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희는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강원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문학21』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장편소설로 『아담과 아담 이브와 이브』(1999), 『동강에는 쉬리가 있다』(1999), 『은옥이 1, 2』(2001), 『도둑고양이』(2001), 『개 같은 인생들』(2006), 『연산-대왕을 꿈꾼 조선의 왕』(2012), 『원숭이 그림자』(2016), 『위험한 특종-김달삼 찾기』(2018), 『연산의 아들, 이황-김팔발의 난』(2020), 『이번 청춘은 망했다』(2020) 등을 출간했다.
한국 최초 전자책 전문업체인 '바로북닷컴'이 주최한 ‘5천만원 고료 제1회 디지털문학대상’을 수상하였고,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창작기금을 수혜하였다. 민족작가연합 공동대표와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오지 마을인 정선 덕산계곡에서 창작 활동과 함께 ‘숲속책방’을 운영했다.
삼천포의 박구경시인(67세)이 지난 3월2일 오후10시,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조정애시인의 페이스북에 올라 온 박구경시인 부고를 보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저승 가는 길에 순서야 없지만, 왜 착한 사람만 데려가는지 모르겠다.
세상에 신이 존재한다면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오래전 ‘진료소가 있는 풍경’시집 낼 때는 프로필 사진 찍으러 그녀가 근무한 ‘사천 북사동 보건소’까지 찾아간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인사동 사람들 모임이라도 있으면 먼 길을 마다 않고 올라와 모두의 안부를 확인한 인정 많은 시인이었다.
너무 늦게 알아 문상도 가지 못했지만, 부디 극락왕생을 빕니다.
빈소 : 삼천포서울장례식장
발인 : 3월 4일 오전9시
장지 : 선산수목장
박구경시인은 경상대간호학과를 졸업하고, 한때 경남일보 기자와 사천북사동보건진료소장을 지내며, 96년 ‘문예사조’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진료소가 있는 풍경’,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국수를 닮은 이야기’, ‘외딴 저 집은 둥글다’, ‘형평사를 그리다’ 등이 있다. 98년 제1회 공무원문예대전에서 장관상을 수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고산 윤선도 문학대상, 경남작가상, 하동문학상을 수상했고, 경남작가회의 회장을 지낸바 있다.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자가용은 너무나 미끈하고/ 핸드폰은 점점 작아지고/ 디지털의 표정,/ 그 생각은 너무나도 엉뚱해지고/ 그 꿈들은 세련되고 약아빠졌으니/ 육중한 열 량 스무 량의 기차가/ 거친 쇳내를 풍기며 들어서는 바닷가 역사驛舍/ 사람들이 사철나무 울타리에 깃들어/ 아침 햇살과 바다 물결을 길게 이고 지고/ 사람들이 왔다야! 하며/ 흥청흥청 장터처럼 모여들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2007년 작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중에서)
다들 바쁘게 살다보니 그의 소식은 인터넷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최근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산문집이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서둘러 구해 보았다. 노래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에 이어 맛깔 나는 글 솜씨 또한 일품이었다. 그의 노래 가사처럼 깊은 사유와 삶에 대한 통찰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가수로서 진정성을 잃지 않고 살아 온 이야기와 노래에 얽힌 사연, 그리고 속 깊은 울림을 주는 인생의 잠언들은 최백호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환갑이 되어 그리기 시작해 여러 차례 전시 해 온 그림 삼십여 점도 볼거리를 더해준다.
인사동 '경복궁'에서 '인사동사람들'모임에서 / 2018.8
난, 최백호를 추남(秋男)으로 부른다.
며칠 전에는 우연히 유튜브에서 그의 노래 ‘부산에 가면’을 들었는데, 쪽팔리게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마치 낙엽이 흩어질 듯한 우수에 젖은 목소리가 아련한 향수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만난 지가 몇 년은 족히 된 것 같아 모처럼 그에게 문자메시지로 편지를 보냈다. 평소 어눌한 말버릇으로 소통이 잘 안되는데다, 이젠 귀도 어둡고 발음까지 분명치 않아, 전화는 잘 걸지도 받지도 않는다. 마침 '스마트협동조합' 일로 상의할 것도 있어 장문의 편지를 쓴 것이다.
정동 이화아트갤러리 / 장사익글씨전에서 2019.5
그를 알게 된지도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10여년 전 정영신씨와 내가 인사동에서 '아트온'이란 사진출력소를 차린 적이 있었다. 그 때 김명성시인과 뜻을 모아 '앱숀' 출력기를 사라며, 천 만원이나 되는 큰 돈을 준적이 있었다. 돈이 있어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세월은 아름다운 시간도 있었지만, 지워버리고 싶은 부끄러운 시간도 많았다. 그는 부끄러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끄러움도 배워야 한다. 배우지 않으면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모른다.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얼마나 용감한 것인지 모른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것을 가르쳐야 한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볼이 빨개진 모습.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알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어른인 우리도 배워야 한다. 그래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 한다.“
인사동 '툇마루'에서 김명성, 오세필씨와 함께 / 2018. 7
산문집에 실린 글들은 떠나보낸 세월 속의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소환되고 있었다. “노래 속에 나오는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은 부산 동래시장 근처 수안파출소 부근의 어느 허름한 다방이었다. 힘들었던 시절 길을 걷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져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에이스 캐논의 색소폰 연주곡인 〈로우라〉가 흘러나와 그 자리에서 스무 번을 넘게 들었던 것 같다. 그런 기억을 더듬어 만든 노래다”
마포 '뮤지스땅스' 개막식에서 / 2014.12
노래에 대한 투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여든이 되어도 나는 ’입영전야‘를 부를 수 있다. 젊은 시절에 한 호흡으로 부르던 대목을 두세 호흡으로 나눠 부르면 된다고 생각한다. 여든에는 여든의 호흡으로 아흔에는 숨이 좀 가파르겠지만 충분히 노래할 수 있다.” 그렇다. 그는 부지런하고 최선을 다하는 친구다. 책 속에 이런 대목도 나온다. “나보다 음악을 잘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나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은 드물 거라고 생각한다. 매일 새벽 6시 반쯤 일어나 두세 시간씩 노래 부르고 그림을 그린다. SBS 라디오'최백호의 낭만시대'도 14년째 하고 있다. 열심히 하는 일에 타협은 필요 없다.”
인사동 덕원갤러리의 정영신 '장날' 전에서 / 2016.8
그리고 사회를 향한 질책도 빠지지 않았다.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카메라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 어른에게 심한 욕설을 해대는 젊은이, 더욱 거칠어진 폭력범, 갑 질하는 부자들의 뻔뻔스러움 등은 씁쓸하면서도 오늘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외에도 “스스로 간이 작았다며 무대에서 손을 올리기까지 한없이 힘들었다”는 이야기, 할 말은 하는 그의 성격 덕에(?) 일어났던 방송국 에피소드, 70년대 해외 공연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 박자가 틀리고 부를 때마다 노래가 다르다고 후배들에게 핀잔 듣는 솔직한 이야기들은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표절에 대해 남긴 글에서는 정의로운 의지를, 교편 잡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압구정 '장천아트홀'에서,, 옆은 오세필씨와 필자 / 2014,8, 정영신사진
이 책의 매력은 결코 최백호의 진정성 있는 고백이었다.
어떤 일을 하던 그가 주목하는 지점은 진정성이다. 고독해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서지 않고 돋보이려 하지 않는 것. 그 고독을 견디는 힘이 최백호의 음악과 그림 그리고 지금의 글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에 대한 진정성이라는 중력이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겨 독자들로 부터 사랑받게 된 좋은 책이다. 나 온지 며칠 되지않았으나 벌써 베스트셀러다.
인사동 '아라아트'에서 '효교' 교주로 등극 / 2014.8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고독’이다. 그것은 내가 노래와 그림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언제나 가장 소중한 친구다. 고독에서 사유의 힘이 오고 혼자 견뎌낼 수 있는 강인함이 온다. 진정한 고독은 따뜻한 위로를 준다.”
“나는 일출보다 일몰을 더 사랑한다. 세상을 삼 킬 듯이 힘차게 솟아오르는 피둥피둥한 아침 햇살 의 욕망스런 모습보다, 온몸을 불태워 최선을 다한 장엄한 황혼의 그 처절한 모습에 감동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