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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복/ LEEMYOUNGBOK / 李明福 / painting 

2023_1108 2023_1120 / 화요일 휴관

이명복_광란의 기억3-여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27×546cm_2022

 

이명복 페이스북_www.facebook.com/myoungbok.lee.54

초대일시 / 2023_1108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화요일 휴관

 

후원 / 제주특별자치도_한국미술협회 제주지부

 

제주갤러리

JEJU GALLERY in SEOUL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B1

Tel.+82.(0)2.736.1020

@jejugallery_seoul

 

이명복-자연과 역사에 대한 서사 혹은 풍경 "그동안 우리는 왜곡된 역사를 진실인 양 배워왔다. 좌우 이념에 사로잡혀 왜곡된 역사를 교육받았던 것을 곰곰이 따져보며 진실을 바로 보는 작업을 지속하려고 한다. 이것은 한정된 지역만의 아픈 역사가 아닌 한반도 전체의 역사이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바라본 한반도를 그리려고 한다. 또한 우리의 상처, 치부를 감추는 것이 아닌 다시 열어 잘 봉합하여 공동체가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미래로 향하며 인간답게 사는 세상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길 추구한다. 나의 그림이 시대를 넘어 좀 더 나은 세상, 올바르게 열리는 미래로 갈 수 있는 자그마한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이명복)

 

이명복_사라진 꿈_장지에 아크릴채색_153×208cm_2023
이명복 _ 광란의 기억 4_ 장지에 아크릴채색 _183×249cm_2023

 인간적 삶의 풍경 한국현대사는 정권에 의한 폭력과 저항, 개발독재와 산업화, 그리고 이의 틈바구니에서 묵묵히 연명해 온 민초들의 삶이 뒤엉킨 수많은 사실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산재 되어 있다. 이 사실들은 가공할 권력에 의해 왜곡되거나 은폐되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정의가 불의로 전도되거나 진실이 거짓으로 또는 그 역으로 서술되기도 한다. 한국 현대사의 질곡상을 단지 애처롭게만 볼 수 없는 화가 이명복은 이를 그림으로 기술해야 하는 소명을 스스로 선택하여 실천하고 있다.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삶과 자연에 대한 애정과 역사적 진실탐색을 위한 그의 처절한 인문정신은 자연, 인간, 역사에 대한 반추라기보다는 '정의와 진실'을 탐색해 가는 숙명적 여정으로 읽혀진다. 주지하다시피 이명복의 주된 관심사는 '사람'이다. 화가는 젊은 시절부터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조하거나 혹은 비판적 촉수를 드리우며 그려왔다. 1980년대 작가는 미군병사의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면서 당시 한국사회의 현실을 냉철하게 적시했는가 하면, 90년대 노동자나 농민의 초상을 통하여 우리의 삶의 지평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기도 하였다. 그것이 삶의 진실된 부분이든 부조리한 측면이든 간에 작가는 인간내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심리적 욕망은 물론, 등짐 가득한 삶의 무게를 극복해 가는 민중들의 모습을 통하여 동시대 한국사회의 지층을 파헤친 것이다. 화가는 우리가 무심코 보았던 인간의 삶의 모습을 화면에 재현해 냄으로써 새로운 각성을 유도하는가 하면 삶의 철학적 부분을 일깨우는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하여 우리가 처한 삶의 역사적·사회적 가치를 탐문해 왔던 것이다. 이는 그 시대 뜻을 같이한 일군의 미술가들과 함께 이룬 한국현대미술사의 중요한 실천적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근래에 이르러서 이명복은 강인한 삶을 살아가는 제주의 여성과 4.3 생존 수형인들을 찾아서 그들의 초상을 화폭에 담기도 하였다. 아울러 작가는 깊은 삶의 여운이 드러나는 제주 '할망'의 모습을 통해서 한 여인의 삶의 흔적을 반추하는가 하면 노동으로 익은 인간의 모습을 통하여 현실적 삶의 가치를 숭고의 영역으로 승화시키는 기지를 발휘한다. 작업 중에 잠시 휴식하거나 우리를 응시하는 인물들의 표정은 만만치 않은 삶의 굴곡을 극복한 시간의 흔적으로 고스란히 노정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초극한 삶의 본질을 일깨우게 하는 것이다. 이들의 포즈는 노동의 시련과 세월의 풍상에 대응해온 삶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으며 햇빛에 그을러 강한 굴곡을 보이는 얼굴표정은 만만치 않은 삶의 도전에 당당히 맞서 온 전사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명복 _ 뿌리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12×148cm_2021
이명복 _ 남매 - 이재수와 이순옥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02×142cm_2021
이명복 _ 불길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162×130cm_2023

이명복의 '어멍'이 지닌 매력의 근원은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제주할망은 단순히 잘 그린 인물화이기 이전에 우리 어머님의 모습이자 한국적인 모성을 암암리에 드러내는데, 우리는 그 익명성 뒤에 아득하게 드러나는 제주 어멍의 형상에서 역사를 추론하고 삶을 반추하게 된다. 작가는 전체적으로 인물의 자태에 주안점을 두어 대상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방임하면서 인물의 거친 매력을 찾아내는데 탁월한 감각을 보인다. 일하는 어멍이든 잠시 쉬고 있는 할멍이든 간에 각자의 개성과 감정이 표정에 가득 배어 살아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하여 존재의 존재가치와 그 역사에 대하여 되묻고 있다. 한편 필자는 이명복의 남매라는 작품에 주목한다. 이는 '1901년 신축 제주항쟁'의 주인공 이재수와 그의 누이동생 이순옥을 그린 것이다. 천주교를 등에 업은 외세와 탐관오리에 분연히 맞섰던 이재수의 모습은 자료가 없어 상상력으로 그린 것이고, 이순옥의 초상은 그녀가 만든 '야월의 한라산-이재수 실기'에 실린 사진을 바탕으로 그렸다고 한다. 관노의 신분으로 부당한 세력을 응징한 이재수의 기개가 얼굴표정과 포즈에 잘 나타나 있고, 평생 오라버니의 복권을 위해 노력한 순옥의 당찬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이명복의 인물은 그들의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내면서 특정한 존재를 지각할 수 있을 정도로 사진을 초극하는 사실성을 추구한다. 마치 조선시대 인물화가 전신사조(傳神寫照)를 지향한 바와 같이 작가는 인물의 형상 재현을 넘어 그 주인공의 삶과 정신까지 담아내고자 하는 인문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복 _ 수상한 오후 1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91×63cm_2023
이명복 _ 수상한 오후 2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91×63cm_2023

한국현대사의 풍경 이러한 이명복의 인물은 그의 역사 인식과 결부되면 강한 힘을 획득하게 된다. 복원·구축된 '역사적 풍경'이라고 일컬을 만한 그의 '한국현대사연작'은 해방정국의 혼란과 좌우익의 대립, 4.36.25, 뒤이은 정치적 혼란과 4·19혁명, 그리고 5.16 12.12 군사 정변 등, 그 격랑 속에서 자신을 지켜야 했던 우리 민족의 처지를 극적인 장면들을 수습하여 콜라주 한 장대한 서사시이다. 그가 그린 광란의 기억연작이나 사라진 꿈과 같은 회화적 실험은 그가 화가로서 '정의와 진실'이라는 가치를 정초하기 위한 건강한 역사탐색의 중요한 방법론이기도 하다. 이명복의 광란의 기억연작에는 해방전후사에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할 온갖 부조리한 측면들이 시공의 차이 없이 서술되어있다. 당시 승전국과 패전국으로 재편된 중심과 주변에 관계된 권력적 요소들은 여러 층위로 존재했는데 그중 우리나라는 이 어떤 측에도 끼지 못한 분단된 신생 독립국에 불과했다. 넓은 범주로 보자면 특정한 정체성을 지닌 지역, 혹은 집단과 그 외부에 존재하는 권력의 역학관계를 통해서 민족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것이다. 국내적인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이념적으로 분절된 각 집단의 권력적 형태와 개개인의 내면적 공간에서 허위와 진실, 중심과 주변의 문제를 살펴볼 수 있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왜곡된 진실을 바로잡고 바른 미래로 나아가고자 권유하는 것이다.

 

이명복 _ 무죄 - 김평국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49×183cm_2022
이명복 _ 춘자삼촌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208×152cm_2022

사라진 꿈의 배경은 DMZ 안에 후삼국시대 궁예가 세운 태봉국의 흔적이 남아있는 철원평야다. 이중 상단의 인물들은 얄타회담에서의 루즈벨트, 처칠, 스탈린. 그리고 기차와 비행기 등등의 6.25의 흔적, 끌려가는 '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의 희생자들, 미국의 대통령들이 공간을 가르는 다양한 시각적 참조물들과 엉켜있다. 작가는 우리의 운명을 열강의 수뇌부에게 결정지울 수 밖에 없던 암울한 처지와 그 이후의 비극을 생각하면서 담담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새로운 층위에 존재하는 중심과 주변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힘의 방향과 그에 따른 결과를 안타까워하면서 승전국이라는 전후 또 다른 형태로 등장한 괴물들의 패권주의가 만들어낸 폭력성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편승한 당시의 권력자들에 의해 기만과 허위는 진실이 되고 정의를 가장한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정의에 투신한 사람들은 권력의 서슬퍼런 총구에 스러져 갔다. 이 사실이 작가는 너무 가슴 아픈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당시의 무도한 권력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민족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내면서 정의를 억누르고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 「뿌리는 이승만 대통령을 정점에 두고 맥락적으로 서술된 대작이다. 마찬가지로 여기에는 한국현대사의 질곡상과 연관된 장면들이 장편 서사시로 표현되어 있다. 시인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에서 착상한 이 작품은 이승만 정부 말기 4.19 혁명과 5.16 정변의 주역인 박정희와 주변 인물과 이들의 계승자인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등 익숙한 도상들이 핏기를 잃은 채 화석같은 모습으로 도열해 있다. 격랑의 한국현대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뒤섞여 아비규환을 이루고 화면 하단에는 시인 김수영이 어두운 시대의 위대한 증인으로 자리 하고 있다. 이 모든 형상들은 극적이고 암울하다. 그간 우리가 간과했던 역사적 진실들, 질곡과 폭력으로 얼룩진 한국현대사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피를 흘리고 스러져간 선조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핍박과 저항으로 점철된 민초들의 삶이 녹아있는 그의 그림에는 스치는 피냄새와 그 피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스러져간 이름모를 영혼들이 뒤엉켜 있다. 그리고 무자비한 폭력의 가해자들은 여전히 당당하게 화면의 주인공으로 자리하고 있다. 언제 우리는 왜곡된 역사인식을 극복하고 현실역사의 참된 가치를 일깨울 수 있게 될 것인가? 이를 증언하고 극복하기에 예술의 힘은 여전히 미미할 뿐이다.

 

이명복_엄마의 바다_장지에 아크릴채색_127×194cm_2022
이명복 _ 절정 _ 장지에 아크릴채색 _162×130cm_2022
이명복 _ 절정 2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91×65cm_2023

땅의 역사와 풍경 이명복은 아울러 제주의 자연을 그린다. 작가는 "제주의 풍광으로 특히 곶자왈을 사회적으로 해석한, 즉 역사와 인간을 중심에 놓고 풍경을 해석"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단색조로 표현한 그의 숲 그림은 강한 빛의 여운이 초목 곳곳에 스며들어 형태를 지지하고, 숲은 원시적 향취를 풍기며 고고한 역사적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빈 곳을 허락하지 않는 검소한 공간의식은 화면 전체를 마치 올오버페인팅을 연상시키는 추상적 기조로 가득 채우나, 이 균질적 양상들에서 초목이 생동하는가 하면 이들은 다시 긴 여운을 드러내며 화면에 몰입되곤 한다. 이명복의 곶자왈 풍경에서 우리는 숲 본래의 우거짐뿐 아니라 나무의 굴곡진 형상과 이를 휘감고 빛을 향해가는 잡목들에서 거친 풍파를 이겨내고 존재를 드러내는 기개를 본다. 곶자왈은 제주사람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를 지근에서 지켜보며 이들의 삶과 땅의 역사를 증언해왔다. 화면의 곳곳에 거칠게 자리잡은 교목들은 오름을 굽어보며 제주의 역사를 환기시키는가 하면, 주변의 잡풀들은 제주사람의 삶과 애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색채는 빛의 독주를 제어하는 정도로만 사용되고 각각의 형태들은 존재의 실상을 전달하는 정도로 절제된다. 큰 그림임에도 기념비적이거나 과장된 구성은 되도록 자제하면서 곶자왈의 모습을 특징적으로 포착하고 원경은 실루엣으로 처리함으로써 화면의 뉘앙스는 어떤 역사적인 차원을 제외하면 정적이다. 이 모든 것들은 제주라는 땅의 역사와 그 곳을 스쳐간 제주사람이라는 현실과 존재 사이의 시공간적 카오스에 대한 작가적 사유와 인문적 감성의 산물이다. 재현의 관점은 마치 하나의 소실점을 가진 원근법적 회화가 화면상의 모든 사물을 희미한 빛이라는 유일한 중심으로 집중시키고 조련하는 것에 비견된다. 제주의 땅과 역사라는 일관된 관점으로 우리의 사유를 집중시키고 조직하는 것처럼, 진실()이라는 유일한 관점으로 우리의 사유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는 한라산 자락에서 서로 보듬고 살아가는 초목들을 통하여 다시금 땅의 역사와 삶을 사유하고 있다. 이렇게 환기된 삶과 역사는 자연의 수레바퀴 속에서 순환을 거듭하나, 그의 작품 속에서 유형·무형의 형태로 존재하며 형언할 수 없는 가치를 머금은 채 신비로운 빛을 발하고 있다.  이경모

 

이명복_곶자왈_장지에 아크릴채색_152×208cm_2022
이명복 _4 월의 숲 _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_164×260cm_2020

 Myoung bok Lee-Landscapes or Narratives about nature and history "Until now, we have been taught distorted history as if it were the truth. I plan to continue my work of seeing the truth by reflecting on the distorted history that I was taught by being caught up in left-right ideology. This is not the painful history of only a specific region, but the history of the entire Korean Peninsula. So, I am going to draw the Korean Peninsula as seen from Jeju Island. In addition, I seek to create a world where our wounds and grievances are not hidden, but reopened and sutured well, so that our community can move toward the future with the right philosophy, live like human beings, and become a peaceful world. I hope that my paintings will become a small driving force that can move beyond this era to a better world and a future that opens properly."(Myoung bok Lee)

landscapes of human life In modern Korean history, there are countless facts intertwined with the violence by the regime and resistance by the people, development dictatorship and industrialization, and the lives of the common people who have quietly survived in the midst of this situation. These facts have been distorted or concealed by formidable powers, and despite its short history, justice has been turned into injustice, or the truth has been described as lies, or vice versa. Artist Lee Myoung bok, who could not simply look at the fetters of modern Korean history in a pitiful way, chose and lived out his calling to describe them through paintings. As a natural storyteller, his love for life and nature and his desperate humanistic spirit to search for historical truth are read as a fateful journey to search for 'justice and truth' rather than a rumination on nature, humans, and history. As is well known, Myoung bok Lee's main interest is 'people.' Since his youth, the artist has been painting various people around him, either with an affectionate gaze or with a critical gaze. In the 1980s, Lee Myoung-bok looked at us through the eyes of a U.S. soldier and took a cool-headed look at the reality of Korean society at the time. This artist also reconstructed the horizon of our lives three-dimensionally through portraits of workers and farmers in the 1990s. Whether it is the true part of life or the absurd aspect, the artist has dug into the strata of contemporary Korean society through the psychological desires deep within humans as well as the people overcoming the weight of life full of burdens. The artist has induced new awakenings by reproducing aspects of human life that we have seen inadvertently, and has investigated the historical and social values of our lives through various approaches that awaken the philosophical aspects of life. This is evaluated as an important practical achievement in the history of Korean contemporary art achieved together with a group of realist artists who shared the same ideas of the time. In recent years, Myoung-bok Lee has been searching for Jeju women and survivors of the April 3 Incident, who are living strong lives, and capturing their portraits on canvas. The artist reflects on the traces of a woman's life through the image of a Jeju 'grandmother' who reveals the deep lingering effects of life. In addition, he demonstrates his wit to sublimate the value of realistic life into the realm of the sublime through the image of a human being who has become accustomed to labor. The expressions on the faces of the characters who take a break from work or stare at us clearly show the traces of time spent overcoming the formidable ups and downs of life. Nevertheless, they remind us of the essence of life that transcends reality. Their poses clearly show the history of life in response to the hardships of labor and the trends of time. The facial expression, showing strong curves tanned by the sun, still retains the appearance of a warrior who confidently faced the formidable challenges of life. The source of the charm of Lee Myoung-bok's 'Eomeong' can be found at this point. This 'beautiful' Jeju grandmother is more than just a well-drawn portrait, she is the image of our mother and implicitly reveals Korean motherhood. We infer history from the image of the Jeju female diver, who appears distantly behind her anonymity, and reflect on her life. The artist focuses on the overall appearance of the person and shows excellent talent in finding the rough charm of the person while ensuring the subject's natural movement. The artist questions the value of existence and its history by depicting living mothers, whether they are working mothers or grandmothers taking a break, with their individual personalities and emotions reflected in their expressions. Meanwhile, I pay attention to Lee Myoung bok's work called Brothers and Sisters. This work depicts Lee Jae-su, the leader of the 'Shinchuk Jeju Uprising of 1901', and his sister Lee Sun-ok. It is said that image of Lee Jae-su, who resolutely stood up to foreign powers and corrupt officials backed by the Catholic Church, was drawn from imagination because there was no data, and Lee Soon-ok's portrait was drawn based on a photo included in her book Halla Mountain in the night moon- Lee Jae-su's Practical Story. Lee Jae-su's spirit of punishing unjust forces as a government slave is clearly visible in his facial expressions and poses, and Sun-ok's steadfastness in working hard for her brother's reinstatement throughout her life is impressive. In this way, Lee Myung-bok's portraits clearly reveal the identity of the subject and pursue a realism that surpasses photography to the point where a specific being can be perceived. Just as the portrait paintings of the Joseon Dynasty aimed to follow the spirit of the whole world, the artist shows a humanistic spirit that seeks to capture the life and spirit of the protagonist beyond just reproducing the shape of the character.

Landscapes of modern Korean history Lee Myoung bok's portraits gain strong power when combined with his historical awareness. His 'Korean Modern History Series', which can be called a restored and constructed 'historical landscape', depicts the chaos of the liberation from Japanese colonial rule and the confrontation between the left and right, the 4.3 and 6.25, the subsequent political chaos and 4.19 Revolution, the 5.16 and 12.12 military coups. It is a magnificent epic that collaged with dramatic scenes of the situation of our people who had to protect themselves in these turbulent times. His pictorial experiments, such as his Frantic Memoriesseries and Lost Dreams, are also an important methodology for healthy historical exploration to establish the values of 'justice and truth' as an artist. In Lee Myoung bok's Frantic Memoriesseries, all the absurd aspects that our people have to experience in the 'Era of before and after liberation,' are described without any difference in time and space. At that time, the power elements related to the center and periphery, which were reorganized into victorious and defeated countries, existed at various levels. Among them, our country was just a newly divided independent country that could not join any of the sides. In a broad sense, the fate of the nation was determined through countries and groups with specific ideologies and the power dynamics that existed outside the country. If we look at it from a domestic perspective, we can look at the issues of falsehood and truth, center and periphery, in the form of power of each ideologically divided group and in each individual's internal worldview. In this process, the artist recommends correcting the distorted truth and moving toward a better future. The background of the work Lost Dreamsis the Cheorwon Plain, where traces of Taebongguk, founded by Gung Ye during the Later Three Kingdoms period, remain within the DMZ. Among them, the figures at the top are Roosevelt, Churchill, and Stalin at the Yalta Conference. And the traces of the Korean War, such as trains and planes, the victims of the 'Bodo Union' massacre incident being dragged away, and the presidents of the United States are intertwined with various visual references floating in space. The artist calmly paints a picture while thinking about the bleak situation in which we had no choice but to decide our fate at the hands of the leaders of the great powers, and the tragedy that followed. The painter laments the direction of power and its results in the process of forming the center and periphery that exist in a new dynamic relationship. And it is criticizing the violence created by the hegemony of monsters that emerged in another form after the war, the victorious nation. By the powerful people of our country who took advantage of this, deception and falsehood became the truth, and violence disguised as justice was rampant, and those who had devoted themselves to justice were killed by the cruel gun of power. This fact is so heartbreaking to the artist. And unfortunately, the ruthless power of that time survives to this day, suppressing justice and misleading the truth while causing deep wounds to national pride. The work Rootsis a masterpiece written in context with President Syngman Rhee at its peak. Likewise, scenes related to the fetters of modern Korean history are expressed like a full-length epic. This work, which was conceived from poet Kim Soo-young's Giant Roots, expresses the righteous people of the April 19 Revolution at the end of the Rhee Syngman administration, Park Chung-hee, the protagonist of the May 16 coup, and surrounding figures of his successors Chun Doo-hwan, Roh Tae-woo, Kim Young-sam, Lee Myung-bak, and Park Geun-hye. These familiar icons have lost their blood and are lined up like fossil-like figures. In the turbulent modern history of Korea, at the bottom of the canvas screen, where perpetrators and victims are mixed together and in chaos, poet Kim Soo-young stands as a great witness of a dark era All these images are dramatic and grim. This is because it reminds us of the historical truths that we have overlooked and the images of our ancestors who shed blood and died without being able to survive in modern Korean history marred by bondage and violence. In his paintings, which depict the lives of the common people full of persecution and resistance, the scent of passing blood and nameless souls who passed away without receiving compensation for that blood are intertwined. And the perpetrators of merciless violence still proudly stand as the protagonists of the picture. When will we be able to overcome our distorted perception of history and awaken to the true value of real history? The power of art to testify and overcome this is still weak.

landscapes of the land history Lee Myoung bok also depicts Jeju's nature. The artist is creating a work that "socially interprets the scenery of Jeju, especially Gotjawal, that is, interpreting the scenery with history and humans at the center." In his forest paintings expressed in monochromatic tones, strong lingering light seeps into various parts of the vegetation and supports the form, and the forest exudes a primitive scent and represents a archaic historical appearance. The frugal sense of space that does not allow for empty spaces fills the entire canvas with an abstract tone reminiscent of all-over painting. However, while the vegetation is vibrant in these homogeneous aspects, they often reveal a long lingering effect and become immersed in the picture. In Lee Myoung bok's Gotjawal landscape, we see not only the original lushness of the forest, but also the mettle that overcomes rough weather and reveals its existence in the curved shape of the trees and the undergrowth that wraps around them and heads towards the light. Gotjawal has closely witnessed 'the joy, anger, sorrow, and pleasure', also 'births, aging, illness, and death' of Jeju people and has testified to their lives and the history of the land. Trees roughly placed in various parts of the canvas screen overlook the Oreum(volcanic cone) and evoke Jeju's history, while the surrounding weeds seem to symbolically show the lives and joys and sorrows of Jeju people. Colors are used only to the extent of controlling the intensity of light, and each form is restrained to the extent of expressing the reality of existence. Although it is a large painting, the artist characteristically captures the appearance of Gotjawal while refraining from using monumental or exaggerated compositions, and treats the distant landscape as a silhouette. As a result, the nuance of the screen is static except for a certain historical dimension. All of these are the product of the artist's thoughts and humanistic sensibilities about the spatial and temporal chaos between the history of the Jeju territory and the reality and existence of Jeju people who passed by. The point of representation is comparable to a perspective painting with a single vanishing point that focuses and manipulates all objects on the screen into a single center called faint light. Just as we focus and organize our thoughts with a consistent perspective of Jeju's land and history, we evoke our thoughts with a unique perspective called truth (light). In this way, the artist is once again thinking about the history and life of Jeju land by painting the bushes and trees that live in support of each other on Halla Mountain. The life and history evoked in this way continue to cycle in the wheel of nature, but in his works, they exist in tangible and intangible forms and emit a mysterious light with indescribable value.  Lee Kyeongmo

 

 

The Window of Meditationcomposition

김수진/ KIMSUJIN / 金秀珍 / painting

 2023_1108 2023_1113

김수진 _composition-city people_ 종이에 혼합재료 _112.1×162.2cm_202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김수진 블로그로 갑니다.

김수진 인스타그램_@kimsujin_art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전북아티스트지원사업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전시공모 선정

Jeonbuk artist support project Jeonbuk provincialMuseum of Art Seoul Hall exhibition contest selection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eonbuk Museum of Art, Seoul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인사아트센터 6JMA 스페이스

Tel. +82.(0)2.720.4354

www.jma.go.kr www.facebook.com/jmaspace www.insaartcenter.com

 

 

현재 작업은 외형적으론 기존작업 창의 구상적 요소를 제거하면서 색, 질감, 선이 주는 추상을 목적으로 하고, 기존 페인팅하는 작업에서 벗어나 디지털과 결합된 자신만의 정신과 선이 들어간 회화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내적으론 서로 간의 수직적 구조를 거부하며, 수평적 위치에서 어는 한쪽을 소외시키지 않은 포스트모더니즘에 근거하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로 어떤 한 사조에 전적으로 동조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 시간에 따라 모든 것은 변화되며, , 권력, 힘에 의해 세상은 규정되고 왜곡되는 까닭이다. 그래서 Post-modernism이 갖는 반이성, 차이와 불일치에 공감하는 것이다.

 

김수진 _composition-B1_ 종이에 혼합재료 _112.1×112.1cm_2023
김수진 _composition-B2_ 종이에 혼합재료 _72.7×72.7cm_2023

수채화와 동양화의 특성은 물이주는 우연적 기법과 투명성이다. 이 투명성은 자신을 오롯이 들어내기에 삶의 지향점과 맞아 모든 수용성 매체를 이용한 작업을 한다. 물의 농담과 물의세기에 도구의 자율성을 더하면 오롯이 작업은 자신을 향해 드러난다. 자연을 통한 치유가 있듯이 물을 사용한 작업은 지워가는 과정에 치중되어있다. 회화 사진주의 작가 드마시가 평이한 사진이 아닌 독창성을 갖기를 원했던 것처럼 나 역시 모든 작업이 오롯이 자신이 들어가길 바란다.

 

김수진 _composition-B3_ 종이에 혼합재료 _45×45cm_2023
김수진 _composition-B4_ 종이에 혼합재료 _24.5×41cm_2023

  지금 우리는 과학의 발달로 수많은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쫓긴다. ? 전보다 많은 물질을 가지고도, 문득 이해하기 힘든 궁금증이 생긴다. 현재 한국은 모든 것이 과잉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과잉과 정신의 피폐가 과히 형언하기 힘들 정도의 불안의 시대가 되어가고 있으며,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어 서로를 가른다. 기기의 발달과 통신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경쟁 아닌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의 빠른 성장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각 세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서로 부딪히며 조화를 이루지는 못하는 것이다. 세대의 교육과정과 호흡도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파열음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만의 호흡을 찾기를 원한다.

 

김수진 _composition-R1 _ 종이에 혼합재료 _112.1×162.2cm_2023

  집 근처엔 정말 조막만 한 개울이 있다. 매일 아침에 그곳을 걸으면서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다 가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이름 모를 풀들이 봄에는 귀엽게 싹을 내밀고, 여름엔 더위보다 맹렬한 기세로 우거져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들은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며 나름대로의 생을 살아가는 것일 것이다. 항상 보고 있지만 매일매일이 새롭다. 신선한 공기를 호흡할 때마다 폐 깊숙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생각을 깨운다. 어려서부터 오감을 통한 자연과의 교감이 여전히 그 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한다. 그러면 마음이 보인다.

 

김수진 _composition-T_ 종이에 혼합재료 _45×45cm_2023

식물과 사람은 서로가 반대로 호흡한다.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서로 교환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도 호흡을 하면서 말을 주고받으면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무형에 것이나 우리는 느끼고 교감하는 것이다. 식물과 사람의 관계 사이에는 공기라는 매개체가 항상 존재한다. 보이지 않지만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형상의 것들이 존재함을 느낀다. 단순하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대지 위에 있는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공기로 인한 멈춤이 어떤 것인지 잘 알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인해 수많은 비용과 시간 이상의 것을 대가로 주었다. 그러한 공기, 아니 대기가 점점 메마르고 호흡하기 힘든 시대로 접어드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모든 사물은 유기적으로 관계 속에 속해 있기에 협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작업 역시 사색의 창 속에 있다. 작업을 하는데 있어 매체나 재료에 제한을 두지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 하는데 적합한 재료이면 모두 쓰인다. 작업은 자신을 대상속에 녹여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수진 _composition_ 종이에 혼합재료 _45×45cm_2023

composition은 자연과 인간의 동화에 궁극적 목적이 있다. 여기서 동화는 흡수나 혼합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각 개인의 색이 유지되면서 서로가 공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기를 표현한다는 것은 그저 공기가 아닌 것이다. 지구상 모든 것은 대기 속에 함께 하기 때문에, 그 속에 자신만이 느끼는 교감을 집어넣어 자신의 본성을 찾아가는 작업이다. 자연스러운 우연성 위에 인위적인 힘을 가했을 때 일어나는 또 다른 우연성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가시적 대상은 존재하나 또한 있는 것도 아니기에 경계를 갖지 않는다.  김수진

창연 蒼然 Sublime of the olden days

이화자/ LEEWHAJA / 李和子 / painting 

2023_1018 2023_1209 / ,월요일 휴관

이화자 _ 풍어제 _ 한지에 먹 , 분채 ; 비단천 ,화선지 _145.5X112cm_1992

 

초대일시 / 2023_1018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소포라

Space Sophora

서울 중구 덕수궁로 114 B1

Tel. +82.(0)2.3789.3754

www.spacesophora.com @space_sophora

 

이화자 작가는 한국 채색화의 명맥을 이어온 작가로서 석채, 분채 등의 전통 재료들을 고집스럽게 사용하여 토속신앙, 불교 미술을 바탕으로 풍경, 화조, 영모화 등 다양한 소재를 작품 속에 표현해 왔으며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표현 방법으로 다양한 작품세계를 선보여 왔습니다. 특히, 전통 염료를 사용하여 수없이 덧칠을 반복한 작가의 노력이 빚어낸 깊이 있는 색채는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 미감에 절대 뒤떨어지지 않으며, 유장한 세월의 거쳐 더욱 깊이 있는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초기작과 중기작은 물론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와 색채로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해 여러 작품을 선보입니다. 특히, 풍경 위주의 최근작들은 원근을 표현하기 힘든 한국화 붓 터치의 한계를 면 분할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했으며 한결 부드러운 색감으로 초기, 중기작과는 다른 편안하고 관조적인 심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본 전시의 주제인 '창연(蒼然)'"오래된 옛 것으로부터 그윽한 빛이 나온다"라는 뜻으로, 흔히 "고색창연"과 같이 사자성어로 사용됩니다. 전시의 영문 제목인 Sublime of the Olden Days는 단순히 과거의 영광에 대한 향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준 옛 것의 아름다움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전시는, 새롭게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공간의 의지이면서 동시에, 한국 현대미술이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페이스 소포라

 

이화자 _4 월 April_ 한지에 분채 _145X109cm_1980

'박락''균열'의 미학 - 이화자 작품을 중심으로 '박락(剝落)'은 그림이나 글씨가 오래 묵어 긁히고 깎여서 떨어진 현상을 말하며, '균열(龜裂)' 역시 오래되어 갈라지고 터진 상태를 일컫는다. 박락과 균열은 거의 유사한 어의로 문화재 보존수복 분야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이기도 하다. 미술작품에 박락과 균열이 있다는 것은 작품의 손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작품의 상태가 불완전함을, 더 나아가 수리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미적 감상을 위한 시각적 차원에서든, 유지를 위한 보존의 차원에서든 미술작품의 박락과 균열이란 피해야 마땅한 변화인 셈이다. 그런데 이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오히려 없애야 할 박락과 균열을 작품의 중요한 조형 요소로서 차용한 작가가 있다. 바로 채색화가 이화자(李和子, 1943-). 그녀는 한국 채색화단의 2세대로, 지난 2000년 박생광과 뉴욕에서 2인전을 개최하는 등 한국의 채색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이화자가 화가로서의 수련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형성해나갔던 시기는 1960년대였다. 채색화로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게 된 것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재학시절 박생광과 천경자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그는 박생광으로부터 그림에 담겨야할 민족 전통의 중요성을, 천경자로부터는 현대 미술의 감각을 배웠다.

 

이화자 _ 달밤 Moon night_ 한지에 분채 _145.5X97cm_1995

1960년대는 박정희 정부 주도로 경제 성장과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들로 하여금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도록 전통을 새삼 강조하던 시대였다. 이러한 문화정책 아래 전통 예술과 문화재는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1) 전통시대의 목공예품 역시 그 자체로서 민족적 특질을 나타내는 것이었고, 1970년대에 이화자 외의 다른 화가들의 작품에서 이와 유사한 소재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회고적 취향은 당시 한국화단에서 잠시 인기를 끌긴 했지만, 오래 지속되진 못했다. 반면 이화자는 시류와 달리 회고의 경향을 본인 작품 세계의 모토(motto)로 삼고 꾸준히 심화시켜 나갔다. 1970년부터 90년대에 걸쳐 그린 고분벽화와 불교회화를 제재로 한 작품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소재들에 깊이 천착했던 이유를 이화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더욱이 채색화는 곧 일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왜곡된 인식은 채색화가로서 너무나 답답한 현실이었습니다. 내가 앞으로 한국의 채색화가로서 갈 길은 한국적 채색화의 정체성을 규명하고, 이를 정립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아마도 이러한 이화자의 고백은 당시의 채색화가들 뿐만 아니라 전통의 계승과 현대성을 창조하려는 오늘날의 채색화가라면 여전히 모두에게 공감되는 대목일 것이다. 여기에 박생광의 "모든 민족 예술은 그 민족 전통 위에 있다"는 언급 등은 이화자로 하여금 '전통을 기반으로 한 한국성 추구'라는 일관된 주제 의식을 갖게 했다. 그 실천의 대상으로서 한국 채색화의 시원(始原)이라 할 수 있는 고분 벽화에서 채색화의 기법을 탐구했고, 오랜 역사 속에 꾸준히 전개되어온 불교회화를 채색화의 본령(本領)이라 여기며 이를 통해 한국인의 정신성을 발견했다. 이후 이화자는 한국적 채색화의 구현이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의 사찰들을 답사했고, 더 나아가 그 원류가 되는 돈황, 아잔타 석굴 등 해외 답사를 하기에 이른다. 이는 한국 불화만의 독창성을 분별해 나가며 자신의 작품에서 적극적으로 응용해 나가기 위함이었다.

 

이화자 _ 초여름 An Early Summer_ 한지에 분채 _240X290cm_1989

그림 속에 보이는 박락되고 균열된 현상은 그 안에 담겨있는 시간의 역사를 증명한다. 분명 세월의 풍파 속에 손상되고 낡은 모습이지만, 그래서 그것을 다시 명료한 색채로 복원해야 할 것 같지만, 그 자체가 주는 낡음의 미가 있다. 방금 만든 듯한 목가구보다 손때 뭍은 고색의 목가구에서 더욱 감동 받는 이치와 같다.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금속공예품인 국보 92호 물가풍경무늬 정병에서도 이러한 낡음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청동 재질의 정병 표면에 물가의 풍경 무늬를 파낸 뒤, 그 안에 은실을 박아 넣은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러한 은입사 기법의 금속공예품들은 바탕의 청동은 어두운 색으로, 은실로 표현된 문양과 그림은 은색을 발하게 된다.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이 정병의 경우 현재 전혀 다른 색을 보여주고 있다. 정병의 표면은 연두색으로, 은색으로 빛나야 할 물가풍경무늬는 어두운 회색빛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본래의 모습이 아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표면은 녹이 슬고, 물가의 풍경무늬는 변색된 것이다. 사실 박물관에서는 금속공예품을 이렇듯 빛이 바래고 산화된 상태로 유지시키지 않는다. 실제로 전시된 다른 은입사 기법의 청동 정병을 보면 말끔하게 녹을 제거하고, 은색의 문양은 또렷하게 드러난 모습이다. 물가풍경무늬 정병을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낡음'이 주는 아름다움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문화재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박물관에서조차 낡음의 미학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화자_세월2 Time &Tide 2_한지에 분채_130X161cm_1998
이화자 _ 작은 숲과 황혼 Little Forest &Twilight_ 한지에 분채 _76.5X60cm_2009

이화자 작품 속의 균열과 박락 역시 같은 맥락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낡고 오래됨이 추()가 아닌 미()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일찍이 장자(莊子)는 외형의 추를 내재적인 정신미와 대립적 요소로부터 통일시키며, 형체는 추하지만 마음이 선한 것을 높이 산 바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 기이한 외형이 건전한 형체에 비해 그 내재적 정신의 숭고와 위대함을 드러내기에 더욱 쉽다고 본 것이다. 3) 이처럼 처음의 아름다운 모습이 비록 낡고 훼손되었지만, 거기서 발현되는 내재적 아름다움과 가치를 읽어내려 한 시도는 단순히 한국의 전통적 소재를 그림으로 재현한 것에 한층 깊은 의미를 더하며, 그림 속 등장한 불화가 더 이상 종교적 의미의 불화로서가 아닌 오래된 숭고미를 지닌 고화(古畵)로 탈바꿈 시켰다. 결국 채색화가 이화자에게 있어 박락과 균열은 한국 채색화의 요체라 할 수 있는 불화와 벽화에 이를 주입함으로써 '고색창연'이란 낡음의 미학과 연결 짓고, 이를 한국성의 추구로까지 이어지게 한 매개(媒介)였던 것이다. 이화자의 작품에 있어 고색미(古色美)의 추구를 위한 주된 조형적 요소인 박락과 균열. 작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점차 박락과 균열을 본인 작품의 구상적 이미지를 해체해가는 도구로 활용해 나간다.

 

이화자 _ 해금강 Haegemgang_ 한지에 분채 _49X78.5cm_1997

이처럼 이화자는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추상화 작업을 보다 구체화해갔다. 1997년도에 그려진 기원시리즈나 1998년 작 세월Ⅱ」 등은 그의 대표적인 추상화들이다(10). 세월Ⅱ」에 보이는 늘어트려진 옷의 천자락은 화려한 원색의 사용으로 주술적인 상징성과 함께 길상과 벽사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들 작품 중에는 이전에도 그렸던 불교적 제재들을 변형시켜 단순화, 추상화한 것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박락과 균열이 작품의 조형적 요소로서 여전히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화면 전반의 형태 자체가 불완전하다보니 어느 부분이 균열이고 박락인지 이전보다는 불명확하게 드러나지만 그의 작품 요소요소에서 긴밀하게 작용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화자가 이 '박락''균열'을 한국적 추상의 방법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그는 "형태를 완전히 해체하는 서양의 추상은 한국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 이것이 "한국인의 정서와 이질적이기 때문에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도 한다. 4) 이에 대상을 해체하되 이를 완전히 해체해 버리지 않고, 그냥 그렇게 시간을 견뎌온 박락되고 균열된 상태의 완전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방기해 버림으로써 불완전한 형체를 만들었다. 작가는 여기에 상상력을 가미했고, 한층 온건한 자기 나름의 추상화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물론 예술가에게 있어 구상의 세계에서 추상의 세계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전개시켜나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상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재현하는 작품에서 점차 그 핵심과 요체를 그려나가는 방식으로 연륜이 쌓임에 따라 작품의 표현 방식과 성격이 바뀌어간다는 뜻이다. 이것이 모든 미술가들에게 해당되는 수순이라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보편성을 띠고 있는 흐름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화자의 균열과 박락이 고색의 취향, 추상화의 방편(方便)에 더하여 한국적 표현을 위한 하나의 선택이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화자_회상eminiscence_한지에 분채_54.5X76cm_2018

박락과 균열은 이화자 작품 세계의 주요한 시각적 요소이기도 하지만, 한국 채색화단의 역사와 현재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이다. 채색화의 전통은 고구려 고분벽화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것이 고려 불화, 조선시대 궁중회화, 민화로 이어질 만큼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근대기 일본 화풍과 서양 미술이 점진적으로 유입되기보다 한꺼번에 빠른 속도로 영향을 주게 되면서 채색화에도 무수한 균열과 박락이 초래되었다. '채색화=일본화'라는 왜곡된 인식 등에서 안타까운 상황들이 연출되었던 것이다. 5) 한국 채색화는 오래된 전통을 뒤로 한 채 왜색 화풍의 논란과 수묵화와의 대립적 관계 속에 역사적으로 심한 단절과 부침을 겪으며,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균열과 박락으로 존재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화자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균열과 박락으로 존재했던 채색화를 통해 자신의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해왔다. 또한 그 과정에서 한국성의 추구를 핵심적 명제로 삼았으며, 공교롭게도 이 균열과 박락은 그의 작품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즉 이화자가 작품의 조형 어법으로 사용한 '균열''박락'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분열''단절'로 존재했던 채색화를 제 위치에 자리매김 시키고 봉합하는데 활용되기를 바라마지 않는 것이다. 전통 시대 문인화가 상위의 미술로서 인식됐다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이화자의 채색화와 문인화의 지향이 어느 지점에서 상통하는 면이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근대 이전 문인화는 지식인 계층이 만들어낸 예술론의 결과물로 해당 시대 미학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대변한다. 이화자가 문인화의 미학을 염두에 두고 작품에 박락과 균열을 적용한 것은 아니지만, 동아시아의 근원적 아름다움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그 접점(接點)이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화자_두물머리1 Dumulmeori 1_한지에 분채_28.5X49cm_2003

극단적인 추상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은 태도는 기본적으로 균열과 박락을 통해 추상을 시도했던 작가 이화자의 태도가 일관되게 이어지는 면모다. 채색화를 자신이 생각한 방식으로 한국화, 현대화하고자 했던 의식을 읽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한 바는 마땅히 균열과 박락의 채색화를 복원하고, 한국 현대미술사에 위치 지우는 일일 것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이화자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충실한 데생과 섬세한 채색에 기반한다. 또한 그 주제는 서구적이기보다는 한국적, 전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표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는 기존 채색화의 내용과 기법에 '균열''박락'을 통한 새로운 미감을 더하며 전통의 창조적 계승을 보여주었다. 한국 채색화의 전개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바른 전개 방향을 설정하기에 앞서 이화자에 주목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발췌)  배원정

 

* 각주1) 김현권, 이데올로기와 미술 속 전통,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국립현대미술관, 2021), p. 353.2) 20151110일 이화자 인터뷰.3) 주래상 , 남석헌 · 노장시 , 中國古典美學(미진사, 2003), pp. 85-86.4) 20161116일 이화자 인터뷰.5) 강민기, 전통에 색 입힌 근현대 채색화 부흥,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국립현대미술관, 2021), pp. 534-535.

파르티잔 미술가들의 게릴라전, 홍범도 장군 초상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행동이 오늘의 행동으로 이어진 홍범도 장군의 초상전에는

35명의 민중미술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이 누구인가?

조국 독립을 위한 항일 무장투쟁에 온 몸을 바친 분을 두 번 죽이려 한다.

 

윤석렬 친일 정권에서 홍범도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흉상을 철거하는 암담한 현실을 두고 볼 수 없어 분연히 들고 일어난 것이다.

 

홍범도 장군의 정신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양식의 초상화가 제작되어

항일 독립 정신을 계승하는데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장군에 대한 사진이나 이미지가 귀한 현실에서 재조명하는 의미도 있다.

 

그리고 이 전시는 참여작가만의 전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전시다.

홍범도 장군을 추앙하는 국민이 많을수록 역사 왜곡을 막을 수 있다.

 

전시를 관람한 후 방명록에 적는 것만으로도 함께 할 수 있다.

방명록에는 홍범도 부대 입단 지원 명단이라고 적혔다.

 

참여작가 명단 

강경구, 김구, 김억, 김인규, 김재홍, 김주호, 김준권, 김진열, 김진하, 류연복, 류준화, 문승영.

박건, 박건웅, 박순철, 박영균, 손기환, 송창, 유기호, 유대수, 이동환, 이명복, 이상호, 이원석,

이윤엽, 이인철, 이재민, 이태호, 이현숙, 장경호, 정기현, 정원철, 최경선, 최윤정

 

이번 게릴라전은 한때 광화문 미술행동을 추진했던 김진하씨가 기획했다.

 

아래는 전시 취지문이다.

 

1. 최근 윤석열 정권이 친일과 반공을 하나의 이념으로 묶어 국민을 상대로 이념 전쟁을 선전포고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획책이 바로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홍범도 장군은 봉오동 전투를 비롯, 평생을 조국 독립을 위한 항일 무장투쟁에 일생을 바친 분이셨습니다.

 

2. 그런 홍범도 장군을 의도적으로 욕보임으로써 반공=친일이란 그릇된 프레임을 일반화시키려는 작태를 현 정권이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소련공산당 입당, 빨치산 활동, 자유시 참변 등의 이유로 홍범도 장군의 활동 폄하와 함께 무장 독립운동사를 우리 역사에서 숙청하고, 궁극적으로는 친일 극우 세력의 영구적 정치 기반을 만드려는 획책이기도 합니다. 역사학계와 양심적 지식인들은 이 정권의 황당한 양두구육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3. 1940년대 태평양전쟁이 한창일 때, 한 고독한 70대 독거노인이 소련군에 입대하겠다고 했답니다. 소련이 미국과 연합해서 대일본과의 전쟁에 참전하면 본인도 전장터에 나설 거라면서요. 일본에게 부인과 아들 둘 가족 모두를 잃은 봉오동 영웅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을 잃은 채였지만, 파란만장했던 삶의 마지막까지 조국 독립을 위해 일본과 싸우려 했던 내면의 도저한 치열함은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임종하기 직전까지 30년의 저항, 그 고단했던 대일항쟁 편력이 아마도 그의 마지막 얼굴에 생생하게 스며있었을 것입니다. 그 절절했을 절대 고독, 그게 홍범도 장군의 실존적이고도 수명적인 '장군의 길'이었던 모양입니다.

 

4. 이런 과거-현재 얘기가 설왕설래하는 와중, 저희 나무아트에서는 깨어있는 작가들과 함께 게릴라형태로 홍범도-장군의 초상전을 기획했습니다. 현재 홍범도 장군에 대한 역사적 사진이나 이미지는 상당히 희박한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미술인들이 홍범도 장군의 정신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양식의 초상화를 제작-전시함으로, 우리 근대사의 항일 독립 정신이 시민에게 널리 향유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작가마다의 고유한 개성과 상상력으로 이 초상화들이 진지한 역전의 역사화로 연결되면 더 좋겠습니다. [김진하]

 

파르티잔 아티스트 게릴라

홍범도 - 장군의 초상

2023_1101 2023_11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경구_김구_김억_김인규_김재홍_김주호

김준권_김진열_김진하_류연복_류준화_문승영

박건_박건웅_박순철_박영균_손기환_송창

유기호_유대수_이동환_이명복_이상호_이원석

이윤엽_이인철_이재민_이태호_이현숙_장경호

정기현_정원철_최경선_최윤정

 

관람시간 / 11:00am~06:0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4-1 4

Tel.+82.(0)2.722.7760

 

1. 최근 윤석열 정권이 친일과 반공을 하나의 이념으로 묶어 국민을 상대로 이념 전쟁을 선전포고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획책이 바로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홍범도 장군은 봉오동 전투를 비롯, 평생을 조국 독립을 위한 항일 무장투쟁에 일생을 바친 분이셨습니다.

 

김주호_우리가 홍범도다_질구이 930도 소성_19cm, 가변길이_2023
김진열_새벽을 기다리는 촛불_종이에 혼합재료_57×79cm_2023

2. 그런 홍범도 장군을 의도적으로 욕보임으로써 반공=친일이란 그릇된 프레임을 일반화시키려는 작태를 현 정권이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소련공산당 입당, 빨치산 활동, 자유시 참변 등의 이유로 홍범도 장군의 활동 폄하와 함께 무장 독립운동사를 우리 역사에서 숙청하고, 궁극적으로는 친일 극우 세력의 영구적 정치 기반을 만드려는 획책이기도 합니다. 역사학계와 양심적 지식인들은 이 정권의 황당한 양두구육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박순철_홍범도 (아! 어찌 나에게...)_한지에 수묵_96×66cm_2023
박영균_백두산의 아침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7×72cm

3. 1940년대 태평양전쟁이 한창일 때, 한 고독한 70대 독거노인이 소련군에 입대하겠다고 했답니다. 소련이 미국과 연합해서 대일본과의 전쟁에 참전하면 본인도 전장터에 나설 거라면서요. 일본에게 부인과 아들 둘 가족 모두를 잃은 봉오동 영웅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을 잃은 채였지만, 파란만장했던 삶의 마지막까지 조국 독립을 위해 일본과 싸우려 했던 내면의 도저한 치열함은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임종하기 직전까지 30년의 저항, 그 고단했던 대일항쟁 편력이 아마도 그의 마지막 얼굴에 생생하게 스며있었을 것입니다. 그 절절했을 절대 고독, 그게 홍범도 장군의 실존적이고도 수명적인 '장군의 길'이었던 모양입니다.

 

이동환_범도 아바이_장지, 수간채_65×55cm_2023
이윤엽_아 홍범도_70×56cm_2003

4. 이런 과거-현재 얘기가 설왕설래하는 와중, 저희 나무아트에서는 깨어있는 작가들과 함께 게릴라형태로 홍범도-장군의 초상전을 기획했습니다. 현재 홍범도 장군에 대한 역사적 사진이나 이미지는 상당히 희박한 게 현실입니다. 따라서 미술인들이 홍범도 장군의 정신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양식의 초상화를 제작-전시함으로, 우리 근대사의 항일 독립 정신이 시민에게 널리 향유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작가마다의 고유한 개성과 상상력으로 이 초상화들이 진지한 역전의 역사화로 연결되면 더 좋겠습니다. [김진하]

 

-이달에 볼만한 전시-

-인사동-

파르티잔 아티스트 게릴라전 홍범도 장군의 초상’/ 2023,11,1-11.13 / 나무화랑

장경호전 '묵시' / 2023,11,15-11.28 / 나무화랑

김윤수선생 5주기 추모전 / 2023,11.29-12.4 / 동덕아트갤러리

박야일전 녹는, ‘/ 2023.10.28-11.12 / 아르떼 숲

박 건전 ’/ 2023.11.15-11.30 / 아르떼 숲

전대식전 '사진속의 추억, 추억속의 인생' / 2023.11.15-11.20 / 갤러리 인덱스

박재동회화전 / 2023,11.22-11.28 /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이명복전 / 2023,11.8-11.20 / 인사아트센터

이상남전 소중한 유산‘/ 2023,11.1-11.6 / 인사아트센터

이열전 / 2023,10.18-11.7 / 노화랑

전옥희전 '시간과 선물' / 2023,11.8-11.24 / 장은선갤러리

최석운전 풍경같은‘ / 2023,11.8-11.28 / 가람화랑

윤현진,이상용전 데우스 엑스 마키나’/ 2023,11.1-2024,1.31 / 갤러리 몬도베르

한대수 사진전 / 2023,11.15-11.28 / 토포하우스

이경훈 회화전 / 2023,11.15-12.10 / 통인화랑

권인경전 열린 방‘/ 2023,10.27-12.25 / 갤러리밈

전명자전 / 2023,11.15-12.12 / 선화랑

 

-그외 강북지역-

김구림전 / 2023.8.25.-2024.2,12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정연두전 / 2023.9.6.-2024.2,25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장욱진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 / 2023.9.14.-2024.2,12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80 도시현실전/ 2023.5.25-2025.5.26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근대문예인, 위창 오세창전 / 2023.9.7.-2023.12.25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강서경전 / 2023.9.7-2023.12.31 / 리움미술관

유근택전 ‘REFLECTION’/ 2023,10,25-12.3./ 갤러리현대

김환기 점점화70-74/ 2023,9,1-12.3 / 환기미술관

김재홍전 깨어나는 몸, 다시 서는 거인‘ / 2023,10,26-11.26 / 정문규미술관

한정식전 은 열려있다‘ / 2023.10.21.-12.24 / KP갤러리

강운구 사진전 / 2023.11.22.-2024.3.17 / 뮤지엄 한미삼청

박재훈 미디어전 / 2023,10,20-11.19 / 성곡미술관

노원희 '거기 계셨군요'/ 2023,8,11-11.19 / 아르코미술관

정강자회화전 / 2023,11,15-12.30 /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류주영회화전 / 2023,10,27-11.18 / 아트사이드갤러리

이상은회화전 / 2023,11,1-11.28 / 아트파크

박광수회화전 / 2023,11,8-12.9 / 학고재

권진규조각전 / 2023,11,14-12.9 / PKM갤러리

김승연판화전 / 2023,11,8-12.8 / 토탈미술관

박병욱 조각전 그리고 ’ / 2023,10,10-11.18 / 김세중미술관

구명본 초대전 / 2023,11,1-11.14 / 금보성아트센터

김대열 수묵언어전 무상.유상’ / 2023,11,9-11.21 / 한벽원미술관

이화자전 蒼然’ / 2023,10,18-12.9 / 스페이스 소포라

박상희전 그럼에도 영롱한’ / 2023,11,2-11.22 / 인디프레스

임다인 회화전 / 2023,11,10-12.2 / 이목화랑

차승언전 / 2023,10,26-11.29 / 씨알콜렉티브

이기영전‘Work2023’/ 2023,11.8-11.28 / 이화익갤러리

양승우전 '나의 다큐사진분투기' / 2023,10.31-11.12 / 류가헌

남태영사진전 / 2023,11.11-11.19 / 갤러리단정

박찬숙전 세상의 끝’/ 2023,11.1-11.10 / 갤러리브레송

추영호전 / 2023,11,3-11.22 / 혜화아트센터

 

[스크랩 : 서울아트가이드 202311월호]

 

열린 방 an open room

권인경/ KWONINKYUNG / 權仁卿 / painting 

2023_1027 2023_1225

권인경 _ 열린 창 1_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 아크릴채색 _135X197cm_2023

 

권인경 홈페이지_www.inkyungkwon.com

페이스북_www.facebook.com/inkyung.kwon.5

인스타그램_@artist_inkyung

 

초대일시 / 2023_1027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갤러리밈

GALLERY MEME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엠보이드 5,6

Tel. +82.(0)2.733.8877

www.gallerymeme.com

 

열린 방 이번 전시에서 권인경은 방이라는 공간에 집중한다. 방은 개인의 연장, 또는 확장으로 간주된다.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을 말했을 때, 그곳은 자폐적인 공간이기보다는 세계로 열린 일종의 플랫폼 같은 곳이었을 것이다. 예술은 열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린다는 것은 그 전에 닫힘을 전제한다. 자기가 없다면 그저 세계에 흡수될 것이고, 자기만 있다면 세계는 그저 자신을 비추는 거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두 극단은 모두 문제적이다. 살아있는 생명은 세포막의 차원에서부터 닫힘과 열림이 유동적이다. 그래야 그가 던져진 세계 속에서 잘 살아갈 수 있다. '개인의 방'은 심리적인 차원이 강조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 대해 '각 인간들의 최소 안식 공간인 방에서 일어나는 일들, 심리적 상황, 떠오르는 상념들, 수집하는 대상들'을 다룬다고 밝힌다. 자기만의 공간에 갇혀있는 지인에서 출발했지만, 이러한 난관은 정도의 차이일 뿐 현대인이 겪고 있는 보편적 상황이다, 같은 외부 풍경이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다른 개인이 있으며, 작품에서는 그런 개인의 공간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다른 위치에 있는 개인의 관점이 평등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원근법적 세계는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강력한 지배적 관점이 고정되는 것이 문제다. 장기적으로 고정된 체계는 궁극적으로는 변화하지만, 개인의 시간은 너무 짧다는 것이 문제다. 권인경의 작품이 다소간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시점을 운용하는 것은 지배적 관점에 대한 문제의식의 발로다. 장면 또는 풍경은 건축적 구조를 따라 펼쳐지지만, 그 구조들이 실제 건축처럼 합리적이지는 않다. 공간 사이에 언제든 새로운 공간이 끼어들 수 있고 또 사라질 수 있다. 한 화면에 많은 공간이 연결되어 있는 촘촘하게 구획된 구조다. 합리적 공간의 선형적 이동에 따른 단일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다성(多聲)적으로 들려온다. 현대인에게 분리된 독립 공간은 누구나 원하는 물리적, 심리적 자원이다.

 

권인경_너의 마음1_한지에 고서꼴라쥬,수묵,아크릴채색_136X176cm_2023
권인경_홀로 앉은 기억1_한지에 고서꼴라쥬,수묵,아크릴채색_136X176cm_2023
권인경_서로 다른 기억들1_한지에 수묵,아크릴채색_194X130cm_2023
권인경_떠오른 기억들4_한지에 고서꼴라쥬,수묵,아크릴채색_72X140cm_2023
권인경_떠오른 기억들1_옻칠지에 수묵,꼴라쥬,아크릴채색_53X73cm_2023
권인경 _ 떠오른 기억들2_ 한지에 고서 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47.5X79cm_2023
권인경 _ 떠오른 기억들3_ 옻칠지에 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47X90cm_2023

방 안에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외부적 사회관계로부터 탈주하는 안도감을 느낀다. 밖으로 나갈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내 선택이지 강제가 아니다. 작품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의 풍경들은 사람의 흔적을 보여준다. 심리적 공간이라고 해서 '단순한 흔적'이어선 안되고 '기록으로 서로 다른 그곳들을' 남기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그것은 개인의 기억이 스며있는 현대적인 사물 뿐 아니라, 고서를 꼴라주하는 형식에서 나타난다. 기억은 현재에 국한되지 않고 시간을 넘나든다. 작품 속 가구나 건축적 구조 등에 주로 꼴라주된 고서는 '말이 내뱉어진 순간'을 고착하는 것이며, '언어가 삶에 묻어'있음을 강조한다. 고서에 적힌 언어라서 고풍스럽지만, 그 또한 지금의 상용어처럼 한 시대의 지배적 언어였을 것이며, 주체를 구성했을 것이다. 인류학이나 언어학이 밝힌 바에 의하면. 그 사회의 지배적 언어를 통해서 인간은 비로소 인간이 된다. 하지만 인간은 대상/기호, 기표/기의가 분리되는 언어 자체의 분열적 조건에 당면한다. '환자'는 이 조건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 일 따름이다. 속해야 하지만, 완전히 속하기 싫은 애증에 찬 구조이다. 정신분석학을 비롯하여 모든 종류의 구조적 이론에 저항하는 저자 펠릭스 가타리의 저서 [카오스모제]에 의하면, 상징적 질서는 결정론적인 납 망토처럼 죽음의 운명처럼 무형적 세계를 짓누른다. 그에 의하면 말(발화)은 법의 차원, 즉 사실, 동작, 감정의 통제 차원에 고정된 문자적인 기호학의 지배 아래 통용될 때 공허해진다. 가타리는 정신분석학을 염두에 둔다. 마단 사럽이 해석하는 라깡의 심리학 이론에 의하면 상징계를 통해 주체가 구성되므로, 주체가 태어나기도 전에 담론에 의해 그에게 할당되는 장소가 있다. 상징계가 자율적인 구조가 될 때 인간의 자리는 과연 있을 것인가. 이러한 결정론으로부터 인간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방이라는 구조적 공간을 개인과 비유하면서 종횡무진 연결망을 구축하는 것은 구조를 인정하면서도 넘어서려는 방식이다.

 

권인경_그때의 기억1_한지에 고서꼴라쥬,수묵,아크릴채색_53.5X107.5cm_2023
권인경 _ 서로 다른 기억들 2_ 옻칠지에 고서꼴라쥬 , 수묵 , 아크릴채색 _142X;73cm_2023
권인경 _ 너와 나의 이야기 1_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197X135cm_2023
권인경 _ 붉은 기억 _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176X136cm_2023
권인경 _ 마주한 그날2_ 한지에 고서꼴라쥬 , 수묵 , 아크릴채색 _72X;50cm_2023
권인경 _ 마주한 그날 1_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35.5X55.6cm_2023

권인경은 다양한 형식을 실험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형식주의는 아니고 궁극적으로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에 대한 서사는 인간이 등장해야 자연스럽지만, 작품에는 정작 인간이 없고, 간혹 뜬금없이 등장하는 의자는 인간의, 요컨대 부재함으로서 현존하는 자리를 상징한다. 인간관계로부터 출발하는 현대적 병이 있지만, 작가이기에 자기 안에만 머물 수도 없다. 방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가까운 이가 어릴 적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앓았고, 이후 오지랖 넓은 한국 사회 특유의 집단 폭력을 겪으면서 외부와 단절된 상황과 관련된다. 타인과의 언어적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그는 방에서 잘 나오지 않지만, 문을 조금은 열어 놓는다고 한다. 세상과의 조그만 통로의 확보이다. 하지만 정상/이상의 관계는 유동적이다. 정도의 문제일 뿐 보통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우호적인 외부로부터 보호받으려는 본능이 개인으로 하여금 점점 오래 방에 머물게 한다. '스마트'한 세상이 열리면서 나가지 않는(않아도 되는) 경향은 강화된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대면' 관계는 상대화된다. 대면은 이제 당연한 것이 아니라 선택지가 된 것이다. 세계로 열리는 문이나 창이라는 비유는 물리적인 만큼이나 가상적이다. 하지만 정보혁명의 시대에는 현실을 대신하는 코드들의 세계에 갇혀 있기 십상이다. 방의 역할을 강화되고 있다. 개인공간이 아닌 상업시설에도 'OO'이 많지 않은가. 대부분 일탈적인 'OO'''이라는 공간 특유의 비가시성에 대한 안도감 때문일 것이다. 권인경의 방들은 자족적이지 않고 계속되는 연결망이 특징적이다. 내부와 외부가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되고 이러한 변화무쌍한 공간관은 이와 연동되는 시간관과 연결된다.

 

권인경 _ 그날의 기억3_ 한지에 고서꼴라쥬 , 수묵 ,아크릴채색 _26.2X18cm_2023
권인경 _ 그날의 기억4_ 장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 아크릴채색 _26.2X18cm_2023
권인경 _ 그날의 기억 5_ 장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26.2X18cm_2023
권인경 _ 그날의 기억6_ 장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채색 _26.2X18cm_2023
권인경 _ 마주한 그날 4_ 고서에 수묵 _15.5X24cm_2023
권인경 _ 마주한 그날5_ 고서에 수묵 _15.5X24cm_2023

  조너선 스미스는 [자리잡기 to take place]에서 명사적인 성스러운 공간(sacred space) 보다는 자리(plce)에 대한 사회적이고 동사적인 이해를 강조했다. 저자에 의하면 공간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투사에 의해 창조된 것이다. 선험적 공간이 아닌 찾아내야 하는 자리는 시간성을 중시한다. 그리고 시간은 무엇보다도 서사이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기억 시리즈에서 '기억'이라는 키워드는 시간과 관련된 범주이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공간들은 관객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속에 많이 쟁여져 있는 시공간만큼이나 빠른 보폭을 요구한다. 국면의 빠른 전환은 대도시를 통과할 때의 경쾌한 느낌을 준다. 대도시에서 촘촘하게 자리하는 방들은 철저히 계층적이다. 가난한 1인 가구의 허름한 주거지가 된 고시원부터 시작해서, 보다 보편적으로는 아파트의 방들이나 오피스텔이 그렇고.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초고층 펜트하우스까지 공간은 가장 값비싼 물적 자원이다. 방은 초라하든 화려하든 개인의 심리적 연장이자 보호 역할을 맡는다. 우리나 공동체에 대한 기대치가 있지만, 현대사회는 근본적으로 인간과 인간을 분리시킨다. 인간은 생산/소비적 체계로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구조가 내면화 되어 개인은 필사적으로 자기 영역을 확보하려 한다.  이선영

 

The City

안은정展 / AHNEUNJUNG / 安垠靜 / painting

2023_1025 ▶ 2023_1030 / 화요일 휴관

안은정_The Ci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30cm_202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화요일 휴관

 

갤러리 인사아트

GALLERY INSAART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

(관훈동 119번지) 1층, B1

Tel. +82.(0)2.734.1333

www.galleryinsaart.com

도시의 생명성을 표현 ● 현대 문명의 거대한 도시는 아름답고 화려하며, 마음의 고향을 상실한 현대인들에게 삶을 의욕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동력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늘날의 도시는 다양하면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예측불허의 상황 속에서 현실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며,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사람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삶의 이야기들로 애잔하다. 그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비인간적이며, 생존하기 위한 투쟁과 질투로 점철된 장소이기에 오히려 감각적인 아름다움의 표현을 제약하기도 한다.

 

안은정_The Ci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30cm_2023

안은정_The Ci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30cm_2023

작가 안은정의 작품은 주로 도시를 소재로 한 것으로, 도시 속의 사람들을 그리지는 않지만 도시가 지닌 다양한 세계와 교감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작업은 도시를 그리기보다는 도시를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고뇌와 고통, 생존의 치열함, 희비의 엇갈림 등을 무언의 메시지처럼 화면 안에 담아내는 것이며,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미지로 조형화하는 것이다. 작가는 체코 여행에서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을 보았는데, 얼마 후에 그 자리를 떠난 후로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에서 자신이 봤던 그 모습을 다른 생각과 다른 느낌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상상하게 되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있는 도시를 통해 진실한 참 세계를 생각하게 되었으며, 삶은 마치 신기루처럼 일시적일 뿐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작가는 도시의 외적인 현실보다는 내재적인 실재를 존중하며 회색의 도시 속에서 더 인간적인 것을 순수하게 표현하려 노력해왔다. 도시의 시공간 속에 공존하는 진실한 실체를 진지하게 모색하면서 오늘을 사는 현대인의 삶과 사회 빈곤층의 삶 등 다양한 실체들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도시와 관련한 심도 있는 사색 및 미적 가치와 더불어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조형적으로 표현하면서 우리 시대의 고독한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자 한다.

 

안은정_The Ci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91cm_2023

안은정_The Ci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91cm_2023

작가는 이처럼 도시 속의 실체를 예리하게 직시하고 이를 조형화하려고 노력을 해왔다. 현대 문명을 압축한 도시를 표현하기 위해 화면을 입체적으로 나누었으며, 여기에 더 작은 면들을 구성하거나 불균형의 큰 면에 원색 계열의 강도 있는 색을 구사하여 거대한 도시의 모습을 이미지화하였다. 희망과 위로, 아름다운 도시의 이미지, 화려하면서도 진정성이 스며있는 선명한 색과 명료한 직선 등이 절묘하게 결합하여 조화를 이룬다. 특히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하면서도 강렬한 색은 기하학적인 도시 이미지의 구성과 하나가 되며 아름다운 통일성을 구축한다. 사람들에 의해 건설된 도시는 사람들의 꿈과 욕망이 담긴 결정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 친화적인 시골이 아닌, 욕망이 내재한 도시의 모습을 조형화하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작가의 작업은 사람에 의해 구축된 거대한 회색 도시에 새로운 희망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독특한 것이다.

 

안은정_The Ci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23

작가 안은정의 작품에는 이처럼 균형감과 통일성이 내재한다. 작가는 다양함이 공존하는 도시를 캔버스에 담아내기 위하여 일정한 형태를 지양하고 도시의 이미지를 그리되, 변형적이면서도 기하학적인 특성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이미지를 펼쳐 보이면서도 통일감을 구축하는 독특한 작업을 펼친다. 그래서 작품은 독특한 예술적인 가치와 의미를 지니며, 예술론적인 혹은 미학적인 분석 이전에 세련되고 기교가 뛰어나고 숙련되어 시지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이러한 시지각적인 즐거움은 어두운 밑 색에서부터의 선명하고도 강렬한 색채와 기하학적이면서도 변칙적인 선과 특이한 공간 구성 등을 통해 펼쳐지는 창의성, 독창성, 실험성, 현대적 감각의 예술성, 수준 높은 기교 등이 한데 어우러져 형성된 것이다. 이는 현대적 감성과 우리 고유의 조형적 사고와 감흥, 문화적 이질성과 동질성 등이 교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다원주의적 하모니즘(Pluralistic harmonism)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품에 내재한 이러한 조형성은 예술적인 끼와 감성뿐만 아니라 새로운 조형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과 열정적 노력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안은정_The Ci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23

안은정_The Ci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23

작가의 창작은 주지하다시피 주로 회색의 도시와 연관된 삶과 예술에서의 실체적 조형성에 대한 고민이며, 이를 토대로 사람과 도시, 사물의 본질을 예술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는 도시의 이미지를 기하학적으로 새롭게 조합하고 구성함으로써 조형 영역의 새로운 개척과 도시 미학 및 정신성 구현 등에 관심을 쏟아 독특한 도시 조형예술의 장르를 풍요롭게 하였다. 이러한 작품들은 도시 조형이라는 한국 현대 미술의 새로운 영역의 개척과 정체성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으며, 날이 갈수록 회색의 이미지로 변해가는 숨 막히는 현대 도시 사회의 갈증을 덜어주는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한다. 게오르크 루카치는 현대미술에 있어서 새로운 형식을 찾고자 한 수많은 시도가 비인간화적이며 이슈를 담은 실험에 그쳤다고 푸념하기도 하였는데, 작가 안은정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루카치의 푸념을 넘어선 미적 생명력이 꿈틀거린다. 그러기에 중후하면서도 잘 구성된 형태미 속에서 드러나는 깊이감과 안정감은 미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을 만하다.

 

안은정_The Ci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23

안은정_The Ci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23

화면 속의, 파편 같은 조각조각의 기하학적 형상과 선명하면서도 아름다운 색채는 회색 도시 속의 인간성 회복을 지향하는 호소인 듯하다. 발터 벤야민(W. Benjamin)은 "무정형의 파편만큼 예술의 상징과 조형적 상징 그리고 유기적·총체적 형상과 격렬하게 대비를 이루는 것은 없다."라고 현대 예술의 양상을 예견했는데, 새로운 조형성을 추구하는 알레고리를 통해 유기적·총체적 이미지로 격렬하게 혹은 파편적으로 평면 안에 형성된 작가의 작품 속에서 후기 모더니즘적인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다. ■ 장준석

 

안은정_The City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7×60.6cm_2023

Expression of City's Vitality ● The huge cities of modern civilization are beautiful and colorful, and at the same time, they are also a source of motivation for modern people who have lost their spiritual home to live their lives with motivation. On the other hand, today's cities are a source of vague fears not only about reality but also about the future in a diverse, rapidly changing and unpredictable situation. A detailed observation of the city's interior evokes sadness through the stories of countless people's difficult lives. The city is also inhumane and a place filled with struggle for survival and jealousy, so the expression of sensuous beauty may be restricted. ● The main subject of Artist Ahn Eunjeong's work is the city. Although people in the city do not appear in her works, she communicates with the diverse world of the city. In other words, rather than painting a city, she captures human life and death, agony and pain, the intensity of survival, and the joys and sorrows of humans through the city, like a silent message, and molds them into new images that we have never experienced before. She came to imagine that someone else might later see the beautiful city she encountered on her trip to the Czech Republic with different thoughts and feelings. She came to think about the true world through the city in the flow of time, and realized that life is temporary, like a mirage, and cannot last forever. The artist has tried to express more purely human things in the gray city, respecting the inner reality rather than the external reality of the city. She seriously explored the true realities that coexist in the city's time and space, sublimating various realities such as the lives of today's modern people and the poor in society into art. She seeks to provide comfort and hope to the lonely modern people of our time by figuratively expressing various aspects of the city along with in-depth contemplative and aesthetic values related to the city. ● The artist, in this way, has keenly looked at the reality of the city and has tried to formulate it. She divided the screen three-dimensionally to express a city in which modern civilization is compressed, and imaged the appearance of a huge city through the composition of smaller surfaces or the strong use of primary colors on an unbalanced large surface. The exquisite combination of hope and comfort, images of a beautiful city, vivid colors that are gorgeous yet imbued with sincerity, and clear straight lines are in perfect harmony. In particular, the diverse yet intense colors that make up the city become one with the geometric composition of the city image, completing a beautiful unity. The city built by people is the culmination of their dreams and desires. It is not easy to model the appearance of a city with inherent desires, unlike the nature-friendly countryside. In this way, her work is unique in that it breathes new hope and vitality into the huge gray city built by people. ● Artist Ahn Eunjeong's work has a sense of balance and unity. She carries out special work to capture a city where diversity coexists on canvas, where a certain form is avoided and the image of the city is drawn, but a sense of unity is created while unfolding various images by utilizing transformative and geometric characteristics. Therefore, her works have unique artistic value and meaning, and, before artistic or aesthetic analysis, are refined, skillful, and skilled, giving visuoperceptual pleasure. This visuoperceptual pleasure is formed by the combination of creativity, originality, experimentation, modern artistry, and high-level technique unfolding through vivid and intense colors from dark undertones, geometric yet irregular lines, and unusual spatial composition. This is also due to pluralistic harmonism that cleverly harmonizes modern sensibility, our own formative thinking and inspiration, and cultural heterogeneity and homogeneity. This formativeness inherent in the artist's work appears to be due not only to his artistic talent and sensibility, but also to his constant desire and passionate effort for new formativeness. ● As mentioned earlier, the artist's creation is mainly concerned with the tangible formativeness of life and art related to the gray city, and based on this, she artistically embodies the essence of people, cities, and objects. The artist, who was interested in pioneering new areas of formative art and realizing urban aesthetics and spirituality, enriched the unique genre of urban formative art by newly combining and composing urban images geometrically. These works are significant in terms of pioneering a new area of Korean contemporary art called urban formative art and realizing its identity and act like a refreshing drink that relieves the thirst caused by the suffocating modern urban society that is turning into a gray image day by day. Gyorgy Lukacs lamented that numerous attempts to find new forms in modern art were dehumanizing and ended up being issue-laden experiments. Ahn Eunjeong's work shows an aesthetic vitality that goes beyond Lukacs' complaints. Therefore, the sense of depth and stability in the profound yet well-constructed beauty of form is clearly revealed in a way that even ordinary people outside of art can perceive. ● The geometric shapes and vivid yet beautiful colors of the fragment-like pieces in the picture seem to be a call for the restoration of humanity in the gray city. Walter Benjamin predicted the pattern of modern art when he said, "Nothing contrasts more violently with the symbols and plastic symbols of art and with organic and total forms than amorphous fragments." Through allegory, which pursues new formativeness, we can identify elements of late modernism in the artist's works, which are violently or fragmentarily formed on a two-dimensional surface using organic and holistic images. ■ Jang Jun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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