_House of the Others :_연마된 스틸, 스틸, 스테인리스, 아크릴 유리, 스펀지_180;125;80cm_2023

헬레나 파라다 김(Helena Parada Kim)의 한복 시리즈와 정재호의 작품 속 근대화 시대의 건물들, 그리고 건축물을 파편화한 남신오의 설치 작품은 모두 문화적 상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간의 내면은 개인과 공동체라는 상반되는 정체성이 맞물리며 이루어진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다루는 작가들의 작업은 여러 사람이 함께 기억하는 공동의 역사가 어떻게 탄생하고, 왜곡되며 외면되는지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개개인의 정체성과 한 공동체의 서사를 대변하는 사물 사이의 연결성을 부각하며, 과거의 잔재가 현재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념적 접근을 제시한다

 

정소영_Sailor (Group)_알루미늄에 분체도장_가변크기_2022
로버트 판_AG 6,851 EZ_아크릴, 레진, 혼합재료_120×100cm_2021~2

인간의 존재성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는 주변 환경을 관찰하며 시작될 수 있다. 정소영의 설치 작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를 토대로 인간성에 대한 정의를 제시한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은 개인의 경험에 국한되지 않고, 자연의 법칙 또는 지정학적 관계에 대한 조사를 거듭하여 일궈낸 형태에 기반한 개념미술 작업이다. 로버트 판(Robert Pan)의 레진과 색소를 혼합하는 특유의 창작 과정 또한 자연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을 관찰하며 시작된다. 자연의 모습을 토대로 구축된 작가의 작업방식은 자연경관, 은하 또는 화학반응을 연상시키는 추상의 세계를 자아낸다.

 

피터 헤르만_The Parliamentarians_캔버스에 유채_185×185cm_2017
송지혜_Sommer in der WG_리넨에 아크릴채색_180×160cm_2022
프릿츠 본슈틱_Reclining Roots_캔버스에 유채_120×140cm_2023

반면, 피터 헤르만(Peter Herrmann)은 일상을 관찰하여 베를린의 건축물, 환경미화원, 일상적인 사물 등을 포함한 도시 환경을 묘사한다. 송지혜의 작품 속 일상적인 서사들 또한 특유의 과장된 표현방식으로 평범하고 우스꽝스러운 현대인의 삶을 보여준다. 두 작가는 유머러스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익숙한 상황을 재해석하여 반복되는 삶 속 인간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서 프릿츠 본슈틱(Fritz Bornstück)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버려진 물건들을 조명한다. '문화적 재활용'의 과정을 통해 쓰레기로 여겨지는 물건들을 재배치하여, 일상적이고 더 이상 쓸모가 없는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현재 사회의 가치체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수잔느 로텐바허_Spiritelli_아크릴 유리, LED 조명 튜브, 다이크로익 포일, _60;40;30_2023
이태수_Stone Composition 031_나무에 아크릴 패널, 채색, EPS, 청동, 알루미늄, 콘크리트)_80;40;40cm_2023

수잔느 로텐바허(Susanne Rottenbacher)와 이태수는 주변 환경에 대한 탐구를 기반하여 현실의 보편성에 반박한다. 로텐바허의 조각 및 설치 작품은 다양한 색감의 빛을 사용하여 눈으로 보이는 사물의 형태와 공간 사이의 경계를 흐트러뜨린다. 이태수의 조각 또한 극사실적인 묘사를 보여주지만, 그 결과물은 물질의 성질을 왜곡하고 중력에 저항하는 등 비현실적이다. 두 작가의 작업은 보편적인 이해와 고정관념에 도전하여, 관객이 이해하고 있는 현실, 더 나아가 본인의 존재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세바스티안 하이너_Big Kahuna_캔버스에 유채_90×130cm_2023
레프 케신_Lxivit_나무에 실리콘, 안료_44×34cm_2017
 

정체성에 관한 탐구는 작가 본인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기도 한다. 세바스티안 하이너(Sebastian Heiner)는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머무르며 작업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동서양 회화의 다양한 요소를 접목하여 기하학적인 꿈 속의 서사를 연출한다. 반면, 레프 케신(Lev Khesin)의 작품은 그림과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어, 화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실리콘과 색소를 섬세하게 배합한 작가의 작품은 마치 광물 또는 보석을 보는 것 같다. 케신의 작업은 보편적인 회화의 법칙에 어긋나는 도전적 시도를 통해 회화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촉구한다.

 

전원근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80cm_2018
데이비드 레만_Neue Musik_ 마에 수채, 잉크, 분산액, 스프레이 페인트, 유채_145;100cm_2022

전원근과 데이비드 레만(David Lehmann)은 정신 상태, 감정과 같은 내면적인 영역을 다룬다. 두 작가는 재료의 물성과 작업방식에 초점을 두어 회화 본연에 대한 연구를 이어간다. 전원근은 색을 겹겹이 쌓아 올리고 지우는 작업을 수 개월에 걸쳐 반복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된 작품의 색감은 작업을 하며 계속되었던 작가 내면의 정신적 고뇌와 감정의 기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데이비드 레만의 회화 또한 개개인의 정체성과 감정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부각한다. 색과 붓놀림이라는 회화 자체의 본질에 충실한 작가는 인간이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나 정신세계를 표현한다. 역동적이고 즉흥적인 붓질과 가볍고 세심한 터치가 공존하는 그의 그림 속에는 인간의 미묘한 감정 및 심리 상태가 포착된다. 초이앤초이 갤러리

 

 

 
 
 

 

유시도 流澌島 YUSIDO

현덕식/ HYEONDEOKSIK / 玄悳植 / painting

2023_0809 2023_0814

현덕식_유시도_장지에 먹_112×194cm_2023

현덕식 인스타그램_@hyeon_deok_sik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인사아트

GALLERY INSAART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

(관훈동 119번지) 1,B1

Tel. +82.(0)2.734.1333

www.galleryinsaart.com

 

"카프카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얻은 물질의 조각에 또 다른 상징적 조각이 더해진다. 인간은 기다림과 욕망과 언어로 몸을 감싸고서야 생을 마주한다. 그런 연약한 모습으로 집단의 폭력에 노출되지만, 동시에 예술을 통해 다시 활기를 찾고, 끝없이 새로워진다." 라고 한국 시를 읽는 프랑스의 시인 클로드 무샤르는 말했다. (클로드 무샤르 , 구모덕 다른 생의 피부, 문학과 지성사, 2023, p.61) 유시도(流澌島)에서 얼음이라는 물질적인 덩어리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을 상징하고 이 얼음이 녹으며 순수한 물로 돌아감으로써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바램을 담아 보았다. (작가노트 부분 발췌) 현덕식

 

현덕식_유시도_장지에 먹_91×73cm_2023
현덕식_유시도_장지에 먹_91×73cm_2023
현덕식_유시도_장지에 먹_73×61cm_2023
현덕식_유시도_장지에 먹_112×194cm_2023
현덕식_유시도_장지에 먹_53×46cm_2023
현덕식_유시도_장지에 먹_73×61cm_2023
현덕식_유시도_장지에 먹_61×73cm_2023
현덕식_유시도_장지에 먹_73×91cm_2022
현덕식_유시도_장지에 먹_61×91cm_2022
현덕식_유시도_장지에 먹_112×194cm_2022

Human beings are born, grow, and eventually return to nature. At the beginning of the life, every human being has a primal purity and cleanliness. While living on, some people are trying to preserve their originality, but most humans are obsessed with prosaic avidity. Our lives are closely related to and also affected by avidity. It is certainly difficult to give up avidity in life from society. Someone who doesn't possess is anxious to fill the void; someone who possess is greedy for more than he has. This terrible avidity always makes us hungry. This hunger always craves the material object, wealth. Each people fights desperately to satisfy own thirst, and rationalizes as legit. The first thing we have to do to escape the yoke of avidity in the rapidly changing industrialization is to admit that we are craving it. In my work, the purity given as a pre-born is expressed as water before formation of the ice, it is men' pursuit of avidity, and the process of melting back into the water is men' abandonment for prosaic avidity and return to the pureness of the pre-born. When the ice melts, returning to its original form of water is not abandoning itself, but finding itself. Each individual ice (prosaic avidity) melts and merges into a single water (pureness of the pre-born). I want to put meanings on the ice, the mass material as the avidity existing human beings and my wish that I want to go back to the pureness and be free from the avidity as the ice melts back to the pureness symbolized by water. Hyeon, Deok Sik

 

 

Personal Jar

박소영/ PARKSOYOUNG / 朴昭映 / painting

2023_0728 2023_0806

박소영 _Forest_ 캔버스에 유채 _16×12cm_2023

 

초대일시 / 2023_0728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2:00pm~05:00pm

 

디아트플랜트 요 갤러리

THE ART PLANT Jo Gallery

서울 중구 을지로92 3301

Tel. +82.(0)2.318.0131

 

사적인 공간 Personal Jar 언제나 그랬다. 다가가면 멀어지고, 가까이 갈 수록 부딪히고, 그러다가 부서지고. 누군가에게 겁없이 다가서고 나서는 상처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보이지는 않지만 관계 속에서 사적인 공간의 중요성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렇게 관계에 천착하는 나는, 관계 속에서의 사적인 공간의 존재와 부재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공간의 형태를 만들고, 그것을 인간 관계의 다양성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우선 사적인 공간을 만들려면 두 팔을 벌려 동그랗게 자기 구역을 정해 놓고, 그리고 보호막을 친다. 그러면 누구도 침범하지 말아야할 공간이 만들어진다. 공간이라는 것이 생기면 인간은 그것을 자기만의 성향과 취향이 드러나게 만들곤 한다. 그리하여 누구는 쿠션으로, 누구는 뾰족한 가시나무로 또 누구는 깨질 듯 한 크리스탈로 그렇게 각자는 그들이 선택한 창과 방패로 자신이 이미지와 스스로의 공간, 그리고 그곳에 담아놓은, 침범 당하고 싶지않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공간으로 채워 놓는다. 이미지의 선택은 사물에서부터 시작했다. 각자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성향과 사적 이야기는 사소하지만 사물로 이미지를 대변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 속 이야기로도, 상대의 이야기를 듣거나 말할 때 떠오르는 사물로도, 산책을 하며 보았던 풍경과 같이, 이미지들은 세상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상상 속에서 그들의 세상을 꺼내 보이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하찮다 여겨진 사물의 존재감은 인간의 이미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생명을 가진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간은 관계 안에서 서로를 알기 위해, 알리기 위해, 혹은 반대로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는 맘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드러내기도, 감추기도 한다. 그것은 강인함을 드러내기도, 나약함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근사하기도 하고, 시시하기도 하며, 어떤 때는 아예 관심이 가지 않기도 하지만 오히려 지나친 관심에 노출되기도 한다. 그렇게 천차만별의 사적인 공간은 형성된다. 자신만의 정체성과 존재감은 성격과 환경, 그리고 기호와 취향들로 사물을 통해 드러나며, 작고 사소한 듯 하지만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언제나 찾을 수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다양한 이미지들은 세상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든 살아가고 있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 모습이며, 내가 바라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다. - 깨달음이 늦었던 2023년 칠월에 박소영

박소영 _Emerged_ 캔버스에 유채 _16×12cm_2023
박소영_Butterflies_캔버스에 유채_16×12cm_2023
박소영_Cloud_캔버스에 유채_16×12cm_2023
박소영_Crystal_캔버스에 유채_16×12cm_2023
박소영_Blue_캔버스에 유채_16×12cm_2023
박소영 _Allergy-Nevertheless_ 캔버스에 유채 _28×22cm_2022

Personal Jar Like Personal Space It has always been like that. As you approach, you move away, as you get closer, you collide, and then it breaks. Seeing someone approaching without fear, getting hurt, and turning back, I could not see but felt the importance of personal space amidst relationships. Being obsessed over such relationships, I became interested in the existence and absence of personal space in relationships and desired to express this visually. To do so, I tried to create form of space and, using this form, to express diversity of human relationships. To create personal space, you mark your personal zone by spreading your arms and making a circle and, then, create protective shield. This creates space that should not be invaded. Once space is created, people tend to mold space to exhibit their own tendencies and tastes. Thus, some create cushions, some create sharp thorn trees, and some create brittle crystals. So, individuals choose their shields and swords and fill their personal spaces with their personal images, own spaces, and things to be protected and not wanting to be invaded. Selection of images started with objects. Tendencies shown at each one's appearance and personal stories may be trivial, yet they were enough to represent images from objects. Just like fairytales we know, objects created in our mind as we talk and listen to others, and landscapes we see while taking a walk, images could easily be found in life, and it was enough to draw their world out of imagination. Presence of objects, seemed to be belittled at times, attempts to form relationships with human images and starts to be revealed in the living life. People at times reveal or hide their own spaces in hope of knowing and informing each other within their relationships or perhaps hoping not to be known. This may reveal strengths or weaknesses; however, it could, at times, be cool, insignificant, and overly exposed to interests even when not interested. Just like that, many thousands of personal spaces are formed. One's own identity and presence emerge from personality, environment, and tastes and preferences through objects and appear, although small and trivial, in the form that are necessary and could be found always. These various images are images of how we live our lives, of our true selves, and of our world. - Late but Realized on July, 2023 Soyoung Park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