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향기

 

원정숙展 / WONJEONGSOOK / 元貞淑 / painting 

2021_0512 ▶ 2021_0601

 

원정숙_연탄시대7_캔버스에 혼합재료, 아크릴채색_89.4×130.3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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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1_0512_수요일_05:3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희수갤러리

HEESU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1-3 2,3층

Tel. +82.(0)2.737.8869

www.heesugallery.co.kr

 

 

내가 사는 곳은 서울 근교 면 소재지 시골 마을이다. 오래전처럼 불 피우며 밥 짓는 시대는 아니지만 해 질 녘이 되면 어디선가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궁이에 밥을 짓는 집이 아직도 있다. 산과 들이 하루를 마치며 붉은 노을 속으로 피어, 하루 중 가장 따듯하고 정겹게 저녁을 감싼다. 집 연기는 품속에 가득 차 있다가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진다. 그 속에는 엄마가 부르는 목소리가 있고 끼니를 걱정하던 저녁과 배고픔의 시대가 향수가 되어버린 그리움이 있다. 하루의 지친 몸을 안식하며, 아랫목에 모여 앉은 발을 기억하고 따뜻한 밥을 짓는 동안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따뜻한 추억은 잊을 수 없다.

 

원정숙_저녁밥8_캔버스에 혼합재료, 아크릴채색_33.4×45.5cm_2021
원정숙_밥향기3_캔버스에 혼합재료, 아크릴채색_40×80cm_2021
원정숙_밥향기1_캔버스에 혼합재료, 아크릴채색_80.3×116.8cm_2021
원정숙_밥향기7_캔버스에 혼합재료, 아크릴채색_80.3×130.3cm_2021
원정숙_밥향기2_캔버스에 혼합재료, 아크릴채색_65.1×100cm_2021
원정숙_아칩밥22_캔버스에 혼합재료, 아크릴채색_41×24cm_2021

 

밥 내음은 향기가 되어 향수에 몸을 담근다. 오래전 엄마가 부르던 손길이 편지가 되어 내 손 끝에 도착하고 떨리던 내 붓끝이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그곳을 향해 다가간다. 내 그림은 그리움에게 소식을 전하는 편지이고, 먼 길을 떠나온 우리에게 그곳을 기억하는지 묻는 메시지이다. ■ 원정숙

 

 

Vol.20210512e | 원정숙展 / WONJEONGSOOK / 元貞淑 / painting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엄효용展 / UMHYOYONG / 嚴孝鎔 / photography

2020_0520 ▶︎ 2020_0602

 

엄효용_양재대로 은행나무 여름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20×90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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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희수갤러리

HEESU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1-3 2,3층

Tel. +82.(0)2.737.8868

www.heesugallery.co.kr

 

 

성숙한 시선 ● 작가 엄효용의 사진은 수채화 같은 회화적 질감으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금새 사로잡는다. 아름다운 화면에 대한 경탄은 쉽게 기법에 대한 관심으로 흐르고, 그의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감상은 주로 사진의 표면이나 기술적인 측면을 맴돌았다. 그동안 그의 사진은 그 외면에 비해 내면이 주목 받지 못했다. 사실 작품이란 표면보다는 이면의 철학을, 철학보다는 작가의 마음을 들여다 볼 때 더 잘 이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엄효용_올림픽공원 상수리나무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48×36cm_2020

 

엄효용_여의천 벚나무 봄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20×90cm_2020

 

지난날 작가는 인공의 사물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그는 늘 진실에 대해 목말랐다. 그는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위치시키고 세계의 실체를 이성적으로 파악하고 싶어 했다. 세계의 실체를 파악하고 싶었으나 세계는 너무 넓었다. 그는 이해 가능한 세계의 일부를 파헤쳐 들어갔고, 부분적인 세계를 통해 세계의 전체를 더듬어 보려 애썼다. 그는 기하학적이고 균일한 수치가 존재하는 사물을 분석해서 안과 밖, 앞과 뒤, 겉과 속으로 구분 지었다. 그렇게 해체시킨 사물의 면면을 이미지로 포착하고 각각의 이미지에서 발생한 상반되는 개념들을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데페이즈망dépaysement 기법을 사용했다. 다시 한데 모아 중첩시킨 이미지들 위로 사물의 진실한 얼굴이 떠오르길 기대하면서. 그러나 부분적이고 모순되는 진실을 켜켜이 쌓는다고 해서 세계의 실체가 더 분명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분적인 진실을 중첩시킬수록 세계의 실체는 더욱 모호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작가는 머리로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춘다. 아마도 그는 칼 야스퍼스Karl Jaspers가 한계 상황이라 부른 지점에 부딪혔을 것이다. 그리고 한 점으로 수렴되는 협소한 사물에서 광활한 자연으로 눈을 돌린다.

엄효용_위례성길 은행나무 가을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20×90cm_2020

 

엄효용_원미산 독일가문비나무 겨울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20×90cm_2020

 

언젠가부터 그는 모순되는 개념들을 한자리에 모으려 하지 않는다. 근자에 작가는 동일한 개념을 지닌 동질의 이미지들을 담백하게 여러 번 겹쳐 올린다. 과거엔 상반되는 개념들을 한자리에서 대립시키기 위해 이미지들을 겹쳤다면 최근엔 시간 안에 분열된 대상을 한자리에서 화해시키기 위해 이미지들을 겹친다. 여전히 이미지들을 중첩시킨다는 점에서 그의 사진은 예전이나 요즘이나 같은 맥락 안에 있는 듯하지만 기법에 내재된 의미가 확연히 변했다. 이것은 그의 삶이 변화했다는 증거다. 이제 그는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자신이 단지 세계의 일부이며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는 자신이 긴밀하게 관계하고 있는 이 세계를 소중히 여기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아껴 주고 싶어 한다. 우리가 그의 사진 표면에서 느끼는 포근함은 바로 작가의 마음으로부터 번져 오는 것이다. 비로소 그는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면서 편안히 존재하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계절 속에서 언제나 새로운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 자연을 불가해한 신비로 순순히 받아들인다. 그에게 더 이상 분석의 대상이 아닌 세계는 모호한 가운데 있는 그대로 분명하다.

 

엄효용_대나무 숲 여름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48×36cm_2020

 

엄효용_휴양지로 메타세쿼이어 겨울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120×90cm_2020

 

오늘날 그는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는 나무 아래 서서 물결무늬로 일렁이는 햇살과 그림자의 춤사위에 시선을 던지며 조용히 바람의 말을 들을 줄 안다. 그는 마른 풀들이 서로 몸을 부비는 소리를 듣고 키 작은 들꽃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 자주 지나는 길을 따라 늘어선 가로수들이 그의 눈에는 비범해 보인다. 그도 때론 놀랍고 눈부신 풍경 앞에 서기 위해 멀리 떠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일상에 머물며 그 평범함을 가치 있게 여긴다. 그는 세계의 실체를 끝내 알 수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손을 뻗어 진실을 추구할 수 있을 뿐 마지막까지 진실을 손으로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는 깨달음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사랑으로 세계를 짐작하고 있다. 사랑으로 만나는 매일의 세계를 그는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며 그는 지금 여기서 행복하다. ■ 황현승

 

엄효용_우면산 메타세쿼이어 가을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36×48cm_2020

 

엄효용_축령산 편백나무 여름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90×120cm_2020

 

엄효용_하례학림로 귤나무_코튼지에 피그먼트 프린트_90×120cm_2020

 

조용히 머무르며 한줄기의 미풍, 햇살이 부딪히는 찬란함, 마른갈대의 울부짖음, 새의 살랑거리는 소리, 무성한풀 사이에 흩뿌리듯 펼쳐진 작은 꽃... 작은 것들이 최고의 행복을 이루고 있다.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어떤 일이 진행 중인지를 살피는 것, 관찰을 통해 평범한 일상이 어느 순간 기적으로 다가옵니다. ■ 엄효용

 

 

Vol.20200520g | 엄효용展 / UMHYOYONG / 嚴孝鎔 /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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