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임이라는 말만 들어도 생각나는 유진규씨는 우리나라 마임의 대표주자다.

또한 축제의 거장으로 그동안 다양한 축제를 성공시켜 왔다.

오래 전 자리 잡은 ‘춘천마임축제’도 그가 성공시킨 축제지만,

지난해에는 김장축제를 난장축제로 이끌어 주목받기도 했다,





다양한 시도로 신선한 변화를 일으키는 그의 몸짓에 독보적인 에너지가 솟는다.

긴 세월동안 마임에 온 몸과 마음을 불어넣었는데, 중요한 것은 예술 행위를 무대에

한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끌어들여 치열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입으로만 정의와 민주주의를 외치는 예술가들이 부지기수인 현실이라

그의 투쟁적 행보가 더 돋보이는 것이다.





2년 전, ‘주류 아닌 예술가들의 시국 퍼포먼스’라는 팀을 만들어

주말마다 촛불집회에서 행한 그의 투쟁사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철판을 등에 짊어지고 광화문광장을 행군하는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하다.

철판 끌리는 굉음으로 부도덕한 정권에 야유를 보내며, 그들의 퇴진을 촉구한 것이다.





손자까지 둔 적잖은 나이에도 강행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존경감이 일었다.

촛불집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춘천에서 왔는데, 그 것도 혼자가 아니라

팀을 이끌었기에, 마음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었다.





이번 삼일독립혁명 백주년을 맞은 시민 축제에도 그는 빠지지 않았다.

대표적 행사인 ‘민족평화신명천지축전’과 ‘만북울림문화제’ 모두 모습을 드러내었다.





지난 26일 오후5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족평화신명천지축전’ 부대행사인 제주4,3사건의

한을 다룬 입체 시낭송에서 보여 준 퍼포먼스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당시의 한을 절감케 했다.

문무병, 허영선, 김수열씨 등 제주 시인들이 읽어 내리는 시 낭송이 무색한 몸짓이었다.





지난 3월1일 오전9시부터 ‘탑골공원’에 모인 ‘만북울림문화제’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이 행사는 전국 팔도에서 약 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북과 장구 등 갖가지 악기를 갖고 모여

더 행복한 대한민국을 기원하며 만북을 울리는 축제였다.





예술가 55명으로 구성된 유진규씨의 ‘몸북’팀은 탑골공원을 출발하여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몸북’은 이름처럼 몸 자체가 북이었다.

개성 있는 다양한 분장으로 변화를 주며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 것이다.

마임이스트 유진규씨의 연출력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퍼포먼스였다.





이에 앞서 김발렌티노는 100일동안 독립문에서 삼일독립 정신을 일깨우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드디어 역사적인 날을 맞아 탑골공원으로 합류한 것이다.

서예가 김기상씨가 탑골공원에서 쓴 한반도기와 ‘몸북’, ‘우리는 하나다’의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는데,

유진규씨와 전형근씨는 2년 전 촛불집회 때 사용한 붉은 도포에다 고깔모를 쓰고, 등에는 철판을 메고 나온 것이다.





“아! 그 때가 그립다.”

박근혜 퇴진을 외친 그 때는 눈에 보이는 대상이라도 있어 싸울 수 있었지만,

이젠 실체가 보이지 않는 돈과의 전쟁이라 암담할 뿐이다.

그리고 정권을 바꾸어 악의 무리를 구속시키는 등 가시적인 변화는 이끌었지만,

아직까지 적폐세력들이 기회를 엿보며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항상 북을 두드려 시민을 일 깨울 수 있는 유진규씨 같은 예술가들이 있기에

한 가닥 위안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유진규씨를 보며 생각나는 글귀는 신동엽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다.



사진, 글 / 조문호





- ‘만북울림문화제’의 '몸북'에 참여한 사람들-

유진규(마임배우), 유홍영(극단사다리대표), 윤시중(극단하땅세연출), 김기상(서예가), 안재근(서커스), 전형근(그냥예술가), 강지수(마임배우), 양길호(현대무용), 김종학(마임배우), 황현성(다큐감독), 장성진(연극배우), 김선미(통미분장연구소), 하택후(타악프로젝트그룹사맛디),홍윤경(독립공연예술가), 서승아(부토), 서우림, 방관철(서승아일행), 한혜민(독립공연예술가),고명희(독립공연예술가), 한준휘, 홍성표, 최원석, 위다은, 신지은, 김초원, 이소라(남북강원도협력협회), 김동효, 양철해, 이창준, 이유현, 이채은, 김태영(교사), 하태웅(학생), 김상인(오케스트라 단무장), 이요한(시인), 김현신(디자이너), 이성희, 최정산 (인형극단봄), 김발렌티노(그냥예술가), Ian John(소리음악가), 권제인, 박광선, 손건우, 고은별, 이은주, 윤혜경, 윤지원, 이두원, 최수라, 최수현, 이재돈, 김국원, 안상현, 정기욱, 문숙경


'몸북' 단체사진(유진규페북에서 스크랩)


































































































한 곳에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예술가들이 더러 있지만,
대개 나이가 들수록 기력이 딸리거나 창의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러한 통념을 단숨에 불식시키는 예술가가 있다.

마임이스트 유진규씨다.
유진규하면 마임이고, 마임하면 유진규로 통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광대다.
대개의 예술가들이 꼴리는 대로 산다지만, 세상이 자유롭게 가만 두지 않는다.
자기도 모르게 돈이나 명성의 노예가 되어 끌려 다니는 것이다.

그는 ‘춘천마임축제’를 세계적축제로 만들어 놓고 뒤로 물러났다.
일이 자유를 구속시켜 뇌종양이 생긴 것이다.
그 후 석 달 동안 세상과 연락을 끊고 산에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며 병을 고쳤다고 한다.
한 곳에 안주하지 않으며, 위기를 기회로 삼은 그였다.
곧바로 ‘욕심을 버리자’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 ‘빈 손’을 발표했다.






학창시절엔 자유롭게 살려고 수의학을 택했으나, 시대적 상황의 돌파구로 연극을 시작했단다. 

그러나 팀워크가 중요한 연극은 그의 자유를 막아 이혼해 버렸다.
그 후 마임과 결혼하여, 45년을 오로지 한 곳에 올인 한 것이다.

그는 공연장이고 거리고 관계없이 관객만 있으면 몸짓으로 말해왔다.
지인의 전시 개막식이나 모임에서 조차 거리낌 없었다.

그의 몸짓은 담백하면서도 강열한 독보적 에너지가 발산된다.
그 강한 흡인력은 관객의 시선을 꼼짝 못하게 묶어 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기를 통째로 마임에 불어넣고 있으니, 어느 간 큰 관객이 눈길을 거둘 수 있겠는가.






이제 그의 나이 육십 중반에 들어 선 할아버지다.
그러나 관객만 있으면 청춘으로 돌변해 버리는, 타고 난 사람이다.
자신의 예술 행위에만 급급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불의도 두고 보지 못한다.
지난 해 11월 ‘광화문광장’ 블랙리스트 기자회견장에서 시작된
유진규의 마임 저항은 현재 진행형이다

주류아닌 예술가들의 시국퍼포먼스 ‘옳’이라는 기치를 내 걸고,
지난 해 12월7일 촛불집회에서 보여 준 “옳지 않은 놈들 꾸짓기 퍼포먼스를 비롯하여
3월4일 가진 ‘봄은 이미 와 있다.’에 이르기 까지 열 세번의 퍼포먼스를 펼쳐왔다.
“눈떠”, “닭쳐”, ‘양파, 까도까도 끝이 없다“등 매번 기발한 주제를 내세워
신명난 굿판으로 광화문광장을 들썩인 것이다.






물론, 혼자 벌이는 퍼포먼스가 아니기에 더 힘든 것이다.
깃발부대와 나팔부대는 차지하고라도 김기상, 문성식, 박미루, 전형근, 이정훈, 최문성,

안현정, 최현중씨 등 많은 후배들이 동참하는데, 그 퍼포먼스 경비는 어떻게 충당하는지,

젊은 후배들과의 견해 차이는 어떻게 푸는지 걱정스러운 게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뒤풀이에 따라가 실상을 들여다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밥값에 이르기 까지 모든 비용은 각출되었고, 다음 기획을 준비하는 회의도 기획자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토론에 의해 민주적으로 진행했다. 세대 간의 격차가 발붙일 겨를이 없었다.

그는 촛불집회 때마다 신명난 굿판을 벌여왔으나, 한 장소에서 퍼포먼스를 끝내지 않았다.

철판을 등에 짊어진 채, 헌법재판소와 청와대로 행진하는 거리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나도 두 차례 행진에 따라 나선 적이 있는데, 갈 때마다 파김치가 되어버렸다.

더구나 지난 보름날 진행한 ‘부럼깨듯’에서는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거리 행진을 벌인 그다.





그리고 지난 3일 광장극장 블랙텐트에서 막을 올린 세월호 퍼포먼스 ‘33한 날에 돌아와요“는

장장 일곱 시간동안 공연을 펼친, 기록적인 강행군이었다.

그 긴 시간을 지킬 자신이 없어 한 두 시간 정도만 감상하려던 계획조차 공연날자를 잘 못 알아 놓쳐버렸다.

그 대단원의 작품을 놓친 아쉬움도 있었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서 몸부림 친 일곱 시간 한을 외면한 자책이 더 컸다.

더 놀라운 것은 밤늦게 공연을 끝낸 그 이틀 날, 다시 광화문광장에서 열세 번째 ‘옳‘퍼포먼스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몸도 몸이지만, 정신이 강철이었다. ‘봄은 이미 와 있다. 탄핵은 인용되고, 박근혜는 구속 된다’라는 주제로 가진,
그 날의 퍼포먼스는 봄을 상징하는 초록으로 얼굴을 잔뜩 물들이고 광란의 굿판을 벌였다.
광화문에서 헌재로, 헌재에서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거리 행진도 따랐다.

정의와 예술혼에 온 몸을 불사르는 그의 강인한 투지가 정말 존경스럽다.
그는 이 시대가 낳은 영원한 광대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4일의 열 세번째 퍼포먼스를 앞두고, 광화문광장에서 외손자와 함께한 유진규씨를 만났다.















































































































 

영국 런던 마임축제, 프랑스 미모스마임축제와 함께 세계3대 마임축제로 자리매김한

춘천마임축제의 도깨비 난장 '미친 금요일'에 무세중선생이 연출한 '남남북녀 통일아리랑'이 초청되었다.

 

지난 30일 오전1시30분부터 25분에 걸쳐 열린 '남남북녀 통일아리랑' 공연은 축제 관계자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춘천 공지천 의암공원에서 펼쳐져, 수많은 관객들로 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아냈다.

 

'남남북녀 통일아리랑' 공연에는 무세중, 무나미씨를 비롯하여 한호선, 장성진, 원건희씨가 출연하였는데,

노구를 끌고 나오신 선생께서는 무거운 서낭대를 안은 채 얼마나 힘을 썼던지, 얼굴에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렸다.

정말 '노병은 살아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공연이었다.

 

이 공연의 바디페인팅은 통미분장예술연구소의 김민지, 송지환씨가 맡아 공연의 완성도를 높여 주었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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